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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춘귀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721 챕터

제661화

궁인들은 명을 받자마자 황급히 물러났다.손보경과 봉녕군주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안색이 미묘하게 굳어졌다.손보경은 태후의 등을 조심스레 쓸어주다가 문득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제만 해도 자신이 심서준 앞에서 그를 도울 수 있다며 당당하게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우스운 꼴일 뿐이었다.심서준의 눈에 자신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광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감히 그와 조건을 논하려 하다니. 애초에 그는 자신 같은 사람의 도움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다.그 생각에 이르자 손끝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계연수는 곧 사람들에게 이끌려 들어왔다.태후는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눌러 삼킨 채 아래에 선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이는 모습을 보고서야, 어젯밤 심서준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해 계연수에게 화풀이하듯 밤새 잠도 재우지 않았던 일이 떠올랐다.태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굳은 표정을 애써 풀어냈다. 그러고는 여전히 위엄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고생이 많았구나. 불상 그림은 이미 대사를 불러 새로 그리게 하였으니, 너는 이만 돌아가 보거라. 네 수고를 생각해 특별히 보련도 내리겠다.”계연수는 곧 공손히 몸을 굽혀 은혜에 감사를 올렸다.태후는 차갑게 계연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그 얼굴조차 더 보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한마디를 덧붙였다.“돌아가 심서준에게 전하거라. 무슨 일이든 적당히 물러설 줄 알아야 하는 법이라고. 괜히 끝장을 보겠다고 나섰다간 결국 누구 하나 온전히 남지 못할 것이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숙여 조용히 대답했다.“명심하겠습니다.”태후는 손을 내저으며 물러가라 했다.계연수는 숨을 죽인 채 자녕궁을 빠져나왔다. 궁문을 완전히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길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그 순간, 멀리 한 대의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바람에 흔들리는 관복 자락 아래, 높고 곧은 그림자.어릴 적 그녀가 올려다보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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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심서준은 고개를 내려 계연수를 바라보았다.그 질문이 어쩐지 안쓰럽고도 답답해,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그가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밤새 그는 오늘 조정에서 벌어질 탄핵에 대비하고 있었다. 영청 후작부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태후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았다.계연수가 태후에게 불려 입궁했을 때에도, 겉으로는 그녀가 무사히 돌아올 거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은 끝없이 그녀에게 가 있었다.심서준은 손을 들어 계연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손끝이 붉게 달아오른 눈가에 머물렀다.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당연히 걱정했지.”사실 계연수 자신도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어쩌면 심서준이 자신을 걱정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늘 차갑고 고요한 얼굴이 아닌, 조금은 다른 감정을.하지만 지금도 그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할 뿐, 무엇 하나 읽어낼 수 없었다.그럼에도 눈가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따뜻했고, 깃털처럼 부드럽게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어쩌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계연수는 그제야 안심이 되어 괜스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그녀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다시 심서준의 가슴께로 얼굴을 파묻었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태후 마마께서 뭘 하신 건 아니에요. 그냥 밤새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셔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지금은 좀 졸려요……”심서준은 계연수를 더욱 깊게 품 안으로 끌어안고, 천천히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그는 느낄 수 있었다.계연수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힘겹게 참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먼저 입 밖으로 내는 법이 없었다.언제나 얌전하고 순순한 사람. 그 점이야말로 심서준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었다.그런데도 그녀가 요즘 겪는 모든 일은 결국 자신 때문이었다.심서준은 말없이 몸을 숙여 계연수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품 안에서 전해지는 얕은 숨결과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의 목소리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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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하지만 오늘, 계연수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겼던 순간만큼은 달랐다.그녀를 끌어안고 붉게 젖은 눈가를 바라보는 찰나, 심서준은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녀를 감싸 안은 손끝마저 미세하게 떨릴 정도였다.적막하고 싸늘하기만 하던 이 방 안에 다시 계연수의 그림자가 머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을 메우지 못하던 공허함도 비로소 채워졌다.그 벅차오르는 감정은, 이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심서준이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의 사람은 어느새 얼굴에 다시 옅은 혈색이 돌고 있었고 눈동자엔 촉촉한 물빛이 어른거렸다.