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apítulo 211 - Capítulo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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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주식 양도는 그룹의 이익이 걸린 중대한 일이었다. 허투루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한원랑은 원래부터 지독할 만큼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유호는 자신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해인에게 넘겨버렸다. 달리 말하면, 집안의 가장인 한원랑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한원랑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해인은 식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조금 어지러웠다.‘그때 유호가 내게 주식을 넘겼을 때... 이 집에서는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건가?’해인은 당연히 KH그룹 법무팀에서 적어도 한원랑에게는 보고가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아무래도 유호가 일부러 한원랑을 피해 처리한 모양이었다.해인은 의아한 눈으로 유호를 바라봤다.유호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터였다. 이 일이 드러나면 한원랑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왜 굳이 이렇게까지 했을까?’‘한유호라면 이런 쓸데없는 골칫거리를 스스로 만들 사람은 아닌데... 왜?’유호의 수완을 생각하면, 해인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누구 하나 한원랑의 심기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권영자조차 놀란 탓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천하솜은 식탁 아래에서 슬그머니 조우의 다리를 툭 건드렸다.조우가 곧장 입을 열었다.“아빠! 형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냐? 그럴 바엔 차라리 그 주식 나 줘. 나중에 내가 회사 맡으면 되잖아! 형보다 못할 것도 없는데?”그 말을 듣자 최수나가 입을 가리고 픽 웃었다.“어린애 티도 못 벗은 꼬마가 말은 참 거창하네. 큰 도련님은 적어도 회사를 굴릴 능력은 있지. 넌 뭐가 있는데?”“장난감 상자 가득한 로봇 피규어? 아니면 헉헉대며 흙이나 팔 것 같은 곰 같은 힘?”조우는 최수나의 말이 결코 좋은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아듣고, 매섭게 최수나를 노려봤다.“야...”천하솜도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최 여사, 우리 아들이 아직 어려서 그래. 크고 나면 분명 사람들 사이에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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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한원랑은 무심결에 해인을 한 번 바라봤다.해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촉촉하게 젖은 커다란 눈을 뜬 채, 그저 순한 양처럼 한원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순하고 여린 기색뿐인 모습이었다.시선을 거둔 한원랑은 어느새 해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한원랑은 음산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유호를 노려봤다.“말해! 벙어리가 된 거야?”그제야 유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줬으면 준 거죠.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요. 고작 주식 좀 준 건데, 제 아내한테 제가 못 줘요?”해인이 움찔하며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아, 그냥 다 망해버려라!!’해인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유호는 애초에 한원랑과 좋게 지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두 사람 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누구 하나 먼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해인이 한참 동안 눈치를 보며 부드럽게 넘기고, 겨우겨우 한원랑의 마음속에 유호를 향한 부정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의사에게 유호의 몸을 살피라고 말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다 끝이었다.유호가 내뱉은 한마디에, 해인이 애써 쌓아 올린 게 한순간에 전부 무너져 내렸다.역시나 한원랑의 관자놀이 핏줄이 꿈틀거렸다. 사람을 짓누르는 기세가 순식간에 더 짙어졌다.“뭐라고? 한씨 가문의 당당한 후계자라는 놈이, 회사를 통째로 등한시하고 지분을 모조리 넘겨?” “고작 여자 하나 웃겨보겠다고? 옛날 폭군도 너처럼 허세는 안 부렸어!”유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한원랑의 말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유호가 조금도 잘못했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한원랑은 더 화가 치밀었다.