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Bab 231 - Bab 240

354 Bab

제231화

태상이 옆에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제 동생이 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한 대표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다음에 제가 대현이랑 같이 꼭 식사 한 번 모시겠습니다. 이번만 너그러이 넘어가 주십시오.”태상은 대현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유호가 그 정도는 봐주길 바랐다.그제야 유호가 손을 놓았다. 유호의 얼굴에는 싸늘한 기운이 짙게 남아 있었고, 목소리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사람 관리 똑바로 하세요. 다음은 없습니다.”태상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 대표님, 알겠습니다.”유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 태상은 답답하다는 듯 지안을 노려봤다.“너 대체 몇 살인데 아직도 말을 그렇게 막 내뱉어? 뒤가 어떻게 될지도 안 보고 입부터 열어? 한유호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지난번 생일 연회에서 예씨 집안이 유호의 심기를 건드린 뒤로, 예씨 집안의 회사인 YE그룹 주가는 아직도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내려가기만 할 뿐,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없었다. 사업 역시 한 번 꺾인 뒤로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유호는 마음만 먹으면 예씨 집안을 더 깊이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지안은 겁도 없이 유호를 정면으로 건드렸다.지안은 눈가를 붉힌 채 쏘아붙였다.“오빠, 강해인이 고태겸을 뺏어갔잖아! 지금 고태겸의 여자친구는 나야! 나라고! 내가 이걸 어떻게 그냥 넘기겠어!”태상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삼켰다.“화가 나도 왜 하필 한유호한테 풀어? 꼭 그렇게밖에 못 해?”태상은 자기 여동생이 참 답답했다. 한쪽으로만 생각이 뻗어 나가고, 상황을 둘러보는 법을 몰랐다.태상은 곧 말을 이었다.“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고태겸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도 네가 기어코 사귀겠다고 매달린 거잖아.”“그럼 누구를 탓해? 못 견디겠으면 헤어지면 되잖아.”지안은 이를 악물었다.“난 못 헤어져! 강해인이 내 남자 유혹한 거 맞아. 나는 강해인하고 절대 같이 못 살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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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짝!태겸이 입을 맞추려고 다가오는 걸 본 해인은 거의 본능처럼 손을 들어 태겸의 뺨을 내리쳤다.하지만 해인의 몸에는 아직 약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손끝에 힘이 실리지 않아, 그 한 대조차 제대로 때리지 못했다. 태겸에게는 뺨을 때린다기보다 얼굴을 건드린 정도로만 느껴졌다.태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눈빛을 빛내면서 해인을 바라보던 태겸은 해인을 안고,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쓰기로 했던 신혼집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해인을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해인은 온몸이 뜨거웠다. 열이 펄펄 끓으면서 숨이 가빴다. 당장이라도 옷을 벗어 던지고 싶을 만큼 답답했지만, 해인의 남아 있는 이성이 그건 안 된다고 붙잡고 있었다.손바닥으로 해인의 뺨을 가볍게 짚는 태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해인아...”태겸의 손바닥은 차가웠다. 해인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손에 얼굴을 기댔다.태겸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바닥에서 그런 약을 써 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태겸도 들은 적이 있었다. 윤준은 그 약을 먹으면 처음에는 몸이 타 들어 가는 것처럼 괴롭고, 그 뒤로도 오래 약 기운이 남는다고 했었다.‘남자인 윤준도 그 정도였는데... 해인이는 더 버티기 힘들겠지.’태겸은 해인이 먼저 무너져 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해인은 태겸의 손바닥에 뺨을 비비는 것 외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태겸은 입술을 다물고 침대 머리맡에서 뭔가를 찾는 척 몸을 숙였지만, 사실은 해인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었다. 그는 일부러 해인 가까이 몸을 붙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해인아, 너 지금... 내가 필요해?”해인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 서서히 해인의 의지를 잠식하고 있었다.해인은 괴로움이 너무 커서 끝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툭- 툭-떨어지는 눈물이 태겸의 가슴을 이상하게 뒤흔들었다.고양이 울음처럼 가늘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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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해인아...”태겸은 마른침을 삼켰다.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나... 