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은 속으로 조용히 결심했다.‘시윤 오빠가 돌아오면, 제대로 물어봐야겠다.’...사흘 뒤, 모금 행사 당일.미연이 직접 다인을 데리러 왔다.장소는 대학 캠퍼스 안이었다. 야외에 무대가 세워져 있었고, 규모가 꽤 컸다. 무대 앞에는 좌석이 길게 줄지어 놓여 있었는데, 얼추 천 명은 앉을 수 있어 보였다.초대받은 사람들은 전부 강세대학교 출신이었다.사업가, 금융권 인사, 업계에서 이름이 돌아다니는 사람들까지. 어디서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얼굴들이 많았다.현장은 사람으로 빽빽했고,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주빈찬 총장은 무대 아래쪽에 있었다. 학생들이 주 총장 곁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다인과 미연도 그쪽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주 총장은 깔끔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은색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주 총장은 다인과 미연을 보자마자 알아봤다.“아, 너희 둘이구나. 기억하고 있어.”주빈찬 총장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는 한다인, 너는 임미연. 맞지?”다인과 미연은 의외라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네, 총장님. 맞아요.”다인이 차분히 대답했다.미연은 반짝 놀라며 말했다.“와, 총장님 저희를 기억하세요?”주빈찬 총장은 호탕하게 웃었다.“어떻게 기억 못 해. 너희 둘은 예전에 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녔잖아. 어딜 가도 같이 다니고.”주빈찬 총장은 또 웃으며 다인을 쳐다봤다.“그리고 다인이는... 기태안 군을 따라다니던 일로 워낙 유명했지. 대학 4년 내내 난리였으니까, 기억에 남을 수밖에.”‘따라다닌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다인과 태안은 그때 이미 관계를 정리한 게 아니라 연애를 하고 있었다.다만 태안은 밖에서는 둘의 관계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인에게는 늘 같은 말을 했다.‘사업 빨리 자리 잡고, 너 빨리 데려가려고.’‘조금만 기다려.’그때 다인은 대학교 1학년이었고, 태안은 막 졸업해서 GM그룹 산하 지사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때였다.다인은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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