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Bab 141 - Bab 150

354 Bab

제141화

예주는 아직 수액을 맞고 있었다.수액줄에 피가 역류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예주는 벌떡 일어나서 태겸의 소매를 붙잡았다.“저는 이미 오빠 여자예요.”예주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떨렸다.“이제 앞으로는 아이도 못 가져요. 그런데 오빠가 저까지 버리면... 저보고 죽으라는 말하고 뭐가 달라요?”그때의 예주는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눈물로 얼굴이 엉망이었고, 몸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예주가 맨발인 걸 본 태겸이 바로 얼굴을 굳혔다.“너 아직 환자야. 얼른 들어가서 누워.”태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꾸짖었다.“소파 수술했는데 찬 바닥을 밟으면 어떡해.”예주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근데 오빠가 저를 버릴 거잖아요. 이 몸을 지켜서 뭐 해요?”평소엔 늘 여리고 힘없는 척하던 예주가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태겸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태겸은 한숨을 내쉬며 예주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반쯤은 강제로 예주를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누워.”태겸의 목소리에는 짜증을 억지로 눌러 담은 기색이 역력했다.해인은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내가 지금 여기서 뭘 보고 있는 거지.’‘배가 불러서 할 짓이 없는 인간들 연애 놀음 구경하러 온 것도 아니고.’해인의 눈에는 그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저 두 사람은 차라리 평생 서로 꼭 붙어 살아야 했다.그래야 남한테 피해라도 덜 줄 테니까.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쏠린 틈을 타 해인은 몸을 돌렸다.병실 밖으로 나온 해인은 그대로 떠나지 않았다.해인이 향한 곳은 담당 의사의 진료실이었다.해인은 예주의 주치의를 찾아가자마자 곧바로 물었다.“선생님, 하예주 씨한테 얼마 받고 움직이셨어요?”중년 남자는 인상이 꽤 강했다. 짙은 눈썹에 각진 얼굴, 콧등에는 안경까지 걸쳐 있었는데, 어쩐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꺼림칙해지는 인상이었다.의사는 정색하며 말했다.“무슨 말씀입니까?”“전혀 모르겠는데요. 무슨 돈을 받았다는 겁니까?”해인은 짧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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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태겸 오빠, 어디 가세요?”병실 밖으로 태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본 예주의 가슴에 불길한 예감이 번졌다.태겸이 걸음을 멈췄다.태겸이 뒤를 돌아봤다. 예주를 향한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거칠게 날을 세운 기운까지 서려 있었다.태겸은 원래 다정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부드럽고, 웬만하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태겸이기에 예주를 이렇게 바라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 눈빛에 예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직 알지 못한 채, 예주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어요? 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원래라면 자신이 유산한 뒤, 태겸은 병원에 남아 예주 곁을 지켜야 했다.그런데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가 버리려 하다니.“무슨 일인지 정말 몰라?”태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차가운 맥주를 얼굴에 그대로 들이붓는 것 같은 말투였다.태겸이 물었다.“가짜 임신으로 왜 날 속였어?”가짜 임신.그 말이 태겸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예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어떻게...?’‘태겸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예주의 숨이 멎는 듯했다.태겸은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우리 사이에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어.”태겸의 턱선이 단단하게 굳어졌다.“하예주, 넌 정말 최악이야.”그 말을 끝으로 태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오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예주는 다급하게 외쳤다.예주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해명을 못 하면 태겸과의 사이는 완전히 끝이라는 걸.태겸이 어떤 사람인가? 늘 가장 높은 곳에 있었고,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태겸이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감내할 리가 없었다.예주는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태겸의 뒤를 따라가며 몇 번이고 불렀지만, 태겸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들었을지도 몰랐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는 듯했다.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태겸은 그 안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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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이번엔 제가 잘못한 거 맞아요.”예주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집착이 배어 있었다.“근데 그렇게라도 해야 오빠가 저를 한 번 더 봐주잖아요.”예주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저 후회 안 해요.”“다시 돌아가도... 전 또 똑같이 할 거예요.”예주는 태겸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떨리는 숨으로 말을 이었다.“오빠, 전 아내 자리 같은 거 안 바라요.”“그냥 오빠가 알았으면 좋겠어요.”“제가 해인 언니보다... 오빠를 더 사랑한다는 거.”예주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날 밤, 그 집에서 우리 둘이 키스했던 거... 오빠도 잊지 못하잖아요.”“그때 그 집 아직 공사 중이었죠.”“맞아요, 오빠는 술 취해 있었어요.”“그래도 제 옷을 다 벗기고, 저를 밑에 깔고서... 마지막만 안 갔을 뿐이잖아요.”