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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새 이웃을 확인한 이해리는 순간 멍해졌다.자신이 집을 고른지 얼마나 됐다고, 정지안이 벌써 이곳에 집을 마련했다니...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하지만 정지안의 그런 행동에 대해 이해리는 결국 모른 척 넘어갔다.오히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은근히 기쁜 감정까지 들었다.이미 그녀는 정지안이 곁에 있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래서 모든 걸 알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이사하던 날, 오초아는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축하 인사와 함께 장을 잔뜩 봐 와 식자재까지 한가득 안겨 주었다.이해리를 보자마자 오초아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최근 회사에서 얼마나 바쁜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처리해야 할 법무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연신 하소연했다.그러다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하나를 언급했다.“사실 이거 너한테 꽤 괜찮을 것 같아. 투자 프로젝트인데 수익성이 좋아.”오랜 친구의 말이었기에, 오초아가 이 일을 말할 때 이해리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의아할 뿐이었다.“너 요즘 투자 프로젝트까지 관여해? 변호사 일만으로도 바쁠 텐데?”오초아는 어깨를 으쓱했다.“네가 이제 부자 됐잖아. 이 프로젝트는 수익이 거의 확실하다고 들었어. 물론 내가 결정해 주는 건 아니고 최종 판단은 네가 해야 해. 정지안 씨랑도 상의해 봐. 그 사람은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쪽은 나보다 훨씬 잘 알 거야. 내 친구가 있는 로펌에서도 다들 투자하고 있대. 그래서 너도 같이 해 볼까 싶어서 말한 거야.”이해리는 잠시 생각했다. 현재 자신이 보유한 자산 규모라면 일부를 투자로 운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위험 자체가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너는 괜찮아? 투자하고 나서 생활에 무리가 생기진 않겠어?”이해리는 오히려 친구를 걱정했다.오초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내 걱정은 안 해도 돼.”그녀는 이해리를 향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요즘 보너스를 꽤 많이 받았거든. 네 남자친구가 내년 협력 계약을 우리 로펌에 주겠다고 했잖아? 회사에서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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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이해리는 처음엔 액세서리 같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포장을 풀어 보니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의외로 서류였다.이해리는 정지안 앞에서 천천히 서류를 펼쳤다.그것은 정지안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었다.정지안은 이미 이해리 명의로 회사를 등록했고, 별도의 계약서까지 작성했다.계약 내용은 매우 명확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특허권은 전부 이해리에게 귀속된다는 것이었다.그 서류를 보는 순간 이해리의 눈가가 붉어졌다.정도원과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겪은 그녀는 누구보다 이 서류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이 말은 곧 앞으로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든, 얼마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든, 그 성과와 권리는 모두 이해리의 것이 된다는 의미였다.정지안은 처음부터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 적이 없었다.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전부 내어주고 싶어 했다.계약서를 쥔 이해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정지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너무 좋아하진 마. 사실 네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 둘 이름으로 회사를 등록했거든.”말을 마친 그는 침을 한 번 삼켰다.어쨌든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고, 그래서 공동 창업 형태로 등록한 것이었다.혹시 이해리가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하지만 이해리는 고개를 젓더니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 정지안을 꼭 안아 주었다.“아니에요. 정말 기뻐요. 이런 선물을 줘서 고마워요. 저한테는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가장 좋은 선물이에요.”정지안은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내놓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런 사랑과 신뢰는 이해리에게 깊은 행복을 안겨 주었다.이해리의 부드러운 몸이 그의 품에 꼭 안겼다.정지안은 순간 온몸이 굳어 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조차 몰랐다.이해리가 이렇게 먼저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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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축하 기사와 긍정적인 뉴스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다.이 소식을 들은 정도원은 거의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왜? 대체 왜 저 자식은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거지?”그는 책상 위 물건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버렸다.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손이 긁히고 부딪혀도 아픈 줄조차 몰랐다.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정지안과 이해리 생각뿐이었다.“내 아내, 내 사업, 내 모든 것이 다 저 자식 때문에 망가졌어!”정도원의 정지안에 대한 증오는 어느 때보다 커져 있었다.“가업을 위해 뛰어다닌 건 나였어! 노력한 것도 나였고! 정지안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왜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거야!”기사를 보던 정도원은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옆에 있던 윤유나가 황급히 다가왔다.