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날 버린 남자 대신, 그의 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놨다: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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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다인은 숨길 생각이 없었다. 미연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말해줬다.예상대로 미연은 바로 욕을 퍼부었다. 그것도 아주 거칠게.[기태안 그 새끼 대가리는 폼으로 달고 다녀? 그런 짓을 진짜 하다니. 내가 보기엔 기태안은 기유림한테 그냥 오빠가 아니라 침대에서만 ‘오빠’ 소리 듣는 사이야!”다인은 이상할 만큼 담담했다.“그 말이... 틀린 건 아니야.”태안은 처음부터 남매 수준으로 유림을 챙기는 게 아니었다.다인도 그게 못마땅했지만, 그때 다인이 했던 말은 고작 이 정도였다.‘네 여동생이 나보다 더 네 여자친구 같아.’그 한마디에 유림은 난리를 쳤다. 울고불고하면서 다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기씨 가문에서 나가겠다고 들이받았다.태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림을 달래면서 다인에게도 사과하라고 했다.다인은 자신이 말이 심했나 싶었고, 태안을 잃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고개를 숙여 유림에게 사과했다.그 뒤로 다인은 유림 앞에서 점점 더 조심스럽게 굴었다.그러다 그 학교폭력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미연의 욕설이 다시 들려오며 다인의 생각이 끊어졌다.[그건 네 피땀이야. 그 음험한 년한테는 절대 넘겨줄 수 없어. 내가 도와줄까? 아니면... 시윤 오빠한테 말할 거야?]다인은 잠깐 멈칫했다가 말했다.“내가 변호사부터 알아볼게. 시윤 오빠는 요즘 인수합병 건 하나 막 끝냈잖아. 괜히 번거롭게 하기 싫어.”미연이 잠시 뜸을 들였다.[근데 네 남편한테는 그게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미연이 진지하게 말했다.[다인아... 나 솔직히 네 남편이 정말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그 말에 다인이 피식 웃음이 터졌다.다인은 노트북 터치패드 위에 있던 손가락을 멈추고 급히 부정했다.“무슨 소리야. 그럴 리 없어. 시윤 오빠는 나 안 좋아해. 우리 결혼은 그냥... 집안 때문에 한 거잖아.”미연이 다시 물었다.[그건 일단 제쳐두고. 너는 기시윤을 좋아해?]안방은 조용했다.스피커 너머 미연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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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다인은 자료를 정리한 뒤, 미연이 소개해 준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상담을 받았다.상담을 마치고 난 다인은 자료를 정리해서 변호사에게 전송했다.변호사가 톡을 보내왔다. 말투에 난처함이 묻어 있었다.[한다인 씨가 상대를 상대로 원고를 표절했다고 소송을 진행하시려면... 지금 자료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그럼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할까요?”[가능하시다면 회사 쪽과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확실한 카톡이나 메신저 대화 기록을 확보한다든지, 혹은 통화 내용 같은 걸요.]변호사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다인은 그 말뜻을 알아챘다.“네. 알겠습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라는 게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녹음 같은 걸까?’다인은 녹음이 있긴 했다. 다만 이걸로 충분할지는 확신이 없었다.다인은 공진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대로 설명하라고, 분명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공진도는 월요일에 회사로 와서 직접 만나 얘기하자고 대답했다.서재 쪽에서는 우빈이 다인의 원고가 표절당했다는 정황을 찾아 시윤에게 보고했다.시윤의 표정이 굳어졌다.“MK 미디어 고강호 찾아가. 이 일 제대로 정리 못 하면, 회사 굴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전해.”시윤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단호했다. 단호함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우빈은 속으로 MK 미디어를 걱정했다. 하필 건드려도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고 대표도 하필 우리 사모님을 건드리다니...’‘지난번 모금 행사 때 우리 사모님을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아마 지금 죽도록 힘들 텐데...’우빈에게 지시를 내린 뒤에도 시윤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시윤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책상 위를 불규칙하게 두드렸다.잠깐 생각을 정리한 시윤이 책상 위 핸드폰을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한 명 추천할 사람이 있어.”[누군데?]“한다인.”시윤은 짧게 말했지만, 그 한마디는 묵직했다.류철준이 바로 물었다.[기태안 그 여자친구였던 한다인?]