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을 지나치니 침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가 보였다.고씨는 방 안에서 양털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병색이 만면한데도 여전히 용모가 아름다웠고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지만 일거수일투족이 여전히 우아했다.계연수는 조용히 침상으로 걸어갔다.그녀를 본 고씨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몸을 약간 일으켜 앉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정한 눈길로 계연수를 아래위로 꼼꼼히 훑어보았다.최상급 옥비녀에 비싼 비단옷, 그리고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도 색채가 아주 좋았다.고씨는 이에 안심했다. 밖에서 무어라 말하든, 두 형수가 면전에서 딸이 시댁에서 잘 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빈정대든, 그녀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오직 딸이 하는 말만을 믿었다.고씨는 계연수의 손을 꼭 잡고 입을 열었다.“네 외할머니와 숙모들을 뵙고 오는 길이니?”계연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예, 안심하세요.”고씨의 표정에 약간의 울적함이 스쳤다.“네 숙모들은 네가 어릴 때부터 너를 귀여워하셨지만, 이제는 많이 다르구나. 너는 신경 쓰지 말거라.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네가 잘 되길 바라지 않겠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계연수는 미소를 머금고 어머니에게 말했다.“다 알고 있습니다. 마음 상한 적 없어요.”고씨는 딸의 미소를 보며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계연수의 손을 토닥이며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난 괜찮으니 앞으로는 나 보러 일부러 오지 않아도 된다.”말을 마친 고씨는 손을 뻗어 계연수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정리해 주었다. “요즘 네 사촌 오라버니 일도 아직 결론이 안 났고 네 어려움도 알지만, 한 집안 식구들이니 네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주렴.”“내 걱정은 할 것 없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네가 걱정스러워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진작에 네 아버지를 따라갔을 게야.”“지금 네게 중요한 일은 어서 사위와의 아이를 배는 것이야. 젊은 나이에 출세한 사람이니, 늦도록 아이를 못 가지면 지금은 첩을 들이지 않아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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