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apítulo 221 - Capítulo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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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해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해인은 SNS에 들어가 화면을 확인했다.역시 예상대로였다.‘고태겸은 원래 뒤로 숨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잖아.’‘그런데 이렇게 화제가 한창인 때에 갑자기 좋아요를 누르면, 일만 더 커지는 거 아닌가?’해인은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감정이라는 건 아주 사적인 일이다. 당사자들끼리만 알고 지나가면 될 일이지, 굳이 사람들 앞에 꺼내 놓을 필요는 없었다.해인은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잘못한 쪽은 고태겸이야.’‘대체 무슨 낯짝으로 저러는 거지?’‘나와 고태겸의 지난 시간을 애틋하게 돌아보는 사람처럼 온라인에서 굴다니.’정말로 해인 자신도 태겸이 낯설게 느껴질 지경이었다.해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시간이 좀 지나면 이 열기도 가라앉겠지.”해인이 태겸의 손목을 붙잡고 ‘좋아요’를 누르지 말라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승아가 김치찌개에 밥을 한 숟갈 떠먹으며 말했다.“그래도 한유호가 알면 질투하지 않을까? 전화해서 한마디 해두는 게 낫지 않아?”“한유호는 출장 갔어. 외국이라 시차도 있고, 일하느라 바쁠 텐데 이런 것까지 볼 시간은 없을 거야.”유호의 출장지는 A국이었다. 그쪽은 땅이 넓고 사람은 드문 데다 통신 상태까지 좋지 않았다. 인터넷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다. 주헌도 이번 유호 일정은 원래 빽빽하게 짜여 있었다고 했다. 해인은 괜히 연락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설명이라니. 뭘 설명하라는 거지?’그때 고씨 저택에서 태겸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태겸이 ‘좋아요’ 하나 눌렀다고 해서 해인이 지레 예민하게 굴 이유는 없었다.‘그렇게 굴면 꼭 내가 아직도 고태겸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처럼 보이잖아.’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유호가 출장을 떠난 뒤로 벌써 꼬박 나흘이 지났다.그 나흘 동안 온라인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말이 빨리 오기만을 바랐다. 비즈니스 서밋에서 해인과 태겸이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저녁이 되자 조진규가 다시 해인에게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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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조진규는 메뉴를 몇 가지 더 추가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큰마음을 먹은 듯, 캐비아에 푸아그라 같은 고급 메뉴까지 하나씩 전부 주문했다.“강 팀장님, 저도 더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음식이 막 테이블에 올라오자마자 조진규가 입을 열었다.“제 쪽에서 알아본 바로는 강 팀장님께서 며칠 전에 SU그룹 사람들과 접촉하셨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쪽이랑도 협업을 생각하고 계십니까?”해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조진규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해인은 알고 있었다.조진규가 말을 이었다.“차라리 저한테 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시죠. 그쪽에서 얼마를 제시했습니까?”해인은 미소를 띠었다.“조 대표님께서는 얼마까지 맞춰 주실 수 있으신데요?”조진규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해인이 다시 질문을 고스란히 되돌려줄 줄은 몰랐다.‘나이는 어린데, 보통이 아니야.’조진규는 의자에 몸을 조금 기대며 말했다.“이렇게 하시죠. SU그룹 쪽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제가 조금 더 양보해 드리겠습니다.”해인이 곧바로 물었다.“그럼 조 대표님께서는 얼마나 양보하실 생각이신가요?”조진규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SU그룹 쪽이 해인과 어떤 조건으로 이야기를 나눴는지 조진규는 알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SU그룹 쪽이 이익을 아주 바짝 줄여서 들어왔다면, 그보다 더 낮춰 맞추는 건 사실상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계약서를 써 봐야, 계약을 따낸 의미가 없는 셈이었다.어쩌면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할 수도 있었다.조진규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자, 해인은 묵묵히 음식에 손을 댔다.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두 사람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조 대표님께서 아직 정리를 못 하신 것 같네요.”해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돌아가셔서 다시 계산해 보시고요. 저도 제 쪽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중앙 냉난방이 지나치게 따뜻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해인은 조금 더웠다. 