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全部章節:第 451 章 - 第 460 章

558 章節

제451화

‘왜 그런 감정이 드는 거지?’유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올라간 유호는 이불을 걷다가, 자기 것이 아닌 인형 위에 털썩 앉고 말았다.네모바지 스폰지밥 인형이 입을 크게 벌린 채 유호를 향해 해맑게 웃고 있었다.그제야 유호는 떠올렸다. 이 방에서 해인도 잤을지 모른다고. 이건 해인의 물건일 가능성이 컸다.유호는 미간을 좁히고 네모바지 스폰지밥 인형을 한쪽에 내려놓은 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잠결에 빠져들려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주헌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샤브샤브집에서 나온 뒤로 주헌은 유호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대표님...]주헌의 목소리에는 불안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말을 꺼내려다 삼키는 듯했다.유호는 주헌이 원래 말을 흐리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는데, 꺼내기 난감한 모양이었다.“말해.”[저녁에 대표님께서 차희정 씨랑 같이 나가셨잖아요. 사모님께서... 제가 보기엔 꽤 화가 나신 것 같았습니다.]유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래서?”[사모님 좀 달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필요 없어.”[대표님, 요즘 사모님을 대하시는 태도가 예전이랑 많이 달라지셨습니다.]“응? 내가 예전엔 강해인한테 어떻게 했는데?”주헌은 속으로 생각했다.‘대표님이 사모님한테 어떻게 했는지, 대표님이 모르십니까?’‘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어쨌든 지금 같지는 않으셨습니다.]유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래?”...며칠 동안 해인은 계속 YD그룹으로 출근해 현장을 살폈다.남자에게 기대서 회사 경영을 맡길 수는 없었다. 결국 많은 일은 해인이 직접 확인하고 챙겨야 했다.회사의 중요한 부분을 해인 자신의 손안에 확고하게 쥐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YD그룹은 어디까지나 강씨 가문의 사업이고, 해인은 강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인이었다.앞서 유호는 전문 경영팀을 따로 보내 회사 운영을 도왔다. 불과 반년 사이에 실적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거기에 KH그룹
閱讀更多

제452화

해인은 예전부터 가족들이 애지중지하는 가운데 자랐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만 하면 됐다.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소중한 딸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길 바랐을 것이다.진이철을 비롯한 팀원들은 그래서 해인의 뜻을 존중했다. 해인이 YD그룹을 인수할 만한 매수자를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하지만 누구도 자기 자신만큼 믿음직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지금 강씨 가문에는 해인 혼자만 남아 있었다.해인이 직접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이상, 그건 충분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뜻이었다.진이철이 말했다.“아가씨는 회장님께서 공들여 키우신 따님입니다.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저희는 모두 아가씨를 믿고 있습니다. 전에는 아가씨께서 회사 경영에 뜻이 없어 보이셔서, 저희도 억지로 권하지 못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랐다.다른 몇몇 오래된 팀원들도 말을 보탰다.“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돕겠습니다. 예전에 회장님과 동현 도련님을 보필했던 것처럼요.”해인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아버지 곁을 지켰던 직원들이 아직도 이렇게 충심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해인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임신 중이라 술을 마실 수가 없어서, 찻잔을 들어 술잔을 대신했다.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진이철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앞으로 저희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해인보다 어른의 입장에서, 진이철과 개발팀 팀원들은 해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길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 강씨 가문에는 해인을 지켜 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진이철과 팀원들이 당연히 해인의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해인은 잠시 멈칫했다. 진이철과 팀원들이 유호와 희정에 관한 가십 기사를 본 모양이었다.해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괜찮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진이철이 다시 물었다.“일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저희에게 물으셔도 됩
閱讀更多

제453화

설날을 이틀 앞둔 날은 해인이 임신 6개월차 정기 검진을 받는 날이었다.이른 아침부터 권영자가 물었다.“물도 마시면 안 되는 거야?”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산모 수첩에는 그렇게 되어 있어요.”권영자는 간단히 먹을 만한 간식을 찾아 해인의 가방에 챙겨 넣었다.“그럼 얼른 검사 받고 나와서 뭐라도 먹어. 배가 이렇게 불렀는데 그렇게 오래 굶어서야 되겠니?”이번 검사는 임신성 당뇨 검사였다. 전날 밤부터 금식은 물론 물도 마시면 안 됐다.해인이 외출 준비를 다 마쳤는데도 유호가 꾸물거리며 나타나지 않자, 권영자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이게 무슨 일이야? 전에는 회사가 바쁘다더니, 이제 KH그룹도 연휴 들어갔잖아. 설마 아직도 야근하고 있다는 건 아니겠지?”최근 한 달 가까이 유호는 야근을 핑계로 본가에 돌아오지 않았다.해인은 의외로 담담했다. 누구에게도 불만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기자들이 유호와 희정이 식당에서 만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찍었고, 두 사람 사이에 파경설이 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해인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보냈다.처음에는 해인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그러나 날이 지나고 새로 만난 팀원들과 일에 몰두하면서, 해인은 여자도 자기 일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게 됐다.결국 스스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같은 여자로서 권영자는 해인이 유호에게 마음이 식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차라리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마음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 텐데, 해인은 너무 조용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해인을 볼 때마다 권영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권영자는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속을 끓였다. 얼마 전에는 유호 쪽 사정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려고 일부러 KH그룹까지 찾아갔다.막상 가 보니, 유호는 정말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할 만큼 일에 매달린 상태였다.유호의 수행비서는 유호가 아예 회사에서 지내고 있고, 한동안 밖으로 나간 적도 없다고 말했다.연말이라 처리할 일
閱讀更多

