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해리도 이쪽으로 왔다.오랜만에 예전 시어머니를 다시 본 이해리는 정지안의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담담한 눈빛은 특별한 원망도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존중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었다.심여진 역시 이해리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이해리와 정지안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무언가를 이해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애들이 다 커 버리니까 이제는 하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됐어. 나한테 이제는 걱정거리만 안 만들어 주면 그걸로 됐다.”사실 이번에 정도원이 찾아와 집을 팔아 달라고 했을 때, 심여진은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그 집은 어쨌든 그들 가족이 수년 동안 살아온 집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도원의 회사를 위해 팔아야 한다니, 심여진으로서는 죽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나뿐인 귀한 아들이 직접 돈이 부족하다고 말해 왔고, 심여진이 가진 예금만으로는 그 큰 구멍을 메울 수도 없었다.아들들이 안심하고 이제는 자신이 가진 것을 탐내지 않게 하려면, 심여진은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복도에서는 윤유나와 정도원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그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진작 형한테 돈을 빌리라고 할 걸 그랬어. 지금 사업도 잘 나간다던데, 분명 현금도 꽤 있을 거야.”윤유나는 며칠 동안 몰래 알아봤다. 그 결과, 정지안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고 회사도 계속 잘 운영 중이며, 부동산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중 아무 집이나 하나만 손에 넣어도 정도원 회사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지안이 정씨 가문의 양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윤유나는 그 이야기를 정도원에게 꺼낼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정도원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며 윤유나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제가 시어머니한테 집 팔라고 한 게 맞았다니까요. 그런데 지금 밖에서 전세나 월세 살고 있으니까, 역시 정지안도 그냥 두고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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