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apítulo 51 - Capítulo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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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예주는 일부러 해인을 감싸는 척 말을 꺼냈다.“민 대리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강 대리님이 오늘 회식에 못 오시는 건 분명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겠죠. 어떻게 저를 질투해서 안 오시겠어요.”“제가 강 대리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강 대리님은 그런 일로 사람을 미워할 분은 아니잖아요.”하슬이 바로 받아쳤다.“회사 회식에 강 대리님만 안 오시는 거면, 그게 질투가 아니고 뭐예요? 예전엔 회식 빠지는 법도 없으셨잖아요.”해인은 원래 오늘 저녁, 유호를 만나 YD그룹 인수 건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이런 일은 미루는 게 좋지 않았고, 약속도 해인이 먼저 잡은 자리였다. 갑자기 취소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하지만 동료들이 이렇게까지 회식을 원하니, 참석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해인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예주 후배가 오늘 남자친구를 회식에 데려온다면서? 이런 일 흔치 않은데, 내가 일이 있어도 얼굴 한번 봐야지.”해인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자 예주의 마음이 괜히 불안해졌다. 해인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해인은 유호에게 메시지를 보내 약속 시간을 바꿀 수 있는지 물었다.메시지를 본 유호는 미간을 눌렀다.‘이거... 까인 건가?’한참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자, 해인은 유호의 의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괜히 화가 난 건 아닐지 걱정됐다. 협업 이야기도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나 버릴까 봐, 해인은 음성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원래 제가 모시려던 식당이 요즘 너무 인기라 예약을 못 했어요. 그래서 그런데, 우리 내일 만나면 안 될까요?]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부드러운 목소리에 유호의 미간이 풀렸다.이번에는 답장이 빨랐다.[어디길래 그렇게 예약이 힘들어?][화인대로에 있는 그 제일 유명한 레스토랑이요.][그럼 딱이야. 나 거기 VIP야.]해인은 태연하게 답했다.[그건 안 되죠. 제가 대접하는 자리인데, 어떻게 한 대표님 회원 카드를 써요.]...저녁이 되자 사람들은 화인대로의 그 제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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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유호의 주변에는 묘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하지만 대현은 입을 쉬지 못하는 성격답게,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다.“근데 말이야, 설령 다 끝난 사이라고 해도... 네 할머니가 갑자기 며느리를 들인 거잖아.”“너 지금 법적으로는 기혼인데, 강해인 씨가 그걸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을까?”이런 문제는 어떤 여자가 상대라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그 말이 유호의 신경을 정확히 건드린 듯했다. 유호는 차갑게 대현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너 차 없냐? 왜 남의 차에 붙어 있어. 내려.”대현은 잠시 멍해졌다.“야, 오늘 우리 기사 쉬는 날이야. 나 술도 마셨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 몇 년 지기인데 차 좀 타는 게 뭐 어때서 그래.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내가 내리면 되잖아.”대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는 거의 튀어나가듯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배기가스에 대현이 기침을 할 정도였다.뒷좌석에 앉은 유호는 곧바로 주헌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은 처리했어?”‘그 여자, 정말 성가셔.’‘할머니를 구슬려서 내가 이유도 모른 채 기혼자가 되게 만들고, 내 집에까지 들어와 살고 있다니.’‘하루라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될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주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댁에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그 여자가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걱정 마십시오, 최대한 빨리 정리하겠습니다.]유호는 통화를 끊고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앞자리의 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밤은... 호텔로 가실까요?”“그래.”‘그런 계산 빠른 여자랑 같은 지붕 아래에 있을 생각은 없어.’‘주헌이 사람만 정리해 주면, 집 전체를 다시 손봐야겠어.’‘그 여자가 쓰던 침대도 당연히 버리고.’...레스토랑 안.하슬이 먼저 잔을 들었다.“하 대리님, 과장님 되신 거 미리 축하드려요. 