제454화

유호와 해인이 부부가 된 건 권영자가 직접 이어준 인연 덕분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이제 와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권영자가 곁에 있던 진주에게 말했다.“지금 전화해서 희정이 집으로 오라고 해.”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권영자가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임을 알아차린 진주는 서둘러 알렸다.희정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손에는 권영자에게 줄 보양 선물까지 들려 있었다.“할머니, 이건 제가 얼마 전에 백두산 쪽으로 촬영 갔다가 현지 농가에서 구한 인삼이에요.” “깊은 산에서 오래 자란 거라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 드리려고 따로 챙겨 왔어요.”권영자쯤 되는 사람이 좋은 물건을 못 봤을 리 없었다. 희정이 가져온 인삼도 허투루 고른 물건은 아닐 터였다.하지만 권영자는 받지 않았다.“그런 귀한 보양식은 살 만큼 산 늙은이한테는 과하지. 도로 가져가서 더 필요한 사람한테 줘.”희정은 유호와 해인의 결혼을 권영자가 직접 이어줬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권영자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도 벌써부터 알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권영자와 거리를 좁혀 보려 한 것이었다.그런데 정성껏 가져온 선물부터 거절당하자, 희정의 표정이 굳어졌다.권영자는 형식적인 인사도 길게 나누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희정아, 설 지나면 스물다섯이지?”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권영자가 말을 이었다.“아직 만나는 사람 없지? 마침 내가 괜찮은 사람 하나 알고 있으니, 이따 한번 만나 봐.”희정은 멍해졌다. 권영자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설마 맞선을 보게 하려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희정이 급히 말했다.“할머니, 저는... 아직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왜 안 급해?”권영자는 희정이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얼른 문승이 불러와.”명령을 받은 진주는 곧장 움직였다. 희정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문승? 한씨 가문의 그 의붓아들 말인가?’‘빈둥거리기 좋아하고, 종일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이 편
閱讀更多

제455화

“그럴 리가 있니? 집에 온 손님인데, 무슨 모욕을 하겠어?”권영자는 희정에게 미소를 보였다.“그저 먼저 살아 본 사람으로서 한마디 해 주는 거야. 희정아, 넌 아직 젊다.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막지 마.”“넌 차 시장 딸이잖니? 유부남을 유혹했다는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네 아버지도 욕을 먹을 테고, 네 삶도 편치 않을 거야.”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연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누구든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물며 희정은 연예계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었다.권영자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희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 희정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결국 해인보다 자신이 더 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였다.하지만 권영자의 말은 분명했다. 권영자는 희정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희정의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경고하고 있었다.희정이 변명을 늘어놓았다.“유호 씨랑 저는 그냥 일 얘기를 한 것뿐이에요. 요즘 유호 씨가 제 영화에 투자하고 있거든요.”“그만해라.”권영자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권영자는 희정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그런 뻔한 핑계로 나를 속이려 들지 마. 희정아, 넌 아직 어려.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 거다.”희정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할머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잖아요. 손자분 마음속에 제가 없는지, 한번 물어보실래요?”권영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꼭 제가 매달린 건 아닐 수도 있죠. 어쩌면 유호 씨가 저를 놓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요.”희정은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 그 웃음에는 되갚아 주는 듯한 쾌감이 섞여 있었다.희정은 인사 한마디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 태도에는 건방진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권영자는 이렇게 버릇없는 아랫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보였던 얌전하고 순한 모습은 역시 전부 꾸며 낸 것이었다. 지금 드러난 모습이야말로 희정의 본모습이 맞았다.다만 차 시장은 꽤 겸손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부끄러움을
閱讀更多

