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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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준모의 태도를 본 의사는 준모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한 듯했다. 준모는 아직도 할머니에게 수술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의사로서는 그 생각을 말려야만 했다.의사 진료실을 나온 뒤, 두 사람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채이도 준모도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었다.두 사람은 할머니 병실 밖에 나란히 서서 안쪽을 바라봤다. 병실 안에 누워 있는 정부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준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머니 몸이 오늘까지 이렇게 된 건, 사실 저하고도 관련이 커요. 제가 조금만 더 일찍 회사를 포기했으면 이런 일까지는 안 왔을지도 몰라요.”준모는 사실 오래전부터 회사를 내려놓고 싶었다. 그렇게만 했더라면 저 사람들이 몰려와서 소란을 피우는 일도 없었을 테고, 할머니도 조금은 조용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을지 몰랐다.하지만 정부자는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걸 불안하게 생각했다. 여전히 준모가 직접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준모는 더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내가 물러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끝까지 버티는 게 맞는 걸까?’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준모를 바라봤다.“준모 씨, 정말 회사를 포기하려는 거예요? 할머니를 위해서라는 건 저도 알아요. 그래도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할머니가 준모 씨를 믿고 회사를 맡기시는 건, 그만큼 준모 씨를 신뢰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회사를 그 사람들한테 넘기면, 분명히 회사를 말아먹을 거예요.”채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할머니가 평생 쏟아 부었던 노력도 결국 다 망가지는 거예요. 준모 씨는 정말 할머니가 그런 일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어요?”채이와 준모는 잘 알고 있었다. 정부자는 이제 많은 나이지만 여전히 회사 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고, 회사 사정도 누구보다 정확히 꿰고 있었다.준모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제가 계속 회사에 남아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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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채이는 정부자가 저렇게 된 모습을 보자 마음이 몹시 아팠다. 마치 채이 자신이 이 집에 들어온 뒤로, 집안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혹시 내가 이 집에 들어온 뒤부터 더 많은 일이 꼬인 걸까.’그런 생각이 스쳐 갈 때마다 채이의 가슴은 더 무거워졌다.게다가 정부자는 예전만 해도 지금보다는 몸이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난 뒤부터는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무너져 내렸다. 채이는 그 변화를 지켜볼수록 더 괴로웠다.‘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약해질 수 있지.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채이는 가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식이라는 사람들이 왜 자기 어머니를 저토록 힘들게 하는지, 왜 조금만 더 이해하고 받아 주지 못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준모 씨 큰아버지 일가에게는 이익이 정말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걸까?’‘정말 가족보다 돈이 먼저일 수 있는 거야?’‘어떻게 자기 어머니한테 저럴 수 있지?’하지만 이런 일은 많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하물며 이런 재벌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안에서는 더 많은 욕심과 다툼이 뒤엉켜 있는 법이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할머니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쯤 정부자는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정부자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너희 둘은 왜 아직도 병원에 있어?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굳이 나를 병원까지 데려와서 이게 뭐 하는 거야. 집에 있으면 훨씬 편한데, 여기가 무슨 좋은 데라고.”정부자는 병원에 오는 걸 가장 싫어했다. 병원에만 오면 몸도 마음도 불편해졌다. 익숙하지 않은 병원 냄새와 차가운 분위기까지, 정부자에게는 어느 것 하나 편한 게 없었다.채이는 얼른 정부자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할머니, 몸 상태가 지금 좋은 편이 아니어서 저희가 병원에 모신 거예요. 그래도 검사하면서 회복 치료도 같이 받으면 좋다고 했어요.”“의사 선생님도 당장 큰일이 난 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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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채이의 말은 할머니에게 여전히 잘 먹혔다. 정부자는 채이의 말을 유난히 잘 따랐다.“채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내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의사를 만나 볼게. 그래도 방법이 없으면 그만둘 거야.” “나도 내 몸이 어떤지 잘 알아. 이런 병은 애초에 낫기도 어렵고, 나이도 이렇게 많이 먹었잖아.”정부자는 자기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도 채이와 준모의 시간까지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았다.정부자가 아직 자기 몸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언제쯤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그걸 끝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정부자는 여전히 회사가 마음에 걸렸다.