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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로즈메리는 이해리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몰래 눈을 찡긋했다.이해리는 로즈메리가 세바스찬 앞에서 자신이 조금 전 한 일을 폭로할 거로 생각했다.오늘 이 연회에 자신을 데려온 사람은 세바스찬인데, 그가 없는 사이 몰래 그의 협력 상대를 빼내려 했으니 말이다. 누가 보아도 그리 도덕적인 행동은 아니었다.하지만 로즈메리는 이 순간 이해리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이해리가 감동해 그녀를 거들려던 순간, 세바스찬이 말했다.“예전에 진행한 사업이나 기회는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지만, 이 비서는 제게 아주 중요해요.”이해리는 자신이 언제부터 그의 비서가 되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이라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로즈메리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솔직히 이런 비서가 세바스찬 곁에 있는 건 재능 낭비예요. 저를 따른다면 훨씬 큰 역할을 할 수 있죠... 우리 둘이 협력한다면 앞으로 처음 두 프로젝트의 수익 중 30%를 당신에게 줄게요. 어때요?”그 조건에는 세바스찬도 크게 흔들렸다. 적어도 옆에 서 있던 이해리는 로즈메리가 말을 마친 뒤 세바스찬이 한동안 침묵하는 것을 느꼈다.세바스찬이 아직 대답하지 않은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이해리가 고개를 들자 로저스가 보였다. 가슴속에서 다시 불길한 예감이 요동쳤다.‘조금 전 면박을 당한 로저스가 세바스찬을 불러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분명 자기 일을 망치려는 것이었다.로저스는 예상대로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이해리를 보는 눈에는 경멸이 스쳤다.조금 전 여자에게 면박을 당한 일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이제 이해리가 로즈메리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자 로저스도 그녀의 속셈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세바스찬만 바라봤다.“우리 협력에 관해 새로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세바스찬은 물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로저스에게 불려 갔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해리의 가슴에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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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멀리 있던 로저스는 이해리를 향해 술잔을 들어 흔들었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고 선언하는 듯했다.하지만 이해리는 로즈메리와 이야기를 나눈 뒤 이미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해 둔 상태였다. 세바스찬이 돌아와도 표정은 평온했다.세바스찬은 예상대로 분노에 차 따졌다.“아까 로저스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왜 내 사람을 빼내려 했고, 정지안의 이름까지 들먹였지? 그러니까 네가 살 길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거짓이었고, 그동안 계속 뒤에서 정지안을 위해 일한 건가?”이해리는 도리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세바스찬을 똑바로 바라봤다.“당신은 사업가고 이 바닥에서 오래 굴렀다고 했죠. 그런데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느닷없이 역공을 당한 세바스찬이 멍해졌다.“무슨 소리야?”“남의 말 몇 마디에 이렇게 쉽게 넘어갔다는 뜻이에요.”이해리는 태연하기만 했다. 조금 전 벌어진 일은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그 표정을 본 세바스찬이 희미하게 웃었다.“내 말이 틀렸다는 건가?”“당연히 틀렸죠.”이해리는 애초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한 수를 마련해 두었다.“협력을 따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예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 식으로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우리를 상대나 했겠어요?”이해리의 말을 들은 세바스찬의 얼굴에 황당함과 의문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뜻이지?”“어쨌든 제가 상대와 가까워진 건 맞잖아요. 그런데도 이 모든 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성의를 보이며 그 사람을 매수하는 척하고, 당신 몰래 협력할 척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사람이 당신 편에 서게 만들 수 있었겠어요?”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 전 로저스는 분명 세바스찬에게 무언가를 말했을 터였다.세바스찬의 신뢰를 얻으려고 자신이야말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대가로 새로운 협력까지 약속했을지도 몰랐다.그 말을 들은 세바스찬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이해리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 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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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로즈메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은 듯했다. 하지만 이해리가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었다.이해리도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다 주변에서 술잔 하나를 집어 들어 화답했다.잠시 뒤 무언가를 떠올린 이해리는 급히 구석진 곳으로 가 정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지안은 이해리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 의외라는 듯했다.“오늘은 웬일로 먼저 전화했어?”그동안 아무리 연락해도 이해리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이해리가 웃으며 말했다.“요 며칠 바빴던 거 지안 씨도 알잖아요... 그런데 지금 물어볼 게 있어요. 로저스라는 사람 알아요?”“로저스? 예전에 엮인 적은 있어. 며칠 전에는 세바스찬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정지안의 말을 듣자 이해리는 순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두 사람이 꾸민 계획을 들켜서는 안 됐다.그녀는 정지안이 다른 사람에 관해 캐묻기 전에 말을 돌렸다.“그 사람을 얼마나 알아요? 로저스와 세바스찬이 정말 해외에서 협력하고 있어요?”