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노트북에서 메인보드를 분리한 뒤, 마른 휴지로 표면에 남아 있던 액체를 천천히 흡수했다.하지만 쏟아진 것이 물이 아니라 밀크티였던 탓에 집적된 메인보드 위 전자 부품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일반 휴지로는 한계가 있었다.해인은 자신의 서랍을 열어 화장할 때 쓰는 부드러운 솔과 무수 알코올 한 병을 꺼냈다. 그리고 부식된 부위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손놀림은 익숙했고,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동료들은 하나같이 말을 잃었다.이렇게 보니,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은 아니었다.물론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해인이 대학 시절 가입했던 동아리가 무료로 학생들 컴퓨터를 수리해 주는 동아리였다는 사실을.이런 식으로 액체가 스며들어 쇼트가 발생한 메인보드를, 해인은 이미 수도 없이 접해봤기에 익숙한 케이스였다.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예주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대학 때부터 강해인이랑 같이 다녔으면서...’‘강해인이 컴퓨터 고칠 줄 안다는 걸, 내가 왜 잊고 있었지?’다른 여자애들이 무용 동아리나 예절 동아리에 들어갈 때, 해인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학교 커뮤니티에서 컴퓨터 고수 한 명을 스승처럼 따라다니다가, 그 학생의 소개로 컴퓨터 동아리에 들어갔다.그 덕에 기숙사에서는 남학생들한테 컴퓨터를 맡기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던 여학생들이, 전부 해인을 찾곤 했다.지금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해인은 채 십 분도 되지 않아서 노트북 안에 묻은 밀크티 자국을 말끔히 정리했다.그리고 메인보드에서 뭔가를 하나 더 분리한 뒤, 다시 조립을 마쳤다.해인이 전원 버튼을 누르자, 주변 공기가 묘하게 팽팽해졌다.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목을 길게 빼고 화면을 바라봤다.노트북 모니터 화면이 켜졌다.어디선가 박수가 터져 나왔고, 몇몇 남자 직원들은 감탄이 섞인 소리를 냈다.여자가 컴퓨터를 고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해인의 일련의 작업은 너무도 매끄러웠다.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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