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사극 로맨스 / 주문춘귀 / Capítulo 51 - Capítulo 60

Todos os capítulos de 주문춘귀: Capítulo 51 - Capítulo 60

148 Capítulos

제51화

임씨는 사옥현이 계연수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돌아가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문득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이 일도 잘 이야기해 두거라. 그 아이가 더는 헛된 기대를 품지 않도록 말이다!”사옥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드물게도 계연수의 일로 인해 긴장이 감돌았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오늘 밤의 눈은 유난히도 거셌다. 그날 밤보다도 더 많이 쏟아지는 듯, 찬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수행인이 우산을 받쳐 눈을 막아 주었지만 사옥현은 그대로 눈밭 속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다 문득, 그날 밤 마차에 갇혀 있던 계연수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사실 그날, 계연수는 애초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었기에, 그녀가 겪은 모든 어긋남은 마치 그날 돌아온 이후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사옥현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계연수가 여전히 그날의 일로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면 이번에 매형을 통해 그녀의 사촌을 돕는 것으로 그 빚을 갚는 셈 치면 될 것이다.한편, 계연수는 자신의 뜰로 돌아왔다. 대문 앞을 지키던 장씨 어멈이 곁에 붙어 사옥현이 다녀갔다가 임씨에게 불려간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러고는 사금희가 아직 저택에 있는데 들러 인사를 할건지도 물었다.예전 같으면 예를 잃지 않기 위해, 계연수는 늘 시금희가 오면 함께 자리를 지켰다. 계연수는 사옥현이 불려간 이유를 알았다. 오늘 외숙모가 다녀간 일에 대한 이야기일 터였다.사씨 집안에서는 중요한 일을 논할 때, 늘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 내색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외부인으로 대한다는 느낌은 분명히 전해졌다.계연수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 찾아갈 뜻은 없었다.그러다 잠시 멈칫하고는 장씨 어멈에게 물었다.“오후에 나으리 서재로 보내라던 물건은 잘 전달했느냐?”장씨 어멈이 곧바로 대답했다.“문 앞을 지키던 래원에게 전해 주어 나으리 책상 위에 올려두겠다고 했습니다.”래원은 사옥현의 앞마당 서재를 전담해 시중드는 하인이었다.
Ler mais

제52화

계연수는 사옥현을 보는 순간, 미세하게 걸음을 멈췄다. 오늘 밤에는 그를 마주치지 못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연말이 되면 그는 늘 분주해, 거의 주실에 머무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명유가 자주 그의 서재를 드나들었으니 지금쯤 그는 서재에서 이명유를 기다리고 있어야 마땅했다.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해도 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가 그녀에게 할 말이 없었고 지금은 그녀 또한 그에게 건넬 말이 없었다.계연수는 옆의 나한탑에 가 앉았다. 용춘과 다른 한 명의 시녀가 그녀의 뒤에 서서 젖은 긴 머리를 조심스레 닦아 주었고 계연수는 손에 온수로 데운 손난로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곧 뒤채로 가야 했기에 옷차림도 단정히 갖춘 상태였다.그녀는 사옥현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탁자 위에 놓인 바둑판만 바라보았다. 이 주실은 본래 사옥현이 좀처럼 찾지 않는 곳이었기에 대개는 그녀 혼자 머무는 방이었다.계연수는 평소 뜰을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소일거리로 늘 혼자 바둑을 두곤 했다. 그래서 탁자 위에는 언제나 미완의 바둑판이 놓여 있었다.예전에 사옥현이 돌아오면, 그에게 함께 바둑을 두자고 권한 적도 있었으나 그는 단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었다. 두어 번 권하고 난 후 그녀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지금에 와서는 이 바둑판이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적어도 이 어색한 침묵을 조금은 누그러뜨려 주었으니까.사옥현은 말없이 한참 동안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등불 아래에서 희고 가는 그녀의 손가락이 바둑판 위에 얹혀 있었다. 머리칼은 폭포처럼 흘러내렸고 내리깐 눈매는 쓸쓸했으며, 옆얼굴은 고요하고도 온화했다. 그 속에는 은근히 풀리지 않는 여운 같은 요염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향기가 번지는 나른한 봄날처럼, 어깨 위로 흘러내린 한 올의 머리칼조차 사람의 상상을 자극할 만큼이었다.예전에 사옥현은 계연수의 이런 부드러운 용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쉽게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얼굴이었다.방 안
Ler mais