너한테 키스하면 안 돼?”해인은 눈을 내리깔면서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싫어.”몸에는 힘이 풀려 있었지만, 해인의 거절만은 분명했다.그런데도 태겸은 그 말조차 제멋대로 받아들였다. 태겸에게는 해인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약한 투정처럼 느껴졌다.태겸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해인이는 결국 내 손안에 있잖아.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돼.’태겸은 심장이 꽉 조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 하나가 해인의 손끝에 쥐어져 있고, 태겸 자신은 그 끈에 매달린 채 끌려다니는 인형 같았다.태겸은 해인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듯 하면서 탄탄한 품안에 끌어안았다. 해인의 몸을 바짝 끌어당긴 채 조용히 말했다.“해인아, 넌 나를 싫어도 안 놓을 거야. 이렇게 다시 내 앞에 왔는데, 이제 너 못 보내.”그 말과 함께 태겸은 해인을 팔 안에 가두는 듯 끌어안으면서 얼굴을 가까이했다.예전 같았으면 익숙하다고 느꼈을 품이었다.하지만 지금 해인에게 그 품은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싸늘해졌다.익숙함은 사라졌고 낯설고 불쾌한 감정만 남았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태겸을 밀어낸 해인이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날 건드리지 마!”태겸은 그대로 굳어졌다.해인이 이토록 격하게 자신을 밀어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색이었다.그녀는 핏발 선 눈으로 태겸을 노려봤다.“너도 예지안 씨랑 만나고 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까지 이래?”그 말을 듣는 순간, 태겸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며칠 전 밤, 바로 이 침대 위에서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지안과 함께 있었던 기억이었다.태겸의 눈동자에 불편한 기색이 어렸다.엄밀히 따지면, 그 일은 태겸에게도 처음이었다. 반은 분위기에 휩쓸렸고, 반은 지안을 해인의 대체물처럼 여겼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여자와 엮였다는 사실 자체는 지워지지 않았다.태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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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눈물이 해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해인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입술은 핏기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동자 안에는 분노와 원망, 짙은 비웃음이 뒤섞여 있었다.태겸은 그런 해인을 안은 채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해인은 눈가를 짓누르는 시큰한 감정을 가까스로 눌러 삼켰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태겸을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또렷했다.“진짜 내가 너를 미워하게 만들지 마!”그 말에 태겸의 눈꺼풀이 거칠게 떨렸다. 태겸은 급히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해인의 얼굴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해인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해인은 마치 벼랑 끝에 겨우 서 있는 사람처럼 너무나 약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휘청이며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울음을 참지 못해 온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해인의 주위에는 깊고 짙은 슬픔이 내려앉아 있었다.태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태겸은 허둥지둥 손을 뻗어 해인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이런 해인을 마주하자, 태겸은 더는 해인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미안해. 울지 마, 해인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한테 이러면 안 됐어.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러니까 울지 마. 제발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태겸의 머릿속은 완전히 엉켜 버린 상태였다. 해인의 눈빛이 태겸을 겁먹게 만들었다. 모든 게 자기 손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해인은 점점 더 먼 곳으로 가고 있는데, 태겸은 그걸 두 눈으로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붙잡고 싶어도 손에 닿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무력감이었다.‘안 돼.’‘이대로 해인을 놓치면 안 되는데.’‘그런데 왜 자꾸 멀어지는 것 같지.’태겸은 목 안이 꽉 막히는 것 같으면서 눈가도 붉게 달아올랐다.태겸은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밤 해인은 끔찍한 일을 겪을 뻔했다. 지금 가장 두렵고 혼란스러운 쪽은 해인이었다. 그런데 태겸은 그런 해인의 마음도 보지 못하고 자기 감정만 앞세웠다.