철준은 시윤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기씨 가문의 일을 전부 꿰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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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다인의 하얀 작은 얼굴에는 쉽게 걷히지 않는 근심이 엉겨 있었다.“왜 안 자?”옆에 누운 시윤이, 몸을 옆으로 돌려 다인을 바라봤다.“뭐 생각해?”다인은 대충 얼버무렸다.“원고에 좀 문제가 생겼어요. 근데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우리 여보가 해낼 거라고 믿어.”시윤이 조용히 말했다. 부드러운 눈매에는 온기가 가득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다인은 시윤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설마...’시윤의 다정한 시선을 마주하자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 한쪽이 조금 따뜻해졌다.“알았어요, 오빠.”이 일은 다인이 직접 해결하고 싶었다....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일찍 다인은 회사로 가서 공진도를 만났다.회의실 안에는 공진도와 양효찬만 있는 게 아니었다.예상 밖의 불청객들이 더 앉아 있었다.태안과 유림.대놓고 사람을 몰아붙이겠다는 분위기였다.다인은 태안과 유림을 차갑게 훑어보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이게 무슨 뜻이야?”공진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듯 말했다.“이 원고, 평소에 한 작가님한테 드리던 단가에서 원고료를 세 배로 더 드릴 테니 남은 40회도 편하게 마무리하시죠. 어떻습니까?”“별로예요.” 다인의 표정은 단호했다.“지금 제 원고를 베껴 쓴 거잖아요. 저작권 침해고 불법이에요. 소송 걸 수 있어요.”공도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굳었다.“한 작가님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뭔지 압니까?”“못 할 것 같아요?” 다인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흔들리지 않았다.다인이 한씨 가문 아가씨라는 사실은 회사에서 아무도 몰랐다.졸업하고 나서 한민수 회장은 다인이 집으로 돌아와 회사를 맡아 주길 바랐다.하지만 다인이 하고 싶은 일은 그 길이 아니었다. 제안을 거절한 뒤 MK 미디어에 들어와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태안은 다인의 일이 체면이 안 선다며 몇 번이나 그만두라고 했다.원래 그날 혼인신고를 하러 갔더라면, 다인은 정말로 그 일을 내려놓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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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다인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굴었다.목소리는 차갑고, 말끝은 단호하게 끊어졌다.공진도와 양효찬은 대놓고 구경하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기태안과 유림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다.태안은 얼굴이 굳어졌다. 다인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기에.예전 같았으면, 다인이 이런 말투로 태안에게 대들지 않았다.이렇게까지 오래 화를 끌고 가는 일도 없었다.‘이번엔... 진짜야?’태안은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속이 불편해졌다.유림의 낯빛이 창백해지면서, 부끄러움과 분함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다인아... 태안 오빠는 그냥 나한테 동생으로서 조금 잘해 준 것뿐이야.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해?”그녀는 이어서 말했다.“태안 오빠도 계속 너랑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네가 자꾸 화내고 싸우고 그러니까... 지금은 오빠가 너한테 기회 주는 거야. 다인아, 그러니까... 그만 떼쓰지 마.”말은 달래는 척이었지만, 유림의 목소리는 과하게 꾸며져 있었다.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다인은 신경이 곤두섰다.“입 다물어. 여기서 착한 척 그만하고. 내가 기태안이랑 왜 끝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다인은 태안과 헤어진 게 아깝지 않았다.유림이 늘 보여 주던 위선적인 태도를 더는 못 견딘 게 컸다.유림은 눈물 고인 눈으로 억울한 표정을 만들었다.“다인아,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난 그냥 좋은 마음으로 말해 준 거야. 네가 싫으면... 나, 더 말 안 할게.”다인은 유림을 향해 눈을 굴렸다.“내가 싫다는 티, 충분히 냈거든.”유림은 고개를 떨궜다. 마치 큰 억울함이라도 삼키는 사람처럼.태안이 참다 못해 목소리를 높였다.“한다인, 진짜 너무한다. 아무리 그래도 유림이는 내 동생이야. 네가 유림이를 싫어할 수는 있어. 근데 그렇게까지 무시하면 안 되지.”태안은 말을 더 몰아붙였다.“그리고 너도 알잖아. 유림이는 너랑 내가 헤어지지 않게 하려고, 3년이나 해외로 나갔어. 너 편하게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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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태안은 이를 악물었다.“한다인이 파혼한다고? 어디 두고 보자고. 