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남자 대신, 그의 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놨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100 챕터

제31화

“무슨 일이든, 내가 있잖아.”그 말 한마디에 다인의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면서, 몸에 힘이 솟았다. 따뜻함과 함께... 안전하다는 느낌이 조용히 내려앉았다.다인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망설임도 없이 팔을 들어 시윤을 끌어안았다.“고마워요, 오빠.”다인은 시윤을 꽉 안았다.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울음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몇 년 동안 쌓아 둔 서러움을 전부 쏟아내겠다는 듯 다인은 끅끅 눈물을 쏟았다.시윤의 깊은 눈동자가 잠깐 좁아졌다. 시윤의 눈빛 아래로 마음이 아리면서, 다인을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며칠이 금세 흘렀다.초고를 제출하는 날이 되자, 다인은 다시 회사로 다시 가야 했다. 감독은 원고 속 인물 설정을 두고 몇 가지를 짚었다. 특히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감정 줄다리기를 더 살려 달라고 하면서, 다인이 원고를 손을 봐주길 바랐다.다인은 감독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마지못해 수정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회의가 끝나자 민지가 다인의 팔을 잡고 연신 고맙다고 했다.“야, 그렇게 비싼 핸드폰은 나 진짜 아까워서 못 샀거든. 네 덕분이야. 너는 진짜... 찹쌀떡 같은 복덩이야. 완전 내 행운의 아이콘!”민지는 다인이 명문가 아가씨라는 사실을 예전엔 몰랐다가 지난번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다인의 집안이 단순치 않다는 것, 그리고 다인이 기씨 가문 형제들과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것까지.기씨 가문은 H시 네 개의 큰 가문 중 하나였다.그리고 기씨 가문의 GM그룹은 H시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문 기업이다. 평소엔 연예 기사나 경제 뉴스, 그런 데서나 보던 존재였다.민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대박... 너 진짜 재벌가 딸이었어? 근데 성격은 또 왜 이렇게 괜찮냐.”민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빨리 말해 봐. 너, 기시윤이랑 기태안이랑 무슨 사이야...”다인은 급히 민지 입을 막았다.“야, 목소리 좀 낮춰...”민지는 눈을 깜빡이더니 미친 듯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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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다인의 입에서 ‘결혼 취소’라는 말이 나온 건, 종말 예언만큼이나 터무니없게 들렸다.태안은 잠깐 멈칫하더니,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이런 밀당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네?”태안은 다인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결혼을 취소한다고 하면, 내가 그걸 믿을 줄 알아? 내가 겁먹을 줄 알아?”다인은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태안은 늘 그랬다. 다인이 무슨 말을 하든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태안에게 다인의 말은 늘 거짓말이었다. 태안의 관심을 끌려고 던지는 말쯤으로만 취급했다.“믿든 말든.”다인은 더 얽히기 싫었다. 발길을 돌려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어차피 한 달 뒤 태안의 부모님이 귀국하면 모든 게 드러날 테니까.그런데 태안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왜 도망쳐? 뭐가 그렇게 무서워?”다인이 걸음을 떼기도 전에 태안이 다인의 손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태안의 얼굴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다인을 배려하는 기색도 없었다.“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 오늘은 끝을 봐야겠어. 오늘 무조건 나랑 병원 가서 유림이한테 사과해.”손목이 욱신해서 다인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몸을 비틀었다.“놔. 지금 뭐 하는 건데!”하지만 태안은 작정한 사람 같았다. 다인이 괴로워하는 표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태안은 다인을 끌고 주차 쪽으로 갔고, 그대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다인은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미쳤어?”“도대체 뭘 하자는 건데?”손목이 너무 아파서 다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대로 두면 안 돼.’ 다인은 이를 악물었다.“사과하러 가.”태안은 운전석 쪽에 앉아 있던 비서에게 짧게 말했다.“출발해. 병원으로.”다인은 반대쪽 문을 열려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손잡이에 손이 닿기도 전에 태안이 다인을 거칠게 잡아당겼다.태안은 원래 힘이 센 편이었다. 게다가 제어가 풀린 상태라 힘조절도 전혀 없었다. 