제53화

말을 잇던 계연수는 잠시 멈추어 사옥현을 바라보았다.“제 사촌의 일은 어떤 결론이 나든 나으리와 사씨 가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누가 잘못했느니, 누가 부족했느니 언급할 일도 아니고요.”분명 그가 바라던, 이성적이고 분별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사옥현은 그 순간,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숨이 막혔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계연수가 울거나 매달리며 소란을 피워 주기를 바랐다. 이렇게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잔잔하기만 한 표정을 짓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나았으니까.사옥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매형에게 이야기해서 가능한 한 네 사촌을 바로 빼내도록 해 보겠다.”계연수는 잠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사옥현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 일에… 굳이 나으리나 사씨 가문이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그리고 입술을 살짝 다문 뒤,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처음부터 나으리께 말씀드릴 생각도 없었어요. 그러니 괜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사옥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그녀가 이미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어쩌면 그는 지금껏 계연수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계연수는 사옥현이 더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는 이런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메말라 있었고 무거웠다. 마치 그녀가 사씨 가문에 남아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면 맞이할 인생처럼.그녀가 계속 이곳을 고집한다면 앞으로 큰 억울함도 없고 하늘을 찌르는 원통함도 없지만 단 한 번도 기쁘지는 않은 삶을 살아야 할 것이었다.계연수는 찻잔을 내려놓고 물었다.“나으리께서는 오늘 서재에 다녀오셨나요?”사옥현은 계연수를 똑바로 바라보았지만 계연수는
Ler mais

제54화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계연수는 얼떨결에 고개를 들어 사옥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미간을 깊이 찌푸리고 있었다.“이혼은 네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말을 마친 사옥현은 냉랭한 얼굴로 계연수를 내려다보았다.“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너는 여전히 내 부인이다. 이 일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생각해 보거라.”그 말만 남긴 채, 사옥현은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걸음은 몹시 급했고 발을 들춘 장막이 크게 흔들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바깥에서는 어멈이 무언가를 묻는 소리가 잠깐 들렸으나 이내 조용해졌다.계연수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해야 할 말은 이미 모두 전했다. 사옥현이 어째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바라는 결말만큼은 결코 거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주실에 더 머무르지 않고 뒤채로 돌아가 편지를 썼다. 이튿날 새벽, 외숙모에게 곧장 전해 달라는 당부를 함께 적었다.한편 사옥현은 서재로 들어서자마자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종이를 보았다. 안순은 글자를 읽지 못해 그것이 작은 마님이 아침 일찍 전해 둔 것이라고만 전했다.사옥현은 사람들을 물리고 고개를 숙여 가지런히 놓인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 선명하게 적힌 두 글자, ‘이혼’이 그의 눈을 찔렀다.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계연수는 이토록 완강하게 이혼을 원하고 있는지. 자신이 대체 무엇을 그렇게까지 잘못했는지를 말이다. 이명유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그 역시 이미 말해 두지 않았던가? 내년 봄이면 이명유의 혼처를 정해 주겠다고. 그럼에도 그녀는 무엇이 불만이란 말인가?가슴속에서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치밀어 올라 사옥현은 책상 위의 이혼서를 구겨 쥐어 바닥에 내던졌다.그녀의 곁에는 이미 남은 혈육도 많지 않았다. 이혼 뒤에 그녀가 얼마나 험한 길을 걷게 될지,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혼서를 그의 앞에 내
Ler mais