제456화

얼마 전 권영자는 집에서 한가한 틈을 타, 젊은 사람들 몫으로 장갑을 한 켤레씩 떠 두었다.권영자는 영지를 불렀다.“영지야, 이거 문승이한테 가져다줘.”“네, 알겠습니다.”영지는 장갑이 든 쇼핑백을 들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계단에 이르러서야 겨우 문승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문...”그런데 너무 서두른 탓인지 영지는 그만 계단을 헛디디면서, 그대로 아래쪽으로 몸이 기울었다.문승은 멈칫했다. 영지가 자기 쪽으로 넘어지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자신이 비키면 영지가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결국 문승은 그 자리에 선 채 넘어지는 영지의 몸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다행히 문승이 한 번 막아 준 덕분에, 영지는 발목만 살짝 삐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영지는 머쓱한 표정으로 문승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문승 도련님, 이거 큰 사모님께서 도련님께 드리라고 하셨어요. 직접 뜨신 거래요.”“응.”문승은 쇼핑백을 받고 안을 들여다봤다. 권영자가 꽤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장갑은 문승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문승은 쇼핑백을 손에 든 채 영지의 발목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발은 괜찮아?”영지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별거 아니야.”문승은 손에 든 쇼핑백을 가볍게 흔들었다.“별일 없으면 난 먼저 들어간다.”“방금 큰 사모님께 하신 말씀, 진짜 멋있었어요!”영지는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다.문승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눈가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무슨 말?”“그...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행복하면 된다는 말이요.”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정해진 길을 따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그런데 문승이 그걸 알고 있었으니, 영지에게는 그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문승은 눈앞의 어린 가사도우미를 바라봤다.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었다. 진주가 줄곧 권영자 곁에
閱讀更多

제457화

해인의 시선은 차창 밖에 머물러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겨울이었지만 오늘은 햇살이 꽤 좋았다. 해인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조금 열어 둔 채, 손바닥을 배 위에 가만히 올리고서 아기의 태동을 느끼고 있었다.이 작은 녀석은 갈수록 활발해졌다. 특히 해인이 아침을 먹고 나면 꼭 배 속에서 한바탕 움직이곤 했다.바람이 해인의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흩어진 머리카락이 유호의 뺨에 닿았다.유호는 뭔가가 계속 코끝을 간질이는 느낌에 결국 잠에서 깼다.최근 유호는 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다. 너무 지쳐서 집에 돌아갈 시간조차 거의 없었다.턱밑에 거뭇거뭇 자란 수염도 오늘 아침에야 사무실 휴게실에서 겨우 밀었다. 어젯밤에도 통틀어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유호가 고개를 돌려 해인을 바라봤다. 해인은 아직 유호가 깨어난 줄 모르는 듯했다.해인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사이 배는 한층 더 불러서 이제는 제법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공 같았다.하지만 해인은 원래 마른 체형이었다. 임신부라면 살이 조금 올라 보기 좋아야 할 텐데, 지난번보다 오히려 더 야위어 보였다. 볼살도 빠져서 얼핏 보면 임신부라기보다, 배만 둥글게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유호는 얼굴에 닿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걷어 내고 나지막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해인의 생각을 끊듯이 물었다.“오늘 무슨 검사하는데?”해인은 창밖을 바라본 채 돌아보지 않았다.“임신성 당뇨 검사.”“이제 몇 개월이지?”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입술을 꽉 다물었다.‘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내가 임신 몇 개월인지도 모르고 있다니...’하지만 해인은 이른 아침부터 유호와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남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건 서운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는 지나가야 했다. 해인은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자신의 임신 기간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해인은 YD그룹 업무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전까지는 유호와 평범한 친구
閱讀更多

제458화

하지만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유호도 알아내지 못했다. 연말이라 그룹 업무가 몰려 있어서, 유호도 그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많지 않았다. 따로 시간을 내 확인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그래도 설 연휴가 시작되면 일주일 정도는 쉴 수 있었다. 설 연휴 동안 해인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마음속에 남은 의문도 풀릴 듯했다.차가 곧 병원에 도착하자 유호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차 문이 자동으로 열렸지만, 해인은 배가 불러 움직임이 편하지 않아 보였다. 유호는 팔을 내밀어 해인이 잡을 수 있게 했다.하지만 해인은 바닥만 내려다본 채, 유호가 내민 손을 보지 못한 것처럼 그대로 지나쳤다. 해인은 혼자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서 차에서 내렸다.이미 외래 진료동 쪽으로 걸어가는 해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유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호의를 받아들이기 싫은 건가?’‘아니면 그냥 나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건가?’유호는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건지 바로 알 수 없었다.해인은 배가 불러 있는데도 걸음이 빨랐다. 어느새 유호와의 거리가 꽤 벌어졌다. 유호는 멋쩍게 코끝을 만지고는 걸음을 옮겨 해인을 따라갔다.병원에는 진료 대기자가 제법 많았다. 이 병원의 산부인과는 실력이 좋기로 유명했고, 이름난 교수도 여럿 있었다.복도의 의자는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해인은 어쩔 수 없이 검사지를 손에 든 채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서서 기다렸다.마른 몸은 불룩한 배 무게에 금방이라도 휘청일 것처럼 보였다.미간을 찌푸린 유호가 곁에서 아내의 검진을 기다리던 남자 쪽으로 다가갔다.“죄송한데 자리 좀 비켜 주시죠. 위에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적힌 거 안 보이십니까?”상대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유호는 해인을 향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얼른 와서 앉으라는 뜻이었다.해인은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뜻밖이라고 느꼈다. 유호가 자신이 서 있는 걸 힘들어하는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하지만 해인의 배가 저렇게
閱讀更多