그 모습이 심서준을 더욱 깊이 붙들었다.이 순간에 잠겨, 곁에 남아 있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지만, 지금은 떠나야만 했다.심서준은 엄지로 계연수 눈가의 눈물을 천천히 닦아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푹 자거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내가 있지 않느냐. 밖에는 네가 몸이 좋지 않다고 둘러둘 테니, 당분간은 뜰 안에서만 지내거라.”그는 다시 그녀의 입술 위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깊은 눈빛으로 계연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먼저 가보겠다.”그 말을 끝으로 심서준은 곧장 몸을 일으켰다.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 그대로 방을 나섰다.계연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거칠고 사납게 자신을 몰아붙였으면서, 그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늘 그랬던 것처럼 훌쩍 떠나버렸다.계연수는 지금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다만 심서준이 앞으로 며칠 동안 무척 바빠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태후를 움직여 자신을 궁에서 나오게 했으니, 분명 뒤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일 터였다.그녀는 무심코 손을 뻗어 그의 소매 끝이라도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손끝만 허공에서 머뭇거리다 천천히 거두어들였다.입술은 심서준에게 세게 물린 탓에 아직도 얼얼하게 아파왔다.계연수는 손으로 입술을 가만히 감쌌다. 손끝에는 아직도 심서준의 체향이 배어 있었다.그러자 방금 전 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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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계연수는 누군가 제 옷을 천천히 벗기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아직 정신은 몽롱했지만,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원래도 몹시 피곤했던 터라, 도무지 몸을 움직여 맞춰줄 기운이 나지 않았다.그동안은 심서준의 강한 기세에 밀려 마지못해 응하는 때가 많았지만, 오늘은 겨우 잠이 든 탓에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게다가 늘 만족한 뒤면 미련 없이 몸을 빼던 심서준의 모습이 떠오르자 괜스레 심술도 치밀었다.계연수는 문득 더 이상 이렇게 밤마다 그에게 맞춰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마음이 고개를 들자, 심서준이 다시 그녀의 속적삼 끈을 풀려던 순간, 계연수가 낮게 입을 열었다.“싫어요. 저 졸려요. 내일 일찍 안 하면 될까요…”심서준의 손길이 순간 멈췄다. 이미 잠든 줄 알았던 사람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해 올 줄은 몰랐다.그는 손을 뻗어 계연수를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이미 그녀의 옷은 반쯤 흐트러져 있었고, 목에 걸린 가는 끈도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느슨했다. 희미하게 드러난 가슴선에 심서준의 숨결도 한층 깊어졌다.하지만 다시 바라본 계연수의 얼굴은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반쯤 감긴 눈은 나른한 고양이 같았고, 고개는 옆으로 돌려버렸다. 정말 싫다는 듯한 기색이 선명했다.심서준은 침상 위에서 다정한 말을 능숙하게 건네는 사람이 아니었다.지금도 온몸은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였다.그는 계연수의 몸을 다시 제게 끌어당기며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연수야… 난 하고 싶어.”계연수는 멍한 눈으로 심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아직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머릿속에서도 한 가지 생각만은 분명했다.그가 원한다고 해서 자신이 늘 응해야 하는 걸까.요즘 심서준은 마치 굶주리다 처음 맛을 본 짐승 같았다. 계연수는 그동안 그의 거칠고 강한 성정을 어떻게든 참아왔지만,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의 상태 정도는 살펴주었으면 했다.태후 곁에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고, 지금은 한밤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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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계연수의 몸은 거의 심서준의 손에 눌려 움직이지 못했다.눈물은 끊임없이 베개 위로 떨어졌고, 그녀는 얼굴을 베갯속에 파묻은 채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든 소리를 삼켰다.하지만 심서준은 다시 그녀의 턱을 붙들어 입을 맞춰왔다. 빽빽하게 쏟아지는 입맞춤은 계연수에게 조금의 저항할 틈도 주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젖은 기색조차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채,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좋아하냐고 물어왔다.계연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도 심서준의 큰 몸은 여전히 그녀 위를 단단히 덮고 있었다.다만 그는 아직 잠든 상태였고, 길게 뻗은 팔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꽉 감싼 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휘장 안은 짙은 온기로 가득했다.뒤섞인 체향 사이로 욕정이 지나간 뒤 남은 뜨거운 열기와 잔향이 희미하게 감돌았다.깊이 잠든 심서준의 몸은 무거웠다.계연수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눈만 뜨고 그가 깨어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한참 뒤, 밖에서 조심스레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그녀를 안고 있던 사람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그 순간 계연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심서준이 몸을 일으키자 비단 이불이 두 사람 위에서 미끄러져 내렸다.붉은 자국으로 가득 물든 계연수의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녀는 심서준에 의해 옷이 모두 벗겨진 채였다.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심서준은 원래부터 계연수와 피부를 맞댄 감촉을 유난히 좋아했다.계연수가 늘 부끄럽다며 싫다고 말해도, 그는 한 번도 완전히 그녀의 뜻대로 해준 적은 없었다.지금도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옥처럼 흰 피부 위에 남겨진 붉은 자국들은 묘하게 사람 마음을 흔들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얼굴은 창백하면서도 지쳐 보여 더욱 가련하고 아름다웠다.