앞으로 저희 잘 부탁드립니다.”예주는 살짝 얼굴이 달아올랐다.“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아직 신입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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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하 대리님 남자친구분,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눈치 빠른 몇몇 동료들이 바로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었다.태겸은 단번에 시선을 끄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여유와 기품은, 같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확연히 달랐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태겸과 인연을 만들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쯤은 다들 하고 있었다.태겸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고객과 약속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잠시 앉아 있어도 문제는 없었다.태겸은 예주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회사 회식이야?”예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오후에 제가 메시지 보냈잖아요. 답이 없어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회사 회식이라는 말을 듣자, 태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훑었다. 익숙한 얼굴을 찾는 눈길이었다.하지만, 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태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걸 눈치챈 예주는 바로 알았다. 예주의 눈가가 살짝 젖으며,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저 때문에... 회장님이랑도 다투게 되고.”예주는 이미 들었다. 오후에 고민건이 태겸을 사무실로 불러 크게 꾸짖었다는 이야기를.태겸은 자라면서 늘 어른들의 기대 속에 있었다. 모범생이었고, 비교 대상이었고, 자랑거리였다. 고민건 역시 태겸을 자랑스러워했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질책한 적은 없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태겸의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고민건의 분노는 회사 안에 그대로 퍼졌다. 부자 관계를 끊겠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소문은 이미 ZC그룹 전체에 돌고 있었다.그때, 해인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태겸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잔이 올라왔고, 누군가는 농담처럼 태겸과 예주의 금슬을 축하하며 백년해로와 아이 이야기까지 꺼냈다.해인의 눈길에 짧은 비웃음이 스쳤다.‘이제는 아예 붙어 다니네. 숨길 생각도 없고.’해인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음식은 정성스럽게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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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태겸과 예주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누가 봐도 사이가 좋아 보였다.누군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 대리님 남자친구분이 회사 대표세요? 어느 회사 대표님이신데요?”예주는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YD그룹이에요.”“와, 거기 대기업이잖아요! 고 대표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평소 엄청 바쁘실 텐데, 그래도 여자친구 회식에 시간 내서 오시다니요. 저희도 하 대리님 덕분에 이런 분을 직접 뵙네요.”그 말에 예주는 수줍은 듯 웃었다.“오빠는 원래 사람도 좋고, 성격도 부드럽고, 여러모로 다 잘하세요. 한 회사의 오너가 된 것도 다 오빠 능력 덕분이고요. 그런 오빠 곁에 있을 수 있는 게 제겐 행운이에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해인은 참지 못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하예주, 진짜 얼굴 두껍네. 우리 아빠 회사 이름을 이렇게까지 포장하네.’‘우리 오빠가 살아 있었다면, 고태겸이 여기 앉아 있을 자리나 있었을까?’짧은 웃음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인에게 쏠렸다.해인은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태연하게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다들 왜 그렇게 쳐다봐요?”하슬이 물었다.“뭐가 그렇게 웃겨요?”해인은 아무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왜요? 이 정도 급의 레스토랑이면, 손님은 웃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어요?”하슬은 미간을 찌푸렸다.“비꼬는 거잖아요. 강 대리님 남편이 고 대표님보다 못해서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해인은 바로 받아쳤다.“제 남편이 고태겸 대표보다 훨씬 뛰어난데, 제가 뭘 질투해요?”하슬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무슨 일 하시는 분인지 말해 봐요. 아니면 오늘 한번 불러 보시든가요. 