해인은 룸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해인이 안으로 들어간 바로 다음, 복도 구석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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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해인의 심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빨라졌다.하지만 온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다리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할 만큼 몸이 축 늘어졌다.예주의 말에 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예주는 한 손으로 해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해인의 머리가 예주의 어깨 쪽으로 기울었다. 예주의 입가에는 기이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조금만 있으면 알게 돼. 방에 들어가면.”해인을 떠올릴 때마다 예주는 이가 갈렸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이 몽땅 짓밟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 수치심이 예주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들러붙어 있었다.예주는 악착같이 공부했다. 가장 높은 곳에 닿으려 애썼고, 마침내 겨우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가 무사히 졸업까지 해냈다.진창 같은 바닥에서 빠져나와, 이제야 삶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예주의 앞날에는 분명 희망이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모든 게 무너졌다.해인이 큰아버지를 끌고 와서 한바탕 뒤엎은 뒤, 예주는 HJ그룹에도 더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B시에서도 숨을 쉬며 살아가기가 버거워졌다.업계에서는 예주를 쓰겠다는 곳도 없었다. 직장을 구할 수조차 없는데, 예주가 그동안 견디며 쌓아 올린 시간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예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저런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남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거지?’‘왜 강해인 같은 사람은 손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내가 몇 년을 버티며 만든 걸 다 없애버릴 수 있는 거야?’예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해인의 귓가에 내려앉았다.“강해인, 난 말이야. 너도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어떤 절망 속에 있는지. 네가 날 망가뜨렸으니까, 나도 널 망가뜨릴 거야. 그게 공평한 거 아니야?”“너 미쳤어!”해인이 다급하게 외쳤다.“나한테 이러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하예주, 지금이라도 돌아서면 아직 늦지 않았어!”“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예주는 소리 없이 웃었다.“네가 직접 방 잡고 들어온 거야.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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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한편 다른 곳에서는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핸드폰 전원을 켠 유호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발신자가 해인이라는 걸 확인한 유호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걸렸다.유호는 바로 메시지를 눌러 확인했다. 그런데 해인이 보낸 내용은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뒤섞여 있을 뿐이었다. 그걸 본 유호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졌다.‘이게 무슨 뜻이지?’원래 일주일로 잡혀 있던 일정이었다. 유호는 해인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 일정을 5일로 줄여버렸다.해인에게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호는 오늘 귀국한다는 말조차 미리 하지 않았다.그 메시지를 본 유호는 핸드폰을 주헌 앞으로 내밀었다.“이거 뭘 뜻하는 것 같아?”화면에는 어지럽게 흐트러진 문자들만 찍혀 있었다. 주헌도 단번에 알아볼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짐작을 꺼냈다.“사모님께서 실수로 잘못 보내신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대표님이 보고 싶으셔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원래 여자분들은 쑥스러우면 말을 바로 못 하기도 하니까요. 일부러 이렇게 보내고 대표님께서 먼저 연락하시길 기다리신 걸지도 모릅니다.”유호는 말없이 화면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정말 그런 건가?’유호는 공항 밖에 대기 중이던 의전 차량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자마자 유호는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네 번, 다섯 번 이어졌지만 해인은 받지 않았다.유호가 눈썹을 더 깊게 찌푸렸다.유호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이 시간이면 샤워 중일 수도 있겠네.’‘못 들었을 수도 있어.’지금 바로 해인에게 돌아가면 딱 맞을 것 같았다. 