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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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주여진이 다가가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주여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예철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지금 날 비꼬는 거냐? 내가 딸 하나 제대로 못 가르쳤다고 말하는 거야? 예의도 없어? 아랫사람 주제에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가 맞아?”휴게실 안 소란은 생각보다 크게 번졌다. 태상이 급히 뛰어들어와 곧장 예철진을 붙잡아 세웠다.해인의 뺨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너무 아파서 생리적인 눈물이 눈가에 핑 돌았다.하지만 해인은 꾹 참았다. 예철진과 주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해인은 알고 있었다.‘내가 예 회장의 아픈 데를 제대로 건드렸어.’‘그래서 저렇게 분을 못 이기는 거야.’예철진이 마음에 두고 있는 건 빈소에서 있었던 일이었다.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웃었다. 예철진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기에, 해인은 굳이 그 이야기를 꺼냈다.“이렇게까지 서둘러 제 입을 막으시는 걸 보니, 찔리시는 건가요?”그 한마디에 예철진은 다시 이성을 잃었다. 예철진이 또 화를 터뜨리기 전에 태상이 억지로 예철진을 휴게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해인을 바라보는 태상의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태상도 그 자리에서 말을 보태기가 어려웠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쓸데없는 의심만 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휴게실 문은 닫혔지만, 다투는 소리가 이미 밖으로 새어 나간 뒤였다.사람들은 문밖에서 슬쩍슬쩍 안을 넘겨다보며 방금 벌어진 일을 입에 올렸다.밖에 있던 사람들은 안에서 언성이 높아졌다는 것만 알았다.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또렷하게 듣지 못했다. 다만 ‘빈소’, ‘딸 하나 제대로 못 가르쳤다’, ‘찔린다’ 같은 말만 얼핏 귀에 들어왔을 뿐이었다.예철진은 휴게실 문을 나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점잖은 웃음을 되찾았다.예철진은 손님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조금 전 휴게실 안에서 그렇게 체면도 잊고 날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누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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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해인은 알고 있었다. 여기는 자신이 와야 할 곳이 아니었다. 어쩌면 애초에 반기는 사람도 없을 테고, 자신이 있든 없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해인은 휴게실을 나와 곧장 아래층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는 아래에 있었다. 나선형 계단을 돌아가야 닿을 수 있는 구조였다.해인이 발을 옮겼다. 막 계단에 올라서려던 때, 등 뒤에서 누군가 해인을 불렀다.“해인 언니.”해인은 미간을 좁혔다. 예주의 목소리라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 오늘 같은 자리인데, 예주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해인이 뒤돌아보자 서빙 직원 옷을 입은 예주가 서 있었다. 해인은 그제야 사정을 알아차렸다.예주는 몰래 숨어 들어온 것이었다.‘하예주 몸에 왜 저렇게 술자국이 가득한 거야?’ ‘머리카락까지 흠뻑 젖어 있었는데...’“태겸 오빠가 저를 버렸어요. 큰아버지는 저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고요.”예주는 밤새 한숨도 쉬지 못한 사람처럼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었다.“저는 이제 갈 데도 없어요. 회사에도 돌아갈 수 없어요. 해인 언니, 우리 자매처럼 지냈잖아요. 정말 이렇게까지 저를 몰아붙이실 거예요?”해인이 눈썹을 모았다.“그게 다 네가 자초한 일 아니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예주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왜 언니랑 상관이 없어요? 저를 그 산골에서 끌어내 주신 사람이 해인 언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거기로 돌려보내려고 하시잖아요.”“언니, 너무하세요. 희망을 줘 놓고, 이제는 절망만 남기셨어요.”예주는 분명 결혼까지 한 몸이었다. 이제는 운명이라 여기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날 밤, 죽일 놈의 절름발이 밑에 깔렸을 때 예주는 입술을 악물고 신음 한 번 내지 못했다. 그때는 세상에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고 여겼다.예주는 겨우 17살이었다. 그런데도 큰아버지는 예주를 마을의 노총각에게 팔아넘겼다. 절름발이 남자는 예주를 보자마자 아이부터 낳으라고 했다.그런데 바로 다음 날, 해인이 보낸 후원금이 들어왔다.