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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 Chapters

제561화

선두에 선 기자는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였다.그는 말하면서도 어깨에 멘 카메라를 이해리에게 들이대며 계속 촬영했다.뒤에서도 기자 한 명이 달려와 현장에 있던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맞아요. 여러분은 이해리 씨가 어떻게 여러분을 속였는지도 모르잖아요. 여러분을 국내로 데려온 뒤에는 영원히 다시 해외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해외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앞날을 다 포기하고 고작 국내에서 이해리를 돕겠다니요?”순식간에 현장은 그들 때문에 아수라장이 됐다.이해리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경비를 불렀다.경비들이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이해리는 다시 몸을 돌려 자기 학생들을 바라봤다.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다들 들었지? 국내에 남기로, 내 실험실에 남기로 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을 수없이 겪을 수 있어.”“지금 국내외에서 여론전이 한창이야. 우리가 하는 모든 실험은 국제 선진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우리가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야.”“그러니 확실히 해두고 싶어. 너희가 정말 진심으로 국내에 남고 싶은 건지 말이야.”거기까지 말한 이해리는 회의실 문을 활짝 열었다.“물론 떠날 권리도 있어. 오늘 실험실을 나가겠다고 결정한다면 이전 약속대로 너희가 아무런 문제 없이 외국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길을 터줄게.”말을 마친 이해리의 가슴은 불안하게 두근거렸다.사실 몇 명이나 남아 줄지 자신이 없었다.이해리는 문가에 선 채 조용히 그들의 결정을 기다렸다.그때 주세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전 돌아갈 생각 없어요. 이미 선배를 따라 돌아오기로 결정한 이상, 국내 실험실에서 제대로 일할 겁니다. 전 선배를 따를 거예요.”주세훈은 방 안에서 가장 먼저 자기 뜻을 분명히 밝힌 사람이었다.그를 시작으로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모두 남겠다고 말했다.처음에는 흔들리던 사람들도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남는 쪽을 택했다.결국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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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기분이 좋다고? 난 기분 안 좋아서 돌아온 줄 알았는데.”정지안은 그제야 안도하며 살짝 몸을 떼고 이해리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과연 이해리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그 순간 이해리가 먼저 두 팔을 들어 정지안의 목을 감았다.“지안 씨, 그거 알아요? 지금 내가 이렇게 많은 걸 이루고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다 지안 씨 덕분이에요.”“나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많은 일을 대신 처리해 줘서 고마워요.”그 말을 들은 정지안의 눈빛도 살짝 흔들렸다.“고마워할 필요 없어.”하지만 이해리는 고집스럽게 말을 이었다.“내가 원래 속마음을 잘 털어놓는 사람이 아닌 건 알잖아요. 난 자존심이 너무 세서... 난 늘 우리 관계가 그냥 적당한 거리에서 담담하게 유지되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어요.”한 번 실패한 결혼을 겪고 나서 이해리는 가끔 자신이 이렇게 많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하지만 정지안은 언제나 그녀의 편에 서 있었다.그 생각을 하자 이해리는 다시 발끝을 세워 정지안의 뺨에 입을 맞췄다.뺨에서 시작된 입맞춤은 턱까지 이어졌다.“아무튼 늘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말을 마친 이해리는 아름다운 두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가만히 바라봤다.정지안도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사실 나한테 고마워할 건 없어. 네가 스스로 잘해 온 거야.”이해리가 지금껏 겪은 일들을 다른 사람이 겪었다면, 어쩌면 그녀보다 더 잘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을 하니 정지안의 가슴에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마침 이해리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정지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두 사람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깊게 키스했다.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정지안의 눈빛도 서서히 짙어졌다. 그는 이해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잠시 뒤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조심스럽게 침실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그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본 이해리가 갑자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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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원래 이해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정지안은 이제 두 사람이 한편이나 다름없고 자신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이해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정지안은 웃으며 이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에 그가 알아보러 가는 건 정부 측의 태도였다.그런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지안이 돌아왔다.