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권영자는 집에서 한가한 틈을 타, 젊은 사람들 몫으로 장갑을 한 켤레씩 떠 두었다.권영자는 영지를 불렀다.“영지야, 이거 문승이한테 가져다줘.”“네, 알겠습니다.”영지는 장갑이 든 쇼핑백을 들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계단에 이르러서야 겨우 문승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문...”그런데 너무 서두른 탓인지 영지는 그만 계단을 헛디디면서, 그대로 아래쪽으로 몸이 기울었다.문승은 멈칫했다. 영지가 자기 쪽으로 넘어지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자신이 비키면 영지가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결국 문승은 그 자리에 선 채 넘어지는 영지의 몸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다행히 문승이 한 번 막아 준 덕분에, 영지는 발목만 살짝 삐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영지는 머쓱한 표정으로 문승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문승 도련님, 이거 큰 사모님께서 도련님께 드리라고 하셨어요. 직접 뜨신 거래요.”“응.”문승은 쇼핑백을 받고 안을 들여다봤다. 권영자가 꽤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장갑은 문승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문승은 쇼핑백을 손에 든 채 영지의 발목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발은 괜찮아?”영지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별거 아니야.”문승은 손에 든 쇼핑백을 가볍게 흔들었다.“별일 없으면 난 먼저 들어간다.”“방금 큰 사모님께 하신 말씀, 진짜 멋있었어요!”영지는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다.문승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눈가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무슨 말?”“그...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행복하면 된다는 말이요.”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정해진 길을 따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그런데 문승이 그걸 알고 있었으니, 영지에게는 그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문승은 눈앞의 어린 가사도우미를 바라봤다.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었다. 진주가 줄곧 권영자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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