평생을 살아오면서 정부자는 사실 자신이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고 여겼다. 두 아들은 이제 하나같이 못 미더웠고, 아들들 마음속에는 엄마인 정부자가 들어 있지 않은 듯했다.그런데 정작 정부자가 가장 인정하는 손자는 친손자도 아니었다. 이제 와서는 그런 핏줄 문제를 크게 따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할머니, 몸은 점점 좋아지실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채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게 몰랐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상태를 보고 있자니 채이의 가슴도 먹먹했다. ‘이럴 때 내가 더 힘이 돼야 하는데.’“할머니, 제가 할머니께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요. 사실 지금 우리 집에서 제일 큰 갈등은 제가 회사를 물려받은 데서 시작됐어요.”“그래서 저는 회사를 포기하고 큰아버지한테 넘겨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회사 상황도 많이 안정됐고, 큰아버지도 회사 일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준모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결국 아들한테 회사를 넘기고 싶으실 거야.’‘다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거겠지.’ 그래도 지금 회사 상황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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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다 알아. 네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결국은 다 할미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도 알고.”“그래도 회사 일은 절대 장난처럼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야.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손을 뗄 수는 없어!”“네 큰아버지 쪽이 지금 저러는 건 마음이 뒤틀려 있어서 그런 거야.” “그렇지만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되면 그건 우리 집안 전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야. 그래서 회사를 네게 맡겨야만 할미 마음이 놓인다.”정부자는 지금 머릿속에 회사 생각밖에 없었다. 회사 일을 제대로 정리해 놓고 싶었고, 하루라도 빨리 준모와 채이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정부자가 가장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건 결국 회사 안에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만큼은 반드시 준모가 직접 맡아야 했다.“준모야, 할미가 전에도 말했지. 절대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무슨 일이 생겨도 뒤에는 늘 내가 있다. 네 편에 서서 끝까지 버텨 줄 사람은 이 할미야.”“너도 보다시피 내 몸 상태가 지금 좋지 않잖아. 그래도 할미가 여기까지 버틴 건 다 너를 도와주고 싶어서였어.”“무슨 일이 있어도 할미는 끝까지 널 밀어줄 거다. 할미는 네가 회사를 더 잘되게 만들 거라고 믿는다.” “이 회사를 다른 사람 손에 넘긴다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니?”정부자가 가장 걱정하는 건 자기 몸이 아니라 회사였다. 그 회사는 정부자가 평생을 바쳐 일군 결실이었다. ‘내가 눈을 감더라도 회사만은 제대로 남겨야 해.’ 정부자의 마음은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정부자가 이 정도까지 분명하게 말하고 나니, 준모는 더 말을 잇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준모를 붙잡았다.“그래도...”“무슨 그래도야. 그런 건 따질 필요도 없어. 남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면 그건 그 사람들 문제지, 네 문제가 아니야. 내가 회사를 맡긴 사람은 너야.”“그러니까 너는 누구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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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준모야, 겁내지 말고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밀고 나가거라.” “나중에 정말 회사가 무너지든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든, 할미는 너를 원망하지 않을 거다.”“우리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 본 거니까. 끝내 결과가 없었다고 해서 그게 다 우리 잘못은 아니잖니.”정부자는 나이가 들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흐려지지 않았다. 여러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한결 담담했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거지.’‘그래도 사람은 끝까지 해 볼 만큼은 해 봐야 해.’ “할머니, 저도 회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할 거예요. 저도 잘 알아요. 제가 반드시 해내야 하고, 실패하면 안 된다는 걸요.” “할머니가 평생 일궈 오신 회사를 제가 남한테 넘기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준모가 그렇게 말해 주자, 정부자는 비로소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 아니었어.’ 정부자는 자기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됐다.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 앞으로는 다시 꺼내지도 말고,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도 입에 올리지 마!”“너희 둘이 이렇게 할미를 생각해 주니, 할미는 참 좋다. 덕분에 속도 훨씬 편해졌어.”정부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채이와 준모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준모가 자기 마음을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난 것도 정부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저 아이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구나.’ 정부자는 그런 생각에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채이는 정부자의 집안에 들어온 복이나 다름없었다. 저렇게 괜찮은 아가씨를 만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자는 채이를 더욱 아꼈다.