여기서 ‘그 사람’은 당연히 세바스찬을 가리켰다.전화기 너머에서 정지안이 잠시 침묵하자, 이해리는 그가 무엇을 의심하는지 알아챈 듯 급히 덧붙였다.“그냥 다른 사람에게 관련 정보를 조금 들어서 물어보는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에요. 다만 로저스와 세바스찬이 협력하려다가 로저스가 마음을 바꿨다는 말을 들었어요...”이해리는 자신의 사정은 모두 숨긴 채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마치 자신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저 멀리서 상황을 들은 사람처럼 말했다.통화가 끝날 무렵, 정지안은 이해리의 말에 넘어가 해결책까지 알려 주었다. 그러고도 마지막에는 잊지 않고 물었다.“대체 언제 돌아올 생각이야?”이해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곧 갈게요. 걱정하지 말아요.”정지안이 더 캐물을까 걱정된 이해리는 급히 몇 마디를 덧붙이고 전화를 끊었다.출국한 지도 벌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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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이해리는 여전히 태연했다.“세바스찬과 협력하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면요? 우리와 손잡아도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어요.”그러고는 로저스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몇 마디를 속삭였다.“다시 생각해 보죠.”로저스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해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모든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세바스찬은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로저스가 조금 마음을 누그러뜨리긴 했지만, 오늘 있었던 대립을 생각하면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었다.이해리는 다시 로즈메리를 찾아갔다. 지금 해외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서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거물은 로즈메리뿐이었다.이해리가 돌아오자마자 세바스찬과 마주쳤다.“시키던 일은 어떻게 됐지?”세바스찬은 이해리를 보자마자 다급히 조금 전 협상과 거래의 결과부터 물었다.이해리는 대충 얼버무렸다.“거의 다 됐어요. 상대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줘야죠. 게다가 아직 그쪽이 가진 패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잖아요.”세바스찬이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이해리는 모호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오히려 이제는 세바스찬 씨가 저를 도울 차례예요. 이 일에서 저는 이미 당신에게 충분한 권한을 줬어요.”“뭐라고...”세바스찬이 눈을 크게 떴지만, 이해리는 그를 부추겼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로저스가 우리를 믿게 만드는 거예요. 당신도 뭔가 해야 마지막 협력을 따낼 수 있어요.”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이해리는 한 가지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세바스찬이 로저스의 아들을 납치한 뒤 그 일을 정지안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것이었다.로저스가 살기등등한 기세로 이해리를 찾아왔다.“내 아들은 어디 있어요? 당신은 세바스찬과 협력하라고 했지만, 그자가 내 아이를 데려갔어요! 그자는 정지안이 한 짓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과 나눈 대화를 생각하면 이 일이 당신들 짓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로저스는 역시 영리한 사람이었다. 일이 벌어지자 곧바로 누가 꾸민 짓인지 짐작했다.앞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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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무슨 일이에요?”이해리는 세바스찬에게 이미 협력을 따냈고 오늘 계약하기로 했다고 말해 둔 상태였다.그래서 세바스찬도 로저스의 아이를 풀어 주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아침 그가 다시 찾아오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세바스찬이 입을 열었다.“계약서 내놔. 내가 로저스와 직접 계약하겠어.”“그건... 우리가 전에 한 약속과 다르잖아요.”이해리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여전히 침착한 척했다.“계약은 제가 맡기로 했잖아요.”이해리가 거절하자 세바스찬은 버럭 화를 낼 뻔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감정을 감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한 약속은 무효야. 네가 뒤에서 여러 수작을 부린 것도 알고 있어. 그래도 따지지 않을 테니 계약서만 내게 줘.”얼마나 관대한 척하는 말인가. 하지만 이해리는 이미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 두었다.“계약서는 못 줘요. 이건 우리가 전에 합의한 일이니까요. 약속은 약속이고, 그건 양쪽이 일정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에요. 절 믿기로 했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지 마세요.”세바스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우리가 약속한 건 네가 이 협력을 따내는 것까지였어. 내가 직접 가서 계약하겠다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다급하지?”“다급한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에요.”이해리의 태도는 여전히 당당하고 차분했다.“더구나 이 협력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성사시킨 거예요. 제가 중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정말 이 계약을 얻을 수 있었겠어요? 제가 직접 계약해야 로저스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이해리가 몇 차례 설득하자 세바스찬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계약은 네가 해. 하지만 오늘 반드시 계약서를 확인해야겠어.”이해리는 아무렇지 않게 계약서를 가방에 넣은 뒤 세바스찬이 보는 앞에서 호텔을 나섰다.두 사람은 다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걷는 이해리는 세바스찬이 여전히 몰래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차에 올라탄 뒤, 이해리는 먼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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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로저스도 앞으로 반드시 정지안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전에 우리 사이에 있었던 사소한 불쾌함은 이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아도 되겠죠?”