제55화

심서준은 심씨 부인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얻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심씨 부인의 애정은 남달랐지만 정작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다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냉담한 성정을 타고난 것일까? 혹시 자신이 날마다 불전에 아이를 달라 기도한 탓에 부처가 속세의 온기와는 담을 쌓은, 맑고 차가운 불자를 내려 준 것은 아닐까?심씨 부인은 한숨을 쉬었다. 이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오래전부터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에 손주 한 번 안아 보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바람일 뿐이었다.문간을 지키는 이에게서 지난밤 한 여인이 아들을 찾아왔고 아들이 그 여인을 안으로 들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씨 부인의 마음은 오히려 기뻤다.이런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어떤 사정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녀가 나서서 혼담을 올리면 될 일이었으니 서둘러서라도 반드시 체면을 갖춰 며느리로 맞아들이면 그만이었다.심서준은 어머니가 이 일을 알게 된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집 앞을 지나가는 암고양이 한 마리에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셨으니.그는 다소 간결하게 말했다.“어머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 여인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심씨 부인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심서준을 바라보며 나무랐다.“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아가씨가 밤중에 너를 찾아왔고 너도 만났으면서 어찌하여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냐? 만나 주었다는 건 너도 마음이 있다는 뜻 아니더냐? 헌데 어째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서준이 담담하게 말을 끊었다.“어머니, 저와 그 여인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방을 나섰다. 심씨 부인이 아무리 불러도 멈추지 않았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심씨 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곁의 어멈에게 말했다.“예전에 그 아이가 어렸을 때, 계
Ler mais

제56화

계연수는 그날 아침에도 시어머니 처소로 향하지 않았다.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며칠째 약을 먹은 덕에 몸은 많이 나아졌고 기침도 잦아들었다.정오 무렵, 고준의 집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고준이 북진부사에서 이미 풀려났으니 더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둘째 외숙모 역시 따로 글을 보내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사촌 오라버니의 부상이 심해 직접 찾아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계연수는 심서준이 이렇게나 빨리 사람을 풀어 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내 그의 지금 위치라면 이정도 일은 굳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사옥현은 오전 내내 망설이다가 결국 계연수의 일로 드물게 매형 로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로원은 이미 아침 일찍 고준을 풀어주었다고 말했다.사옥현은 잠시 말을 잃고 이유를 물었다.로원은 그를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다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고준이라는 사람, 뒤에 큰 뒷배가 있더구나.”사옥현은 미간을 좁혔다.“지금의 고씨 집안에 무슨 뒷배가 있겠습니까?”로원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나도 모르겠다. 사실 이 일 때문에 자칫하면 나까지 곤란해질 뻔했어.”그는 심 후작에게 불려 도찰원 관아로 갔던 일을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꽤 많더구나. 좌도어사가 내 수하의 하급 관리가 처리한 자잘한 일에까지 눈길을 줄 리 없는데... 게다가 그 사람은 고준을 알고 있더구나. 그 사람 출신을 생각해 봐. 주변이 온통 황실 인척과 명문 귀족들뿐일 텐데 어찌 그런 사람이 고준 같은 이를 눈여겨보겠느냐? 고준은 고작 국자감 음감일 뿐이다. 성적이 뛰어나다 한들 심 후작이 직접 사건을 거론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야. 그의 일을 핑계 삼아 나를 찍어 누르려 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그 의도가 그것뿐만은 아닌 듯 하단 말이지...”사옥현이 물었다.“헌데 왜 끝내 풀어준
Ler mais