조금만 지나서 우리 부모님이 돌아오면, 한다인이 진짜로 취소할 수 있나 못 하나.”다인이 태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태안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고 믿었다.5년이었다.명문가에서 곱게 자라서, 원래는 요리 한 번 해 본 적 없던 다인이 태안의 비위를 맞추겠다고 국 끓이는 법을 배웠다.태안이 술 마신 날에는 해장국도 끓여 줬다.다인은 학교 갈 때 늘 일찍 일어나야 했다. 잠이 부족해 보이는데도 태안의 회의가 있다고 하면, 태안을 깨우려고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났다.다인은 태안을 뼛속까지 좋아했다.그러니까 파혼은 고작 심술이었다. 태안을 겁주려고 던진 말일 뿐이었다.정말로 파혼할 때가 오면, 다인은 또 망설일 거라고 태안은 생각했다.울면서 매달리고, 용서해 달라고 할 거라고....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다인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회의실 안에서 다인은 녹음을 했다.‘이제 됐어.’‘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증거도 다 남겼어.’증거도 손에 들어왔다.다인은 녹음 파일을 변호사에게 전송한 뒤, 회사를 나가려 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중, MK 미디어 대표 고강호를 마주쳤다.고강호는 다인을 보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지나치게 공손하고 살갑게 굴었다.고강호는 다인을 대표실로 안내했다.“한 작가님, 대본 건은 제가 이미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작가님이 납득하실 만한 결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고강호는 한 것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체격도 괜찮고,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그런데 다인은 이상했다.‘우린 오늘 처음 보는데... 어떻게 나를 알지?’‘그리고 이런 일은 대표가 직접 나설 정도가 아닌데.’다인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말인가?’다인은 그 정도로 넘기려 애쓰며,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고강호는 더 낮은 자세로 맞장구를 쳤다.“아닙니다. 작가님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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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다인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자, 시윤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눈썹 끝을 살짝 치켜 올린 시윤이 말했다.“묻고 싶은 게 고작 이거야?”다인은 시윤의 눈을 올려다보며 망설였다.잠시 뜸을 들인 뒤에야 다인이 입을 열었다.“기태안이 내 대본을 기유림한테 넘긴 일... 고소하려고 해요.”시윤은 다인의 말을 따르듯 곧바로 대답했다.“그래.”다인이 놀란 듯 되물었다.“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라고 생각 안 하세요?”“네 권익이 걸린 일이잖아. 네가 어떻게 하든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야.”시윤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지만 차분했고, 눈매 또한 잔잔했다.그 말에 다인은 설명하기 어려운 착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다인이 무슨 일을 하든, 시윤은 끝까지 다인 편에 서 줄 것만 같았다.다인은 더는 그런 생각을 이어 가지 않았다. 괜히 깊이 생각했다가는 혼자 착각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거뒀다.“네, 알겠어요.”그때 상주댁이 식사가 다 됐다고 알렸다. 다인은 시윤의 시선이 정수리 위에 내려앉는 걸 느꼈다. 불편함이 온몸을 타고 번지자, 다인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런데 발끝이 옆의 테이블에 걸리며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거의 넘어질 뻔한 그때, 허리춤에 힘이 실렸다.커다란 손이 다인의 허리를 단단히 받쳤다. 몸이 돌아서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인은 시윤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다인을 감싸자, 다인의 뺨은 단번에 달아오르면서 잘 익은 감처럼 붉게 물들었다.“조심해야지.”시윤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웃었다. 눈빛에도 엷은 웃음기가 번졌다.“어릴 때랑 똑같네. 아직도 이렇게 덤벙대고.”다인은 얼른 시윤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내가 왜 덤벙대요. 그냥 잠깐 실수한 거예요.”다인은 겨우 몸을 바로 세운 뒤에도 시윤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대로 몸을 돌려 서둘러 걸어 나갔다.시윤의 입가에는 한동안 미세한 웃음이 남아 있었다. 짙은 눈동자에는 가냘프면서도 단호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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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유림의 다인 작품 표절 의혹으로 인해 촬영 기획안은 전면 취소되었고,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은 그대로 유지된다.