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겸은 걱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표정이었다.해인은 눈을 내리깔았다.해인은 정에 약한 편이었지만,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흔들리는 사람은 아니었다.험하고 질척거리는 길을 힘들게 건너왔는데,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되짚어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사람은 앞을 보고 살아야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더구나 그 길을 지나오는 동안 남은 기억들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해인과 태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지만, 그 시간조차 태겸이 예주 때문에 몇 번이고 해인을 뒷전으로 밀어넣었던 일을 덮어주지는 못했다.그날 밤 유호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해인은 이미 그 납치범 손에 죽었을지도 몰랐다.그 생각을 하자 해인의 눈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어렸다.해인은 태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오빠, 걱정해 주는 건 고마워. 근데 내 남편은 나한테 정말 잘해줘. 나는 누가 그 사람 헐뜯고 나쁜 말하는 거 듣고 싶지 않아.”태겸은 멈칫했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제 귀를 의심하는 사람처럼 태겸은 해인을 뚫어지게 봤다.“너 방금 뭐라고 불렀어?”아주 오래전, 두 사람이 아직 사귀기 전에는 해인이 늘 태겸을 ‘오빠’라고 불렀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혼담이 오가긴 했지만, 그 시절 어른들 역시 두 사람을 대놓고 한 쌍처럼 대하지는 않았다.그러다 18살 성년식 날, 태겸이 사람들 앞에서 해인에게 고백했고, 그제야 태겸의 자리는 ‘옆집 오빠’에서 ‘남자친구’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해인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맑은 눈으로 태겸을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로 여동생이 오빠를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오빠는 고 회장님 아들이잖아. 당연히 내 오빠지.”태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입술을 단단히 다물었다.그러더니 격해진 숨을 억누르지도 못한 채 해인의 양쪽 어깨를 덥석 붙잡았다.“오빠라고 부르지 마! 그 호칭은 18살 이후로 한 번도 안 썼어! 강해인, 나는 네 남자였어! 그런데 이제 와서 아는 오빠쯤으로만 본다고?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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