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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Chapter 321 - Chapter 330

390 Chapters

제321화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을 때 이해리는 침대 옆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정지안을 발견했다.이해리는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그러자 정지안이 곧바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 다크서클이 생겼네?”이해리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사이,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며 덧붙였다.“설마 욕구불만?”그 네 글자가 정지안의 입에서 나오자 유난히 사람을 설레게 했다.이해리는 듣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무슨 헛소리예요!”그러면서 힘껏 정지안을 밀어냈다.“그냥 잠자리가 좀 바뀌어서 그런 거예요...”“그 핑계는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 했으면 믿었을 텐데 벌써 여기서 일주일이나 지냈잖아.”정지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해리를 바라보았다. 즉, 그녀의 변명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이해리는 한동안 그를 노려보다가 결국 말싸움을 포기했다.“됐어요. 오늘 회사 가야 한다면서요? 얼른 가요...”그녀는 그저 화제를 돌리고 정지안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정지안은 오히려 다가와 그녀의 볼에 몰래 입을 맞추고 웃으며 말했다.“왜? 몇 마디 했다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어젯밤에 분명 네가...”“빨리 가요!”이해리는 놀림을 받아 얼굴이 새빨개졌다.어젯밤 자신이 정말로 그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는 걸 어떻게 인정하겠는가. 아니, 사실은 이미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렇지 않고서는 그때의 그런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정지안의 앞에서는 절대로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정지안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나도 이제 회의하러 가야 해.”그는 태블릿 하나를 내밀었다.“이거 줄게.”노인만 있는 요양원 TV에서는 대부분 옛날 드라마만 나왔다. 이곳의 어르신들은 최신 유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 않았기에 정지안은 이해리가 심심해할까 봐 일부러 로맨스 드라마를 잔뜩 다운받아 둔 태블릿을 준비한 것이었다.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여기 있으니까 벌써 은퇴 생활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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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정지안은 종일 바쁘게 일하고도 이해리와 함께 있으려고 서둘러 돌아온 참이었는데 돌아오자마자 화풀이를 당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원인을 깨달았다. 자신이 넣어준 로맨스 드라마 때문이었다.정지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그렇게까지 못 믿는 거야?”자신도 저런 남자들과 같을 거로 생각한다니.이해리는 드라마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원래 남자 주인공에게는 약혼녀가 있었지만 어떤 사고를 계기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약혼녀와 그 여자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지만, 남자의 진짜 사랑은 그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3자가 되어 버렸다.이해리는 볼수록 마음이 아팠다.“그 여자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다 욕하잖아요. 게다가 저 쓰레기 같은 남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아무것도 기억 못 하고.”말하면서 또 베개를 집어 정지안에게 던졌다.정지안은 한숨을 쉬며 바닥에 떨어진 베개 두 개를 주워 먼지를 털고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이 드라마들은 그냥 심심하지 말라고 넣어준 건데 누가 이렇게 진지하게 보래?”그는 아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이해리와 함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이해리가 슬픈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그를 때려도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해리에게도 의외로 소녀 같은 감성이 있었다.정지안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이틀 뒤, 이해리의 몸 상태가 조금 더 좋아지자 정지안이 제안했다.“오늘 저녁에 밖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린대. 같이 나가서 구경할래?”이해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요양원에는 이미 외출 허가받아놓은 거예요?”정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널 데리고 나가 놀 건데 그런 건 미리 다 준비해 둬야지.”“그럼 좋아요. 옷만 갈아입고 바로 가요.”이틀이 지난 사이 이해리는 그 로맨스 드라마를 끝까지 다 봤다. 마지막에 결국 두 사람이 이어지는 걸 보고서야 더는 화가 나지 않았다.정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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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이해리는 잠시 멍해졌다가 그가 친목회 때 있었던 일을 놀리며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흘겨보았다.“그 얘기 다시 꺼내지 말아요!”친목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노인들이 정말로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했다니.그날 아침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일어나지 못했고, 정지안이 식당으로 데리고 가 밥을 먹여준 것뿐이었는데 말이다.그 이야기가 사람들 입을 거치며 퍼지고 퍼져 어느새 정지안의 아내가 장애인이라는 소문이 되어 버렸다.이해리가 볼을 부풀리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정지안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화 풀어. 어차피 작은 해프닝이었잖아.”그다음 날, 이해리는 복도에서 노인들이 텃밭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요양원 뒤편에는 넓은 공터가 하나 있었다. 