더불어 공진도는 회사에서 퇴출됐고, 양효찬 감독 역시 해고됐다.다인에게 보상하는 의미로 이번 대본은 투자 규모를 더 키워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이 공지는 정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내용이었다.민지는 톡을 연달아 몇 개나 보내왔다.[나 진작부터 공진도 꼴 보기 싫었어. 평소에도 입만 열면 더러운 농담이나 하고, 맨날 흐리멍덩하게 사람 훑어보는 꼴이 꼭 덜 된 인간 같더니, 이번에 잘됐다. 이제 그 인간 안 봐도 되잖아!][근데 기유림 그 년은 대체 왜 그렇게 뻔뻔해? 내가 보기엔 기태안 동생이 아니라 그냥 애인 같아. 진짜 역겨워 죽겠어.][아, 맞다. 고 대표님이 감독 쪽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감독 섭외해서 네 작품 찍게 한다던데? 다인아, 너 완전 전화위복인데?]다인은 생각했던 것만큼 기쁘지 않았다. 담담하게 한 줄만 답했다.[그건 나중에 봐야지.]MK 미디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다인에게 그곳은 더이상 처음처럼 편한 환경이 아니었다. 계속 남아 있어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다인은 저택으로 돌아온 뒤 한참을 생각한 끝에, 고강호에게 톡을 보내 협업을 여기서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강호는 시윤 쪽에서 문제를 삼을 걸 걱정했는지 몇 번이나 다인을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다인의 뜻이 완강하다는 걸 알고 나자 결국 다인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숨을 돌린 다인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고개를 돌리자 안방 문이 열려 있었다.짙은 색 맞춤 정장을 입은 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 큰 키에 늘씬하게 뻗은 보디라인,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었다. 시윤은 그대로 다인 쪽으로 걸어왔다.거리가 가까워지자 다인은 시윤에게서 은은한 편백나무 향을 느꼈다. 정교하게 잘 다듬은 시윤의 이목구비와 어우러져서, 단정하고 품위 있는 인상 사이로 남성적인 매력이 짙게 배어 나왔다.심장이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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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그날 밤, 다인의 기분은 제법 좋았다. 그래서 와인을 평소보다 두 잔 더 마셨다.문제는 다인의 주량이 좋지 않다는 데 있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금세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다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거의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의자에 손을 짚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시윤을 바라봤다. 초점이 흐릿하게 흔들리더니, 다인의 눈에는 시윤이 몇 명으로 겹쳐 보였다.“와, 머리가 왜 이렇게 많아요...”다인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시윤의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바보처럼 웃음까지 흘렸다.“사람 머리는 하나야.”시윤은 흰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 차림이 시윤의 차갑고 절제된 분위기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너 취했어.”다인은 손을 홱 내저었다. 목소리는 잔뜩 풀어져 있었고, 발음도 뭉개져 있었다.“안 취했거든요. 나 진짜 엄청 잘 마셔요...”그렇게 손을 휘두르는 바람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몸의 중심이 무너졌다. 다인은 짧게 비명을 흘리며 옆으로 넘어졌다.시윤이 재빨리 움직였다. 곧장 다인 앞으로 다가가서 다인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휘청이던 다인의 몸이 그대로 시윤의 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다인의 이마가 시윤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 다인은 아픈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살짝 앓는 소리를 냈다.“아파요, 아프다고요...”다인은 제 이마를 문질렀다. 커다란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고,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며 시윤을 올려다봤다. 꼭 억울하다고 따지는 표정이었다.눈꼬리도 뺨도, 눈동자마저도 붉은 기운에 젖어 있었다. 다인 전체가 술에 취한 작은 고양이처럼 보였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딘가 길들지 않은 느낌이 스며 있었다.“취했어.”시윤은 손을 들어 다인의 이마를 살살 문질러 줬다. 다른 손으로는 다인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서, 더이상 넘어지지 않게 붙들었다.다인은 고개를 들어 시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게 올려다보는 자세가 힘들었는지, 이내 시윤의 가슴에 턱을 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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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시윤은 다인의 양 옆을 손으로 짚은 채 굳어 있었다. 