계약을 마친 로저스가 이해리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이해리는 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냉소했다.‘가정도 있고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 다른 여자를 유혹하려 하다니.’평소라면 이런 협력 상대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였고, 그들의 목적은 세바스찬을 상대하는 것이었다.이해리는 더 말하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앞으로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옆에 있던 로즈메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로저스의 회사를 나온 이해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정부로 가 이야기를 나눠도 늦지 않을 듯했다. 그녀는 앞서 전화로 받은 주소를 따라 곧장 찾아갔다.방문 목적을 밝히자 담당 직원은 이해리를 바라보며 표정이 살짝 달라지더니 곧 상급자에게 연락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리는 별도의 사무실로 안내됐다.제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는 이해리 앞에 앉아 양손을 펼쳐 탁자 위에 올려놓고 오늘 찾아온 목적을 물었다.상대의 몸짓에 은근한 경멸이 묻어 있었지만 이해리는 의자에 차분히 앉아 침착함을 유지했다.“제 지도 교수는 에드워드입니다. 이전에 정부가 연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장비와 부지를 빌려준 적이 있죠.”남자는 이해리가 무슨 일로 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빌려준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에드워드가 오랫동안 소식도 없고 국내에 머문 지도 한참 됐으니 이제 돌려줘야 한다는 것도 알겠군요? 당시 계약에는 중대한 실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연구 프로젝트가 종료된 뒤 장비와 부지를 반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이해리는 연구실에서 찾아온 계약서를 꺼냈다.“에드워드는 누군가가 일으킨 사고를 당했고 지금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당시 체결한 계약을 위반한 사실은 없습니다.”남자는 금세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억지를 부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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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세바스찬은 이전에 이해리와 대립했을 때도 그녀와 에드워드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되어 이런 문제까지 대응하려면 너무 어려워질 터였다.그러니 차라리 일을 크게 벌인 김에 연구실 전체를 국내로 옮기는 편이 나았다.하지만 지금 정지안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자신이 해외에서 세바스찬에게 몰래 접근하고, 정지안의 복수를 하려 했던 일까지 전부 드러나고 말 것이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이어진 이해리의 침묵을 정지안은 그녀가 화가 난 것으로 받아들였다.“정말 옮기고 싶다면 옮겨 와. 나도 특별히 반대할 생각은 없어. 다만 그 일 때문에 네가 다치거나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해.”이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의 동작을 정지안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말했다.“알겠어요. 이 일은 제 생각대로 처리할게요. 지안 씨도 걱정하지 말아요.”통화를 끝낸 이해리의 눈빛은 더욱 굳건해졌다. 이제는 일을 벌인 김에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이었다.그녀는 연구실로 가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로 했다.그날 오후 이해리는 곧바로 에드워드의 연구실로 가 모두를 불러 모은 뒤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이 결정이 여러분에게 쉽지 않다는 건 알아요. 특히 여러분 중에는 국내로 돌아온 적이 없어 지금의 발전 상황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연구실과 함께 귀국할 의향이 있다면 좋은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할게요.”국내 정부는 이전부터 이해리에게 귀국해 연구실을 세우라고 계속 권유해 왔다. 하지만 이해리는 다른 일로 바빴고 이 분야에 계속 종사할 생각도 없어 줄곧 답을 미뤄 왔다.이제 어렵게 기회가 생긴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여러분이 연구실에서 계속 일하기만 한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게요. 물론 이 결정이 여러분에게도 힘들다는 걸 아니까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이해리는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섰다.이 결정은 이해리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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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이해리가 먼저 만나자고 하자 세바스찬은 그녀가 스스로 품에 안기려는 줄 착각했다.정지안과 오랫동안 경쟁해 온 자신이 이해리와 함께 식사하고,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결국 정지안을 이기는 셈 아닌가?그렇게 생각한 세바스찬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지나치게 들뜬 나머지 경계심마저 낮췄다.세바스찬을 만난 이해리는 상대의 표정만 보고도 속셈을 알아차렸다.“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며 이해리는 오늘 계획이 성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세바스찬은 정말 기고만장해 보였다.“물론이지. 하지만 오늘 널 찾은 건 계약서를 확인하기 위해서야. 직접 계약하러 갔다면서, 왜 아직도 내게 계약서를 주지 않았지?”기분이 좋아도 세바스찬은 처음 이해리를 찾은 이유를 잊지 않았다.이해리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이 와중에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니.’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막 같이 앉아 식사하려는데 벌써 일 이야기부터 해요? 먼저 편하게 이야기 좀 하면 안 돼요?”