‘해인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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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해인의 손바닥만 한 얼굴은 서러움으로 가득 젖어 있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작은 얼굴 전체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태겸도 유호를 봤다. 태겸은 순간 굳어졌다. 유호가 여기까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미간을 찌푸렸다.‘뭐지?’‘한유호가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야?’곧 태겸은 이유를 짐작했다.비밀번호는 원래 해인의 생일이었다. 유호라면 그 정도는 알아맞혔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태겸이 입을 열 틈도 없었다. 유호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이다.유호의 주먹이 그대로 태겸의 얼굴에 꽂혔다.태겸은 대비하지 못했다. 입술이 바로 부어오르면서, 터진 입술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태겸도 반사적으로 맞받아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유호는 군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태겸이 어떻게 움직일지 먼저 읽고 있었다. 유호의 움직임은 태겸을 빈틈없이 눌러버렸고, 내지르는 주먹마다 조금도 사정이 없었다.해인이 저런 상태인 걸 본 이상, 유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이걸 어떻게 참아?! 내 눈앞에서 내 여자가 저렇게 떨고 있는데...’두 남자는 순식간에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겸의 입가에는 피가 잔뜩 묻었고, 유호도 몇 군데 상처가 났다. 다만 유호 쪽은 겉으로 난 상처 정도로만 보였다.결국 태겸이 바닥에 무릎을 꿇다시피 주저앉고 한동안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다. 유호가 다시 주먹을 들자 해인이 급히 입을 열었다.“유호 씨, 그만해요. 우리 가요.”아무리 그래도 태겸이 오늘 밤 해인을 구해줬다. 해인으로서는 끝까지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버리면 고민건 회장 쪽에도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무엇보다 해인은 지금 너무 괴로웠다.몸 안의 약기운이 아직도 거세게 퍼지고 있어서, 자꾸만 옷을 벗어 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유호는 해인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봤다. 유호의 시선이 해인의 맨발 아래... 희고 가는 발목 쪽으로 내려갔다.그는 입술을 꽉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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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차 안.유호는 기사에게 하늘빌로 가자고 했고, 해인이 추울까 봐 담요를 끌어다가 해인의 몸을 감싸 주었다.그런데 해인의 손에 닿자마자, 유호는 그제야 해인의 몸이 놀랄 만큼 뜨겁다는 걸 알아챘다. 해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촘촘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유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에는 걱정이 짙게 내려앉았다.“왜 이래?”“별거 아니에요...”차 안에는 다른 남자들도 있었다. 주헌도 있고 기사도 있었지만, 둘 다 낯선 편이었다. 해인은 길게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유호는 줄곧 해인만 보고 있었다. 먹빛 같은 눈동자가 붉게 달아오른 해인의 뺨에 머물렀다. 해인이 손을 움직이는지, 숨을 어떻게 쉬는지, 고개를 어떻게 떨구는지까지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지만, 정작 유호의 눈 안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다행히 밤길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해인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였다. 유호는 해인을 안아 든 채 차에서 내렸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해인은 곧장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고는 욕실 안으로 몸을 숨긴 뒤 문을 잠갔다.오는 길 내내, 유호는 몇 번이나 묻고 싶었다. 오늘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해인이 태겸과 함께 호텔에 있었는지. 왜 태겸과 같이 예전에 둘이 지내던 집으로 갔는지.그런데 조금 전, 해인이 겁에 질린 채 유호의 품으로 파고들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내가 생각한 쪽이 아닐 수도 있어.’지금 너무 많은 걸 캐묻는 건, 오히려 몰아세우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해인은... 누가 봐도 크게 놀란 상태였다.유호는 담배에 불을 붙였고,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그는 집 앞 정원에 서서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마음부터 가라앉혀야 했다. ‘지금은 화부터 가라앉혀야 해.’15분쯤 지나자 주헌이 다가왔다.유호가 눈썹을 비스듬히 치켜올렸다.“다 알아봤어?”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전후 사정을 다 확인했습니다. 오늘 밤 사모님은 하예주한테 끌려서 호텔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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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건물 아래에 멈춰 섰다. 