제57화

고준이 풀려났다는 말을 듣고 난 후 사옥현은 자신이 어떤 심정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로원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내가 너한테 물었었지. 고준이 아무리 네 처가 쪽 사람이라 해도 연이 있으니 도와줄 거냐고. 헌데 너는 거절했다. 이렇게 돌아보면 참 아이러니해. 뒤에 그런 큰 사람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사옥현은 무릎 위에 올려둔 손끝으로 천천히 두드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는 오후에 도찰원에 한 번 더 가야 하니 먼저 돌아가 준비를 하겠습니다.”로원이 고개를 들었다.“도찰원에는… 무슨 일로?”사옥현이 낮게 답했다.“점점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폐하께서 대리사와 도찰원이 함께 형부의 지난 몇 년 치 강도와 절도 사건들을 재검토하라 명하셨습니다. 두 달 전부터 진행된 일이고 제가 그 일을 맡았지요. 사건 기록 또한 이미 정리됐으니, 오늘 오후에 좌도어사 대인께 먼저 보여 드린 뒤, 이상이 없으면 상주할 예정입니다.”로원은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옥현은 그렇게 먼저 자리를 떴다.그날 오후, 도찰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사옥현은 이유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 대리사와 도찰원은 사건으로 종종 왕래가 있었지만 도찰원의 당상관을 직접 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가 도찰원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함께 형부 사건을 점검하던 감찰어사 유 대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심 대인께서는 아직 어서재에서 쉬고 계시다고 하니 함께 이당 외문에서 기다리시지요.”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유 대인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역시 사 대인께서는 복이 많으십니다. 꽃처럼 고운 정실부인을 두셨는데 곁에는 또 대인의 말을 이해해 주고 감정을 받아주는 여인이 있으니 말입니다. 이른바 제인의 복을 다 누리시는 분은 사 대인밖에 없겠지요.”사옥현은 그 말에 즉시 얼굴을 굳혔다.“유 대인, 그런 말씀은 삼켜 주십시오. 저는 부인 하나 뿐이고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유 대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말했
Ler mais

제58화

사옥현은 자신이 이 도어사 대인을 거스른 적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가슴 한편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이는 걸까?심서준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사옥현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위험한 감정이 느릿하게 일렁이고 있었다.확실히 잘 빚어진 준수한 얼굴이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 곁을 지나갔다. 사옥현은 그제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옆에 있던 유 대인 또한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 방금 전, 심 대인이 뒤에서 얼마나 오래 듣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유 대인은 식은땀을 훔치며 멍하니 서 있는 사옥현을 붙잡고는 서둘러 이당으로 들어갔다.이당에 들어서서야 사옥현은 소문으로만 듣던, 그 지위가 극히 존귀하다는, 좌도어사를 똑바로 보게 되었다.자색 조복을 입은 심서준이 차갑고도 담담한 얼굴로 당상에 앉아 있었다. 그 곁에는 어사 부관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 또한 화려하면서도 인정사정없는 냉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속세의 감정이 닿지 않는 차가운 불상 같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만큼 높고 멀게 느껴졌다.사옥현은 감히 오래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거두었다.정오 무렵 매형 로원이 했던 말이 떠오르며 이런 신분의 인물이 어찌 고준 같은 인물을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어사 부관이 사옥현에게 서류를 올리라고 하자 그는 그제야 꿈에서 깬 사람처럼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권책을 바쳐 올렸다.심서준의 시선이 사옥현 위에 머물렀다.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담담한 눈빛이었지만 단 한 번 더 머문 그 시선만으로도 사옥현은 숨이 막히는 압박을 느꼈다.권책은 부관을 통해 심서준 앞에 놓였고 사옥현은 한쪽에 서서 언제든 질문이 떨어질 순간만을 기다렸다.이번에 점검하는 강도 사건과 절도 사건들은 대부분 수사가 막히거나 증거가 부족해 미제로 남은 것들이었다. 이들이 살피는 것은 부당하게 석방된 사례는 없는지, 추적을 중단한 경우는 없는지, 상습 절도범
Ler mais