심서준은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다시 몸을 숙여 그녀 어깨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가볍게 깨물었다. 이어 천천히 아래로 입을 맞춰 내려갔다.그의 움직임은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붉게 남은 흔적들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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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최씨는 계연수가 손짓하는 걸 보자 얼른 웃음을 띠고 다가왔다.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어머님한테서 숙모께서 편찮으시단 얘기 듣고 찾아왔어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니 이야기라도 나누면 덜 답답하실까 싶어서요.”그녀는 말을 하며 상자 안에서 해열탕 하나를 꺼내 계연수 앞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이건 제가 직접 끓였어요. 국화랑 인동화, 연교에 생석고랑 노근, 박하에 배까지 넣어서 달인 겁니다. 예전에 부군께서 감기에 걸리셨을 때 이걸 드시고 금세 나으셨어요.”계연수는 눈앞으로 밀려온 탕을 내려다보았다.은은한 약향이 퍼졌다.최씨는 내내 그녀 눈치를 살피며 살갑게 굴고 있었지만, 계연수 역시 적당히 맞춰주고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한 모금 천천히 마셨다.최씨는 계연수 반응을 몹시 신경 쓰고 있었다.시어머니에게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계연수와 가까워져야 한다는 말을 단단히 들은 탓이었다.계연수가 겨우 한 입 마시자마자 최씨는 급히 물었다.“감초를 조금 넣긴 했는데, 많이 쓰진 않으십니까?”계연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다.”그 말에 최씨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직접 만든 과자까지 꺼내 계연수에게 권했다.계연수는 뜻밖에도 최씨의 솜씨가 제법 좋다는 걸 깨달았다.과자 역시 꽤 맛이 있었다.그녀는 과자를 한 조각 더 집어 들며 물었다.“평소에도 자주 만드는 것이냐?”최씨는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었다.“원래는 저도 잘 못했어요. 헌데 어머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시니까 열심히 배웠죠. 지금은 어머님 방이든 부군께서 계신 곳이든, 올라가는 다과는 거의 다 제가 만들어요. 가끔은 노부인께도 보내드리고요.”“그럼 평소 한가한 시간은 거의 이런 데 다 쓰는 것이냐?”최씨는 웃으며 대답했다.“며느리로 살고 부인으로 산다는 게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어머님과 부군께서 좋아해 주시면 저도 기쁜걸요.”계연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손에 든 전병을 한 입 베어 물었지만, 갑자기 아무 맛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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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최씨는 애초부터 계연수와 가까워질 생각으로 온 참이었다.게다가 여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마음을 트는지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계연수의 어깨를 주무르며 자연스럽게 심정민의 소실 이야기를 꺼냈다.말투에는 은근한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복아를 낳은 뒤부터 심정민이 점점 자신의 몸을 꺼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거의 그녀의 처소를 찾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였다.거기에 소실은 그녀 앞에서 대놓고 기세를 부리는데도, 심정민은 그런 일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시어머니께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건 자신이 못난 탓이라는 핀잔뿐이었다.결국에는 속 끓는 일만 한가득이라는 말이었다.계연수는 무심코 심정민 방에 소실이 몇이나 있느냐 물었고, 그 말에 최씨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지금은 둘이라고 했다.하나는 자신이 복아를 가졌을 때 곁에 두고 쓰던 시녀를 들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를 낳은 뒤 새로 맞아들인 소실이었다.계연수 기억 속에서 심정민과 최씨가 혼인한 건 겨우 이 년 남짓이었다.그런데 벌써 소실이 둘이라니, 그녀로선 조금 뜻밖이었다.물론 이런 일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혼인 전부터 통방 시녀를 두는 경우도 흔했으니까.그렇게 생각하니 심서준은 오히려 무척 몸가짐이 단정한 편이었다.뜰 안 시녀들 역시 하나같이 규율이 엄격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큰방 일이니 계연수가 함부로 말을 얹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최씨 손을 살며시 붙잡으며 그만 주무르라고 말하려 했다.적당히 위로라도 해주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고개를 돌리자 최씨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계연수는 급히 몸을 조금 일으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실이 그렇게 기세를 부리면 네가 다스리면 되지 않느냐. 왜 혼자 참고 속 끓이고 있는 것이냐.”사실 최씨가 처음 이런 속내를 털어놓은 건 계연수와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말을 이어가다 보니, 눌러두었던 서러움까지 진짜로 밀려오기 시작했다.심정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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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계연수는 평소 난초와 옥수처럼 단정하고 고결해 보이던 심정민이 뒤에서는 이런 모습일 줄은 미처 몰랐다.게다가 최씨가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몇 마디 더 위로하게 되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더 깊이 말을 얹을 수도 없었다.백씨 성정이 워낙 강한 것도 사실이었고, 계연수는 어디까지나 몇 마디 달래줄 뿐, 최씨에게 무슨 뾰족한 해결책을 내어줄 입장도 아니었다.무엇보다 최씨는 큰방 사람이었다.괜히 깊이 관여했다가 자신에게 화가 돌아오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계연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했으며, 가늘고 잔잔한 말투는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어루만지는 힘이 있었다.최씨는 멍하니 계연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무리 애써도 계연수를 미워할 수가 없다는 걸.처음에는 분명 목적을 품고 찾아왔다. 시어머니가 시킨 일이기도 했다.하지만 계연수는 원래 사람 마음을 끄는 여자였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향까지 감돌았다.솔직히 지금의 최씨는 진심으로 계연수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고 있었다.