저희도 좀 구경하게.”태겸은 알고 있었다. 해인이 사람을 부를 수 없다는 걸.해인의 남편은 이미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이니까.지금 해인이 말실수라도 한다면, 곤란해지는 건 예주였다.태겸은 여러 해의 감정이 남아 있는 탓인지, 해인이 공격받는 상황이 되자 본능적으로 나섰다.“그만해요. 이런 비교가 뭐가 의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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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재준은 눈앞의 남자가 해인을 배신한 장본인일 거라고 짐작했다. 재준은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르게 해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몸으로 막았다.그 행동은 태겸의 신경을 더 자극했다.태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잔이 그대로 으스러지면서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예전의 해인은 늘 태겸의 뒤에 숨어 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해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태겸이 아니었다.태겸이 조용히 물었다.“이 사람, 누구야?”이미 태겸과 해인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사람들은, 이 질문이 나오자 노골적으로 표정이 바뀌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고 대표님... 설마 질투하는 거야?’얼굴이 굳어진 예주가 다급히 태겸의 손을 붙잡았다.“오빠, 피 나요!”하지만 태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태겸의 시선은 오로지 재준에게 고정돼 있었다.“말해. 이 사람은 너한테 뭐야?”‘나랑 혼인신고 직전까지 갔던, 내 가짜 남편이 될 뻔한 사람.’태겸이 금방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도 해인의 태도는 여전히 차분했다.“고태겸 씨,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고태겸 씨?”태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거리감 있는 호칭이 답답하게 가슴을 눌렀다.해인은 예전엔 태겸을 ‘태겸 씨’라고 불렀고, 더 전에는 ‘오빠’라고 불렀다.차라리 성까지 붙여 ‘고태겸’이라고 부르는 편이, 이렇게 낯선 ‘고태겸 씨’보다는 나았다.태겸은 해인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대답해. 도대체 무슨 사이야?”재준이 입을 열었다.“해인 씨 남편입니다.”말이 떨어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해인도 태겸도 이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재준은 해인이 공격받는 걸 보고 나선 것이었다. 여동생의 절친이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해인은 태겸의 표정이 무너지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솔직히 속이 시원한 기분도 들었지만, 해인은 재준을 이 복잡한 상황에 더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동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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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진짜 그 남자랑 사귀는 거야?”해인을 레스토랑 밖으로 데리고 나온 태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으로 이끌었다.태겸은 해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해인의 속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시선을 떼지 않았다.해인이 되물었다.“왜? 너는 하예주 남자친구 자격으로 회식에 참석해도 되고, 나는 안 돼?”“너는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우리 아버지한테 말 다 해놓고. 해인아, 너 내가 얼마나 좋은지 스스로도 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그런 짓 하는 거, 결국 내 관심 끌려고 그런 거잖아. 그리고 그 남자는 너랑 아무 상관도 없어.”“고태겸, 너 진짜 대단하다. 자기애도 심한데 망상까지 있네. 네가 뭔데? 네가 그럴 가치가 있어?”“왜 없어? 넌 내가 없으면 안 되잖아.”태겸이 해인 쪽으로 다가왔다. 두 손으로 해인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말했다.“너는 나 없으면 안 돼. YD그룹도 마찬가지야. 나 없으면 너도, YD그룹도 끝이야.”해인의 눈에는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YD그룹을 넘기고 나서야 고태겸의 생각도 멈추겠지.’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해인은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었다.“그만해. 지금 네 모습 보면, 오히려 네가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해인은 그렇게 말하며 태겸을 밀쳐냈다. 하이힐로 태겸의 구두를 정확히 밟고서, 해인은 그대로 돌아서 걸어가려 했다.“해인아.”해인의 이런 치기 어린 행동을 보는 순간, 태겸의 속에 차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처럼 가라앉았다.태겸은 조용히 웃으며 이마를 짚었다.‘왜 아직도 똑같지? 화나면 꼭 내 신발부터 밟고.’중학생 때, 태겸에게는 흰 운동화 한 켤레가 있었다.그 운동화 위에는 해인이 색연필로 그려 넣은 작은 거북이들이 가득했다.“네가 말한 돈, 다 준비해 놨어. 