제59화

이쯤 되자 좌도어사의 질문에 사옥현은 오히려 더 대답하기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모른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책임을 묻는 상소가 올라갈 터였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하관이 사건을 담당했던 관리들을 직접 찾아 확인한 바 모두 무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그 이후로 누구도 도적을 본 적이 없으니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여겼습니다.”심서준은 담담한 눈으로 허리를 굽힌 채 서 있는 사옥현을 내려다보았다. 시선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이마에는 잔땀이 맺혀 있었다. 조금만 더 압박을 가하면 금세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이 사람은 계연수가 한때 마음을 두었던 남자였는데, 지금은 그녀의 부군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여인을 위해 그녀를 눈 속에 버려두지 않았었나?심서준은 생각했다. 도대체 그녀는 이 사람의 무엇을 좋아했던 걸까?고준의 일처럼 사소한 것조차 그녀는 곁에 누운 남자에게는 부탁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에게까지 손을 뻗어야 했다.심서준의 입가에 옅은 조소가 스쳤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사옥현 시정이 본 사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본관은 일단 이를 보류하겠네. 다만 엄밀을 기하기 위해 본관은 사람을 보내 석림현에서 다시 이 사건을 조사할 것이네. 조사 결과가 정말 그대의 판단과 같다면 본관이 이를 그대로 폐하께 아뢰어 시정이 사건을 잘 살폈다는 공도 함께 보고할 것이네. 그러면 장차 앞날이 밝을 테지.”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옥현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이 사건은 총 여섯 명이 죽은 중대한 사건이었다.증거도 없고 증언자는 이미 죽었으며 진위를 가릴 방법조차 없는…그래서 미제로 두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것이다.그런데 심서준이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자, 마치 목에 칼을 매달아 둔 듯한 기분이었다.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조여 왔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반박할 용기는 없었다.사옥현 곁에 서 있던 유 어
Ler mais

제60화

도찰원 안에서 좌도어사 대인이 얼마나 엄격한 인물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는 부하들을 다스리는 데도 한 치의 느슨함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가 여색을 멀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영향으로 도찰원 전체가 함께 몸과 마음을 단속해야 했다. 첩 하나 들이는 일조차도 모두가 숨죽이며 조심스럽게 굴어야 했고, 혹여라도 당상 대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사람들은 늘 눈치를 살폈다.유 어사는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감히 한 마디도 대들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무릎을 꿇으며 잘못을 인정했다.심서준은 앞에 엎드린 유 어사를 한 번 힐끗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계연수의 일이 본디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녀는 이미 사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몸인데.다만, 문득 그 부드럽고 쉽게 상처받을 성정이 떠올랐다.심서준은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르며 생각을 끊어냈다. 손짓으로 유 어사를 물러나게 한 뒤, 측근인 첨도어사 왕정을 불러들였다.석림현의 사건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고 그 속에 숨겨진 내막은 결코 작지 않을 터였다.여섯 명이 죽은 사건이라면 본래 주부 천주에 보고되고 나아가 양광도독부까지 올라갔어야 마땅했지만 도독부(都督府: 지방 행정과 군사 통치를 담당한 최고 관청)조차 자세히 살피지 않은 채 형부로 넘겨졌고, 형부는 다시 이를 미제로 정리했다.사건이 단계마다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이를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심서준은 이 사건을 왕정에게 맡기며 그에게 천주로 내려가 순안하며 사건의 끝을 확실히 매듭지으라 명했다.그날 오전, 계연수는 정원에서 바람을 쐬다 또다시 이명유와 마주쳤다. 피하려 했지만 이명유가 먼저 다가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을 걸었다.“요즘 오라버니께서 서재에서만 지내시고 언니와는 함께 지내지 않으신다던데. 많이 속상하겠어?”음울한 하늘 아래, 차가운 기운이 가득 퍼져 있었다.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드러나 겨울의 쓸쓸함을 더했다.계연수는 소매 안으로 손을 모으고 은여우 털이 둘린 풍모
Ler mais
ANTERIOR
1
...
45678
...
15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