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심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빨라졌다.하지만 온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다리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할 만큼 몸이 축 늘어졌다.예주의 말에 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예주는 한 손으로 해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해인의 머리가 예주의 어깨 쪽으로 기울었다. 예주의 입가에는 기이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조금만 있으면 알게 돼. 방에 들어가면.”해인을 떠올릴 때마다 예주는 이가 갈렸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이 몽땅 짓밟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 수치심이 예주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들러붙어 있었다.예주는 악착같이 공부했다. 가장 높은 곳에 닿으려 애썼고, 마침내 겨우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가 무사히 졸업까지 해냈다.진창 같은 바닥에서 빠져나와, 이제야 삶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예주의 앞날에는 분명 희망이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모든 게 무너졌다.해인이 큰아버지를 끌고 와서 한바탕 뒤엎은 뒤, 예주는 HJ그룹에도 더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B시에서도 숨을 쉬며 살아가기가 버거워졌다.업계에서는 예주를 쓰겠다는 곳도 없었다. 직장을 구할 수조차 없는데, 예주가 그동안 견디며 쌓아 올린 시간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예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저런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남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거지?’‘왜 강해인 같은 사람은 손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내가 몇 년을 버티며 만든 걸 다 없애버릴 수 있는 거야?’예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해인의 귓가에 내려앉았다.“강해인, 난 말이야. 너도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어떤 절망 속에 있는지. 네가 날 망가뜨렸으니까, 나도 널 망가뜨릴 거야. 그게 공평한 거 아니야?”“너 미쳤어!”해인이 다급하게 외쳤다.“나한테 이러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하예주, 지금이라도 돌아서면 아직 늦지 않았어!”“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예주는 소리 없이 웃었다.“네가 직접 방 잡고 들어온 거야.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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