예주는 마치 한 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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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저 사람 누구예요? 서빙 직원 옷 입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강해인 씨랑 무슨 원한이 있길래, 서빙 직원을 저렇게 죽이려고 해요?”“아래가 분수라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예주는 이미 각도까지 계산해 둔 상태였다. 저기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는 걸 예주는 알고 있었다.죽지 않는 건 물론이고, 해인에게는 아주 큰 골칫거리를 안겨줄 수 있었다.사람들은 제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예주가 한 번 뛰어내리는 것만으로도 예주는 피해자가 되고, 주도권은 예주 손으로 넘어오게 된다.예주의 목적은 단순했다. 해인을 가해자로 만들어 누구에게나 손가락질을 받게 하는 것.‘강해인, 넌 절대 나를 떨쳐 내지 못해.’소란을 듣고 예철진과 주여진이 달려왔다.“무슨 일이야?”지안은 두 사람보다 먼저 도착해 입에 기름을 부었다.“해인 씨가 사람을 죽이려고 했어요! 저 여자를 밀어버렸다고요! 아빠, 엄마, 얼른 경찰 불러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봤잖아요!”오늘 연회는 예씨 집안이 연 자리였다. 이런 일이 터졌으니 예씨 집안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주여진은 굳은 채 서 있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해인이가 그럴 리 없어요. CCTV는요? 빨리 CCTV부터 확인해요.”지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거기 사각지대예요. CCTV에도 안 찍혀요.”예주는 애초에 그 자리가 사각지대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았으니 그쪽으로 뛰어내린 것이다.예주는 물에서 막 건져 올려진 탓에 안색이 새하얬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젖은 몸은 추위에 잠식된 듯 잘게 떨렸다.“해인 언니, 정말 너무하세요. 제가 신분이 보잘것없어도 사람 목숨이에요.” “절 미워하신다고 해도 그렇게 화를 못 이겨서 제 목숨까지 해치려고 하시면 안 되잖아요.”예주는 말하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원래도 마르고 왜소한 체구였기에 얼굴에 맺힌 억울함과 연약함은 해인의 죄를 말없이 들춰내는 듯했다.누군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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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하, 강해인 씨 예쁘긴 진짜 예쁜데, 알고 보니 골 빈 미인인가 봐. 이거 완전히 상간녀한테 약점 잡힌 거 아니야?”“...”지안은 해인이 차라리 경찰서에 끌려가 버리기를 바라고 있었다.지안은 이미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해도 태겸의 마음에는 아직 해인이 남아 있었다.반면 예주는... 태겸 옆에 붙어 한몫 잡아 보려는 여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태겸의 태도를 보면 예주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지안이 얼른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아빠, 엄마, 이 하예주라는 아가씨한테는 제대로 해명해야겠어요. 조금 전엔 정말 죽을 뻔했잖아요.”해인은 주여진 딸이었다. 그것도 예씨 집안이 연 자리에서 일이 벌어졌다.예씨 집안에서 설명을 내놓는 게 맞았다.주변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주여진도 앞으로 나서 입을 열었다.“해인아, 네가 한 일이면 사과해. 일이 더 커져 봐야 너한테 좋을 거 하나 없어.”해인은 차갑게 웃었다.‘엄마도 날 안 믿는구나.’예전에는 언제나 아무 조건 없이 해인 편에 서 주던 사람이었다.CCTV에 찍힌 장면도 없었다. 해인이 결백하다는 걸 보여 줄 증거도 없었다. 주여진은 이 일이 경찰서까지 가는 건 막고 싶었다.재벌가 딸이 경찰서에 드나들었다는 말이 퍼지면 보기 좋을 리 없었다.주여진은 해인을 잘 알고 있었다. 해인은 줄곧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였다. 예주가 정말 태겸을 유혹했다면, 해인이 견디지 못하고 손을 댔을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주여진이 부드럽게 타일렀다.“해인아, 엄마 말 들어. 그냥 사과해.”예철진이 코웃음을 쳤다.“네가 엄마라고 해서 저렇게까지 낮춰 말할 필요 없어. 버릇이 너무 없잖아.”아까 휴게실에서 해인에게 대놓고 쏘아붙임을 당한 탓에 예철진은 원래부터 해인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같은 때야말로 기를 세울 기회라고 여겼다.나선형 계단 위에 서 있던 해인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람들 표정을 하나하나 훑었다.주여진 때문이었다. 해인은 예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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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공항고속도로는 시내와 제법 떨어져 있었다. 유호는 비즈니스 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앞자리에 앉은 기사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당장 엔진에서 연기가 날 것처럼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이번 해외 일정은 아침 일찍부터 잡혀 있던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제 곧 공항에 도착할 참이었다. 