유호는 운전기사에게 짧게 말했다.“속도 좀 더 내.”그때 주헌이 아이패드를 건넸다.“내일 대표님께서 고태겸 대표와 함께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신다는 이야기가 며칠째 크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유호는 아이패드를 받아 대충 두어 장 넘겨봤다.사람들이 자극적인 구도에 끌려 열을 올리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다만 태겸의 행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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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예주가 나간 뒤, 해인은 흐릿한 정신으로 침대 위에 엎드린 채 숨을 골랐다. 머릿속은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무거웠고, 의식은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았다.눈꺼풀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한 번만 감아도 다시 뜨지 못할 것 같았다.해인은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어 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약이 너무 세...’예주가 쓴 수단은 예상보다 훨씬 독했다.해인은 그렇게 침대에 엎드린 채 얼마를 버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흐릿한 시야 너머로 발신자 이름이 들어왔다.한유호.그 세 글자를 확인한 뒤에야 해인은 조금 정신이 들었다. 해인은 다급하게 손을 뻗어 전화를 받으려고 했다.하지만 몸이 너무 굼떴다. 손끝이 화면에 닿기 전에 통화는 끊어졌다.유호가 연달아 두 번 전화를 걸었지만 해인은 두 번 다 받지 못했다.그녀의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팔 하나 움직이는 것도 벅찼다. 겨우 핸드폰을 더듬어 잡았는데, 정말 조금만 더 하면 받을 수 있었는데도 놓치고 말았다.해인은 손가락에 힘을 줘 직접 핸드폰 잠금을 풀고 유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객실 문이 열리며 밖에서 남자 몇 명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덩치가 컸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키가 크고 체격이 다부진 건 분명히 보였다.방금 전 예주가 남긴 말이 해인의 머릿속을 세게 내리쳤다.‘설마... 저 사람들이...’‘하예주가 불러온 사람들이야?’남자들은 해인 쪽으로 다가왔다. 침대 위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뒤, 다들 잠깐 놀란 눈치였다. 해인은 약에 취해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또렷한 이목구비와 붉게 달아오른 뺨이 시선을 끌었다.성급한 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겉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해인은 그중 한 사람이 핸드폰을 꺼내 삼각대 같은 받침대에 올려두고 침대 쪽을 향하게 하는 모습까지 보았다.해인의 등골이 싸늘하게 식었다.“당신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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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예주는 객실에서 나온 뒤 그대로 호텔 밖으로 걸어 나왔다.예주는 자기 눈으로 남자 셋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서야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효섭은 시킨 일을 제법 깔끔하게 해냈다. 잘생긴 남자 셋을 고르라고 했더니, 정말 얼굴이며 체격이며 빠지는 데 없는 사람들로만 골라 놓았다.예주는 시간을 재다가 태겸에게 전화를 걸었다.“태겸 오빠, 저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예주의 목소리가 들리자, 태겸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려 했다.예주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끊지 마세요. 해인 언니 일 때문에 전화드린 건데, 무슨 일인지도 안 들으실 거예요?”해인 이야기가 나오자 태겸의 손이 멈췄다.태겸이 물었다.[해인이한테 무슨 일이 있어?]예주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오빠는 늘 제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놨다고 원망하셨잖아요. 그런데요, 해인 언니가 먼저 오빠를 버린 거예요.”태겸의 미간이 거칠게 좁혀졌다.[무슨 헛소리야?]“저 지금 YM호텔에 있는데요. 방금 해인 언니가 잘생긴 남자 셋을 불러서... 객실로 들어가는 걸 봤어요.”[뭐라고?]태겸의 숨이 턱 막혔다.예주는 말끝에 은근한 비웃음을 묻혔다.“해인 언니는 욕심도 참 많죠. 한유호 하나로는 부족했나 봐요. 한 번에 셋이나 불렀으니까요.”“평소에도 원래 그렇게 놀았던 걸까요? 어쩌면 오빠가 알던 해인 언니가 전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죠.”...YM호텔 근처.예주와 통화하면서 태겸의 표정이 단숨에 가라앉았다.곧이어 수화기 너머로 급하게 차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까지 이어졌다. 태겸은 거의 뛰다시피 YM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오늘 밤, 공교롭게도 태겸은 이 근처에 볼일이 있었다.“몇 호야? 하예주, 너 또 해인한테 무슨 짓 한 거지? 해인이는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니야!”태겸은 거의 본능처럼 해인을 믿었다.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지냈다.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니며 자라온 사람이었다. 