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네 뜻대로 하자.”집안 식구들은 거실에 모여 밤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해인은 임신 중이라 권영자는 해인에게 방에 올라가 쉬라고 했다.유호도 해인을 따라 일어났다. 복도에 이르자, 해인이 고개를 돌려 유호에게 물었다.“왜 따라와?”유호가 어깨를 으쓱했다.“내 방에 가는 건데.”해인은 몸을 옆으로 비켜 주었다.“그럼 먼저 들어가.”유호가 문을 열자, 해인은 따라서 안으로 들어왔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유호는 해인을 문 뒤쪽으로 몰아세웠다.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사방이 어두웠고, 창밖에서 들어온 달빛만 유호의 등 위로 내려앉았다. 달빛은 유호의 어깨를 지나 해인의 얼굴까지 닿았다. 해인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분한 눈으로 유호를 올려다보면서, 해인의 옅은 핑크빛 입술이 가볍게 움직였다.“왜?”유호가 물었다.“우리 여행 가는데, 조우는 왜 데려가?”해인이 대답했다.“둘이 가면 심심하잖아. 아이도 데려가면 떠드는 소리도 있고,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쁘지 않잖아?”유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둘이 가면 심심하다고?”“응.”유호의 시선이 해인의 눈에서 코끝으로 내려왔다. 이어 천천히 해인의 옅은 핑크빛 입술에 닿았다.부드러운 달빛도 해인의 차가움을 녹이지는 못했다.갈수록 흥미로웠다.해인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새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유호는 누구에게도 두 사람의 과거를 조사하게 하지 않았다.유호는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해인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고 싶었다.해인이 손을 뻗어 불을 켜자 방 안은 금세 환해졌다.해인은 유호를 가볍게 밀어낸 뒤,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유호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려고 했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호는 뭔가 떠올린 듯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유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영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유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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