그런데 유호는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곧바로 기사에게 차를 돌리라고 지시했다.무슨 일이 생긴 건지 기사는 감히 묻지도 못했다. 다만 백미러 너머로 얼핏 비치는 유호 표정을 보며, 지금 유호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밤기운이 점점 짙어졌다. 차창 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알록달록한 빛이 유호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다. 그 빛 아래에서 유호의 입체적이고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차갑게 가라앉아 보였다.유호는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문 채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유호 시선은 핸드폰 화면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태겸은 해인 곁에 서 있었다. 해인에게 쏟아지는 차가운 말과 비난을 자기 몸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영상 속 두 사람은 커플룩을 맞춰 입은 채 나란히 서 있었다. 너무도 잘 어울렸다.유호의 길고 검은 눈에 서릿발 같은 기운이 내려앉았다....넓은 호텔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예씨 집안에서 벌어진 집안일인 만큼 사람들은 구경은 하면서도 섣불리 끼어들지는 못했다.사람들은 태겸이 해인을 감쌀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미 끝난 사이인데,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다들 이해하지 못했다.예주의 안색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예주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일이 왜 자꾸 자기 생각과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내가 이렇게까지 뛰어내렸으면, 다들 강해인만 손가락질해야 맞는 것 아닌가?’‘그런데 어째서 내가 뛰어내린 게 오히려 고태겸과 강해인 사이를 다시 이어주는 모양새가 된 거야?’ ‘내가 고태겸에게 틈을 만들어 준 꼴이 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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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태겸이 해인의 앞을 막아서자 지안은 우뚝 멈춰 섰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쭉 빠졌다. 높이 치켜들었던 팔도 끝내 내려오지 못했다. 지안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도, 태겸은 왜 아직까지 저렇게 해인을 감싸는 건지 지안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왜요? 왜 아직도 강해인 편이데?’예철진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아주 가관이네! 내가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만!”자기 딸이 맞는 모습을 본 예철진은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 예철진은 잔뜩 굳은 얼굴로 내뱉었다.“이렇게 된 이상 경찰 부르자! 해인아, 너 후회하지 마!”경찰을 부르자는 말에 예주는 속으로 반색했다.‘그래, 이렇게만 되면 돼. 경찰서까지 가면 강해인도 끝이야.’반면 주여진의 얼굴에는 수심이 짙게 드리워졌다.사람들이 한데 엉켜 소란을 키우던 그때, 태상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경찰은 안 불러도 됩니다. 제가 봤습니다. 하예주 씨가 직접 뛰어내렸습니다.”예철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 아들을 쳐다봤다.“네가 정말 봤어?”“네.” 태상은 조금 전 확인할 일이 있어 다녀오느라 늦게 도착했다.태상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예주 씨는 서빙 직원 옷을 입고 있었지만, 저희 예씨 집안 직원 명단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몰래 잠입한 거죠. 애초에 의도부터 수상했습니다.”주변에서 다시 웅성거림이 번졌다.“진짜 뻔뻔하다. 상간녀가 자리 차지하려고 쓰는 수법 아니야? 강해인 씨를 저렇게까지 함정에 빠뜨리네.”“그래도 대단하네. 본처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저렇게까지 몸을 던지다니.”“뭘 몸을 던져. 진짜 죽을 생각이었으면 거기로 안 뛰었지. 분수로 떨어졌잖아. CCTV 사각지대까지 골라서 간 거 보면 다 미리 계획하고 한 거네.”“고태겸 대표도 문제야. 대체 왜 저런 여자랑 엮인 거야? 목격자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강해인 씨만 억울하게 뒤집어쓸 뻔했잖아.”“그리고 예씨 집안도 너무하네. 아무리 새아버지라지만 저 정도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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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유호의 눈매는 깊고 콧날은 오똑하게 솟아 있었다. 몸에 딱 맞게 맞춘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유호는 느슨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그 태도만으로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기세가 흘러나왔다.