그동안 너한테 소홀했던 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갖고 싶은 거 있으면 그 돈으로 다 사. 부족하면 더 말해. 근데 혼자 밖에서 사는 건 마음이 안 놓여. 집에 다시 들어와. 응?”며칠째 태겸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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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태겸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속았다는 감정이 태겸의 안에서 거칠게 일어났다.골목 입구에는 재준이 기다리고 있었다.해인이 다가오자 재준이 말했다.“해인 씨,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까요?”해인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매번 재준 씨한테 운전을 맡기기엔 좀 그렇잖아요.”해인은 재준의 호의를 알고 있었지만, 재준까지 이 일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재준은 코끝을 가볍게 만지며 웃었다.“해인 씨 기사 노릇하는 거, 저한테는 영광인데요. 정말 기회 안 주실 건가요?”처음 재준이 해인을 봤을 때의 인상은 분명했다.예쁘고, 성격이 시원하고, 사촌여동생의 친한 친구.그 정도였다.하지만 방금 해인과 태겸이 나눈 대화를 듣고 나니, 재준에게 이 ‘사촌여동생 친구’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마침 해인을 집에 데려다 주는 동선도 맞았다.원래 재준의 집도 그쪽 방향이었다.해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15,000원 기름값 보내드릴게요.”재준이 눈썹을 세우면서 물었다.“왜 하필 15,000원이죠?”해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제가 택시 타고 가면 딱 그 정도 나오거든요.”재준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로 자신을 기사 취급하는 건가 싶었다.재준의 눈에 묘한 감정이 스쳤다.“방금 큰돈을 받으셨다길래, 이제는 부자 되신 줄 알았는데요. 최소한 100만 원은 주실 줄 알았죠.”해인은 잠깐 멈칫했다.길게 말린 속눈썹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리고 농담처럼 말했다.“그럼 저 그냥 택시 탈게요. 한국에서는 팁 문화가 없잖아요.”해인의 눈은 또렷했고, 얼굴은 작았다.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피부는 도자기처럼 뽀얗게 빛났다.재준은 전에 승아가 했던 제안을 떠올렸다.출처도 분명치 않은 사람과 해인을 급하게 결혼시키려고 했던 그 이야기.그걸 자신이 막아낸 건 맞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조금만 어긋났다면, 이 귀여운 여자는 자신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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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해인은 차창에 기댄 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밤의 네온사인이 해인의 얼굴 위로 여러 색을 남기면서, 해조류처럼 풍성한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차창 사이로 들어온 바람에 잔머리들이 가볍게 흔들렸다.신호에 걸려 차를 세운 재준은 무심코 해인을 바라봤다가 심장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느꼈다.지금의 해인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눈부셨다.“그 사람이 몰라본 거죠.”재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잃은 쪽도 결국 그 사람일 거고요.”해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마치 혼잣말처럼 조용히 흘러나왔다.“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20년이 넘는 시간이었는데요.”재준은 해인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알아챘다.“술 한잔 더 하실래요? 해인 씨.”해인은 고개를 저었다.“앞에 교차로만 지나면 집이에요. 그리고... 안 보이세요? 저 이미 취했어요.”해인은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고 고개를 기울였다.코끝은 빨개지면서 작은 머리가 천천히 흔들렸다.술기운이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얼굴도 점점 뜨거워졌다.조금 전 해인은 와인을 두세 잔 마셨고, 이미 자신의 주량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재준은 가볍게 웃었다.생각보다 술버릇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차는 고급 주택 단지 앞에서 멈췄다.출입 관리가 엄격한 곳이라, 재준은 이 단지의 등록 차량이 아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그걸 알아차린 해인이 고개를 들었다.곧바로 재준에게 송금을 했다.“15,000원이에요. 기사님, 잘 받으세요.”재준은 술기운에 붉어진 해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카톡 하나 추가하고 가시면 안 될까요?”숨을 한 번 고른 해인이 고개를 돌려 재준을 잠시 바라봤다.눈동자에 약간의 공백이 담겼다.“저희... 아는 사이인가요? 왜 카톡을 추가해야 하죠?”재준은 말을 잃었다.‘이 정도면 꽤 취한 거 맞네. 나를 못 알아볼 정도라니.’재준은 다시 물었다.“혼자 들어가실 수 있겠어요? 제가 안까지 모셔다 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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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해인은 적잖이 놀랐다.