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랑은 무심결에 해인을 한 번 바라봤다.해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촉촉하게 젖은 커다란 눈을 뜬 채, 그저 순한 양처럼 한원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순하고 여린 기색뿐인 모습이었다.시선을 거둔 한원랑은 어느새 해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한원랑은 음산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유호를 노려봤다.“말해! 벙어리가 된 거야?”그제야 유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줬으면 준 거죠.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요. 고작 주식 좀 준 건데, 제 아내한테 제가 못 줘요?”해인이 움찔하며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아, 그냥 다 망해버려라!!’해인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유호는 애초에 한원랑과 좋게 지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두 사람 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누구 하나 먼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해인이 한참 동안 눈치를 보며 부드럽게 넘기고, 겨우겨우 한원랑의 마음속에 유호를 향한 부정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의사에게 유호의 몸을 살피라고 말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다 끝이었다.유호가 내뱉은 한마디에, 해인이 애써 쌓아 올린 게 한순간에 전부 무너져 내렸다.역시나 한원랑의 관자놀이 핏줄이 꿈틀거렸다. 사람을 짓누르는 기세가 순식간에 더 짙어졌다.“뭐라고? 한씨 가문의 당당한 후계자라는 놈이, 회사를 통째로 등한시하고 지분을 모조리 넘겨?” “고작 여자 하나 웃겨보겠다고? 옛날 폭군도 너처럼 허세는 안 부렸어!”유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한원랑의 말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유호가 조금도 잘못했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한원랑은 더 화가 치밀었다.권영자가 얼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끼어들었다.“유호야, 너도 참. 이렇게 큰일인데 집에 한마디 정도는 했어야지.”유호가 소리 없이 웃었다.“한마디 했으면, 그 주식 제가 해인이에게 줄 수 있었겠어요?”“너...!!”한원랑은 사방을 둘러봤다. 손에 잡히는 걸 찾아 당장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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