원래는 원측에서 노인들이 쉬도록 작은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공사 소음이 너무 심해 입소자들의 휴식에 방해가 되었고 결국 계획은 중단되고 말았다.노인들은 그 땅이 비어 있는 것이 아깝다며 텃밭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의 계획을 들은 이해리는 최근 자신도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제가 같이 도와도 될까요?”노인들은 그녀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조금 미심쩍어했지만, 그래도 참여해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이해리는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그래서 첫날부터 사고를 쳤다. 심어 놓은 씨앗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결국 다른 사람들이 다시 파내어 새로 심어야 했다.그 소식을 들은 정지안이 급히 달려와 뒤처리를 도왔다.바쁘게 움직이는 정지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해리의 가슴속에는 따뜻한 감정이 차올랐다.‘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요양원 사람들은 이미 두 사람을 부부라고 여기고 있었다.처음에는 이해리가 설명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번 친목회 사건 이후로는 더는 정지안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점차 그 오해를 바로잡지 않게 되었다.그날 저녁, 이해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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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한편, 정도원은 이혼한 뒤 윤유나가 거의 매일 자신의 곁을 맴도는 상황에 시달리고 있었다.“도대체 언제 저랑 결혼할 거예요? 이제 이혼도 했잖아요?”어차피 정도원과 이해리는 이미 이혼 신고까지 마쳤으니 윤유나는 더는 그의 기분을 살필 필요도 없었다.“분명 두 사람이 이혼하면 바로 저랑 결혼한다고 했잖아요. 설마 인제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건 아니죠?”윤유나가 계속 몰아붙이자 정도원도 결국 폭발했다.“결혼할 거냐고 묻기 전에 지금 내 상황이나 봐! 내가 지금 결혼할 정신이 있겠어?”이해리와 이혼한 이후 그가 가져갈 수 있는 재산은 원래 예상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계획해 두었던 회사 확장 사업도 전부 중단됐다.회사 자금은 급감했고, 외도 끝에 이혼했다는 사실 때문에 대외 평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가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지금의 정도원에게 결혼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문제였다.그 말을 들은 윤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니까 그동안 다 저를 속인 거네요?”“도원 씨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해리랑 이혼만 하면 바로 저랑 결혼한다고! 도원 씨가 이혼하면서 돈을 거의 못 받았다고 해서 제가 가진 돈까지 내놓았어요. 그런데 결국 이런 핑계로 저를 넘기려는 거예요?”윤유나는 배를 감싼 채 정도원에게 소리를 질렀다.정도원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다가 불러온 배를 보고는 더는 말다툼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외투와 차 열쇠를 집어 들고 그냥 집을 나섰다.윤유나는 거실에 멍하니 서서 그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잠시 뒤 현관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안 되겠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도원이 빨리 나와 결혼하게 해야 해.’두 사람이 이혼한 지도 꽤 됐고,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웨딩드레스조차 입기 어려워질 것이다.한참 고민하던 윤유나는 결국 시어머니부터 공략하기로 했다.그녀는 곧바로 짐을 챙겨 심여진의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심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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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심여진은 양어머니였지만 그동안 지켜본 이해리는 심여진이 정지안을 진심으로 아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적어도 정도원이 스스로 폭로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정지안이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그만큼 심여진이 오랫동안 친아들처럼 키워왔다는 뜻이었다.그런 상황에서 심여진에게 일이 생겼는데 이해리가 정지안을 말릴 이유는 없었다.정지안 역시 이해리에게 요양원에서 푹 쉬라고 당부하며 돌아갈 때 맛있는 것을 사 가겠다고 했다.“말 잘 듣고 있어.”정지안이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 순간, 바로 앞에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도원이 보였다.정도원은 마침 복도를 지나가다가 정지안이 통화 중 이해리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다가왔다.결국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었다.정도원은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진 채 정지안을 노려보았다.“그동안 계속 이해리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형이었구나!”정도원은 줄곧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리가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는지.하지만 만약 뒤에서 정지안이 나서서 이해리를 도와주고 모든 것을 마련해 준 것이라면 모든 설명이 자연스러워졌다.“왜? 이미 이혼까지 했는데도 전처 일에 계속 끼어들 생각이야?”정도원의 분노를 마주한 정지안은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도원은 그 말에 더욱 자극받았다.“난 진작부터 두 사람이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분명 네가 이해리를 꼬드긴 거야. 그래서 우리 둘이 이혼하게 된 거라고! 인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지 마. 정지안, 이 집안에서 가장 위선적인 사람은 바로 너야!”정지안은 비웃는 표정으로 그를 한 번 바라본 뒤 병실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정도원이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었다.그동안 쌓여 있던 분노가 그 순간 한꺼번에 폭발했다.