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유호를 바라봤다.유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다. 지나치게 압도적일 만큼 잘생긴 얼굴에, 드러난 팔에는 단단한 근육선을 따라 푸른 힘줄이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검은 눈동자 아래로는 가라앉은 파문 같은 기류가 번지고 있었다.사람들은 유호를 봤다가 다시 해인을 봤다.‘아내?’‘누가 저 남자 아내라는 거지?’‘설마 저 두 사람?’‘도무지 접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결혼했다고?’태겸의 표정도 단숨에 굳어졌다. ‘한유호? 왜 하필 지금 여기 나타나서 끼어드는 거지?’B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호와 태겸은 오래된 맞수였다.겉으로는 태연하고 느긋하게 웃어도, 밑바닥에는 늘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한씨 가문과 고씨 가문 역시 사업 영역이 70퍼센트나 겹쳤다.마주치면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네도, 돌아서면 서로를 의식하며 힘겨루기를 하곤 했다.KH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무섭게 세를 키워 왔다. ZC그룹 역시 만만한 축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YD그룹까지 더해져야 겨우 KH그룹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런데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혼맥의 판이... 한씨 가문 쪽으로 통째로 넘어가 버렸단 말인가?“강해인 씨가 진짜 한 대표님이랑 결혼한 거예요? 그럼 고 대표님은 어떡해요? 강해인 씨 옆을 칠팔 년이나 지켰는데, 완전히 남 좋은 일만 한 셈이잖아요.”“근데 따지고 보면 먼저 잘못한 쪽은 고 대표님 아닌가요? 강해인 씨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해도 뭐라 할 수는 없죠.”“맞아요. 어차피 결혼할 거면 고 대표님보다 더 나은 사람이랑 해야죠. 그래야 속이라도 풀리지.”“...”사방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끊이지 않았다.당사자인 태겸은 말할 것도 없고, 지켜보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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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당사자 중 한 명인 태겸의 안색은 더이상 나빠질 수가 없을 만큼 굳어 있었다.얌전하고 다정하던 해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먼저 유호에게 입을 맞추다니.그런데 태겸을 더 뒤흔든 건 따로 있었다. ‘해인이 뭐라고 했더라. 유호가 자기 남편?’‘이게 말이 되나?’‘이게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가?’태겸은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도 말해 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막혀 왔다. 마치 젖은 솜뭉치가 꽉 들어찬 듯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다.한편 해인이 입을 맞춰 온 그때, 유호의 눈 밑으로 짧은 놀라움이 스쳤다. 곧바로 유호 눈매에 내려앉아 있던 싸늘한 기운이 풀어졌다.유호는 곧장 팔을 뻗어 해인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해인을 자신의 품 안으로 꼭 당겼다. 유호의 시선은 금방이라도 해인에게 완전히 잠식될 듯 짙어졌다.해인의 입맞춤은 짧게 닿고 끝났지만, 유호는 힘주어 침을 삼켰다. 울대가 크게 움직이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기색이 분명했다.다만 지금은 서로에게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유호는 해인의 옆얼굴로 시선을 내렸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얼굴 왜 이래? 누가 때렸어?”그제야 사람들은 알아차렸다. 해인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해인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얗기에 조금만 붉어져도 금방 눈에 띄었다. 다만 한쪽으로 늘어진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서 여태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었다.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예철진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접니다. 해인이가 버릇없이 말을 해서요. 나중에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더 큰 사람들한테 미움 사지 않게 하려고, 어른으로서 가르친 겁니다.”유호의 차가운 시선이 예철진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목소리에는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가 배어 있었다.“제 아내를... 예 회장님께서 가르치실 일이 있습니까?”예철진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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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호가 예철진 체면을 이렇게까지 남김없이 짓밟을 줄은...그건 대놓고 예씨 집안의 체면을 짓밟아버리는 일이었다.