그러나 불만이 있어도 입밖으로 낼 수는 없으니 억울함을 안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심서준은 의자에 기댄 채 떠나가는 사옥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부하에게 눈짓했다.그의 뜻을 알아들은 부하는 조용히 사옥현의 뒤를 따라갔다.점심 때가 되어 돌아온 부하가 심서준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사옥현은 최근에 저택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당직방에 머물렀다고 했다.부하는 작은 소리로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갔다.“듣기로 사 시정은 어젯밤에 술에 잔뜩 취해 돌아왔다고 하는데 아마 집안일로 상심이 큰 모양입니다.”심서준은 손에 든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그래? 집안일이라고?”경성 곳곳에는 도찰원의 눈과 귀가 있었다. 동사방, 병마사, 거리 곳곳, 금의군까지, 도찰원 세력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니 마음먹고 사옥현에 대해 알아보는 건 심서준에게 일도 아니었다.문무백관을 감시하는 역할인 도찰원은 경성의 곳곳에 그물망처럼 세력이 분포되어 있었다.“사 시정은 평소에 술을 잘 안 마시는 사람인데 어젯밤에는 거의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마셨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서는 헛소리를 지껄였는데 시정 부인과 다툰 것 같기도 하고… 술 취한 채로 부인의 이름을 부르더랍니다. 이 일로 대리시 내부에서는 사 시정이 부인을 참으로 연모한다고 소문이 났더군요.”심서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부하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저희 쪽 첩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 시정이 최근 들어 잔뜩 풀이 죽어 있는 이유가 부인께서 그에게 화리를 제기한 일 때문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 시정은 이 일로 당황하여 친우를 찾아가 고민을 토로했답니다.”심서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한편, 계연수는 그림을 안고 포산루에 당도했다가 장 선생의 방에 앉아 있는 심서준과 마주쳤다.그와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계연수는 바짝 긴장했다.그는 조용히 앉아 장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장 선생은 한창 그림을 펼치고 공손한 태도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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