예주의 목소리가 점점 격해졌다.“그런데도 오빠가 저한테 아무 감정도 없었다고 할 수 있어요?”“정말 저한테 마음이 하나도 없었으면, 왜 저한테 키스했어요?”예주는 태겸을 올려다보며 울음 섞인 웃음을 흘렸다.“인정하세요, 오빠.”“오빠는 제가 주는 자극이 좋았던 거예요. 그건 해인 언니가 아니라 저만 줄 수 있는 거예요.”예주는 더 몰아붙였다.“아니면 왜 그날, 해인 언니가 납치됐다고 전화했는데도 저부터 병원에 데려다 줬겠어요? 오빠가 더 신경 쓴 쪽은 저였잖아요.”“입 닥쳐.”태겸의 목소리가 거칠게 터졌다.태겸은 예주를 밀쳐내고 벌떡 일어섰다.“내 마음엔 해인이밖에 없어.”태겸의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다 네가 꾸민 짓이었잖아.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계속 수작을 부린 거고.”“하예주, 넌 진짜 비열한 인간이야.”태겸은 더이상 예주를 보지 않았다.곧장 차에 오른 뒤 핸들을 꺾어 빠르게 차를 돌렸다.“태겸 오빠!”예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저 다쳤어요! 가지 마세요!”태겸은 차창 너머로 차갑게 내뱉었다.“넌 나한테 고맙다고 말했지. 근데 너... 진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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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방금 전의 작은 소동 때문에, 해인이 다시 KH그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지난 뒤였다.로비 프런트의 직원은 멀리서 해인을 바로 알아보았다. 지난번처럼 차가운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곧바로 다가와서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강해인 씨, 한 대표님께서 바로 위로 올라오시라고 하셨습니다.”“네.”해인이 유호의 사무실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건물 최상층의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거대한 통유리창으로 도시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주헌이 해인을 안으로 안내하며 정중하게 자리를 가리켰고, 곧 대표실 문이 조용히 닫혔다.유호의 책상 앞에는 두툼한 서류 더미가 쌓여 있었다.다만 해인이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안에 다른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해인이 들어오자 동시에 시선을 보냈다. 나이와 차림을 보아 KH그룹의 임원진처럼 보였다.“안 되겠으면 사람을 바꿔.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유호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었고, 단정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눈에 띄었다. 다리를 포개고 대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눌러 담은 듯한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쓸모없는 사람을 키울 생각은 없어.”업무를 대하는 유호의 태도는 해인이 상상했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공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걸 눈치챈 해인은 문 근처에 조용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이 끝나자 유호는 서류를 그대로 던져버렸다.“가져가서 다시 만들어.”곧바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 들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인은 가능한 한 존재감을 줄이고 싶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그제야 유호가 시선을 돌렸다.“왜 이제 왔어?”유호는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어 번 손을 움직여 재킷을 벗더니 문 쪽으로 걸어왔다.재킷을 해인의 어깨 위에 걸쳐주며 말했다.“춥다면서 옷은 왜 더 안 입고 다녀.”그 행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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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해인이 말했다.“조금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 어젯밤에 유호 씨가 한 말... 아직 유효한가요?”유호는 서랍을 열더니 두툼한 서류 한 묶음을 꺼냈다.“먼저 읽어 볼래?”해인은 서류를 받아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차분히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기업 인수 합병 계약서였다.‘변호사 일 처리 정말 빠르네?’고작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계약서를 전부 작성해 놓았다.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니 단순한 인수 합병 계약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권한 위임 문서에 가까웠다.해인이 YD그룹의 모든 업무 처리를 유호 개인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해인은 배당 권리와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이었다.그 대가로 유호는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KH그룹과 사업 분야가 유사한 계열사 하나를 YD그룹과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계약서에는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향후 2년 안에 완전한 통합을 마무리한다.해인은 손을 살짝 말아 쥐었다.‘2년이라니...’해인과 유호의 혼인 계약 기간은 1년이었다.페이지를 계속 넘기던 해인은 마지막 장에서 멈춰 섰다.거기에는 추가 합의서가 붙어 있었다.해인이 물었다.“이건 뭔가요?”유호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우리 할머니랑 예전에 체결한 혼전 계약서, 내가 다 읽어 봤어.”유호의 눈빛이 조금 깊어졌다.“불합리한 조항이 많더라. 그때는 내가 몰랐으니까... 공평하게 다시 쓰는 게 맞지.”해인은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추가 합의서를 펼쳐 읽는 순간, 해인의 심장이 갑자기 크게 뛰었다.‘잠깐...’‘내가 지금 뭘 본 거지?’계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한유호가 보유한 부동산, 주식, 채권, 펀드 등 모든 개인 자산을 강해인 명의로 이전한다.]해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이 남자... 대체 무슨 생각이야?’해인은 멍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유호 씨... 이거...”