권영자가 얼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끼어들었다.“유호야, 너도 참. 이렇게 큰일인데 집에 한마디 정도는 했어야지.”유호가 소리 없이 웃었다.“한마디 했으면, 그 주식 제가 해인이에게 줄 수 있었겠어요?”“너...!!”한원랑은 사방을 둘러봤다. 손에 잡히는 걸 찾아 당장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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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유호의 눈빛에 순간 놀란 기색이 스쳤다.유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필 이런 급박한 때, 해인이 자기 때문에 몸을 던질 줄은.해인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움직인 듯했다. 유호가 다치는 걸 막고 싶어서였다.이렇게까지 자신을 감싸준 사람은 한 번도 없었다.유호의 시선이 가볍게 흔들리면서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 해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뜨거운 기색이 가득했다.한원랑이 해인까지 잘못 때릴까 봐, 정신을 차리자마자 유호는 곧바로 해인을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 몸을 돌린 유호는 넓은 등으로 한원랑의 채찍을 막아섰다.유호의 등이 눈앞에 드러나자, 높이 치켜들려 있던 한원랑의 손도 마침내 아래로 떨어졌다.짝!다만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을 뿐, 그 한 번의 채찍은 바닥을 후려쳤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린 해인이, 유호를 붙잡아서 제때 몸을 비키게 했기 때문이었다.해인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아버님, 화 좀 가라앉히세요. 이 일에는 사정이 있어요!”해인은 한원랑이 또다시 손을 쓸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유호의 손목을 붙든 채 다시 자기 뒤쪽으로 끌어당겼다.유호가 눈을 가늘게 뜨자 해인의 뒷목이 유호의 눈에 들어왔다. 도자기처럼 희고 매끈한 피부가.해인의 체구는 가녀렸지만, 등은 꼿꼿하게 편 상태였다. 유호와 한원랑 사이를 막아선 해인의 온몸에는 꺾이지 않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역시 내 아내야!’‘너무 좋아!!’좋아서 당장이라도 해인을 품 안에 안고 미친 듯이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였다.한원랑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거렸다.“무슨 사정?”해인이 또렷하게 말했다.“아버님은 유호 씨가 제게 주식을 넘긴 것만 알고 계시죠. 그럼 제가 유호 씨한테 YD그룹을 넘긴 건 알고 계세요?”최수나는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놀란 듯 말했다.“뭐라고?”사람들의 시선이 의심스럽다는 듯 최수나를 향했다. 그제야 최수나는 자신의 반응이 지나치게 컸다는 걸 깨달았다.최수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태연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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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천하솜은 속으로 기가 막혔다.‘왜 무슨 말을 꺼내기만 하면, 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줄줄 나오는 거야?’끝으로 갈수록 해인의 표정에는 억울한 기색까지 배어들었다.그런데도 해인은 끝까지 얌전하고 온순한 태도를 유지했다. 혼자 꾹 참고 넘기려는 사람처럼 보였다.역시나 한원랑의 표정도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다.이건 결국 계산이 되는 문제였다. 한원랑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손익을 따져본 끝에, 한씨 가문이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마침내 한원랑이 한발 물러섰다.“나도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은 아니야. 네 부모와 오빠들이 그때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YD그룹이 여기까지 버텨온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그동안 고씨 가문이 YD그룹에 대준 모든 지원은 우리 한씨 가문도 똑같이 대주마. 세 배로.”해인의 눈이 반짝였다.‘와... 역시 돈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망설임이 없네요.’이건 뜻밖의 수확이었다.그때 왕단영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졌다.“해인아, 한씨 가문 지분인데, 그것도 원시주라며? 해마다 배당도 엄청날 텐데, 어쩌면 YD그룹 순이익보다 더 클 수도 있겠네. 유호가 정말 아내를 아끼기는 하나 봐.”언뜻 들으면 별문제 없는 말처럼 들렸다.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이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 지분은 적은 양이 아니었다. 무려 10퍼센트가 훌쩍 넘었다. 한원랑의 손에 쥔 지분도 고작 30퍼센트 남짓이었다.KH그룹 원시주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대개 그룹에 큰 공을 세운 핵심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조차 많이 가져봐야 3퍼센트였다. 