그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구경하던 사람들 가운데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었다.예철진의 표정은 말 그대로 엉망이 됐다.예철진은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반평생이 넘게 살아오는 동안, 거기에 대기업 오너라는 자리까지 더해져서 어딜 가든 떠받들어지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호 같은 어린 후배에게 이런 식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한씨 가문의 힘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예철진은 속이 뒤집혀도 쉽사리 판을 깨지는 못했다.예철진은 분을 삼킨 채 지안을 돌아봤다.“이리 와. 너도 해인이한테 사과해.”지안은 자기 이름이 불리자 표정이 딱 굳어지면서,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아버지, 저는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도 제가 사과해야 해요?”지안은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예철진은 지안을 거칠게 끌어당겨 억지로 허리를 숙이게 했다.하지만 지안이 태어나서 이런 모욕을 당해 본 적이 있었던가?그것도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 앞에서. 지안은 눈가를 붉힌 채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예철진은 애써 웃는 낯을 만들었다.“지안이가 예의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한 대표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유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고는 예철진이 꺼낸 말을 그대로 받아 돌려줬다.“예의가 많이 없긴 하네요. 예 회장님께서 따님을 잘못 키우신 것 같습니다.”예철진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누가 들어도 예철진은 그저 형식적으로 말을 꺼낸 것뿐이었다. 유호 입을 거치고 나자, 지안이 무슨 큰 패륜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들렸다.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쯤에서 그만둘 법도 했다. 유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앞으로 KH그룹과 예씨 집안 사이에 오가던 모든 거래는 전부 끊겠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예철진의 안색은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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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오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멋있는 척하면 다인 줄 알아? 예철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나 있어?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맨손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이야.][그 사람이 먹은 소금이 네가 먹은 밥보다 많아. 네가 그룹 맡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들떠서는, 사람들 보는 앞에서 와인까지 끼얹어?]전화기 너머에서 쏟아지는 질책은 시작부터 거칠었다. 차 안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해인과 유호는 나란히 앉아 있었고, 이 정도 거리에서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중년 남자였다. 그 말투를 듣는 순간, 해인은 상대가 유호의 아버지일 거라고 짐작했다.어릴 때부터 유호를 엄하게 다루고, 조금만 어긋나도 손찌검과 모진 말부터 앞세우던 아버지, 한원랑.유호와 갑작스럽게 결혼한 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해인은 유호의 할머니 말고는 한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을 아직 만나 본 적이 없었다.다만 오늘 일은 너무 크게 번졌다. 해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일이 벌어진 지 겨우 십여 분 남짓인데, 한원랑이 벌써 소식을 들었을 줄은...유호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앞쪽만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형형색색 네온사인 불빛이 유호의 잘생긴 옆얼굴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 빛 아래에서 유호의 눈매는 한층 서늘해 보였다.[귀가 먹었냐, 입이 막혔냐? 내가 말하는데 안 들려? 유호야, 내가 널 그 자리에 앉혔으면 끌어내릴 수도 있어. 그거 모르겠어?]유호의 눈 밑으로 옅은 비웃음이 스쳤다.“누가 아쉽겠어요?”마침 차가 도심 터널 안으로 들어선 참이었다. 신호가 좋지 않았는지 한원랑은 제대로 못 들은 모양이었다.[뭐라고? 여자 하나 때문에 네가 어느 집안 사람인지도 잊어버릴 셈이냐?]유호는 등을 뒤로 기대며 자세를 느슨하게 풀었다. 한 손은 좌석 팔걸이 위에 아무렇지 않게 얹었다.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기색이 걸렸다.“이게 진짜 사랑인가 봐요.”해인은 입을 다물었다.‘설마... 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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