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행인 건, 유호가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히는 사이 유호의 입술이 해인의 손가락 끝을 스치더니, 해열제 한 알을 그대로 물고 삼켰다는 점이었다.해인은 곧바로 물컵을 유호의 입가로 가져갔다.몸을 일으킨 해인이 유호의 셔츠를 풀어 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유호가 해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먼저 나가. 내가 할게.”“상처가 등에 있는데, 어떻게 혼자 해요?”해인은 유호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 것 같았다. 결국 남자로서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스물 몇 살이나 된 남자가 아버지한테 그런 꼴이 되도록 맞았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그렇다. 해인의 짐작으로는 유호의 몸에 난 상처는 전부 한원랑의 짓이었다.한씨 가문 안에서 누가 그런 배짱이 있어서 유호에게 손을 대고, 그것도 모자라 유호를 묶어 둘 수 있겠는가?답은 거의 뻔했다.승아가 예전에 해인에게 말해 준 적이 있었다. 한원랑은 술이 취하면 유호를 때리고 욕했고, 자기 아내의 죽음까지 유호 탓으로 돌린다고.하물며 오늘은 기일이었다. 옛일이 떠오를 만한 날이니, 한원랑에게는 손을 댈 구실이 더 충분했을 것이다.해인은 당연히 유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셔츠는 이미 엉망으로 찢어져서 더이상 입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해인은 아예 유호의 셔츠를 단번에 찢어 버렸다.단추가 사방으로 튀었다.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해인이 직접 눈으로 유호의 상처를 확인한 뒤에는 절대로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인은 숨을 들이마셔야 했다.상처는 대부분 등에 몰려 있었다. 허리띠로 후려친 자국이었다. 피가 군데군데 배어 있었고,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성한 살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너무 놀란 탓인지, 해인의 눈가가 축축해졌다.해인은 어릴 때부터 강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랐다. 아버지는 늘 다정했고, 해인을 끔찍이 아끼는 사람이었다. 해인은 세상에 이런 아버지도 있다는 걸 제대로 실감해 본 적이 없었다.‘어떻게 아들이 이렇게 될 때까지...’해인은 미간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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