분노에 휩싸인 정도원을 보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화내지 말아요. 저 사람들은 지금 일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우리도 우리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돼요.”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윤유나가 말했다.“도원 씨, 우리도 빨리 결혼해요. 제 명의 재산도 다 도원 씨 앞으로 돌릴게요. 그러면 회사 현금 흐름도...”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정도원의 분노는 더 커졌다. 윤유나는 입만 열면 결혼 이야기였다.정도원은 손을 내저었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윤유나는 뒤로 물러나다가 다리가 걸리면서 넘어질 뻔했다.간신히 소파를 붙잡고 몸을 일으킨 그녀는 무력한 눈빛으로 정도원을 바라보며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최근 들어 정도원의 감정 기복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그는 이제 그녀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 예전처럼 다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도원 씨 변했어요. 예전에 이해리가 해외에 있을 때 저랑 함께 있었잖아요. 그땐 분명 저를 좋아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어요?”윤유나는 울먹이며 말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정도원은 오히려 더 격분했다. 두 눈에는 노골적인 혐오감까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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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아침 일찍 나가 늦게 돌아오는 것은 기본이고, 한밤중까지 야근하는 날도 많았다.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이 분야를 떠나 있었다.예전에 에드워드를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대부분 연구실에 틀어박혀 데이터만 관찰하면 됐다.물론 해결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학창 시절부터 쌓아 온 경험 덕분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가 마주한 것은 이미 완성 단계에 가까운 프로젝트였고, 수많은 투자자와 협력사들이 기대를 걸고 있었다.프로젝트 전체가 수차례 회의를 거쳐야 했고, 시장의 검증도 받아야 했다.이해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시험이었다.이해리는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지안은 이에 대해 꽤 불만이 생긴 듯했다.그날도 정지안은 이해리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느릿느릿 문을 연 이해리는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뜨거운 시선과 마주쳤다.정지안은 안경을 쓰고 니트 카디건을 걸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직도 야근 중인 모양이었다.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일하는 중이야?”이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정지안의 손에 들린 봉투를 바라보았다.“또 야식 가져왔네요.”최근 이해리가 바빠진 뒤로 정지안은 매일 밤 그녀를 찾아왔다.야근하는 동업자를 위문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매번 야식과 음료를 한가득 들고 왔다.예전에 이해리는 농담처럼 불평한 적도 있었다. 정지안이 매일 이렇게 먹을 걸 들고 오면 금방 살이 찔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정지안은 그 말을 듣기만 했을 뿐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그는 매일 변함없이 먹을 것을 챙겨 들고 찾아왔다.이제는 이해리도 더는 잔소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몸을 옆으로 비켜 주었다.정지안은 웃으며 봉투를 들고 들어와 그녀를 식탁 앞으로 끌고 갔다.이해리는 노트북까지 안고 와 식탁에 앉아 안경도 벗지 않은 채 밥을 먹으면서 눈은 계속 화면을 향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던 정지안은 턱을 괴고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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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그녀는 순식간 정지안의 말에 넘어갔다.“언제 출발하는데요? 저도 같이 갈게요!”허락을 받아낸 정지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다음 주에 출발해. 마침 네 휴가 일정이랑도 맞아. 항공권이나 숙소는 내가 다 준비할게. 넌 인수인계랑 업무 정리에만 집중해.”이해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오른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옆에 있던 과자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그녀는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그 두 사람 요즘 너무 조용하지 않아요? 설마 이제는 포기해서 우리한테 더는 시비 안 거는 건가?”정지안은 그녀가 말하는 상대가 정도원과 윤유나라는 것을 알았다.그는 휴지 한 장을 뽑아 그녀에게 건네며, 미소 띤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이렇게 평온하게 사는 게 좋지 않아? 어렵게 안정을 되찾은 우리 삶을 정도원이 다시 흔들어 놓길 바라는 거야?”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살짝 흔들렸다.그동안 정도원은 여전히 이해리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하지만 정지안이 대부분의 압박을 대신 막아내고 있었다.그 사실을 이해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그녀는 정지안이 건네준 휴지를 받아 천천히 입가를 닦았다.그렇다고 자신의 평온한 생활이 깨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지금처럼 그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지낸다는 것이 어쩐지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이해리는 정도원과 윤유나의 보복이 한동안은 계속될 거로 생각했었다.“대충 이유는 알 것 같아요. 사실 그 사람, 이 기간 내내 계속 지안 씨를 괴롭히고 있었죠?”며칠 전 정지안이 심여진을 돌보러 갔을 때만 해도 이해리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만날 때마다 정지안의 얼굴에는 풀리지 않는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고, 어느 날은 광대뼈 부근 뺨에 희미한 상처까지 나 있었다.