이해리는 여전히 집에서 실험실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정지안이 돌아오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실험실 쪽은 이미 결정됐더라. 너희랑 협력하기로.”그게 공식적인 입장이었다.이해리는 눈을 크게 떴다.“정말 우리 실험실을 국내에 남게 해 주겠다고 했어요?”“응. 예전에 우리 회사랑 협력했던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는데 확답을 받았어.”그 말을 듣자 이해리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정지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고마워요. 요즘은 왜 매일 이렇게 좋은 소식만 생기는 거죠?”정지안도 이해리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평소 냉철하고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이해리가 아이처럼 해맑게 기뻐하는 모습은 정지안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다.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정지안은 이해리를 받아내며 뒷걸음질 치다 그만 허리를 찧고 말았다.허리에서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정지안이 짧게 신음하자 흥분한 이해리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허리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정지안이 낮게 신음하자 신이 나 있던 이해리가 고개를 들었다.“왜 그러세요?”자신 때문에 정지안이 허리를 부딪쳤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얼굴이었다.정지안은 고개를 숙였다.“아무것도 아니야.”이해리 앞에서만큼은 정지안도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그래서 방금 신음까지 해 놓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말했다.“괜찮아.”이해리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며 애교까지 부렸다.그날 하루 이해리는 무척 기분 좋게 실험실의 모든 일을 처리했다.저녁에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촛불을 켜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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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이해리는 정지안의 몸이 반응하는 걸 느꼈지만 정지안은 오히려 그녀를 밀어냈다.순간 이해리의 속에서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발끈하며 정지안의 무릎에서 내려와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그날 밤 두 사람은 거의 냉전 상태였다.한밤중 이해리는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문득 거실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정지안이 옆에 없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대체 뭘 하는 걸까?’아직 말도 섞기 싫었지만 혹시 급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었다.이해리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지안이 뭘 하는지 확인하러 나갔다.거실에 도착하자 소파에 앉아 거울을 보며 혼자 약을 바르는 정지안이 눈에 들어왔다.게다가 등에 붙이고 있는 건 아주 커다란 파스였다.그 모습을 본 이해리는 잠깐 굳었다가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뭐 하는 거예요?”정지안은 이해리가 일어날 줄 몰랐는지 흠칫 놀랐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조금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별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이해리는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바라봤다.“이게 별거 아닌 사람 모습이에요?”그러다 낮에 두 사람이 끌어안았을 때 정지안이 뭔가에 부딪혔던 장면이 떠올랐다.“혹시 낮에 수납장에 부딪힌 거예요?”그때 자신은 너무 기뻐서 정지안의 이상한 반응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미 들킨 걸 안 정지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는데 하루 종일 등이 계속 아파서 확인해 봤어.”이해리가 뒤로 돌아가 살펴보니 커다란 파스로도 퍼렇게 멍든 부위를 전부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가구에 그렇게 세게 부딪혔으면 분명 많이 아팠을 텐데 당시 정지안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이 아파진 이해리는 결국 정지안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정지안을 병실에 두고 물을 사러 나갔던 이해리는 간호사 스테이션을 지나던 중 우연히 대화를 들었다.“아까 들어온 그 남자 어디 회사 대표 아닌가? 얼굴이 낯익던데.”“정지안이지? 그런데 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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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처음에는 정도원의 회사가 기사회생한 줄 알았다.하지만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정지안은 이해리 옆으로 다가와 함께 휴대폰의 뉴스를 살펴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전부 다 쇼야.”“뭐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이해리가 궁금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정지안이 설명했다.“정도원네 회사는 이미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어. 지난번 주주총회 때도 자기 개인 자금까지 끌어다 주주들을 매수한 거잖아. 앞으로 회사 실적을 두 배로 만들겠다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남발하면서 말이야.”하지만 정도원에게는 애초에 그런 성과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었다.