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현의 목소리는 강한 상심에 떨리고 있었다.그가 노부인 앞에서 이렇게 상심한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사씨 노부인은 비통한 눈으로 눈물을 짓고 있는 손자를 바라보며 탄식했다.“3년이 흘렀다. 이제 와서 연수의 중요함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이미 늦지 않았니?”“이명유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순수한 아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너는 그 아이를 편애하며 매사에 그 아이의 말만 들었으니 이제 와서 이 할미가 무슨 수로 널 도와준단 말이니?”“난 연수의 부탁을 허락했다. 생신연회가 지나서 연수가 굳이 떠난다고 하면 내가 무슨 수로 그 아이를 말리겠어?”사옥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손에 든 비녀의 뾰족한 끝이 손바닥을 찔러 피가 나는데도 그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제발요… 할머니….”노부인은 피를 뚝뚝 흘리는 손자를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사람은 늘 떠난 후에 소중하는 아는 법. 이미 멀어졌는데 되돌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한편, 밖으로 나온 계연수는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용춘과 함께 걸었다.그녀는 돌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에 흩날리는 흰눈을 바라보았다.차가운 눈이 얼굴에 내려앉자, 치솟았던 역겨움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노부인의 말을 통해 그녀는 알게 되었다. 아무리 노부인이 그녀를 아껴주고 잘해줬다지만,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니, 사옥현을 두둔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노부인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용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서 물었다.“작은 마님, 왜 그러십니까?”계연수는 어두운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이날밤, 그녀는 서재의 문을 단단히 잠그고 용춘과 함께 침상에 누워 잠들었다.처소로 돌아온 사옥현은 안채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보고 뒤편의 별채로 갔다. 문이 잠겨 있자, 그는 한참이나 계연수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