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60

452 فصول

제251화

식당에 도착한 뒤, 준모가 자리에 막 앉으려던 참이었다.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회사 일로 상의할 게 있다는 연락이었다.준모가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가자, 채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도성에게 물었다.“오빠, 이번에 온 이유가 대체 뭐야? 회사에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준모 씨랑 오빠가 나한테 숨기는 거지. 그래서 계속 말 안 한 거고.”‘아무래도 이상해.’채이는 속으로 되뇌었다. 도성은 원래 채이와 준모가 사는 이 도시까지 쉽게 올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왔을 터였다. 더구나 이번 방문은 채이를 보러 온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아까 말했잖아. 준모랑 내가 같이 진행할 프로젝트가 있어서 온 거야. 규모도 커서 직접 만나서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 “너까지 따라서 걱정할 필요 없어. 문제가 있으면 우리 둘이 다 처리할 거야.”도성은 이런 부담까지 채이에게 얹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도성과 준모는 늘 자신들이 짊어지고 버텨 왔다. 무엇보다 채이가 사실을 안다고 해도 채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채이가 도성과 준모의 고민까지 알게 되면 더 마음만 쓸 게 뻔했다.“채이야, 사실 준모는 요즘 매일 많이 지쳐 있어. 회사 일 처리하느라 계속 바쁘거든.” “집안에 그렇게 큰일이 터졌는데도 준모는 불평 한마디 안 했어. 정 회장님께서 마음 편히 가지게 하려고 회사까지 먼저 내려놓으려고 했고.”“준모는 매일 큰 압박을 안고 사람들 앞에 서고 있어. 지금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니까 준모를 두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거야.”“예전에 준모 편을 들어줬던 사람들조차 지금은 속으로 불만이 많겠지. 그 자리 노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닐 거고.”사실 그런 일들은 채이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채이도 준모가 결국 그런 상황과 맞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준모가 회사 안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려면, 모두를 납득시키든 눌러 앉히든 어떤 식으
اقرأ المزيد

제252화

지금의 채이는 유난히 예민해진 듯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했고,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겨 두면서 남몰래 같이 걱정하곤 했다.도성은 그런 채이를 보고 있자니 속이 꽤 쓰렸다. 예전에는 채이 곁에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생겼다고 여겼다. 그래서 채이와 준모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두 사람이 겨우 약혼을 마친 직후, 준모가 배씨 가문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자가 준모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고, 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설령 회사를 준모에게 맡긴다고 해도, 회사 안의 사람들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채이도 덩달아 마음을 놓지 못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표정에도 예전 같은 여유가 사라진 듯했다.하지만 채이네 가족은 그런 이유로 사람을 내치는 집안이 아니었다. 준모의 지금 신분만 보고 준모와 함께하지 않겠다고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런 식의 선택은 애초에 채이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결국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어떤 결말에 닿게 되든, 일단은 같이 견디고 같이 풀어 가야 했다.채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빠, 사실 오빠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엄마 아빠도 분명 오빠한테 꼭 가서 나 좀 보고 오라고 했을 거고요.”“그런 거 다 알고 있어. 근데 진짜 걱정 안 해도 돼. 난 정말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준모 씨하고 같이 버틸 거야.”채이는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되뇌었다.‘나도 겁이 안 나는 건 아니야. 그래도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준모 씨가 원래 자기 짐을 남한테 넘기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에서 해결해야 할 일도 쉽게 입 밖에 꺼내지 않잖아. 그래도 난 다 알고 있어.”지금 채이가 준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곁에 있어 주는 것밖에 없었다.“됐어. 네가 같이 걱정한다고 바로 해결되는 일도 아니야. 네
اقرأ المزيد