정도원은 자신이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정지안과 이해리의 관계를 알게 된 데다, 최근 이혼과 자금 문제로 밤잠까지 설쳤던 일을 떠올리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정지안을 제대로 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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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정지안,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훈계하는데!”그 말을 들은 정지안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피식 웃었다.“맞아. 난 네 친형이 아니지. 그리고 네 가족도 아니야. 그러니까 네 행동을 참고 넘어가 줄 이유도 없어. 앞으로 또 잔꾀를 부리면 그땐 가만있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뒤 정지안은 정도원을 한 번 더 밀쳤다.정도원은 바닥에 쓰러진 채 병원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분노가 가득했다.매번 정지안을 상대하려 할 때마다 오히려 자신이 당하고 말았다.‘모든 게 그 여자 때문이야. 이해리가 정지안을 유혹하지만 않았어도 정지안이 나를 외면하고 다른 사람의 편을 들 일은 없었을 거야.’그 생각에 정도원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한편 이해리는 자신이 병원에 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도원의 분노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심심한 나머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오초아와 통화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오초아도 야근이 없다고 해서 병원으로 불러냈다.오초아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이해리를 찾아왔다.“오늘은 웬일이야? 네가 먼저 나를 부르다니. 내가 전에 병문안 오겠다고 했을 때는 계속 괜찮다고 했잖아.”오초아는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치켜들고 이해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말해 봐. 그동안은 그 남자가 계속 옆에 있어서 내가 오기 불편했던 거지?”이해리는 눈을 흘겼다.“그게 아니라, 정도원이 계속 전화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었잖아. 혹시 나를 찾겠다고 주변 사람들까지 무작정 따라다닐까 봐 걱정돼서 안 부른 거야.”“아, 그런 거였어?”그러자 이해리가 작게 덧붙였다.“그래도 요즘은 정말 정지안이 계속 여기 있었던 건 맞아.”오초아는 곧바로 손뼉을 쳤다.“그거 봐! 내가 진작 말했잖아. 네가 이혼하고 나면 너희 둘은 결국 이어질 거라고. 그런데 지금 보니까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네?”그녀는 곧장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최근 둘이 어떻게 지냈는지, 오늘은 왜 정지안이 없는지 물었다.이해리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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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봐봐. 내가 그 말 한마디 했다고 바로 불안해하잖아.”오초아는 옆에 놓아둔 밀크티를 집어 들고 한 모금 크게 빨았다.“내가 전에 네 마음속에 그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는 절대 인정 안 하더니. 오늘은 솔직하게 말해 볼래?”오초아의 끈질긴 공세에 몰린 이해리는 결국 홧김에 말을 내뱉고 말았다.“그래. 내 마음에 그 사람 있어. 그래서 어쩌라고!”다행히도 그녀는 요양원 장기자랑 행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그 얘기까지 했다면 오초아가 얼마나 놀려댔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이해리의 말을 들은 오초아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계획대로 됐다는 듯 웃었다.“그거 봐! 내가 뭐랬어? 네 마음속에는 원래부터 정지안이 있었다니까. 그런데 왜 그동안 인정하기 싫어했던 거야?”이해리는 고개를 돌렸다.“내가 꼭 없다고 한 건 아니잖아...”찔리는 친구의 모습을 본 오초아는 팔짱을 낀 채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인제 와서 변명하네? 예전에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당분간 연애는 생각도 안 한다, 이번 사랑에 너무 상처받았다, 이혼하면 바로 해외로 나갈 거다...”자신이 했던 말을 비꼬듯 하나하나 되풀이하자 이해리는 황급히 그녀의 팔을 두드렸다.“옛날얘기는 그만해.”이해리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오초아는 더욱 재미있어졌다.그녀는 계속 짓궂게 물었다.“그럼 다시 말해 봐. 너 정지안 좋아하지?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스스로 인정하기 싫었던 것뿐이지?”이해리는 눈을 깜빡였다.“뭐... 그런 셈이지.”“또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네. 안 돼! 오늘은 확실하게 인정해야 해!”계속되는 추궁 끝에 이해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내 마음에 그 사람이 있는 건 맞아. 그리고 사실은 오래전부터 그랬어. 다만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바로 그 순간, 정지안이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근처까지 왔을 때 병실 안에서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설마 돌아오자마자 이런 말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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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좋지. 나랑 같이 자자. 어차피 여기 요양원은 다 개인실이라 괜찮아.”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걱정도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지안이 입을 열었다.“여기는 어디까지나 몸을 회복하는 곳이야. 게다가 옆방에는 다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오 변호사가 여기 묵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말을 마치자 그는 곧바로 비서를 시켜 그날 밤 오초아를 집으로 데려다 보내도록 했다.병실 문을 나선 오초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지안 씨, 오늘 반드시 이해리랑 관계 진전시켜야 해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정지안 씨 편을 들어주고, 이해리 입으로 직접 정지안 씨가 마음에 있다고 말하게 했는데요. 인제 와서 이러기예요? 정지안 씨, 진짜 사람 너무한 거 아니에요?”오초아는 말할수록 더 화가 났다.진작 알았더라면 오늘 이해리 앞에서 그렇게까지 정지안 칭찬을 늘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때 정지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년부터 우리 회사 법무 협력은 오 변호사님 회사에 맡기겠습니다. 그때는 오 변호사님 덕분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할게요.”