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은 열 살에 엄마를 잃었고, 18살이 되던 해에는 아빠마저 떠나보냈다.그해, 태안은 분명 다인의 아버지 앞에서 약속했다. 다인을 잘 돌보고 아끼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그런데 겨우 4년이 지났다. 정확히는 다인의 아빠가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안이 변했다. 태안은 다인을 귀찮아했고, 다인의 일에 코웃음을 쳤다. 다인이 뭘 하든 태안은 ‘속셈이 있겠지’이런 생각부터 깔고 봤다.다인은 태안에게 한두 번 말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작가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인이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완성된 집’을 갖고 싶어서라고.다인의 글 속 주인공들은 모두 부모가 살아 있고,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다인은 그런 글을 쓰면서 부모를 떠올렸고, 마음속 소망을 조용히 붙잡아 두었다.그런데 태안은 다인의 이런 바람을 수도 없이 짓밟았다. 다인이 겨우 붙잡고 있던 감정의 자리를 비웃고, 다인의 기댈 사소한 곳마저 일부러 부숴 버렸다.그런 생각이 밀려오자 다인은 숨이 막혔다. 그리고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다인이 태안을 바라보는 눈에는 핏발이 서면서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는 마음으로 태안을 바라봤다.“기태안, 너 진짜 역겨워.”다인의 시선에는 허무함이 섞여 있었다. 더는 기대할 것도, 더는 남길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태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인의 눈에 담긴 감정이 낯설어서 태안은 이유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다인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태안은 목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입술을 떼려고 했지만 결국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다인아, 나...”그때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운전하던 비서가 앞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태안은 병실에 있는 유림을 떠올렸다. 방금 전의 불안은 태안의 머릿속에서 밀려나듯 사라졌고, 무표정하게 문 쪽을 턱짓했다.“가자. 올라가서 유림이한테 제대로 사과해.”다인은 비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같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