유호는 의자에 앉은 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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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이렇게까지 선뜻 자기 개인 재산을 넘겨주다니, 유호의 그런 행동이 해인에게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사랑 때문일 리는 없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결혼한 사이였고, 감정이 쌓일 만한 시간도 없었다.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해인도 아직 알지 못했다.유호는 뒤이어 잡혀 있는 회의에 들어가야 했다.해인이 먼저 자리를 떴다.별일만 없다면, 이번 주말이 지나고 난 뒤에 유호가 YD그룹을 상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터였다.유호는 기사를 붙여 해인을 보내려 했지만, 해인은 유호가 일 때문에 차를 써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직접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갔다....대현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유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너 개인 재산 전부 제수씨한테 넘겼다며? 뭐 하자는 거야? 결혼 한 번 했다고 네 반평생 모은 걸 다 걸은 거야?]유호는 자기 회사 법무팀을 믿지 못했다. 그래서 외부의 변호사를 따로 고용해서 계약서를 만들게 했다.그 변호사가 공교롭게도 심씨 가문 집사의 아들이었고, 대현이 유호에게 소개해 준 인물이기도 했다.“그건 해인이한테 주는 예물이야. 해인이가 받아야 할 몫이지.”[그러다 제수씨가 돈 들고 튀면 어쩌려고?]“강해인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대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린 듯 숨을 들이켰다.[와, 한유호. 너 지금 도덕으로 옭아매는 방식 쓰는 거야?][설마... 제수씨가 언젠가 고태겸이랑 다시 얽힐까 봐 그러는 거야?][그 재산으로 제수씨를 붙잡아 두겠다는 거잖아. 제수씨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그 돈 챙겨서 너 버리고 떠나기 어렵게 만든 거고.]유호답다면 유호다웠다.아내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돈까지 놓칠까 봐 계산하고 있었다.아내도 재산도, 결국 유호의 손안에 들어오게 하려는 거였다.유호는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실내로 스며들었고, 그 빛이 유호의 얼굴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다.유호의 표정은 깊이 가라앉아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읽히지 않았다.유호는 주머니에서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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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바람을 피워 놓고도 그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는 사람이라니...’‘예전의 고태겸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해인은 차갑게 말했다.“비켜. 너 보고 싶지 않아. 나도 이제는 너 필요 없어.”“너하고 허재준 사이에 대해서는 나도 그냥 눈감아 주려고 했어. 근데 왜 넌 자꾸 나랑 예주 일만 물고 늘어져? 해인아, 그만 좀 해.”해인의 표정이 달라지자 태겸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알겠어. 내가 너희를 의심한 건 잘못이야. 근데 나도 질투는 나지. 해인아, 우리 그냥 이쯤에서 서로 없는 셈 치고 끝내자.”그날 태겸은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준이 캐리어를 끌고 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모습을.해인과 재준이 혹시 함께 지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자, 태겸의 속이 또 뒤틀렸다.그래도 태겸은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설마...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해인은 태겸의 집에서 7, 8 년을 지내는 동안에도 태겸이 한 번도 함부로 손대지 못했던 여자였다. 해인은 원래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고, 태겸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재준 같은 남자는 해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내가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널 버린 거야. 고태겸, 우리 끝난 거라고. 헤어지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안 보고 살자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태겸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해인의 뺨을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추려고 했다.고개를 홱 돌려 피한 해인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태겸의 뺨을 내리쳤다.짝!맑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늘 순하고 얌전하던 해인이 자기에게 손을 댈 줄은 태겸도 예상하지 못했다. 태겸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태겸은 태어날 때부터 귀하게 자랐고, 어딜 가나 사람들이 떠받들었다. 그렇게 자라면서 부모 말고는 누구에게도 맞아 본 적이 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맞았다는 사실은 모욕적이었다.그런데도 태겸은 금세 분노를 억눌렀다.“네가 화나서 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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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태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해인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해인은 태겸이 가장 잘 아는 여자였다. 사랑에 늘 목말라 했고, 태겸에게 유난히 많이 기대던 여자였다. 두 사람은 스무 해가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서 뒤엉켜 뛰놀며 자랐다. 그렇게 서로의 삶에 너무 깊이 스며든 끝에 이제는 떼어 놓고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태겸은 그 자리에 선 채 조금씩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는 눈앞에 선 해인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해인이 고집을 거두고 자기 말을 받아 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해인이 내놓은 말은 차갑기만 했다.“늦었어. 이제 너도 꿈에서 깰 때가 됐어. 나 집에 가야 해. 우리 남편 저녁 차려줘야 하거든. 