권영자 역시 3퍼센트가 전부였다.무엇보다 이 집 안의 다른 여자 셋은 단 한 주도 없었다. 심지어 혼외자인 조우조차 없었다.그런데 해인 혼자 10퍼센트가 넘는 지분을 쥐고 있었다. 한원랑 다음가는 수준이었다. 이 안에 숨어 있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 모를 수가 없었다.해인은 진작부터 왕단영이 웃는 얼굴 뒤에 칼을 감춘 사람이라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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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유호는 어머니 서정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유호가 납치됐을 때는 다섯 살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열 살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너무 어린 나이에 떨어져 있었던 탓에, 유호는 친모의 얼굴조차 이미 머릿속에서 흐릿해진 뒤였다.희미하게 남아 있는 건 영정사진 속 모습뿐이었다.그때는 서정란이 세상을 떠난 지 아직 석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집 안은 깊은 슬픔과 무거운 적막에 잠겨 있었다.유호가 돌아온 건 분명 기쁜 일이었다.그런데 집에 온 첫날 밤, 한원랑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한밤중에 방으로 들이닥친 한원랑은 벨트를 휘둘러 유호를 반죽음이 되도록 때렸고, 유호가 친엄마를 죽게 만든 재수 없는 놈이라며 악을 썼다.그때 집에서 일하고 있는 고용인들은 한원랑이 무서워 감히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유호를 감싸준 건 권영자뿐이었다.하지만 한원랑은 너무 강압적인 사람이었다. 권영자조차 한원랑을 온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그런 일이 오래 이어지자, 집안 사람들 역시 하나둘 무감각해졌다.유호의 표정을 본 해인은 유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해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호의 마음속에는 서정란을 향한 원망이 남아 있다는 걸.유호가 어린 시절부터 감당해 온 고통은 결국 서정란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서정란과 관련된 물건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해인은 속으로 가만히 한숨을 삼켰다.‘엄마 없는 아이는 정말 바람 앞의 풀잎 같네.’‘어머님은 살아 계셨다면, 한 회장 주변에도 저렇게 많은 여자들이 꼬이지도 않았겠지...’‘한유호도 이렇게까지 외롭게 자라진 않았을 텐데...’해인은 유호의 손바닥을 살며시 꼬집듯 쥐었다. 그런 뒤 또렷하게 말했다.“이건 어머님의 것이 아니라 유호 씨 것이에요. 유호 씨가 어릴 때 차고 있던 거예요. 다 잊어버린 거예요?”유호가 낮게 말했다.“그래도 엄마가 나 주려고 준비한 거잖아.”해인은 희고 단정한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말투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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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유호가 더 바짝 다가오면서 키스를 깊게 이어 갔다.“여보, 아이 낳기 싫으면 안 낳아도 돼. 난 우리 여보 뜻을 존중해.”출산은 해인의 자유였다. 유호는 자신의 생각을 해인에게 억지로 들이밀 생각이 없었다.해인에게 자기 아이를 낳으라고 몰아붙일 마음도 없었다.정 안 되면 딩크로 살면 그만이었다.“그럼 앞으로는 피임하자.”‘이 사람, 오늘 꼭 하겠다는 거야?’해인이 하려던 말은, 두 사람 관계가 이렇게 짧은데 굳이 아이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그런데 유호는 어째서인지... 마치 당장 정관수술이라도 하러 갈 기세였다.해인의 눈가에 걱정이 어렸다.“그래도 당신... 아직 열이 있잖아요...”분명 아까는 열이 내렸었다.그런데 지금 유호는 다시 체온이 오른 듯했다.감염은 원래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자꾸 되풀이되기 마련이다.게다가 유호 몸의 상처는 꼬박 사흘이나 지나서야 소독하고 약을 바를 수 있었으니, 더 세심하게 몸을 돌봐야 했다.해인은 유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됐다.유호의 눈빛이 한층 짙어지면서 목소리도 조금 잠겼다.“그럼 더 좋지.”유호가 해인의 귓가에 입술을 누르듯 대고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39도의 뜨거움은 아직 못 느껴 봤지?”해인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미치겠네. 나 진짜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어.’‘내가 너무 이상한 쪽으로 받아들였잖아.’해인의 심장은 너무 빨리 뛰었다. 콧잔등에 닿는 숨결마저 유호의 키스에 모조리 빼앗기는 기분이었다.해인은 마지막으로 버텨 보려 애썼다.“좀 푹 쉬고, 몸 다 낫고 나서 하면 안 돼요?”유호의 목젖이 한번 꿈틀했다.유호가 해인의 귓가에다 대고 숨가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근데 난 못 기다리겠어.”해인은 결국 마지막으로 발버둥을 쳤다.“먼저 가서 씻고 와도 될까요?”그제야 유호가 해인을 놓아주었다....욕실 유리에는 뿌연 김이 내려앉아 있었다. 