세 사람이 오랜만에 부드러운 기운 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호철과 서지효가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정부자는 배호철과 서지효를 보자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어머니, 몸이 안 좋으신데 왜 저희한테 말씀도 안 하셨어요? 제가 집에 가 보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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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서지효가 옆에서 말을 더 붙였다. “맞아요. 어머님은 저희한테 가장 소중한 분이잖아요. 저희가 어머님을 해치기라도 하겠어요?”“어머니, 저희가 매번 좋은 마음으로 찾아와도 어머니는 왜 늘 이렇게 저희를 밀어내세요? 왜 오기만 하면 내쫓으세요?” “저희 마음이 언제까지 이렇게 짓밟혀야 하는 겁니까?”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게 되자, 배호철의 말투도 한층 거칠어졌다. 정부자가 매번 저런 태도로 나오니 배호철도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호철은 속이 답답했다.“그만해라. 너희 둘이 회사 일 때문이 아니라면 나를 보러 오기나 했겠니? 내가 너희 속을 모를 것 같아?”“방금 전에 준모가 나랑 이 일로 얘기했다. 준모는 회사를 포기하고 회사를 너희한테 넘기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거절했다. 나는 네가 그 자리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봐!”정부자는 이번만큼은 배호철과 서지효에게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단호했다.“어머니, 제가 어머니 마음속에서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사람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정말 많이 상처를 받았습니다.”“어머니는 왜 저를 단 한 번도 믿어 주시지 않는 겁니까?” “회사만 저한테 맡겨 주시면, 제가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저한테 그럴 기회만 주신다면요.”배호철은 정부자의 말을 듣자 더 흥분했다. 배호철은 준모가 회사를 포기하고 자기에게 돌려주겠다고 먼저 말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정부자가 잘라 버렸다고 하자 마음속이 더 뒤집혔다. ‘준모가 먼저 물러나겠다고 했는데도... 끝내 나를 안 믿는구나.’ 배호철은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쓰렸다.서지효도 옆에서 잔뜩 흔들렸다. 눈앞에 그렇게 좋은 기회가 놓였는데, 배호철과 서지효는 그걸 붙잡지도 못한 채 정부자에게 막혀 버렸다. 서지효는 속으로 조바심이 났다. 애초에 준모가 집안의 갈등이 이렇게 커졌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회사를 먼저 내려놓겠다는 말까지 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배호철과 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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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방금 들었잖아. 준모가 이제 자기가 직접 회사를 내려놓겠다고 했어. 그렇다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생긴 거야.”배호철은 원래도 머리를 굴리는 데 능했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사를 자기 손으로 되찾아오겠다는 마음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이 기회는 절대 놓치면 안 돼.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봐야 해.’ 배호철은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당신은 맨날 이런 얘기만 나오면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보기에는 제대로 된 방법이 하나도 없었어.”서지효는 답답하다는 듯 배호철을 쳐다봤다. 말만 그럴싸하게 하지,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었다고 여긴 탓이었다.“예전에는 준모 입에서 직접 회사 포기하겠다는 말이 안 나왔잖아. 그래서 어머니 쪽에서도 준모를 절대 회사에서 떼어 놓지 않을 거라고 본 거고.”“그런데 이제 준모가 먼저 내려놓겠다고 했어. 내 생각에는 어머니도 입으로만 강하게 그러시는 거야.”배호철은 이미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내가 둘째를 불러들일 생각이야. 집안에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둘째가 모른 채 있을 수는 없잖아.”“둘째도 이제는 알아야 해. 무엇보다 어머니 몸 상태가 지금 아주 안 좋아. 둘째가 돌아오면 집안이 더 복잡해질 거야.”배호철의 눈빛은 계산으로 가득했다. ‘호창이 돌아오면 판이 더 커지겠지.’‘그래야 내가 움직일 자리도 더 생겨.’ “그러면 우리가 아무리 뒤엉켜 싸우게 되더라도, 책임을 전부 둘째 쪽으로 돌릴 핑계가 생겨. 그러니까 무조건 불러와야 해.”배호철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 일을 구상해 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지까지 나름대로 정리해 둔 상태였다. 무엇보다 집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배호창도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 외국에서 편하게 지내게 놔 둘 마음도 없었다. ‘형제면 형제답게 이 진흙탕에도 발을 들여야지.’‘언제까지 밖에서 빠져 있을 건데.’ 배호철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당신은 마지막에 가서 서방님도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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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배호창은 그 얘기를 듣자 크게 분노했다. 준모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가족의 일도 마음에서 거의 지워 둔 채 살아왔지만, 그 사실까지 담담하게 넘길 수는 없었다.젊었을 때 아내에게 배신당했다는 뜻이었고, 남의 아들을 자기 아들로 알고 오랫동안 키워 온 셈이었다. 배호창은 그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집혔다. ‘내가 이렇게까지 우스운 사람이었던 건가?’무엇보다 남의 아들이 배씨 집안 자손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 타이틀을 내세운 채 이 바닥에서 여태까지 버젓이 살아왔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내 눈앞에서 이렇게 오래 이어질 수 있지.’ 배호창은 이를 악물었다.배호창은 원래 책임감이 강한 사람도 아니라서, 집안일에도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 늘 자기중심적이었고, 가족 문제는 웬만하면 외면하고 살아왔다. 