다인의 몸이 가죽 시트 등받이에 세게 부딪치면서, 안전벨트 버클에 이마를 찍어야 했다. 통증이 확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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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다인은 열 살에 엄마를 잃었고, 18살이 되던 해에는 아빠마저 떠나보냈다.그해, 태안은 분명 다인의 아버지 앞에서 약속했다. 다인을 잘 돌보고 아끼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그런데 겨우 4년이 지났다. 정확히는 다인의 아빠가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안이 변했다. 태안은 다인을 귀찮아했고, 다인의 일에 코웃음을 쳤다. 다인이 뭘 하든 태안은 ‘속셈이 있겠지’이런 생각부터 깔고 봤다.다인은 태안에게 한두 번 말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작가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인이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완성된 집’을 갖고 싶어서라고.다인의 글 속 주인공들은 모두 부모가 살아 있고,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다인은 그런 글을 쓰면서 부모를 떠올렸고, 마음속 소망을 조용히 붙잡아 두었다.그런데 태안은 다인의 이런 바람을 수도 없이 짓밟았다. 다인이 겨우 붙잡고 있던 감정의 자리를 비웃고, 다인의 기댈 사소한 곳마저 일부러 부숴 버렸다.그런 생각이 밀려오자 다인은 숨이 막혔다. 그리고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다인이 태안을 바라보는 눈에는 핏발이 서면서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는 마음으로 태안을 바라봤다.“기태안, 너 진짜 역겨워.”다인의 시선에는 허무함이 섞여 있었다. 더는 기대할 것도, 더는 남길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태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인의 눈에 담긴 감정이 낯설어서 태안은 이유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다인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태안은 목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입술을 떼려고 했지만 결국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다인아, 나...”그때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운전하던 비서가 앞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태안은 병실에 있는 유림을 떠올렸다. 방금 전의 불안은 태안의 머릿속에서 밀려나듯 사라졌고, 무표정하게 문 쪽을 턱짓했다.“가자. 올라가서 유림이한테 제대로 사과해.”다인은 비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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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태안은 다인의 머리를 바닥 쪽으로 꾹 눌렀다. 다인은 허리도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겨우 좋아지던 무릎이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이빨이 딱딱 맞부딪칠 정도로 떨렸다.“기태안...”다인의 목소리는 목구멍 깊은 데서 억지로 끌어올린 것처럼 거칠고 쉰 소리였다.“너, 우리 아버지한테 약속했잖아. 나 잘 돌봐 주겠다고. 근데 지금... 나를 이렇게 짓밟는 거야?”그 말을 듣자 태안의 표정이 흔들렸다. 태안의 손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풀렸다.유림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급히 말했다.“다인아, 그동안 태안 오빠가 너 챙기면서 얼마나 잘해 줬는데. 네가 만족 못 하는 건 그렇다 치고, 돌아가신 네 아버지까지 꺼내서 오빠를 이렇게 몰아붙이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태안은 다인이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걸 원래부터 싫어했다. 그 말이 태안에게는 협박처럼 들렸다.‘내가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지.’태안의 머릿속에 늘 반복되던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할아버지가 다인을 좋아해.’‘나와 다인은 오래 만났고, 다인은 내 말이라면 고분고분 따르던 사람이야.’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사귀고 있지.’‘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진작 다인과 끝냈을지도 몰라.’‘...’다인은 유림이 아버지를 입에 올리는 걸 듣는 순간 속이 확 뒤집히면서,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싸늘한 눈빛에는 분노가 꽉 들어차 있었다.“너 닥쳐!”다인은 유림을 똑바로 쏘아봤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아버지 얘기를 꺼내? 진짜 역겨워.”유림은 금세 표정을 바꿨고 상처받은 척 목소리를 떨었다.“다인아, 정말 나 그렇게 싫어해?”유림은 태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오빠, 봐. 다인이가 나를 얼마나 못 견뎌 하는지.”유림은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괜히 귀국했나 봐. 내가 안 왔으면, 다인이 나 이렇게 미워할 일도 없었을 텐데...”