‘요즘은 군대에 있는 사람도 비서를 두는 건가?’‘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건가...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주헌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강해인 씨, 한씨 가문은 일반적인 집안과는 다릅니다. 강해인 씨께서 권영자 회장님을 속여, 회장님이 결혼을 주선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는 강해인 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계시겠지요.”해인은 어딘가 멍한 상태로 주헌을 바라봤다.“제가요? 권영자 회장님을 속였다고요?”주헌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도련님께서는 사기꾼이 자신의 아내가 되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도련님 성정이 그리 온화한 분은 아니십니다.”“제가 대신 찾아온 이유도 혹여 직접 오셨다가 강해인 씨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까 우려해서입니다.”“자칫하다가는 팔이나 다리를 다치실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강해인 씨께서 도련님께 책임을 묻는 명분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해인이 되물었다.“그럼... 그 도련님은 여자를 때리나요?”주헌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 질문이 핵심이라는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주헌이 대답하지 않자 해인은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이 새로 생긴 남편이라는 사람... 도대체 어떤 군인이길래 아내를 때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거야.’‘게다가 할머니는 분명, 늘 부대에 있어서 집에는 잘 안 온다고 했는데.’‘역시 할머니 말은 절반만 듣고 절반만 믿어야 하나 봐.’해인은 곧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할머니 손자분은 이 결혼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네.’‘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누가 남의 결정으로 인생을 정해지는 걸 좋아하겠어.’‘결혼은 원래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거잖아.’해인은 억지로 맺어진 인연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비서도 말하잖아. 그 집 도련님, 여자를 때린다고.’‘비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겠지.’해인의 마음 한쪽에 경계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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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주헌의 얼굴에 다시 한번 놀라움이 스쳤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돈이 필요 없다고?’‘이 여자는 돈 때문에 회장님부터 공략한 게 아니야?’‘돈 말고 뭘 원한다는 거지?’‘설마... 도련님 자체를 원하는 건가?’주헌은 눈앞의 해인을 다시 바라봤다.해인은 태연했고, 행동 하나하나에 흐트러짐이 없었다.앉아 있는 자세마저 단정했고, 어딘가 익숙한 품위가 배어 있었다.마치 오래전부터 좋은 집안에서 교육받아온 사람처럼 보였다.주헌은 점점 확신이 없어졌다.자신도 모르게 해인의 흐름에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럼... 강해인 씨는 뭘 원하십니까?”“아무것도 필요 없어요.”해인은 아주 담담했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손을 내밀었다.“그럼 연락처부터 교환할까요? 이혼 절차를 진행하시기로 결정되면, 미리 연락만 주세요. 그때 맞춰서 제가 나가면 되니까요.”주헌은 시선을 내렸다가, 해인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살결이 고운 손이었다.집안일을 해본 적 없어 보이는 손, 손톱은 가지런했고 손의 선도 고왔다.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두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손이었다.자신의 시선이 과했다는 걸 깨달은 주헌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주헌은 다소 급한 동작으로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교환했다.항상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주헌이지만, 이 상황만큼은 해인에게 계속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주헌은 자신의 이름을 보내고 나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듯 말했다.“정말 아무런 보상도 필요 없으신 겁니까? 돈이나 집, 혹은 다른...”“다 필요 없어요.”밤은 이미 깊어 있었고, 해인은 술기운에 조금 지친 상태였다.해인은 서류와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시간이 늦었네요. 그쪽 도련님도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고, 아침에 정리해서 나가도 될까요?”주헌은 잠시 망설였다.도련님이 낯선 사람이 개인 공간에 머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인이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은 이상, 주헌도 강하게 밀어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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