해인은 안개가 옅게 깔린 다른 세상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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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해인은 매트리스 쪽으로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직접 눌러 보면서 감촉을 확인해 보려는 참이었다.바닥에 쭈그리고 있던 유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해인의 하얗고 가느다란 두 다리였다. 길게 뻗은 다리는 잘 빚은 백자처럼 매끈했고, 바로 눈앞에 닿을 듯 놓여 있었다.유호는 돌연 팔을 뻗어 해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해인이 놀라서 쳐다보는 사이에 유호는 해인을 매트리스 위로 눌러 넘어뜨렸다.해인의 검은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지면서, 매트리스 위로 넓게 흩어졌다.해인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당신...”유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잠겨 있었다.“여보가 지금 날 꼬시고 있잖아.”‘이렇게 짧은 차림으로 눈앞을 어슬렁거리고, 씻는 것도 일부러 오래 끌면서 사람 애타게 해 놓고.’‘막상 나오고 나서... 이제 와서 나보고 혼자 바닥에서 자라고?!’유호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다.유호도 멀쩡한 남자인데 자존심도 있었다.해인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당신을 꼬셨다고요?”열이 난 탓에 유호의 숨결도 뜨거웠다.유호는 고개를 조금 들어 해인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맞댄 채 말했다.“여보, 네가 이렇게 살짝만 걸쳤든, 아니면 두툼한 꽃무늬 누빔 파카를 입고 내 앞에 서 있든, 난 너한테 무조건 항복이야.”‘이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능청스러웠지?’말을 마친 유호는 해인을 침대 위에 눌러 둔 채, 큰 손으로 해인의 손을 감쌌다.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밀어붙이듯 해인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곧 두 사람의 손이 깍지를 꼈다.해인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눈가도 붉어졌다.‘막을 수 없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잖아.’해인은 키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몸은 구름 위를 떠도는 듯 붕 뜬 채로 흔들렸다.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르자, 해인은 먼저 유호의 목을 끌어안기까지 했다.그리고 유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유호는 그걸 어떤 신호처럼 받아들인 듯했다.유호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났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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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해인은 유호가 원래 그렇게까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게다가 설령 한유호가 승낙한다 해도 한원랑은 어떨까?’‘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또다시 한유호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까?’해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그 사람한테 말은 해볼게. 그래도 너무 기대하진 마.”승아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왜?]승아는 덧붙였다.[나 네 남편 집안일 같은 건 안 물어볼 거야.]승아도 한씨 가문의 사정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한원랑에게 ‘첩’이 셋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기 친구를 곤란하게 만들면서 그 일을 세상에 터뜨릴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애초에 승아에게는 그럴 배짱도 없었다.한원랑 같은 재벌가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 만큼 무모하지도 않았다.승아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진짜 그냥 평범한 인터뷰야. 업계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도 많이들 했어. 다른 얘기까지 끌고 가지도 않을 거고.]무엇보다 유호의 신분은 워낙 특별했다.사람들은 다들 이런 식으로 베일에 싸인 거물에게 강한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얼마 전만 해도 태겸이 YD그룹 계약 건으로 한 라이브 방송에 나갔다가 온라인에서 꽤 큰 화제를 모았다.덕분에 YD그룹 주가도 며칠 내내 오름세를 탔다.유호 쪽도 반응이 나쁘지 않을 거라는 게 승아의 생각이었다.승아가 반쯤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너희 밤에 한 침대에서 자잖아. 네가 안으면서 살살 말 좀 해봐.]그때 영상통화 화면 한쪽으로 남자의 옷자락이 천천히 비쳐 들어오는 게 보였다.승아는 그걸 눈치채고 일부러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아, 진짜. 우리 해인이가 친구를 위해서 미인계 좀 쓰면 어때서!]승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네가 그랬잖아. 네 남편은 얼굴도 잘생겼고, 밤일도 끝내줘서 네가 완전히 반했다며?]