잘 가.”그 말을 끝으로 해인은 곧장 발길을 돌려서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해인은 눈을 내리깔고 걸었다.‘고태겸, 다시 안 봤으면 좋겠어.’태겸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태겸은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저녁을 차려 준다고?’‘해인이 누구한테 밥을 해 준다는 거지?’태겸의 안색이 빠르게 가라앉았다.“허재준은 이미 A국 갔잖아. 근데 누구 밥을 해 줘? 해인아, 너 지금 혼자 무슨 연극하는 거야?”태겸은 이를 악물듯 말을 이었다.“스테이크 굽는 것도 나한테 배웠으면서 네가 누굴 위해 요리를 해? 강해인, 거기 서!”뒤에서 태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지만, 해인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그제야 해인은 깨달았다.재준을 A국으로 보내 버린 사람이 태겸이었다는 걸.그러니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정말 끝까지 제멋대로야.’하늘빌의 경비는 철저했다. 입주민이 아니면 절대 들여보내지 않았다. 태겸은 단지 입구에서 막혔다.억지로 들어가려고 하자, 주변의 경비들이 곧장 움직이며 태겸을 주시했다.이런 고급 단지에는 톱스타나 시 고위층,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사람들이 산다. 그만큼 보안도 악명이 높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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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구석에서 날아들었다.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구석 소파에 앉아 있던 유호가 눈에 들어왔다.유호는 이런 재벌가 자제들 술자리에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드물게 모습을 드러냈다.다만 오자마자 소파에 기댄 채 잠들다시피 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사람처럼 지쳐 보였다.윤준은 유호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얌전히 앉았다.누군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현에게 물었다.“유호 진짜 결혼했어? 누구랑 했는데? 어느 집안 딸이야?”대현은 씩 웃었다.이런 걸 다들 모르고 자기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꽤 괜찮았다.마침 그때, 태겸이 밖에서 들어왔다.태겸 쪽으로 시선을 던진 대현의 입가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유호 와이프 말이야... 생각해 보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걸.”대현은 얘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핵심은 숨겼다.원래도 유호 집안은 이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최상위권 재벌가끼리 엮이는 판은 좁았다. 유호와 혼인이 성사될 만한 집안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역시 다 알 만한 곳이다.“설마 차씨 가문 쪽이야?”윤준이 짐작하듯 말을 받았다.“차씨 가문 막내딸, 예전부터 유호 아니면 안 된다고 했잖아.”“치워라.”대현이 손을 휘저으며 코웃음을 쳤다.“그런 여자가 어디 감히 우리 유호한테 붙어. 급이 맞아야지.”대현은 보기 드물게 태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야, 이리 와. 여기, 내 옆에 앉아.”태겸은 못 들은 척했다. 여기 온 건 술이나 마시려는 거지, 대현과 말싸움하러 온 게 아니었다.그때 윤준이 품에 안고 있던 여자를 슬쩍 밀어내고 태겸 쪽으로 다가갔다.“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었냐?”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잔을 들고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윤준이 다시 물었다.“해인이랑 또 싸웠냐? 아직도 안 풀었어? 듣기로는 너희 진짜 끝났다던데.”대현도 궁금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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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해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겉옷부터 벗었다.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했다.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까지 다 차리고 나니, 바깥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유호 씨는 왜 아직도 안 들어오지?’유호는 분명 저녁은 집에서 먹겠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밤 8시였다.해인은 한동안 더 기다려 봤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에 일단 혼자라도 몇 입 먼저 먹기로 했다.잠시 뒤, 현관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유호가 안으로 들어왔을 때 보게 된 건, 식탁 앞에 혼자 앉아 차려 둔 저녁을 먹고 있는 해인의 모습이었다.유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시선을 해인에게 오래 두지 않았다.해인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침 잘 들어왔어요. 저녁은 제가...”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호는 해인 곁을 스쳐 지나갔다.유호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해인을 바라보는 눈은 너무 차가워서 마치 아무 관계도 없는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해인은 잠깐 멍해졌다.‘저녁 무렵 KH그룹에서 나올 때만 해도 분명 괜찮았는데...’‘고작 얼마 지났다고, 왜 이렇게 달라진 거지?’해인은 한동안 유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유호는 방으로 들어가 문까지 닫아 버렸다. 해인은 더 따져 묻지 않았다. 여자도 생리할 때면 이유 없이 예민해질 때가 있듯, 남자도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는 걸지도 몰랐다.그 정도 해인도 이해할 수 있었다.다만 유호가 위층으로 올라갈 때 몸에서 술 냄새가 꽤 진하게 났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온 건가?’해인은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밖에서 먹고 올 거였으면 미리 말이라도 하지.’‘집에서 먹겠다고 한 건 본인이었잖아.’‘괜히 내 속만 답답하게 해놓고.’그래도 이 한 상 가득한 음식을 그대로 두는 건 더 아까웠다. 몇 시간을 서서 만든 결과물이었다.그래서 해인은 다시 식탁 앞에 앉아 혼자 저녁을 먹었다.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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