유림이 그런 모습을 보이자 태안은 가슴이 뒤집혔다. 태안은 참을 수가 없어서 다인의 머리를 다시 세게 눌렀다.“진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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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닥쳐!”시윤의 시선이 칼날처럼 태안을 찍으면서, 차가운 기운이 병실 안을 눌렀다.“이건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자.”시윤은 허리를 숙여 다인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시윤의 팔 안에 다인의 몸이 가볍게 안겼다. 시윤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날카롭게 지시했다.“둘 다 눈 떼지 말고 지켜봐.”그 말을 남기고 시윤은 다인을 안은 채 빠르게 병실을 빠져나가 의사를 찾으러 갔다....외과 처치실.의사는 다인의 손을 찬물에 담가 30분 동안 식혔다. 통증이 조금 가라앉자 화상 연고를 한 번 더 꼼꼼히 발랐고, 마지막으로 멸균 거즈로 감아 고정했다.의사는 시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했다.“나중에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가 벗겨지면 바로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늦으면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어요.”“네, 알겠습니다.”시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이미 다인에게로 가 있었다.의사가 처치실을 나가자 우빈도 눈치껏 따라 나갔다.문이 닫히고 둘만 남았다.시윤이 다인 옆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손을 받쳤다. 시윤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웠다.“아직 아파?”시윤의 눈에는 짙은 걱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까 다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떨던 모습이 떠올라, 시윤의 가슴이 여전히 조여 왔다.‘기태안, 미쳤어? 사람을 이렇게까지.’시윤은 이를 악물었다. ‘다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다인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통증이 지나가자 다인은 몸이 축 늘어진 것처럼 힘이 빠졌다. 그런데 다인의 눈 밑에서 분노가 올라왔다. 숨을 고른 다인이 시윤을 불렀다.“오빠.”다인은 처치대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시윤을 똑바로 바라봤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물었다.“내가 기유림이 일부러 그런 거라고 말하면... 오빠는 믿겠어요?”‘기태안도 싫지만, 기유림은 더 싫어.’다인은 아까 몸부림치던 와중에 유림이 보온병을 일부러 미는 걸 봤다. 다인이 무릎을 꿇고 있던 자리와 침대 옆 탁자는 채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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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다인이 병실로 들어서자 시윤이 곧바로 뒤따라 들어왔다. 큰 체격의 시윤이 다인 곁에 서니, 마치 버티고 서서 지켜 주는 듯했다.곧이어 시윤이 눈길을 들어 태안과 유림을 훑었다. 시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병실 공기를 짓눌렀다.시윤이 차갑게 지시했다.“문 앞 지키고 누구도 들이지 마.”태안은 또 한 번 몸이 굳었다. 시윤이 워낙 날이 서 있는 데다가, 태안은 원래부터 시윤을 어려워했다. 게다가 아까 일에 찔리는 구석까지 있으니, 태안은 마음이 어수선해서 입도 떼지 못했다.유림도 비슷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특히 시윤이 다인 편에 선 듯한 태도를 보이자, 유림은 더 위축됐다.유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큰오빠... 저 보러 오신 거예요?”유림은 시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늘 시윤에게 환영받지 못했기에. 유림이 기씨 가문에 들어온 뒤로도 시윤과 유림이 말을 섞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시윤이 무심하게 유림의 말을 잘랐다.“네가 그런 대접을 받을 급은 아니지.”시윤은 유림 쪽으로 시선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다인은 입술을 꾹 다물면서 웃음을 삼켰다.‘진짜 말 세다.’유림은 속이 끓어올랐지만 성질을 낼 용기가 없어서 도움을 구하듯 태안을 바라봤다.태안이 시윤에게 말했다.“형, 다인이는 원래부터 제멋대로였잖아. 이렇게까지 감싸면 더 심해져.”태안은 다인이 시윤의 앞에서 험담을 했다고 단정한 듯, 다인에게 더 불만이 쌓여 있었다. 태안은 곧바로 다인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유림이한테 사과 한마디만 하랬을 뿐이야. 유림이 실수로 다친 거고, 너 손도 지금 별일 없잖아. 그런데 이렇게까지 유림이를 미워해? 형까지 끌어들일 정도로?”다인의 데인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태안은 ‘별일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웃기지도 않았다.‘진짜 기준이 따로 있네.’다인이 참지 않고 받아쳤다.“기유림도 안 죽었는데 그것도 작은 일이겠네? 그럼 넌 왜 나한테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는데?”