‘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바로 뒤쪽에서 냉장고 문이 열리며 ‘삑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해인은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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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이른 아침, 유호는 출장을 떠났다.주헌이 집에 들러 캐리어를 챙겨 가면서 해인에게 무심한 듯 한마디를 건넸다.원래 이번 출장은 진작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었다고 했다.다만 그날, 해인이 주여진의 생일잔치에서 곤란한 일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이미 공항까지 갔던 유호가 일부러 되돌아왔다는 말도 덧붙였다.해인은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었다.눈앞에 서 있는 키 큰 주헌을 바라보는 표정은 어딘가 멍했다.“그럼... 대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주헌은 빈틈없는 직업용 미소를 지키면서 말했다.“사모님, 그런 말씀은 대표님께 직접 하시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차가 눈앞에서 멀어져 갔다.해인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한유호는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유호가 출장 가 있는 일주일 동안, 해인은 집이라도 잘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좋은 사람’인 유호는 바로 그때 막 비행기를 탄 상태였다.유호는 느긋한 자세로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이틀 동안 쉬고 난 덕에 등 뒤 상처도 거의 다 아물어 가고 있었다.옆자리에 앉은 대현은 이미 다 꿰뚫어 본 듯한 표정이었다.“요즘 또 좋은 모양이네?”“드디어 소원 풀었어?”유호는 대현을 담담하게 한 번 흘겨봤다.음흉하게 웃는 대현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유호가 속을 알 수 없는 말투로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네가 나 질투하는 거, 모를 줄 알아?”대현은 입꼬리를 비틀면서 웃었다.“내가 너를 왜 질투해? 난 그냥 축하해주는 거지. 드디어 고생 끝에 보람이 있잖아.”유호는 꽤 예의 바르게 답했다.“고맙다.”대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그래, 그래. 아버지가 채찍질한 게 결과적으로는 너랑 제수씨 사이를 더 붙여 줬네. 출장 다녀오고 나면 잠깐 떨어져 있었던 만큼 더 뜨겁겠지.”“제수씨가 네 생각이 엄청 나서 보자마자 네 품에 안겨 울지도 모르겠다.”‘정말 그럴까?’‘이번 출장은 아무리 짧아도 5일... 길면 6일 걸릴 것 같은데...’‘우리 해인 공주님은... 정말 나를 보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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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그 커뮤니티는 국내에서 꽤 이름난 곳이었다.생긴 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레전드 글도 여럿 나왔던 곳이었다.그 아래 댓글창에는 해인과 태겸의 과거까지 모조리 털려 있었다.[성년의 날, 고 대표가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고 고백했다더라. 강해인 씨한테 자기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자기가 평생 잘해주겠다고.][강해인 씨가 꽃 좋아한다고, 고 대표는 시외에 있는 수천 평 꽃밭을 통째로 사 줬대.]심지어는... 해인과 태겸이 중학생이던 시절 함께 찍은 사진까지 온라인에 올라와 있었다.정작 해인한테도 없는 사진이었다.해인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진짜 대단하다. 커뮤니티에 없는 게 없네.’사진이 퍼지자, 누군가는 또 따로 글을 하나 올렸다.[여자 쪽 얼굴은 처음 보는데 이렇게 예뻤어? 고 대표랑 같이 서 있으니까 진짜 너무 잘 어울리는데. 아깝다, 왜 헤어진 거지?]그 뒤로는 네티즌들이 이별 이유를 파고들기 시작했다.그렇게 뒤지다 보니, 얼마 전 태겸이 YD그룹과 정부 프로젝트 때문에 온라인 영상에 등장했던 일까지 다시 끌려 나왔다.태겸은 눈에 띄는 분위기와 정제된 태도 덕에 그때도 적지 않은 화제를 모았었다.거기서 태겸에게 호감을 품은 사람들도 잔뜩 생겼다.그때 이미 태겸의 신상도 어느 정도 알려졌었다.ZC그룹 후계자인 데다가 여자친구 집안 회사에서 CEO까지 맡고 있다는 이야기였다.그러자 누군가 앞장서서 해인과 태겸의 서사를 밀기 시작했다.[ZC그룹 후계자가 자기 회사도 아닌 여자친구 회사에 들어가서 도와줬다니, 이게 사랑 아니면 뭐냐?][고 대표가 아니었으면 YD그룹도 예전에 회장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그대로 무너졌을 걸...]어젯밤 자정이 넘은 시각, 태겸은 급히 SNS 계정을 새로 만들고 글 하나를 올렸다.[보고 싶다!]사진으로 함께 올린 건, 오래전 태겸이 해인을 위해 사들였던 꽃밭이었다.꽃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사람만 보이지 않았다.그건 사실상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문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었다.그리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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