분명 누군가와 싸운 흔적이었지만, 과연 누가 정지안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겠는가.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도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그 생각이 들자 이해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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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맙다고 하고 싶으면 성의는 좀 보여야지. 말로만 하는 감사는 안 받아.”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방금 먹은 과자가 목에 걸릴 뻔했다.그녀는 정지안을 흘겨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이런 얘기할 때예요? 제가 요즘 얼마나 바쁜지 지안 씨도 알잖아요.”말끝으로 갈수록 얼굴은 점점 새빨개졌다.“다음 주면 우리 같이 떠나잖아. 그 말은 네가 안 바빠지면 그때...”이해리는 황급히 손을 들어 정지안의 입을 막았다.“입 좀 다물어요.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얘기 금지예요.”정말로 부끄러움에 화를 낼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정지안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이해리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앞으로도 정지안과 이렇게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곧 자신이 그동안 겪어 온 일들을 떠올린 그녀는 결국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계속 남에게만 의지하며 살 수 있겠는가.결국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뿐이었다.그것은 이해리가 변함없이 지켜 온 신념이었다.얼마 후 회사의 프로젝트 준비 단계 입찰이 시작되었다. 이해리는 제안서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그것은 정지안이 참석하게 될 국제회의와 관련된 사업이었다.이해리는 그 기회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했다.비록 회사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였지만 그녀는 어떤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 소식을 에드워드에게도 전했다.이해리는 조심스럽게 정지안에게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이나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회사의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뒤부터 이해리는 여러 일에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정지안 역시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 자신이 방법을 한번 찾아보겠다고 말했다.“나도 이 분야는 전에 접해 본 적이 없지만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그 일 때문에 정지안은 직접 인맥을 넓히며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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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물론 정신을 차리고 수습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한시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게다가 며칠 뒤에는 정지안과 함께 국가 회의에도 참석해야 했다.소란을 듣고 온 정지안은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무슨 일인지 대략 짐작했다.사실 그는 이미 30분 전쯤 비서에게서 전화로 이 일을 전해 들은 상태였다.도움을 청하는 듯한 이해리의 시선과 마주한 정지안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해결해 줄게.”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해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절제된 동작이었지만 자연스러운 다정함이 묻어났다.“우선 네 친구부터 진정시켜.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고.”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정지안은 이해리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다가 결국 삼켰다.사실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조차 지나치게 격식 있는 표현이었다.하지만 지금의 이해리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마.”정지안의 말을 들은 오초아도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다 제 잘못이에요. 두 사람까지 속아 넘어가게 했어요. 이 일만 해결되면 꼭 제대로 보상할게요...”“앞으로는 투자 하나 검토했다고 함부로 두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을 거예요.”이해리는 서둘러 말했다.“이런 일이 생길 줄 너도 몰랐잖아. 그러니까 자신을 탓하지 마. 잘못한 건 그 사람들이야. 남의 잘못 때문에 자신을 벌주지 마. 우리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이번에 피해를 본 사람이 분명 많을 거야. 투자자가 돈을 들고 도망갔다면 금액도 클 테니 신고할 수도 있어.”사실 이 일을 정지안에게 맡기는 것 자체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다만 자신이 늘 정지안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이해리가 더 말하기도 전에 정지안은 이미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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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이해리는 깜짝 놀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해외로 도망간 경우는 절차가 복잡해. 신고한다고 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해.”정지안의 말을 들은 이해리는 다시 한번 머리가 지끈거렸다.“애초에 투자하지 말 걸 그랬어요. 초아도 말렸어야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요.”정지안은 이해리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진 것을 알아차리고는 급히 다가와 그녀를 안아 주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정지안의 체온과 다정한 위로에 이해리의 마음은 서서히 진정되었다.“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마. 이미 지난 일은 그만 생각하고. 이 일은 반드시 내가 해결해 줄게.”그렇게 말한 정지안은 서둘러 해외로 떠났다.이해리는 국내에 남아 회의 준비를 맡게 되었다.그날 밤도 그녀는 밤 11시까지 야근했다.