제253화

도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준모가 요즘 얼마나 바쁜지 도성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준모도 그만큼 마음을 덜 쓰게 될 터였다. 무엇보다 부모는 요즘 유난히 막내딸을 더 챙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가까워진 이후로는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아끼며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알았어.”준모는 짧게 대답했다.도성은 오늘 일부러 술까지 챙겨 왔다. 준모와 제대로 한잔하려고 마음먹고 온 자리였다. 준모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 매일같이 큰 압박을 견뎌 내야 했고, 그 무게도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계속 혼자 짊어질 수만은 없었다. 시간이 길어지면 지칠 수밖에 없었고, 가장 두려운 건 어느 날 더는 버티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준모의 뒤에는 준모가 무너지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준모가 실수하고 넘어지길 바라면서, 그 모습을 비웃을 날만 노리는 이들도 있었다. 준모는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둘 생각이 없었다. 절대로 그렇게 둘 수 없었다.도성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사실 너한테는 이 정도 일은 큰일도 아니야. 너무 마음에 담아 둘 필요 없어. 문제라는 것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하나씩 풀리게 돼.”도성은 원래 이런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었다. 굳이 많이 떠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자리가 생긴 만큼, 준모에게 몇 마디쯤은 해 주고 싶었다. 준모가 혼자서 얼마나 많은 걸 감당해 왔는지 도성도 알고 있었다. 준모는 그 압박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적이 없었다. 늘 자기 안에서 삭이며 버텨 왔다.준모는 담담하게 대꾸했다.“걱정 마. 회사 일은 내가 꼭 정리할 거야. 큰아버지와 그쪽 임원들한테 어떤 틈도 안 줄 거고.” “우리 할머니가 나를 이렇게 믿어 줬으니까, 나도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해야 해.”준모는 언제나 그랬다. 압박이 와도 남에게 기대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짐을 나눠 들게 하지 않았고, 끝
اقرأ المزيد

제254화

“걱정 마. 나도 선은 잘 지킬 거야. 이미 사람들을 붙여서 저 사람들이 요즘 어떻게 움직이는지, 앞으로 무슨 계획을 세우는지도 알아보고 있어.”준모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결코 쉬운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다. 준모가 오늘까지 버텨 올 수 있었던 건, 때로는 남들이 쉽게 쓰지 못하는 방법까지 감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사실 회사 안팎 사람들의 움직임은 거의 다 준모가 훤하게 알고 있었다. 준모는 최근 배호철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배호철은 계속 이사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회사의 이익을 미끼로 내걸어 그 사람들의 신임을 얻은 뒤, 그 힘을 이용해서 회사로 직접 들어오려는 속셈이었다.그런 생각을 배호철이 품은 건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었다. 준모도 어느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전에는 배호철에게 걸리는 구석이 조금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과 달랐다. 배호철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있었다.준모는 속으로 생각했다.‘큰아버지도 이제는 대놓고 판을 흔들 생각이구나.’‘그렇다고 내가 보고만 있진 않아.’ 도성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됐어. 회사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기껏 나와서 밥 먹는데, 좀 편하게 먹자. 이렇게 셋이 한자리에 앉는 것도 오랜만이잖아.”도성은 이 자리에서 계속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준모, 도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채이도 오빠와 같이 있는 시간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채이는 그 시간이 좋았다. 마음도 따뜻해졌고, 도성이 곁에 있으면 이상할 만큼 든든해졌다. ‘오빠만 있으면 괜히 마음이 놓여.’ 그때 채이가 갑자기 도성을 향해 물었다.“오빠, 언제 새언니 데리고 올 거야?”도성은 피식 웃더니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조만간 네 예비 새언니 보게 될 거야.”사실 도성은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채이와 준모에게 들려줄 생각이었다.채이는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도성이 그런
اقرأ المزيد

제255화

다음 날.아침에 잠에서 깬 채이는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는 걸 먼저 알아챘다. 그리고 나와 보니 준모도, 도성도 이미 회사로 나가고 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채이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은 누구 하나 마음 편한 사람이 없네.’요즘은 정말 다들 바쁜 모양이었다. 어제 두 사람 표정만 봐도 얼마나 일에 치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씻고 나온 채이는 가사도우미에게 아침을 부탁했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은 다음, 바로 회사로 향했다.채이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설희는 이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채이는 설희를 보자마자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면서 걱정이 앞섰다.“어? 어제는 집에서 푹 쉬라고 했잖아. 근데 왜 또 나와서 일하고 있어?”채이는 여전히 자기 비서를 많이 아꼈다. 그래서 설희가 저렇게 아무 일 없는 척 앉아 있는 모습이 더 마음에 걸렸다.설희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집에 있어도 할 일도 없었어요. 괜히 이것저것 생각만 많아질 것 같아서요. 차라리 일을 하면 다른 생각 안 하게 될 것 같았어요.”설희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었다. 겉으로는 웃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 남은 상처가 쉽게 가려지지는 않았다. 채이도 설희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쉽게 정하지 못했다. 이런 때 건네는 위로가 상대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채이도 알고 있었다. 결국 설희가 이 감정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만 끝이 보일 일이었다.설희는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사실 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주 대표님은 제가 처음으로 진심을 쏟은 사람이었어요.”“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움직였던 사람이고요. 저는 그저... 이 관계가 이렇게까지 순탄하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애초에 저랑 주 대표님은 같은 세상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설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갔다.
اقرأ المزيد

