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준은 황후의 말을 듣고 아무 말이 없이 탁자 건너편에 앉았다.고화한 얼굴은 잘 다듬어진 조각처럼 고요했고 속세의 먼지가 닿지 않는 사람처럼 눈길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심 황후는 이미 이 동생의 과묵한 성정을 익히 알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원래 대화가 많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심서준이 태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스무 살이었기에, 현 황제에게 시집온 지도 삼 년이나 지난 상태였다. 혼인한 뒤에는 친정에 자주 드나들 수도 없었으니 자연스레 남매가 나누는 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그럼에도 피는 피였다. 그는 그녀의 친동생이었고 그녀는 늘 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더구나 심가의 대를 잇는 일 또한 결국 그의 몫이었으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심 황후는 더는 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림을 집어 들고 그것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 그림, 참으로 잘 그렸구나. 필치가 노련하며, 형상과 기운이 함께 살아 있다. 구도도 단정하고 준법은 많지 않은데도 골짜기와 바위가 깊어 보여. 석란거사가 여인이었다니 누가 짐작이나 했겠느냐?”말을 마치며 심 황후는 조용히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준아,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창밖의 빛이 그의 옆얼굴에 스며들어 반은 밝고 반은 어두운 음영을 만들었다. 심서준은 황후를 보지 않은 채, 거의 냉담하다 싶을 만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심 황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녀는 그림을 말아 옆에 내려놓고는, 목소리를 한결 단단하게 가다듬었다.“준아, 지금의 심가와 네가 가진 신분이라면 네가 장차 어떤 여인을 맞이하든 본궁은 개의치 않는다. 네가 누구를 좋아하든 상관없어. 다만 단 하나, 이미 남의 부인이 된 여인만은 안 된다.”심서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두르지도,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은 채였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심 황후를 바라보았다.“황후 마마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그것뿐이십니까?”잠시 말을 끊고 그는 차분히 덧붙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