그는 늘 다른 사람의 기술과 방법을 가져다 썼고, 이해리와 결혼했을 때는 이해리 집안의 기반까지 이용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해낸 게 거의 없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이렇게 큰 회사를 맡았으니 망가지는 건 시간 문제지.”이해리는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그랬네요.”“그럼 넌 뭐라고 생각했는데?”정지안은 한 팔을 들어 이해리를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런 사람은 뭘 해도 오래 못 가. 너랑 결혼한 후 밖에서 바람피웠고, 회사 일도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했잖아.”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광고가 워낙 많이 보여서 진짜 달라진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봐요.”“걱정하지 마. 거기도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그제야 이해리는 마음을 놓았다.“이제 우리한테 위협이 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저 사람이 잘사는 꼴을 보면 아직도 속이 불편해지거든요.”정도원은 워낙 악행을 많이 저지른 인간이었기에, 윤유나와 함께 시궁창 속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길 바랐다.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말이다.바로 그때, 정부 측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해리는 자세를 고쳐 앉고 전화를 받았다. 이번 회의는 이해리의 연구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다루는 자리였다.이해리는 곧바로 준비해 회의에 나갈 채비를 했다.정부 측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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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이해리의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그녀는 연구원들과 함께 사무기기를 구입하러 나섰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쳤다. 바로 정도원이었다.이해리는 이미 관련 부처와 입주 및 협력 문제를 협의한 뒤라 정도원이 예전에 벌인 일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그런데 여기서 그를 보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이해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필요한 물건을 보라고 한 뒤 혼자 정도원 쪽으로 걸어갔다.정부와 협력 계약까지 마친 마당에 인제 와서 정도원 일 따위는 신경 쓸 이유가 없었지만, 막상 그를 눈앞에서 보니 무의식중에 발걸음이 멈췄다. 이해리는 연구원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정도원 쪽으로 걸어갔다.정도원은 이해리가 온 줄도 모르고 업체 관계자들에게 굽신거리고 있었다.“지난번 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건 압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믿어 주세요. 저도 아직 회사가 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어요. 여러분이 원하는 조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으니...”정도원이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로 부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이해리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멍해졌다.저렇게 굽실거리는 정도원을 보자 아주 오래전 두 사람이 아직 사귀기 전이 떠올랐다.그때 정도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기세등등했지만 유독 이해리 앞에서만은 비위를 맞추며 사랑을 구하는 사람처럼 굴곤 했다.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달라진 뒤 이해리는 문득 눈앞의 남자가 낯설게 느껴졌다.정확히는 이제야 깨달은 셈이었다.정도원은 이익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예전의 이해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한참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정도원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엉켰다.이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정 대표, 이제야 정신 차리고 제대로 일하기 시작한 거야?”“이해리, 네가 여긴 왜 왔어?”이해리를 보는 순간 정도원은 과민하게 반응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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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난 이만 갈게.”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해리는 바로 떠나지 않고 근처에서 함께 온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그녀가 아직 주변에 있다는 걸 아는 정도원은 아까보다 더 과장되게 행동했다.거래처와 얘기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거만한 기세를 내비쳤다.이해리는 가끔 그쪽을 흘끔거리며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처음에는 정도원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옆에 있던 주세훈이 문득 뭔가를 알아차리고 이해리에게 물었다.“선배, 저 사람이랑 아는 사이예요?”사실 주세훈은 진작 이해리와 정도원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이해리에게 호감을 품기 시작했을 때 몰래 그녀에 관한 걸 알아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과거에 결혼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전남편이 바로 저 남자였다.이해리가 고개를 돌렸다.“뭐?”“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선배랑 저 사람 사이가 좀 달라 보여서요.”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무 사이도 아니야. 