망설임이 어린 눈빛에는 걱정도 함께 비쳐 있었다. 시윤은 한참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한다인, 내가 누군지 알아?”“시, 시윤 오빠...”다인의 목소리는 가볍게 풀어져 있었고, 술기운 탓에 조금 잠겨 있었다.그 말이 들리자 시윤의 가슴속에서는 불꽃이 터지듯 뜨거운 감정이 번졌다. 눈빛도 한층 더 짙게 달아올랐다. 시윤은 곧바로 몸을 낮춰 다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키스를 더 깊게 이어 가려는 듯했다.그런데 침대에 누워 있던 다인의 두 손이 툭 힘없이 내려앉았다. 눈을 감은 채, 숨소리는 아주 가늘고 잔잔했다. 가슴만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다인이 잠든 것이다.부드러운 조명이 다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자세히 보면 보송한 솜털까지 보일 만큼 가까웠다. 붉게 달아오른 뺨은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시윤은 한동안 그런 다인을 내려다봤다. 이내 어이없다는 듯 소리 없이 웃음을 흘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했다....다인은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았다. 한참을 곱씹어 봐도, 어젯밤 어떻게 침대까지 와서 잠들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기억나는 건 시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축하했던 일뿐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방문이 열렸다.회백색 홈 웨어 차림의 시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본래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날카로운 분위기가 덜했고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이거 마셔.”시윤은 해장국 한 그릇을 들고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다인은 냄새를 맡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거 뭐예요?”“해장하려고 끓인 거야.”시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어젯밤에 많이 마셨잖아. 이거 좀 먹어야 술도 깨고 머리도 덜 아파.”“아...”다인은 살짝 반응했다. 그러고 나서 제일 먼저 이 말부터 튀어나왔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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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상대는 곧바로 용건을 밝혔다. 매스미디어 업체 ‘투게더’의 대표였고, 전화로 다인에게 대본 계약을 제안해 왔다.다인은 조금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다.“그런데 제게는 어떻게 연락하신 거예요?”상대는 빈틈 하나 없이 매끄럽게 말을 이었다.[한 작가님이 공개하신 대본 두 편, 저희도 잘 봤습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투게더와 MK 미디어는 경쟁 구도에 있잖아요.][작가님이 MK 미디어에서 겪으신 일도 저희 쪽이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회사로 오셔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시죠.]다인이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투게더는 모든 작가가 한 번쯤은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플랫폼도 커서, 기회도 많고 포용력도 넓었다.무엇보다 투게더는 H시 최대 미디어 그룹 산하의 문화 콘텐츠 회사였다.MK 미디어도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는 충분히 이름 있는 편이었지만, H시 안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에 그쳤다.그만큼 투게더가 지닌 무게감은 확실했다.상대와 미팅 날짜를 정한 뒤, 다인은 자기 자료를 한 부 정리해서 출력할 곳을 찾았다.이런 일은 다인에게도 처음이었다.그래도 아침에 시윤이 해장국을 챙겨 준 덕분에 머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몸 상태도 훨씬 나아져 있었다.자료를 출력하고 나니, 미연에게 전화가 왔다.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자고 했다. 다인은 그대로 미연을 만나러 갔다....VIP 룸.두 사람은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관리사가 아로마 오일로 등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었다.미연이 시원하다는 듯 길게 소리를 냈다.“아, 진짜 좋다. 너는 모르지. 나 요즘 런웨이도 돌고 촬영도 하느라 몸이 아주 다 부서질 것 같아.”“요즘 너 점점 더 잘나가잖아. 쇼도 더 많이 들어오고. 축하해, 네가 바라던 대로 됐네.”다인은 웃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미연이 잘된 게 기뻤다.“그럼. 나는 돈 벌어야 돼. 엄청 많이 벌어서 나중에 내가 너 호강시켜 줄게.”미연은 옆에 누운 다인을 힐끗 보더니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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