그러면서 직접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우리도 안 지 꽤 됐고 요즘은 매일 같이 협력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한번은 따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이해리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평소의 이해리라면 절대 보여 주지 않을 모습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물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태도에 세바스찬은 크게 기뻐했다.“역시 오늘 나를 만나자고 한 건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던 거였군...”이해리가 협력이나 계약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도 세바스찬은 그녀의 태도에 완전히 넘어갔다.그는 식사 내내 무척 즐거워했고, 이례적으로 자신의 사업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마치 자신이 정지안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했다.이해리는 세바스찬의 자만심을 느꼈고, 자신을 향한 그의 의심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도 알아챘다.하지만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잠시 뒤 세바스찬이 잔뜩 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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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정부가 빌려준 물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만 돌려줄 생각이었다. 이쪽 정부가 지나치게 몰아붙였으니 그들의 뜻대로 전부 내줄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이해리는 자신들이 너무 서둘러 떠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비행기 안에서 이해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손에 든 태블릿을 바라봤다. 비행 모드라 이전에 저장해 둔 자료만 확인할 수 있었다.옆자리에 앉은 주세훈은 이해리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먼저 물었다.“선배님, 무슨 일 있으세요?”그날 식당에서 분명 이해리에게 고백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어색했다. 특히 그 뒤로 이해리는 그 일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주세훈은 자신이 이해리를 불쾌하게 했고 앞으로는 서로 연락조차 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실을 국내로 옮긴다는 말을 듣자 여전히 먼저 나서 돕고 싶었다.주세훈은 눈을 깜빡이며 이해리를 바라봤다.“선배님, 제가 말하는데도 계속 멍하니 계시잖아요.”조금 전 그가 말을 걸었을 때 이해리는 짧게 대답만 한 뒤 다시 태블릿만 들여다보고 있었다.그제야 이해리는 잠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돌렸다. 마음에 너무 많은 일이 얹혀 있었다. 세바스찬은 잠들었을 뿐이고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었다.이제 돌아가면 정지안에게 이 모든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생각해야 했다. 연구실 전체를 옮긴 일도 일단 저지르고 나서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주세훈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물으려 했다.“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요?”후배의 걱정에도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별일 아니야.”오히려 이해리가 주세훈을 안심시켰다.“다만 연구실이 완전히 국내로 옮겨지고 나면 네가 도와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거야.”주세훈은 이해리에게서 더는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배는 사실 늘 그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돌아간 뒤에는 선배님이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제가 꼭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이해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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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그러나 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해리를 막으려 사람을 보낸 뒤에야, 세바스찬은 그녀가 이미 연구실 사람 전부를 데리고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 시각 이해리는 막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었고, 정지안은 꽃다발을 들고 공항에 마중 나왔다.이해리가 연구실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큰 인원이 움직일 것을 예상한 그는 미리 차량과 인력을 준비해 두었다.그래도 실제로 이해리가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나타나자 정지안은 머리가 아파졌다.하지만 그는 곧장 이해리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드디어 돌아왔네.”어느새 이해리가 출국한 지도 열흘이 지났다. 그 열흘 동안 정지안은 이해리가 온갖 위험을 겪을까 매일 걱정했다.이해리는 웃으며 먼저 달려가 정지안을 끌어안았다.“매일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걱정해요?”정지안은 그녀를 꼭 안았다.“어떻게 걱정을 안 해. 시간만 있었으면 나도 같이 출국했을 거야.”그동안 국내에서 자기 일을 처리하면서도 그는 한순간도 이해리 걱정을 놓지 못했다.“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지안 씨가 꼭 도와줘야 해요.”정지안 앞에서 이해리의 애교는 유난히 자연스러웠다.잠시 떨어져 있으면 신혼보다 더 애틋하다는 말처럼, 지금 이해리의 눈에는 정지안이 무엇을 해도 좋아 보였다.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다정하게 귓속말을 나눴다. 뒤따라온 주세훈은 공교롭게도 그 모습을 보게 됐다.자신이 걱정했을 때는 차갑게 거절하고 대충 넘기던 이해리가 정지안에게는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자 주세훈의 마음은 몹시 씁쓸해졌다.“선배님, 이제 비행기에서도 내렸는데 어디로 가면 돼요?”주세훈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 두 사람의 분위기를 끊으려 했다.이해리가 정지안에게 소개했다.“이쪽은 후배 주세훈이에요. 이번에 다 같이 돌아왔으니 국내에서 처리할 일들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연구실을 다시 세우려면 후배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세훈을 소개하는 이해리의 어조는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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