계속 욕을 퍼부으려던 오초아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벌렸다가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네,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그녀는 흡족한 얼굴로 떠났다.이해리를 보러 와서 그렇게 빨리 돌아갈 생각이 없었지만, 정지안이 회사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주겠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큰 수확이었다.오초아가 떠난 뒤 이해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정지안을 바라봤다.“제가 일부러 저랑 같이 있으라고 불렀는데 왜 사람을 돌려보낸 거예요?”“우린 같은 방을 쓰고 있잖아. 밤에 오 변호사가 여기서 자면 나는 어떻게 해?”정지안은 태연하게 물었다.이해리는 그런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당연히 호텔에 가든지 집에 가야죠. 어머니도 입원하셨다면서 왜 거기서 안 돌보고 여기로 온 거예요?”그녀는 정지안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전에 약속했잖아. 네가 요양하는 동안은 계속 곁에 있겠다고. 그런데 어떻게 다른 곳에서 밤을 보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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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지자 이해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왜 그래요?”정지안은 조용히 말했다.“남들 앞에서는 인정하면서 왜 내 앞에서는 말해 주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있었어.”그 목소리에는 아주 옅은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말을 하는 사이 손은 자기도 모르게 이해리의 허리를 더듬고 있었다.이해리는 요즘 조금 수척해진 것 같았다. 요양원에서 지내며 몸을 요양하고 있었지만 빠진 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그 사실에 정지안은 못마땅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살짝 굳은살이 밴 손끝이 스칠 때마다 이해리의 가슴은 자꾸만 두근거렸다.“이해리, 왜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야?”정지안은 같은 질문을 계속 되풀이했다.마치 다정한 주문처럼 그 말이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았다.이해리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길이 점점 장난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밀어내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이성은 서서히 흐려져 갔다.“지안 씨, 이건 반칙이에요...”그녀가 힘없이 항의하자 정지안은 느긋하게 되물었다.“반칙이라니? 어디가 반칙인데?”그러면서도 그의 움직임은 한층 더 빨라졌다.이해리는 오늘따라 정지안이 유난히 적극적으로 느껴졌다.그가 다가올 때마다 그녀의 이성은 조금씩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데요?”이해리가 힘겹게 묻자 정지안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좋아한다고, 나를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해.”그 말을 정지안의 입으로 직접 듣자 이해리는 더욱 부끄러워졌다.“안 말하면 어떻게 되는데요?”정지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벌을 받아야지.”말끝에는 옅은 숨결이 섞여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이해리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알겠어요. 말할게요...”나중에는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좋아해요.”그 말을 듣고서야 정지안은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그래야지.”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이해리는 온몸이 뻐근한 느낌에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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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정지안이 갑자기 서운해할 것이라는 건 이해리도 이미 예상하였다.그녀는 흥분한 정지안을 보며 먼저 진정하라는 듯 손짓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다가갔다.이해리는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고 손을 잡아 흔들었다.애교를 부리는 듯한 모습에 정지안은 금세 그녀가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고민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지금은 사실상 설득의 여지가 없었다.“이미 결정한 거야?”그녀가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걸 보면 답은 뻔했다.이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래는 듯 웃었다.“그동안 계속 여기서 지냈잖아요. 너무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이제 전 이혼도 했고, 다른 일들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더는 여기 있을 이유는 없죠.”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몸이 회복될수록 계속 정지안의 집에 머무는 것은 여러모로 정지안에게 좋지 않았다.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정지안을 알고 있었다. 혹시 사람들이 두 사람을 연인으로 오해해 불필요한 이야기가 생길 수도 있었다.게다가 정지안의 가족 관계를 아는 사람이 그 사실을 정도원에게 전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이 이해리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또 찾아와 소란을 피울 것이다.겨우 정도원에게서 벗어났는데, 그녀는 더는 그와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 때문에 정지안의 위치도 점점 애매해지고 있었다.“알겠어.”이해리의 뜻을 읽은 정지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어디로 갈 생각이야? 마음에 둔 집은 있어?”그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몰랐던 이해리는 잠시 멍해졌다.정말 반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말을 끝내기도 전에 정지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왜? 내가 네 결정을 지지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그건 아닌데...”이해리는 말을 흐렸다.그저 너무 쉽게 허락해서 놀랐을 뿐이었다.사실 그녀는 정지안이 반대하면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하며 설득할 생각이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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