난 정지안 씨만 관계가 있고 다른 사람 일엔 관심 없어.”주세훈은 그 기회에 이해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속에 질투가 확 차올랐다.이해리에 관한 비밀이라도 하나 더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지금 이해리의 마음속은 온통 정지안을 향한 애정뿐이었다.‘젠장, 두 사람의 관계가 벌써 그렇게 깊어진 거야?’주세훈이 생각에 빠져 있을때 이해리가 다시 말했다.“이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저쪽 장비 보이지? 가서 애들하고 같이 좀 골라 줘.”실험실을 너무 급하게 국내로 옮긴 탓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이 많았고 귀국 후 새로 사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게다가 지금은 새로 열릴 연구 단지까지 준비 중이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이해리는 말을 마치며 정도원 쪽을 한번 담담히 바라봤다.정도원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앞으로 뭘 할지 이미 계획이라도 세운 건지는 알 수 없었다.이해리는 시선을 거두고 주세훈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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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그 사건 이후 정도원은 윤유나와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여전히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살얼음판처럼 위태로웠다.윤유나 역시 두 사람이 오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느덧 이해리의 행보를 파악하고 있던 윤유나는, 정도원이 집에 돌아오자 오늘 이해리와 마주쳤을 것이라 직감했다.그녀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 그렇게 물어요? 오늘 설마 그 여자라도 만났어요?”정도원이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만나긴 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으니까.”그는 짜증을 억누르며 윤유나의 손을 잡았다.“난 그냥 요즘 이해리가 뭘 하는지 알고 싶은 거야. 우리한테 불리한 일을 하려 한다면 미리 대비해야 하잖아.”그제야 윤유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도원 씨, 당신은 해리 씨를 너무 얕봤어요.”“얼마 전 그렇게 많은 실시간 검색어가 터지고 온갖 공격을 받아도 안 무너졌던 사람이에요. 이제 이해리 씨는 점점 더 잘될 거예요.”정도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가 그토록 여론을 조작했고, 국내외에서 그 실험실을 비난하고 있잖아?”윤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던 태블릿을 집어 정도원에게 보여 줬다.“요 며칠 계속 밖에서 일하느라 몰랐나 본데 정부 측에서 이미 해리 씨가 실험실을 국내로 옮기는 걸 걸 허락했어요.”정도원의 얼굴이 즉시 굳어졌다.그는 태블릿을 낚아채듯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그제야 이해리가 정말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윤유나는 눈치도 없이 계속 말했다.“정부 측의 지원을 받는 이상 앞으로 승승장구할 거예요. 원래도 에드워드를 따라 연구하던 사람이었고 에드워드도 지금 국내에 있어요. 그 사람도 인재고 실험실 전체를 국내로 옮겨온 셈이니 이해리 씨는 이제 정부 쪽과 제대로 연결된 셈이죠.”윤유나의 말을 들을수록 정도원은 손에 든 태블릿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의 처지와 대비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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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정도원은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윤유나에게 거짓 대답을 건넸다.“그래. 약속할게. 지금 하는 일만 끝나면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자.”그 말을 들은 윤유나는 그제야 웃으며 정도원의 품에 안겼다.“네. 고마워요.”정도원은 윤유나를 안고 천천히 그녀의 등을 토닥였지만 머릿속에는 앞으로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지만 가득했다.다음 날부터 정도원은 몰래 실험실 주변을 맴돌며 이해리와 우연히 마주칠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그러나 첫날부터 주세훈에게 들키고 말았다.주세훈은 며칠 전 장비를 사러 갔을 때 마주친 그 남자가 실험실 주변을 수상하게 서성이는 걸 발견했다.퇴근을 준비하던 주세훈은 이해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그날 장비 사러 갔다가 만났던 그 남자 말인데, 며칠 계속 실험실 근처에 있어요.”이해리는 지금 하는 연구와 관련 업무에 집중하느라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이해리가 고개를 들었다.“확실히 그날 그 사람이야?”정도원이라면 실험실 주변에 나타난 목적이 좋을 리 없었다.주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절대 잘못 볼 리 없어요.”사실 이해리와 조금이라도 특별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남자라면 주세훈은 절대 얼굴을 잊지 않았다.이해리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정도원이 실험실 주변을 맴도는 이유가 대체 뭘까?’한참 뒤 이해리가 말했다.“경비 쪽에 말 좀 전해 줘. 순찰을 최대한 강화해 달라고. 실험실에서 또 무슨 사고가 나는 건 절대 안 돼.”주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문득 돌아보며 물었다.“정말 그 사람이랑 특별한 관계는 없는 거죠?”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없어. 내가 말한 대로 해 줘.”주세훈은 문가에서 실망한 눈빛으로 이해리를 바라봤지만, 이해리는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그가 떠난 뒤 이해리가 다시 일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정지안이었다. 왜 아직 퇴근하지 않았냐고 묻는 전화였다.이해리는 대충 몇 마디 둘러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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