태겸이 허리를 숙여 차에 올라탔다.그런데 차가 단지를 막 빠져나가려던 때, 창밖으로 예주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하예주?’태겸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저 여자가 감히 또 나를 찾아와?’태겸은 굳은 표정으로 기사에게 말했다.“차 돌려.”기사는 곧바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차가 멈춰 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새 나타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예주를 에워싸고 있었다.예주의 눈에는 겁에 질린 기색이 가득했다. 예주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길가 화단 턱을 밟고 바닥으로 넘어졌다.“당신들 누구예요? 저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태겸 오빠, 저 좀 살려주세요! 아...!”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둔탁한 소리가 밤공기 속으로 퍼졌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몽둥이를 들어 예주의 왼쪽 다리를 거칠게 내리친 것이다.예주는 숨을 들이켰다. 고통이 너무 날카로워서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표정은 그대로 일그러졌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예주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그 광경을 본 태겸은 반사적으로 차 문을 열었다.눈앞에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태겸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 폭력배들은 예주를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몽둥이를 다시 높이 들어 올리더니, 이번에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이번에는 오른쪽 다리였다.이제 예주의 두 무릎은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 다시는 혼자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망가져 버렸다.예주는 이를 악물고 몸을 떨었다. 차라리 목숨을 끊어 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나 아팠다. 뼈가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예주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할 것 같았다.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너무 아픈 탓에 한동안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가슴만 거칠게 들썩였다.흐릿한 시야 너머로 예주는 태겸의 모습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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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유호가 온몸에 서려 있던 싸늘한 기운을 억누른 채 방으로 들어왔다.실내는 텅 비어 있고 욕실 쪽에서 물소리만 들려왔다.‘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씻고 있는 건가?’미간을 찌푸린 유호가 욕실 앞으로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여보, 아직 안 끝났어?”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욕실 문도 잠겨 있지 않았다. 유호는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열었다.그런데 욕실 안에는 뜨거운 김이 하나도 서려 있지 않았다.유호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을 세게 훑고 지나갔다.‘설마...’“여보, 나 들어간다?”문을 더 열고 들어간 유호는 욕조 안을 보고 그대로 멈춰 섰다.해인은 얇은 잠옷 차림으로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그런데 욕조 속 물은 차가운 찬물이었다. 손끝이 시릴 만큼 싸늘해서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유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빠르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해인을 물속에서 바로 안아 올렸다.“뭐 하는 거야?”해인의 눈가는 붉게 짓무른 듯했다. 오랫동안 울어서 그런지 눈두덩도 부어 있었다.물속에 오래 잠겨 있던 손가락과 발가락은 하얗게 불어 있었지만, 정작 뺨은 불이 붙은 것처럼 붉었다.해인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몸을 계속 문지르고 있었다. 오늘 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았던 곳을 전부... 몇 번이고 다시 씻어 내리고 있었다.해인이 목이 메인 소리로 말했다.“아직 안 씻었어요. 놔주세요. 저 더 씻어야 해요.”말을 마치자마자 해인은 유호를 바깥으로 밀어내려고 했다.유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해인이 저런 모습으로 떨고 있는 걸 보니, 유호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해인의 몸이 물에 흠뻑 젖어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못한 채, 유호는 해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 내가 왔잖아. 이제 아무도 너 못 건드려. 여보, 괜찮아. 나한테 너는 그대로 제일 소중하고, 제일 괜찮아.”