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속상해서 말도 안 나와?”유림은 다인 앞까지 다가오더니, 늘 쓰고 다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말끝마다 비틀린 기색이 묻어났다.“한씨 가문이랑 기씨 가문 관계만 믿고, 태안 오빠를 억지로 5년이나 사귀게 만든 거잖아.”“진짜 역겹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태안 오빠는 너랑 절대 혼인신고 안 해.”다인은 유림의 이런 얼굴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3년 전에 이미 봤으니까.“나랑 혼인신고 안 하면, 너랑 하게?”이어서 비웃듯 웃었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3년 전에 너, 기태안 침대까지 기어 올라가려고 머리 굴렸잖아.”회의실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유림은 숨길 마음도 없다는 듯 오히려 뻔뻔하게 받아쳤다.“그래서 그게 뭐? 네가 태안 오빠한테 말해 봐. 태안 오빠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그건 사실이었다.그때 유림이 해외로 나가게 된 일도 태안은 다인 탓으로 돌렸다.기철민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그 일 이후 다인과 태안은 완전히 끝났을지도 몰랐다.‘기태안이 이렇게까지 멍청한 줄 알았으면...’다인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난 3년을 더 허비하지 않았을 거야.’다인은 생각을 끊고 유림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다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기태안을 뺏겠다고... 이제는 내 밥줄까지 건드려? 기유림, 너 진짜 내가 만만해 보여?”유림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맞아. 일부러 그랬어. 그래서 어쩔 건데?”유림은 목소리를 더 높였다.“지금 태안 오빠가 내 편이야. 대본은 곧 촬영 들어가고. 한다인, 너는 그냥 받아들여. 내가 갖고 싶은 건, 전부 뺏을 거야!”다인은 유림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묘하게 사람 속을 서늘하게 만들었다.“남의 지식재산권 훔쳐 놓고도 저렇게 당당할 수가 있네. 기유림, 너 진짜 뻔뻔하네.”“그래서?”유림은 비웃듯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말했잖아. 네 거, 다 내 거라고.”유림은 다인을 위아래로 훑었다.“너야 뭐, 고작 드라마 작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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