해인이 예주의 입에서 나오는 식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태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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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여씨 집안은 이미 오래전에 기울었다는 말이 많았다. 효섭의 아버지가 몇 년 전 건물에서 투신해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도 돌았다.그 뒤로 여씨 집안은 줄곧 애매한 형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치고 올라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지도 못한 채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을 뿐이었다.태겸은 효섭이 아직도 해인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원하는 말을 다 들은 태겸은 곧바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예주가 다급하게 말했다.[태겸 오빠, 저는 정말 오빠를 사랑해서 도와드린 거예요. 두 분 다시 이어질 수 있게 기회 만들어드린 거니까, 제 마음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태겸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미 777호 객실 앞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태겸은 거의 본능처럼 문을 세게 걷어찼다.문이 벌컥 열렸다.안쪽에는 상반신을 드러낸 남자 셋이 침대 가까이에 서 있었고, 해인은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태겸에게는 머릿속이 새하얘질 만큼 길게 느껴졌다.‘해인이가...’‘정말 늦을 뻔했어.’갑자기 들이닥친 태겸 때문에 남자들 중 하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누구야?”태겸은 앞뒤 볼 것도 없었다. 곧장 달려가 말을 뱉은 남자의 멱살을 잡아 올린 뒤 주먹을 날렸다.“누가 해인이 건드리래? 더러운 손 치워!”격분한 탓에 태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데다가 태겸의 기세가 예상보다 훨씬 거칠어서 남자 셋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몇 차례 주먹이 오가자, 셋 다 얼굴에 상처가 남을 만큼 얻어맞은 상태가 됐다.태겸은 곧장 침대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기 재킷을 벗어 해인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해인의 모습을 마주한 태겸의 목이 꽉 막혔다.“해인아...”조금만 늦었어도, 해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태겸의 눈은 시뻘겋게 핏발이 서 있었다. 태겸은 가까스로 감정을 누르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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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태겸은 해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곧장 저쪽에서 아직도 불빛이 깜빡이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태겸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거치대에서 거칠게 떼어냈다. 화면을 켜 확인해 본 태겸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다. 촬영만 되고 있었다.태겸은 핸드폰을 빠르게 조작한 뒤, 해인을 향해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무서워하지 마. 방금 찍힌 건 전부 지웠어. 아무도 못 봐.”침대 위에 있는 해인의 눈가는 붉게 젖어 있었다. 겁에 질린 토끼처럼 잔뜩 웅크린 채 태겸의 재킷 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안색은 창백했다. 아까 스스로 세게 깨문 탓인지 입술 위에는 이빨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해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태겸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오랫동안 해인을 알아 왔지만, 해인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본 건 예전에 해인의 아버지와 두 오빠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정말 많이 놀랐구나.’태겸은 허리를 굽혀 해인을 두 팔로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해인의 몸을 제 품 안 깊숙이 끌어당겨 팔 안쪽과 가슴 가까이에 기대게 했다.태겸의 표정은 너무도 부드러웠다.“해인아, 내가 여기서 데리고 나갈게.”온몸에 힘이 풀린 해인이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는 걸 태겸은 진작부터 알아차렸다. 이런 상태로는 걸을 수 있을 리 없었다.해인은 거절하지 않았다.지금 해인에게는 거절하고 말고 할 힘조차 없었다.무엇보다도 이곳에는 단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태겸은 해인을 안은 채 객실 밖으로 나갔다.검은색 재킷이 해인의 작은 몸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으며, 겉으로는 머리 위쪽 머리카락만 조금 드러나 보일 뿐이었다.복도에는 미리 길을 터주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해인은 멍하니 굳어 있었다. 표정도 한층 멍해져 있었다. 아까의 공포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두 사람이 곧바로 차에 오르자, 태겸이 기사에게 말했다.