유호는 해인의 어깨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어떻게든 해인을 진정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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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이 바보 같이... 왜 나한테 말도 안 한 거야.’유호는 가슴이 저릴 만큼 해인이 안쓰러웠다.남자라는 사람이 자기 여자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이런 일을 겪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유호 자신을 한없이 한심하게 느끼게 했다.다시 병실로 돌아간 유호는 조심스럽게 해인의 손을 잡아 올렸다. 깊은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표정에는 짙은 안타까움이 내려앉아 있었다.유호는 잠든 해인의 얼굴만 바라보며 눈을 떼기가 싫었다.잠시 뒤, 주헌이 발소리를 죽인 채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방금 귀국하셨잖아요. 시차 적응도 아직 안 되셨는데 이러시면 몸 상하십니다.”“내일 오후에 비즈니스 서밋도 있으니, 잠깐이라도 쉬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이번 비즈니스 서밋은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일정이었다. 게다가 며칠째 온라인에서는 그 행사 이야기가 떠들썩했다.행사가 끝난 뒤에는 유호의 단독 인터뷰까지 잡혀 있었다. 유호가 처음으로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당연히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다.유호는 손을 가볍게 저었다.“괜찮아. 난 여기 있을 거야. 밤에 악몽이라도 꾸면 어떡해? 내가 없으면 더 불안해할 수도 있잖아.”주헌은 잠깐 말을 잃었다.이 분위기라면, 유호는 정말 밤새 병실을 지킬 생각 같았다.병실 침대는 너무 좁아서 둘이 같이 누울 수도 없었다.주헌은 잠시 침묵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나려고 했다.그때 유호가 다시 주헌을 불러 세웠다.“우리가 가져온 그거, 최대한 빨리 괜찮은 디자이너 찾아.”이번에 유호는 A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시간을 따로 비워 현지 경매장까지 직접 들렀다.그곳은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곳이었다.유호는 현지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재벌로부터, 그 집안에서 아끼던 보물 하나를 낙찰 받았다. 크기도 가장 크고, 등급도 압도적으로 좋은 컬러 다이아몬드였다.유호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침대 위에서 자는 해인이 깰까 봐 신경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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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전화를 끊고 채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승아가 병실로 들어왔다.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승아는 해인을 와락 끌어안았다.“자기야, 괜찮아?”해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어젯밤 일, 너도 들었어?”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일찍 네 남편이 직접 나한테 전화했어. 나도 깜짝 놀랐잖아.”해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유호 씨가?”“응. 네 남편은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여자고 내가 제일 친한 친구니까, 내가 와서 네 옆에 있어 주고 말동무도 좀 해 주길 바랐던 것 같아.” “네가 충격이 너무 커서 괜히 안 좋은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됐나 봐.”해인은 잠깐 할말을 잃었다.‘한유호한테도 이런 세심한 면이 있었구나.’어젯밤 해인은 분명 크게 놀랐다. 하지만 끝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태겸도 해인에게 실제로 손을 대지 못했다.“아, 맞다. 나 방금 올라오기 전에 아래에서 네 남편도 봤어.”승아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온 아침거리를 해인 앞에 내려놓았다. 환자로 맞춘 따뜻한 죽과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이거 네 남편이 직접 사 온 거야. 나한테 너 갖다 주라고 맡기고 갔어. 배 안 고파? 지금이라도 좀 먹을래?”“그럼 유호 씨는?”해인은 반사적으로 병실 문 쪽을 돌아봤다.“너랑 같이 안 올라왔어?”“갔지. 오늘 오후에 비즈니스 서밋 있잖아. 밤새 네 곁을 지켰고, 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돼서 시차 적응도 안 됐을 텐데. 아마 집에 가서 잠깐 눈 붙이러 간 것 같아.”승아는 그렇게 짐작했다.유호는 병원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경호원들은 전부 병원에 그대로 두고 갔다.병실 문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안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괜히 시선을 피했고, 병실 앞쪽은 알아서 피해 지나갔다. 누가 봐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안에 있는 분위기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침에는 승아가 있는 집으로 차까지 보내고 직접 사람을 붙여서 데려오다시피 했다.승아는 아침에 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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