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희정은 해인이 억울하다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고한지 하소연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행동으로 희정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사람들 앞에서 연달아 두 번이나 물을 뒤집어쓴 건 너무나 모욕적이었다. 희정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흠뻑 젖은 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하지만 유호가 그 자리에 있었다. 희정은 자기 이미지를 지켜야 했기에, 결국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 꽉 쥔 주먹은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고, 몸까지 가늘게 떨렸다.해인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그런데 물을 끼얹고도 해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우아하게 몸을 돌려서 그대로 나가 버렸다. 희정에게 다시 입을 열 틈조차 주지 않았다.해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우가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고는 유호와 희정을 향해 콧방귀를 뀌더니, 급히 해인을 따라갔다.희정은 간신히 분노를 억눌렀지만 곧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유호야, 너도 봤잖아. 해인 씨가 저렇게 제멋대로 굴면서 내 체면은 조금도 생각 안 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나만 괴롭히잖아.”희정은 피부가 흰 편이었다. 물 온도가 조금 뜨거웠던 탓에 붉어진 자국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유호가 말했다.“여기서 고자질할 시간이 있으면 약이나 찾아서 발라. 얼굴 망가져도 괜찮아?”그 말에 희정은 뒤늦게 겁이 났다.해인 때문에 자신이 늘 자랑스럽게 여겨 온 얼굴이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손해였다.희정은 영어가 서툴다는 핑계를 대며 유호를 붙잡고 밖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약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뺨의 붉은 자국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직원은 희정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손님, 다치신 곳은 없어 보이는데요.”희정은 거울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심했다.희정이 직원에게 어설프게 ‘땡큐’라고 말하는 사이, 유호는 이미 약국 밖으로 나가 있었다. 유호는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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