태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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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유림의 일만 생기면 태안은 줄곧 다인한테 화풀이를 했다. 심지어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몰아세운 적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림을 태안의 애인으로 여길 정도였다.다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머리 위로 시윤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떨어졌다.“다인아, 이 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다인의 예쁜 눈이 가늘게 접혔다.“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시윤은 눈빛에 묘하게 감싸는 기색을 담았다.“그럼.”“좋아요.” 다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병상 쪽으로 걸어갔다.불길한 예감이 올라온 유림은, 다인이 다가오는 걸 보며 이불을 움켜쥐었다.“뭐 하려고 그래?”“별거 아니야. 그냥 너랑 계산 좀 하러 왔어.”다인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온기가 없었다. 웃음과는 전혀 다른 차가움만 또렷했다.유림은 겁먹은 얼굴로 태안을 봤다.“오빠... 다인이 저러니까 너무 무서워. 나 무서워...”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태안이 급히 침대 앞을 막으면서 다인을 가로막았다.“뭐 하려고 해? 유림이한테 손대지 마!”태안은 시윤을 향해 따졌다.“설마 형이 저 제멋대로인 다인이 편 들어서 유림이를 괴롭히려는 거야?”시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였다. 자세는 느슨해 보였지만, 기세는 전혀 느슨하지 않았다.“왜 안 돼? 다인이가 당한 건, 그대로 돌려받아야지.”“큰오빠...” 유림은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 꼭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처럼.“저를 그렇게 싫어하는 줄 몰랐어요.”유림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기시윤도 한다인 싫어하던 사람이잖아. 그런데도 한다인 편을 든다고?’‘기태안만큼 흔들릴 줄 알았는데...’유림은 속으로 계산했다.‘한다인이 명문가 아가씨면 뭐해. 결국 내 표정 하나로 좌우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 흐름은 그 계산대로 가지 않았다.태안이 다시 다인에게 경고했다.“형이 널 감싸도 내가 유림이 못 건드리게 할 거야.”“유림이 다치게 하면, 우리 결혼은 취소야!”태안은 일부러 얼굴을 바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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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뭐 하려는 거야?”태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눈앞의 다인은 낯설었다. 태안이 알던 다인이 아니었다. 태안은 고개를 홱 돌려 시윤에게 따졌다.“형, 봤지? 다인이가 이렇게 악독한데도 다인이 편을 들 거야?”시윤의 눈빛은 착 가라앉았다.“원한을 갚는 건데 뭐가 문제야?”“형!”태안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시윤이 다인을 이렇게까지 두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태안이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유림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태안 오빠... 나 힘들어... 너무 아파... 나 몸이 너무 아파...”“빨리... 나 좀 살려줘, 태안 오빠...”유림은 데인 부위가 화끈거려서 데굴데굴 굴렀다.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보기에도 심해 보였다.유림이 아파하는 걸 보자 태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걱정이 치밀었지만 경호원에게 붙잡힌 팔을 빼낼 수가 없어서, 그저 유림이 울며 버둥거리는 걸 눈으로만 보고 있어야 했다.유림의 울음소리에 태안은 그만 이성을 잃었다. 태안은 다인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한다인, 그만해! 네가 무슨 수를 써서 형이 너를 이렇게 감싸는지 모르겠네.”“내 말 잘 들어. 당장 의사 불러서 유림이 치료하게 해. 안 그러면 너 가만 안 둬. 그리고 너랑 결혼? 이제 꿈도 꾸지 마!”태안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거칠었고, 눈에는 증오와 혐오가 가득했다.다인의 심장은 마치 손으로 으깨진 것처럼 구겨졌지만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이런 얼굴을 이제야 확실히 봤네.’다인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태안이 어떤 인간인지 더는 헷갈릴 일이 없으니까.다인은 시윤의 사람들에게 눈짓해 태안을 끌어내게 했다. 그리고 태안 뒤쪽으로 돌아가 태안의 무릎 뒤를 힘껏 걷어찼다.태안은 그대로 바닥에 ‘쿵’ 하고 꿇어앉았다. 무릎뼈가 바닥을 찍는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자, 뼈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에 엄청난 통증이 태안을 삼켰다.비명을 지르는 태안의 얼굴은 통증 때문에 벌겋게 달아올랐다.“한다인! 