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후작께 보양탕을 끓여 두었는데, 부인께서 직접 가져다드리는 건 어떠실까요?”방 어멈은 계연수와 심서준이 며칠째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참에 핑계를 만들어 한 번쯤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계연수 역시 방 어멈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를 시켰다.그녀는 심서준이 있는 앞마당 쪽으로 향했다. 밤길은 적막했고, 하늘엔 엷은 달빛만 희미하게 떠 있었다. 길가의 나뭇잎은 짙게 우거져 있었고, 그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이런 밤이면 사람 마음도 금세 가라앉는 듯했다. 연못가를 지날 때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물 위를 바라보았다. 잔잔한 수면 위로 달빛이 부서져 반짝이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심서준의 서재 앞에 도착하자 방 어멈이 문 앞의 시종에게 안으로 들어가 전하라 시켰다. 하지만 안에서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이 없었다. 계연수는 밖에서 꽤 오래 기다렸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갔던 시종이 나오며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후작께서 바쁘시니, 먼저 돌아가 계시라 하셨습니다.”계연수는 아직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서재를 바라보았다. 이미 늦은 시각인데도 심서준은 여전히 일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시종에게 조용히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 마치시면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일찍 쉬시라 전하거라.”하인은 급히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계연수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아까 말을 전하러 들어갔을 때도 심서준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얼굴빛 또한 몹시 서늘했다. 그런데 또다시 들어가 말을 전해야 한다니,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서재 안.심서준은 계연수가 그렇게 쉽게 돌아가 버렸다는 사실에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붙잡는 말 한마디조차 없다니. 시종이 전한 말을 듣고서야 그의 냉담한 얼굴 위로 비웃음 같은 기색이 희미하게 스쳤다.방 어멈이 아니었다면, 그 보양탕조차 직접 가져오고 싶지 않았겠지.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권책이 펼쳐져 있었고, 눈앞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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