최씨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숙부께서는 평소 누구에게나 차갑기만 하시잖아요. 웃는 얼굴도 거의 본 적이 없고요. 헌데 숙모께는 어떠세요? 분명 다르겠죠?”심서준이 자신에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계연수 역시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에게 유난히 다정하거나 자주 웃어주는 건 아니었다.대부분은 여전히 냉랭하고 담담했다.다만 계연수는 이미 그런 심서준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그녀 역시 처음부터 심서준이 자신에게 한없이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일 거라 기대한 적은 없었다.물론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최씨에게 심서준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솔직히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계연수는 그저 담담히 말했다.“어느 집안이든 다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 거지. 완벽한 곳이 어디 있겠느냐.”최씨는 계연수가 자신을 위로하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최씨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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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소씨는 말을 하다 말고 다시 계연수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네가 태후 마마께 붙들려 있었던 일도 다 들으셨다. 그날 바로 궁까지 들어가셨는데 끝내 마음을 돌려세우진 못하셨지.”계연수 마음은 순간 뜨겁게 울렁였다.요즘 들어 승안후부에 올 때마다 마치 진짜 친정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오히려 고부에 있을 때보다 더 마음이 편안했다.물론 세상에 아무 이해관계도 없이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고부에 비하면, 승안후부 사람들의 진심은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대장공주 처소에 도착하자 영경공주는 계연수를 보자마자 얼른 곁으로 불렀다.그러고는 그녀 손을 꼭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계연수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다시 자기 곁에 앉히며 물었다.“요 며칠 조정에서 벌어진 일은 들었느냐?”계연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심서준은 나흘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애초에 그는 예전부터도 조정 이야기를 그녀에게 거의 하지 않았다.지난번 계연수가 물었을 때조차 심서준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었다.영경공주는 계연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최근 며칠간 어사들과 과도관들이 영청 후작부를 탄핵한 일을 들려주었다.영청 후작부의 죄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오래전에 묻혀 있던 사건들까지 줄줄이 다시 파헤쳐졌고, 이번 일은 사실상 영청 후작부에 숨통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수준이었다.지금은 영청 후작부 사람들 전부가 잡혀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계연수는 예전에 손보경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그때 산적 사건 역시 영청 후작부 세자가 벌인 짓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정종현 하나만 상대하는 일인 줄 알았다.그런데 심서준이 영청 후작부 전체를 겨냥할 줄이야.문득 그녀는 생각했다.심서준이 이렇게까지 움직이면 분명 많은 사람의 원한을 사게 될 거라고.태자비는 정종현의 친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황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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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두 사람은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다 소씨는 자연스럽게 자기 시어머니가 평남후부 세자와 진가옥의 혼사를 은근히 떠봤다는 이야기를 꺼냈다.하지만 평남후부 쪽은 끝내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속으로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만 하고 있다는 눈치였다.애초에 평남후부 세자 쪽에 마음이 없는 게 뻔한데도, 진가옥만은 여전히 혼자 열을 올리며 언젠가는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 믿고 있다는 이야기였다.계연수는 사실 지난번부터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그녀는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아가씨께서는 언제부터 세자를 좋아했던 겁니까?”소씨는 웃으며 말했다.“아마 이 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그때 밤에 마차가 사람을 칠 뻔했는데, 세자께서 구해주셨거든.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했고… 그 뒤부터 좋아하게 된 거지.”계연수는 다시 물었다.“그럼 세자 쪽에서는 거절한 적은 없습니까?”소씨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상처 줄까 봐 그러는 건지, 늘 태도는 차갑고 선만 긋는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마음이 없는 게 분명한데… 가옥이만 그걸 모르더라고.”계연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괴로운 법이었다.어쩐지 예전 자신의 모습 같기도 했다.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해내고,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관심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다만 그녀는 비교적 빨리 깨달았다.사옥현과 혼인한 지 이 년째 되던 해에는 이미 마음을 접었으니까.지금 와 생각하면, 너무 쉽게 마음을 열어버리는 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몰랐다.계연수가 돌아간 건 오후 무렵이었다.하지만 심서준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밤이 되자 계연수는 씻고 난 뒤 홑옷 차림으로 서재에 앉아 두 번째 그림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용춘은 옆에서 벼루에 먹을 갈아주며 슬며시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후작께서 며칠째 안 들어오시는데… 부인께선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계연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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