너 미친 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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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태안은 어쩔 수 없이 유림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낮은 목소리로 달래며 말했다.“걱정 마. 다인이 절대 가만 안 둬. 내가 꼭 네 대신 복수해 줄게.”의사가 곧 처치를 마치자, 간호사가 새 환자복으로 갈아 입힌 뒤 병실을 나갔다.“태안 오빠...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유림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예쁜 눈은 울어서 붓고 빨개졌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연약해 보였다.태안이 단단히 말해 줬다.“걱정하지 마. 다인이는 죄질이 나빠. 내가 반드시 제대로 따져서 네가 억울하지 않게 해줄게.”유림이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태안 오빠.”유림은 잠깐 멈칫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근데... 지금 시윤 오빠가 다인이를 그렇게 감싸는데, 다인이 건드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태안도 그 말을 듣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뭔가 이상했다. ‘형이 귀국한 뒤부터 다인을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어.’태안은 예전에 전화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다인 쪽에서 들리던 남자 목소리. ‘어딘가 형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아니야, 말도 안 돼.’태안은 곧바로 그 생각을 잘라냈다. ‘형이 다인이랑 뭔가 있을 리가 없어. 형은 줄곧 다인이를 좋아하지 않았잖아.’‘설령 다인이를 감싸는 척 하더라도... 그건 두 집안 협력 관계를 지키려는 선택일 뿐일 거야.’...다인은 병실에서 두 골칫거리를 정리해 버린 뒤라 속이 시원했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인은 비로소 시윤에게 말을 꺼낼 틈을 잡았다.“오빠... 감사합니다. 또 도와주셨어요.”다인의 눈은 맑고 반짝였다. 눈꼬리가 살짝 휘어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시윤은 다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말했잖아. 무슨 일이든 내가 있다고.”석양이 시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깊은 눈매에 묘한 부드러움을 얹었다.그걸 보는 순간, 다인은 멈칫했다.마치 시간이 멎은 것처럼 시윤의 또렷하고 잘생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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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다인의 심장 박동이 더 빨라졌다.시윤의 잘생긴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다인은 숨을 삼켰다.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꼭 쥔 주먹에서 떨림이 전해졌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시윤은 가까이에서 보아도 놀라울 만큼 눈에 띄었다. 다인은 멍하니 시윤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박동이 멎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눈 감아.”시윤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잠겨 있었고, 따뜻한 숨결이 다인의 감각을 건드렸다.다인은 시윤의 말대로 눈을 감았지만 답답했다. ‘숨이... 왜 이렇게 막히지?’다인은 숨을 쉬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슴을 타이트하게 조였다.시윤이 다인을 보면서 웃었다. 장난 같은 다정함이 섞인 웃음이었다.“바보야. 숨 쉬어. 호흡.”다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면서 급하게 숨을 몇 번 크게 들이켰다.아까 답답했던 이유가 그제야 분명해졌다. 다인은 진짜로 숨을 참고 있었다.“계속...”시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시윤은 다인의 입술을 다시 붙잡았다.다인은 중심을 잃을까 봐 반사적으로 시윤에게 매달렸다. 다인의 팔이 시윤의 목을 꼭 감쌌다. ‘떨어지면 어떡해...’그런데 시윤은 다인을 단단히 받쳐 들었다. 여자의 몸을 가볍게 안은 채, 계단 위로 시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시윤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인은 어색하게나마 시윤의 리듬에 맞추려고 애썼고, 시윤은 다인이 숨을 고를 수 있게 이끌었다.서툴지만 다인은 점점 시윤의 속도를 따라갔다. 두 사람의 호흡이 얽히고, 다인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장면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시윤은 다인을 안방으로 데려가서 부드러운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방 안의 은은한 조명이 시윤의 머리 위로 내려앉으면서, 시윤의 또렷한 얼굴선을 더 깊게 보이게 했다. 다인은 시윤을 올려다보며 숨을 삼켰다.‘너무 잘생겼어.’다인의 시선은 자꾸 시윤에게 묶였다. 심장은 여전히 크게 뛰었다. 방금 전부터 이어진 감각들 때문에 다인의 마음은 계속 흔들렸다.“오빠...”다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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