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던 그녀는 어느새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이토록 지치고 힘든 순간, 이해리가 눈을 감으며 떠올린 사람은 뜻밖에도 정지안이었다. 해외에서 돌아와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모습, 늘 그랬듯 꽃다발을 들고 오거나, 밀크티와 디저트를 사 들고 오는 모습...어쨌든 자신이 지쳐 있을 때면 언제나 정지안이 곁에 있었다.하지만 눈을 뜬 순간,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순간 마음속에 설명하기 힘든 허전함이 밀려왔다.‘왜 나는 힘들 때마다 지안 씨를 떠올리는 걸까?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뜻일까?’그 생각에 잠겨 멍하니 있던 중,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해리는 놀란 눈빛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 걸까?’“들어오세요.”곧 오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오초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도 야근 중인 이해리를 보자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오초아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괴로워. 나만 아니었으면 너는 이런 일을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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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너는 변호사니까 직접 나서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속 응어리는 완전히 풀렸다.이후 이해리는 다시 회의 준비에 매달렸지만 정지안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두 사람은 매일 전화로 연락했다. 정지안은 투자자를 해외에서 추적하고 체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현재로서는 현지 경찰과 협력해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또 이해리에게 국내에서 건강 잘 챙기고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이해리는 알겠다고 답했다.그러던 중 상급 부서의 행사 점검 일정이 다가왔다.이번에는 그녀가 혼자 해성으로 가야 했다.원래는 정지안과 함께 이번 회의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투자 사기 사건 때문에 정지안이 급히 출국하면서 모든 부담이 이해리에게 넘어오게 되었다.이번 프로젝트는 시청과도 연계된 대형 사업이었다. 이처럼 큰 규모의 행사 앞에서 이해리는 자신이 없었다.만약 그런 사건만 없었더라면 두 사람이 함께 회의에 참석했을 것이다.물론 정지안은 미리 대부분 업무를 정리해 두었고, 자신의 역할도 이해리가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그런데도 회의 시작 직전이 되자 이해리는 긴장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회의실 문 앞에 선 그녀는 두 손을 모은 채 속으로 기도하듯 생각했다. 정지안이 지금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그 순간 눈을 뜬 이해리는 정말로 정지안을 보았다.정지안은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채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도대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이해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감각이 무뎌졌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평소라면 금세 알아챘을 그의 익숙한 삼나무 향조차 맡지 못했다.정지안은 미소를 띤 채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회의 곧 시작한다며. 안 들어가?”눈앞의 남자를 본 이해리는 순간 멍해졌다.“정말 지안 씨예요?”“정말 나라니? 설마 아까 내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마음속을 들킨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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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정지안은 간단히 답했다.그 답을 들은 이해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투자자가 도박을 했다고요?”그녀가 예상했던 이유와는 전혀 달랐다.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이해리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애초에 이 프로젝트 자체가 도박 빚을 메우려고 만든 거예요? 아니면 원래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잘못된 길로 빠진 거예요?”“후자에 가까워. 내가 전문가들에게 프로젝트를 평가해 보라고 했는데, 사실 프로젝트 자체는 별문제가 없었어. 오히려 계속 진행해도 될 정도로 괜찮더라고.”‘원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이해리의 놀란 표정을 본 정지안이 차분히 설명했다.“애초에 이 프로젝트는 그 투자자 혼자 만든 게 아니야. 전체 구조도 꽤 잘 갖춰져 있었고. 다만 모든 자금이 그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범행이 가능했던 거지.”“그 사람이 도박 빚을 어떻게 지게 됐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 어쨌든 앞으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싶다면 가능해. 이미 운영팀도 교체됐고, 새 팀에서는 기존 투자자들의 돈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어.”정지안의 설명을 듣던 이해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한 번 크게 덴 뒤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정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저는 크게 상관없어요. 어차피 생활할 돈은 충분하고 투자도 계속할 수 있어요. 하지만 초아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어요.”그 소식을 들은 오초아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계속할 생각이라면 나도 괜찮아. 다만 난 기존 투자금만 유지할 거야. 추가 투자까지는 못 하겠어.”이번 일로 단단히 겁을 먹은 탓이었다.그때 정지안이 말했다.“사실 오 변호사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담당자 중 한 명이에요. 총괄 책임자는 이미 구속됐고 팀도 바뀌었는데 오 변호사가 직접 맡아 볼 생각은 없어요?”오초아는 깜짝 놀랐다.“저요? 저는 좀 무리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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