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모야, 겁내지 말고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밀고 나가거라.” “나중에 정말 회사가 무너지든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든, 할미는 너를 원망하지 않을 거다.”“우리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 본 거니까. 끝내 결과가 없었다고 해서 그게 다 우리 잘못은 아니잖니.”정부자는 나이가 들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흐려지지 않았다. 여러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한결 담담했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거지.’‘그래도 사람은 끝까지 해 볼 만큼은 해 봐야 해.’ “할머니, 저도 회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할 거예요. 저도 잘 알아요. 제가 반드시 해내야 하고, 실패하면 안 된다는 걸요.” “할머니가 평생 일궈 오신 회사를 제가 남한테 넘기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준모가 그렇게 말해 주자, 정부자는 비로소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 아니었어.’ 정부자는 자기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됐다.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 앞으로는 다시 꺼내지도 말고,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도 입에 올리지 마!”“너희 둘이 이렇게 할미를 생각해 주니, 할미는 참 좋다. 덕분에 속도 훨씬 편해졌어.”정부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채이와 준모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준모가 자기 마음을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난 것도 정부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저 아이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구나.’ 정부자는 그런 생각에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채이는 정부자의 집안에 들어온 복이나 다름없었다. 저렇게 괜찮은 아가씨를 만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자는 채이를 더욱 아꼈다.세 사람이 오랜만에 부드러운 기운 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호철과 서지효가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정부자는 배호철과 서지효를 보자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어머니, 몸이 안 좋으신데 왜 저희한테 말씀도 안 하셨어요? 제가 집에 가 보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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