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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Author: 오월이
한편 다른 곳에서는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핸드폰 전원을 켠 유호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가 해인이라는 걸 확인한 유호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걸렸다.

유호는 바로 메시지를 눌러 확인했다.

그런데 해인이 보낸 내용은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뒤섞여 있을 뿐이었다.

그걸 본 유호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뜻이지?’

원래 일주일로 잡혀 있던 일정이었다.

유호는 해인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 일정을 5일로 줄여버렸다.

해인에게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호는 오늘 귀국한다는 말조차 미리 하지 않았다.

그 메시지를 본 유호는 핸드폰을 주헌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뭘 뜻하는 것 같아?”

화면에는 어지럽게 흐트러진 문자들만 찍혀 있었다.

주헌도 단번에 알아볼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짐작을 꺼냈다.

“사모님께서 실수로 잘못 보내신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대표님이 보고 싶으셔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원래 여자분들은 쑥스러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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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수희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기 위해 고향을 떠나 홀로 살았다. 그런데 출산을 앞두고 또 누군가가 끼어들었고, 아이를 낳자마자 품에서 빼앗겼다.그렇게 반평생을 아이를 찾아 헤맸고, 반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았다.어렵게 사랑했던 남자와 다시 이어졌지만, 그때는 이미 몹쓸 병이 찾아온 뒤였다.해인의 눈빛에 안쓰러움이 스며들었다. 핏줄이란 참 이상했다. 도수희의 초라한 모습을 보자 해인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제가 머리 빗겨 드릴게요.”해인이 문득 말했다.도수희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다.“임신 중인데,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돼...”해인은 이미 빗을 집어 들고 천천히 도수희에게 다가갔다.“머리가 헝클어졌어요. 머리 빗는 게 힘든 일도 아니잖아요.”도수희의 머리카락은 거칠고 푸석했다. 오래 병상에 누워 있는 데다가 영양이 부족한 탓인지, 건강한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윤기가 없었다.해인이 고집하자 도수희도 더 말리지 못했다.도수희는 기쁨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해인은 머리를 빗겨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수 헤어 에센스까지 발라 주었다.도수희의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르면서 눈가가 다시 떨렸다.‘내 딸이 이렇게 다정하구나. 이렇게 곱게 자랐다니.’도수희는 강정국 일가에 너무 큰 빚을 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 강정국 일가는 모두 세상을 떠나서 은혜를 갚을 기회조차 없었다.유호는 병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는 길에 두 사람은 대충 식사만 했다. 유호는 해인이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할까 봐 먹을 걸 사 두고 싶었다.막 입원동 밖으로 나왔을 때,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유호야.”희정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손에는 검사 결과지를 들고 있었다.유호가 고개를 돌렸다. 희정을 본 남자의 눈매가 싸늘하게 식었다.희정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뉴스 봤지? 나 임신했어. 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9화

    ‘눈앞의 이 여인이 바로 내 친어머니일까?’해인은 도수희와 함께 살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도수희를 마주해도 낯설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그녀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도수희의 누렇게 가라앉은 얼굴을 바라봤다. 도수희의 두 눈은 깊게 팬 눈두덩 속에 가라앉아 있었고, 흰자위마저 누르스름했다. 그 눈에는 예전 같은 생기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바싹 말라 시든 꽃 같았다.해인이 자신을 바라보자, 도수희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조금이라도 더 괜찮아 보이고 싶어 하는 몸짓이었다.“진작 알았으면 내가 좀 몸단장이라도 했을 텐데. 이렇게 보니까 많이 놀랐지? 한동안 제대로 꾸밀 정신이 없었어.”도수희는 병색을 숨기려고 애를 썼다.해인은 병실에 들어오기 전 간호사에게 도수희의 상태를 대략 들었다. 지금 상태가 좋지 않았고, 며칠 전에는 큰 충격을 받아 응급실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이런 몸 상태를 꾸민다고 감출 수 있을 리 없었다.조심스럽게 해인의 손을 잡으려던 도수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손을 거두었다.“해인아, 네 마음속에는 엄마를 많이 원망하는 마음이 있겠지. 네가 그렇게 어렸을 때 버려졌으니까.” “나는 변명하고 싶지 않아. 다만 네가 원망 속에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도수희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이제 네 친정에는 너 혼자 남았잖아. 한 대표가 너한테 잘해 주니? 네가 혹시라도 서러운 일을 당할까 봐, 그게 너무 걱정돼.”해인이 이렇게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도수희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모녀가 눈물로 끌어안는 장면 같은 것은 감히 바라지도 못했다. 그저 어른으로서, 잃어버린 딸을 걱정하는 마음만 조금 전할 수 있으면 됐다.해인은 차장섭에게서 과거의 사정을 들었다.이제 해인도 알았다. 그때 자신을 버린 사람은 도수희가 아니라 도수희의 두 오빠였다는 것을. 그 두 사람은 그저 작은 이익 때문에 갓난아기였던 친조카를 길가에 버렸다. 도수희는 그 뒤로도 딸을 찾기 위해 긴 세월을 보냈다.예전에 해인도 분명 원망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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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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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6화