제459화

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애리가 곧바로 해인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언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어차피 기다리는 동안 할 일도 없는데, 그냥 접수하고 기다리면 되지.”“얼른 앉아.”애리는 해인을 앉힌 뒤, 해인이 들고 있던 검사지를 흘끗 보았다.“임신성 당뇨 검사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지? 검사 끝나면 내가 근처 식당에서 밥 사 줄게.”해인은 급히 사양했다. 지난번 주여진 일에 애리가 이미 많은 도움을 줬는데, 또 폐를 끼치기는 미안했다.하지만 애리는 물러서지 않았다.“나한테까지 예의 차리지 마. 너랑 태겸이는 어릴 때부터 쭉 알던 사이잖아. 그리고 나도 너랑 같이 있는 게 좋거든.”말을 마친 애리는 해인 옆에 앉아 있던 유호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그러다 문득 말했다.“마침 태겸이도 부르자. 병원 근처에서 일 보고 있다던데, 우리 넷이 같이 밥 먹으면 되겠네.”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애리와 눈이 마주치자, 해인은 금세 애리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아마 애리도 유호와 희정에 관한 소문을 들은 듯했다. 남자에게만 오래된 여사친이 허락된다는 법은 없다. 여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해인은 속으로 생각했다.‘이러면 고태겸을 이용하는 꼴이 되는 거 아닌가?’하지만 애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인데, 해인이 굳이 거절하면 오히려 더 의식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냥 함께 식사 한 끼 하는 것뿐이니 특별할 것도 없었다.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옆에 앉아 있던 유호는 태겸이라는 이름을 듣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지난 보름 동안 업무적으로 태겸은 여러 번 유호의 발목을 잡았다. 유호는 이미 몇몇 프로젝트에서 태겸과 맞붙은 적이 있었고, 마주칠 때마다 두 사람은 살벌하게 날을 세웠다.문제는 ZC그룹과 KH그룹의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다.KH그룹이 정부 사업 입찰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흘러 나가자마자, ZC그룹도 냄새를 맡은 듯 곧바로 끼
閱讀更多

제460화

태겸은 해인을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 눈빛에도 애써 감정을 억제하는 게 그대로 묻어났다.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친구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다.식탁에 앉자, 태겸은 따끈한 꿀설기 한 접시를 해인 앞으로 밀어주었다.“해인아, 방금 나온 거라 아직 따뜻해. 천천히 먹어. 체하지 않게 조심하고.”해인은 정말 배가 고팠다. 떡을 한입 먹어 보니 맛도 괜찮아서 다시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해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하자, 태겸이 또 해인에게 덜어주려고 했다.해인도 거절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고마워.”바로 옆에 앉은 유호는 태겸이 제 아내에게 다정하게 구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유호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았다.하지만 태겸은 유호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굴었고, 해인은 고개를 숙인 채 먹는 데만 집중했다.굳은 얼굴로 찻주전자를 든 유호는, 자기 찻잔에 따뜻한 허브티를 반쯤 따랐다.그때 해인이 두어 번 기침했다. 급하게 먹다가 떡이 목에 걸린 듯했다.유호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찻잔을 해인에게 건네려고 손을 뻗었다.그러나 태겸이 먼저 움직였다.“괜찮아?”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기침 탓에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태겸은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또 무리하지. 얼른 차 좀 마셔. 이건 허브티라 임산부가 마셔도 괜찮아.”태겸이 찻잔을 내밀었다. 해인은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다가, 자기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나도 있어.”머쓱하게 손을 내린 태겸이 어색함을 덜어 보려는 듯 다시 물었다.“또 먹고 싶은 거 있어? 메뉴판 볼래? 아니면 내가 골라 줄까?”해인과 태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 태겸은 자신이 해인의 입맛을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오미자편...”“오미자편...”해인과 태겸의 말이 동시에 겹쳤다.얄미울 만큼 잘 맞는 호흡이었다.룸 안에 공기가 잠시 가라앉은 듯했다.그동안 말없이 있던 유호가 입을 열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임신 중이면 오미자편은 많이 먹지 않는
閱讀更多
上一章
1
...
4445464748
...
56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