그래도 이런 얘기까지 듣고 나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형 입장에서도 정말 속이 상하고 화가 난다. 이건 결국 우리 집안 체면이 걸린 일이잖아.”“남의 자식을 우리 집안 자식처럼 키워 온 셈인데, 우리가 대체 왜 그런 꼴을 당해야 하냐?”“지금 어머니도 완전히 판단이 흐려졌어. 마치 그 모자한테 무슨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무조건 그쪽에 회사를 맡기겠다고 하시잖아.” “내가 회사를 맡겠다고 해도 안 된다고 막기만 하고.”“그래서 너한테 전화한 거야. 지금은 우리 형제가 같은 편이 돼야 해.” “원래 우리 손에 있어야 할 걸 되찾아올 방법을 같이 찾아야지. 남의 손으로 넘어가게 둘 수는 없잖아.”“어머니가 평생 고생해서 결국 우리한테 남겨 줄 수 있는 게 회사 하나였어. 그건 어머니 인생이 전부 들어간 거야.”“그런데 우리가 그 회사를 외부 사람 손에 맡기게 둘 수 있겠냐? 지금 다들 우리 집안 꼴을 보면서 비웃고 있어.”배호철은 막힘없이 말을 이어 갔다. 나름대로 조리도 정연했고, 자기 쪽에 유리한 논리도 충분히 갖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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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준모는 배호철 일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쪽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회사였다. 정부자는 애초부터 제대로 안중에도 없었다.“회사가 정말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요? 자기 친엄마보다도 더 중요해요?” “할머니는 이제 연세도 많으신데, 하루를 사시더라도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지내시게 해 드리면 안 되는 걸까요?”채이는 아무리 봐도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채이가 나서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채이는 결국 이 집안에서는 외부인이었다.채이가 그런 일에 끼어들면 오히려 모두의 기분만 더 상하게 만들 뿐이었다. 일도 더 꼬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채이는 남들 앞에서는 한 번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다만 준모 앞에서만 답답한 마음을 조금 털어놓을 뿐이었다.“저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해요. 채이 씨처럼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일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저도 할머니랑 저렇게까지 등을 지게 되지도 않았을 거고요.”준모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속은 전혀 담담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얼마나 많이 참으셨는지 내가 다 아는데.’ 준모는 그 사실이 더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 마음은 진작부터 다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그래서 더는 배호철과 서지효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제는 차갑게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채이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결국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채이는 집에 와서도 오빠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도성과 세미가 요 며칠 사이 어디까지 이야기를 나눴는지, 도성이 세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자꾸만 궁금했다.채이는 한참을 이리저리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도성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오빠, 지금 어디야? 통화 괜찮아?”채이는 혹시 도성이 세미와 같이 있을까 봐 먼저 물었다. ‘괜히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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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네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했다는 거 알아. 예전에 감정 때문에 크게 다친 적도 있으니까, 내가 또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미리 그 사람을 알아본 거잖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오히려 알아본 게 잘한 거야.][차라리 지금 알게 된 게 나아. 나중에 정말 결혼까지 하고 나서 알게 됐으면 그땐 더 꼼짝없이 끌려갔을 거야.] [지금 내가 고민하는 건, 이 일을 그 사람한테 다 털어놓고 말해야 하는지 그거야.][사실 며칠 동안 계속 생각해 봤는데, 이 일도 꼭 세미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더라. 그때는 아직 너무 어렸잖아.][어린 소녀였는데 뭘 할 수 있었겠어? 그렇다고 해도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고 바꿀 수도 없는 과거라서, 내가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도성은 막막한 심정으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은 쉽게 따라오지 않네.’ 도성은 답답하게 숨을 내쉬었다.“오빠, 너무 몰아붙이지 마. 이런 일 때문에 마음까지 계속 상하면 안 되잖아. 문제가 있으면 그냥 정면으로 돌파해서 풀면 돼.”“아니면 아예 솔직하게 다 말해 버리고, 둘이 제대로 얘기해 보면 되잖아. 오빠가 세미 언니 과거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세미 언니도 이 일을 오빠한테 숨기지 않고 다 말해 줄 수 있다면, 나는 두 사람이 계속 만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럼 나도 끝까지 응원할 거야.”“다만 나는 오빠 동생이니까, 내 오빠가 이런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진짜 싫어.”채이는 도성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해서 채이가 대신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런 문제는 결국 두 사람이 함께 마주 봐야 풀리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오빠랑 세미 언니가 같이 넘겨야 할 문제야.’채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걱정 마, 채이야. 오빠가 이 일 때문에 계속 마음이 무너지게 놔 두진 않을 거야. 일에도 절대 영향을 안 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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