    희정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왜... 왜 내가 차씨 집안의 장녀인데, 아빠는 나를 깎아내리고 남을 감싸?”“강해인이야. 분명히 강해인이 그랬어. 아빠를 완전히 세뇌시킨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희정은 안색마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서진은 아파트에서 희정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식탁 위에 반찬과 국을 차려 놓자, 서진은 희정의 손을 잡고 식탁 쪽으로 데려갔다.“지금 임신 중이잖아. 마음을 너무 몰아붙이면 몸에도 안 좋아.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었으면 네 몸부터 챙겨야 해.”서진이 어떻게든 희정을 달래 보려고 했지만 희정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아빠가 나한테 정신질환이 있다고 한마디 하는 바람에 내가 짜 놓은 계획이 전부 망가졌어.”“유호가 아직도 나를 찾지 않는 것도, 아이의 정체를 확신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너는 유호가 이 아이를 인정할 것 같아?”서진의 눈매가 가라앉았다.“희정아, 한유호가 너랑 잔 적 있어?”희정이 멈칫했다.“그게 무슨 말이야?”“한유호가 애초에 너랑 잔 적도 없는데, 네 배속 아이가 어떻게 한유호의 아이가 돼?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멍청하다고 생각해?”“유호가 술에 취했던 적이 한 번 있었어. 비서도 곁에 없었고. 그날 유호가 나를 임신시켰다고 말할 수 있어.”그 무렵 희정은 유호와 자주 만났다. 대부분은 주헌이 따라붙었지만, 주헌도 늘 곁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빈틈은 분명히 있었다.서진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마음에도 없는 여자 앞에서는 아무리 여자가 옷을 다 벗어도 반응하지 않아.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서진은 이를 악물었다가 말을 끝냈다.“너한테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야.”그 한마디에 희정은 완전히 폭발했다. 벌떡 일어난 그녀가 젓가락을 식탁 위로 내던졌다.“지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해!”“사실을 말하는 거야. 지금 당장은 어찌어찌 속인다고 쳐. 아이가 태어나면?”“한유호가 친자 확인을 하자고 하면 그때는 어쩔 건데? 또 내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5화

    차장섭은 한숨을 내쉬었다.희정에게 할 말은 이미 오래전에 다 했다. 하지만 희정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억지로 잡아 온다 해도 또 도망칠 방법을 찾을 것이다.게다가 이미 집에 두 달이나 가둬 둔 셈이었다. 정말 평생 가둬 둘 수는 없을 것이다.아이도 유호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차장섭은 조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희정이 서진과 함께 있다면 당장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일단은 놔둬. 집사람 몸이 좋지 않아. 지금은 희정이에게 기운을 쏟을 여력이 없어.”차장섭은 공무로도 바빴고, 틈틈이 도수희 곁을 지켜야 했다. 아버지로서 희정에게 실망이 컸지만, 그렇다고 딸의 마음까지 마음대로 바꿀 방법은 없었다.희정은 아이를 낳겠다고 버티고 있고, 아이가 사생아도 아니라면 일단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서진은 차장섭도 어릴 때부터 봐 온 아이였고 희정에게 잘했다. 희정이 서진과 결혼한다면, 차장섭으로서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차장섭이 지시했다.“사람을 붙여서 희정이를 잘 지켜봐. 해인이 생활을 방해하지 못하게 해.”비서가 물었다.“그럼 만약 희정 아가씨께서 계속 언론 앞에서 이상한 발언을 하신다면요?”차장섭은 잠시 침묵했다. 이번 일은 자기 딸이 잘못한 것이었다. 아버지로서 묵인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다.“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내려. 기자회견을 열고 희정이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발표해.”“지난번 발언은 증세가 심해져서 나온 망언이었다고 해. 또 내 명의로 한유호 대표에 사과의 뜻을 담은 선물을 보내.”그 말은 사실상 대중에게 아이가 유호와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차장섭이 개입하자 상황은 정말로 바뀌기 시작했다.기자회견은 다음 날 오전 8시에 열렸다.회견이 끝난 뒤 온라인은 다시 떠들썩해졌다.[차희정 씨한테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처음 듣는데?][그렇게 멀쩡해 보였는데 정신질환이라니 말이 돼? 그냥 위기관리용 해명 아니야?][근데 이상하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259화

    대현이 말했다.“유호야, 너랑 고태겸은 경우가 다르지. 제수씨는 고태겸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였잖아.”“20년이 넘는 시간을 같이 보냈고, 같이 크면서 쌓인 정도 있었을 테니 믿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강씨 가문에 일이 터졌을 때 제수씨는 아직 열몇 살이었어. 그 나이에 고태겸한테 기대는 게 뭐가 이상해.”유호의 미간이 더 깊게 접혔다.태겸과 함께 있을 때 해인은 태겸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이제 유호와 함께 있으면서는 유호에게 기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남편이라는 유호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258화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해인도 유호도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본가에서 해인이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어떻게 생각해도 남편인 유호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유호가 제대로 정리해 두지 못한 탓에, 해인만 쓸데없는 불편을 겪게 된 셈이었다.유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다음에 본가에서 차 보내도 타지 마. 신경 쓸 필요 없어.”유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물었다.“그리고 일이 생겼는데 왜 바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어제 두 사람은 분명히 약속했었다. 오늘은 유호가 집에 돌아와서 해인이 차린 밥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261화

    해인은 늘 기가 막히게 알맞은 때에 나타났다.메말라 있던 소년 유호의 마음 한복판에 어느 날 문득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때부터 유호는 아무도 모르게 해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보기 시작했다.한씨 가문의 장남이자 유일한 후계자인 한유호가, 남들 눈을 피해서 짝사랑이나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해인은 한 번도 유호를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해인의 시선은 늘 태겸에게만 향해 있었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가?’유호는 믿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260화

    붉은 해가 기울면서 마침 해인의 등 뒤로 석양이 걸려 있었다.저녁노을은 하늘 끝까지 번져 있었고, 지는 해는 마치 화가가 캔버스 위에 물감을 한껏 쏟아 부은 듯했다. 구름은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땅 위에는 부드러운 금빛이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여러 빛이 한데 얽혀서 눈을 뗄 수 없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고, 그 풍경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바람이 불자 해인의 잔머리가 가볍게 흩날렸다. 해인은 유호와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유호는 해인이 난간 위로 올라오는 걸 보고, 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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