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대리님 남자친구분,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눈치 빠른 몇몇 동료들이 바로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었다.태겸은 단번에 시선을 끄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여유와 기품은, 같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확연히 달랐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태겸과 인연을 만들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쯤은 다들 하고 있었다.태겸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고객과 약속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잠시 앉아 있어도 문제는 없었다.태겸은 예주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회사 회식이야?”예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오후에 제가 메시지 보냈잖아요. 답이 없어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회사 회식이라는 말을 듣자, 태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훑었다. 익숙한 얼굴을 찾는 눈길이었다.하지만, 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태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걸 눈치챈 예주는 바로 알았다. 예주의 눈가가 살짝 젖으며,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저 때문에... 회장님이랑도 다투게 되고.”예주는 이미 들었다. 오후에 고민건이 태겸을 사무실로 불러 크게 꾸짖었다는 이야기를.태겸은 자라면서 늘 어른들의 기대 속에 있었다. 모범생이었고, 비교 대상이었고, 자랑거리였다. 고민건 역시 태겸을 자랑스러워했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질책한 적은 없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태겸의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고민건의 분노는 회사 안에 그대로 퍼졌다. 부자 관계를 끊겠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소문은 이미 ZC그룹 전체에 돌고 있었다.그때, 해인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태겸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잔이 올라왔고, 누군가는 농담처럼 태겸과 예주의 금슬을 축하하며 백년해로와 아이 이야기까지 꺼냈다.해인의 눈길에 짧은 비웃음이 스쳤다.‘이제는 아예 붙어 다니네. 숨길 생각도 없고.’해인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음식은 정성스럽게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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