“별장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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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오늘 네가 날 구해준 건 고맙게 생각해. 그 은혜는 다른 방식으로 갚을게. 하지만 우리 사이엔 이제 가능성이 없어. 그 마음은 접어.”해인의 말이 이어질수록 태겸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러다 태겸은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해인을 세게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해인은 아직 몸에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버둥거리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태겸을 떼어낼 수 없었다. 해인은 태겸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는 걸 또렷하게 느꼈다.“나 너를 배신한 적 없어. 나랑 하예주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어. 걔가 나한테 뭘 한 적도 없어.”태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난 걔를 사랑한 적 없어. B시에 혼자 남아서 버티는 게 안쓰러워서 챙겨준 것뿐이야. 외로워 보여서, 딱해서 도와준 것뿐이라고.”태겸은 해인의 어깨를 붙든 채 말을 이었다.“너도 똑같았잖아. 불쌍해서 후원해 준 거였잖아.”그 말을 듣는 해인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정말 뻔뻔하네.’‘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빠져나가려 하잖아.’태겸은 해인의 어깨를 더 세게 붙잡았다.“네가 다른 방식으로 갚을 필요 없어. 난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우리 사이에 무슨 보답 같은 걸 따질 일이 있어? 난 그냥 우리 둘이 다시 예전처럼 지냈으면 좋겠어.”태겸의 목소리가 갈수록 격해졌다.“너 한유호랑 안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해인아, 한유호랑 이혼해. 우리야말로 원래 한 가족이었잖아. 너 지금 한유호한테 속고 있는 거야.”태겸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우리 다시 잘 살아보자. 예전처럼...”해인은 태겸의 얼굴을 바라봤다.태겸의 표정에는 진심이라고 우기는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 눈빛도 정말 간절했다. 감정이 너무 치밀었는지 눈가에도 물기가 어려 있었다.예전이었다면, 태겸이 먼저 한발 물러서기만 해도 해인의 마음은 금세 약해지곤 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태겸이 저렇게 말하고,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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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YM호텔.소식을 들은 지안이 다급하게 달려왔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복도에 멈춰 선 지안의 안색은 보기 좋게 일그러져 있었다.“사람은 어디 있어? 고태겸 대표는?”옆에 서 있던 직원들은 지안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 명은 겁먹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가신 지 조금 됐습니다.”지안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고태겸 대표가 그 여자 안고 나갔어?”직원들은 입을 닫았다. 다들 고개만 푹 숙인 채 지안의 말을 받지 못했다.방금 전 떠난 쪽에서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로 밖에 새지 않게 하라고 몇 번이나 경고하고 갔다.일이 얼마나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 알기에 직원들은 함부로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미 입막음 돈까지 받아 둔 상태였다.지안은 조금 전 객실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안이 아는 건 단 하나였다. 태겸과 해인이 방을 잡았고... 나갈 때는 태겸이 해인을 안고 나갔다는 사실뿐이었다.그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가자 지안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내가 고태겸의 여자친구인데.’‘내가 정식으로 옆에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지안은 메고 있던 명품 가방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내가 고태겸의 여자친구잖아! 내가, 내가 맞잖아! 고태겸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지안은 끝내 무너진 듯 복도에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왜 하필 장소가 YM호텔이어야? 하필이면 우리 집안 호텔이야!’지안은 이 모든 게 대놓고 자신을 조롱하는 일처럼 느껴졌다.요 며칠 온라인에서 떠도는 말들을 지안도 전부 보고 있었다.‘강해인, 지금 엄청 우쭐하겠지.’‘헤어진 전남친이 아직도 못 잊고 매달리고, 손가락만 까딱해도 바로 달려가니까.’태겸은 SNS에 해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글까지 올렸다. 지안이라는 현재의 여자친구는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 그 사실이 지안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잠시 뒤, 태상이 급히 도착했다. 유호도 함께였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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