제256화

“가끔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마음이 정리가 안 되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저도 조금씩 이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설희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며칠 내내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수안을 알게 된 뒤부터 설희 자신도 자꾸 위축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의 이성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다 쏟아붓는 건 옳지 않다는 것도, 한 사람에게 전부 걸어 버리면 안 된다는 것도 설희는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왜 자꾸 주 대표님 생각만 나는 걸까?’채이는 설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 설희도 조금씩 괜찮아질 거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거야. 너무 힘들면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와.”“내가 휴가를 무제한 줄게. 쉬고 싶을 때 쉬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돼.”채이는 좋은 대표였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했다. 채이는 설희를 단순한 비서로만 여기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친구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설희를 조건 없이 믿고 아꼈다.게다가 설희는 회사에 있는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왔다. 채이는 그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봐 왔다. 설희가 가장 힘든 때라면, 이번에는 채이가 설희 곁을 받쳐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정말 괜찮아요. 그래도 대표님이 해 주신 말씀은 정말 많이 감동됐어요. 마음도 너무 따뜻해졌고요.” “사실 저는 이렇게 일 하는 게 좋아요. 대표님 곁에서 일하는 것도 늘 즐거웠어요.”설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어디 다녀온다고 해도 결국 회사 일이 계속 신경 쓰일 거예요. 지금도 마음이 다른 데로 잘 안 가고요.” “회사가 조금 더 안정되고, 새로 사람도 다시 뽑게 되면 그때 생각해 볼게요.”설희는 이곳을 떠나고
اقرأ المزيد

제257화

그 이야기는 채이가 얼마 전 집에 갔을 때 한 번 꺼낸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반대했던 이유를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어머니가 그토록 막았던 건, 그 남자가 영 미덥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하지만 그 일로 어머니는 딸 하나를 잃다시피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채이와 멀어져 지내는 동안, 어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후회했다고 했다. 채이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머니 마음이 어땠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세미가 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고마워요, 채이 씨.”도성은 분위기가 더 무거워지지 않게 하려는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됐어, 다들 너무 인사만 주고받지 말고 얼른 앉아서 뭐 좀 먹자. 채이 너도 회사에서 바로 온 거잖아. 배고프지?”도성은 언제나 그랬듯 동생부터 챙겼다. 채이가 어떤 상태인지, 뭘 필요로 하는지 도성은 굳이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채이는 금세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도성 앞에만 서면 채이는 꼭 아이 같아졌다. 자기가 언제나 도성에게 사랑받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채이는 더 마음이 편했다. 옆에 있던 세미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남자친구가 자기 동생을 아끼는 모습이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남매 간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도성이 동생을 얼마나 마음 깊이 챙기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세미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세미는 작은 한숨 끝에 말을 꺼냈다.“제가 채이 씨를 참 부러워요. 저와 오빠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세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도 친오빠가 둘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오빠들만 챙겼어요.” “두 분 다 늘 오빠들 편이었고, 오빠들 역시 저를 여동생으로 제대로 생각해 준 적이 없었어요.”그 이야기를 꺼내는 세미의 목소리에는 눌러 두었던 감정이 조금씩 스며 나왔다. 그녀는 많이 지친 듯 보였고, 오래된
اقرأ المزيد

제258화

세 사람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내내 분위기는 무척 편안했고, 다들 오랜만에 마음을 놓은 듯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다만 채이는 세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자꾸 마음이 쓰였다. 세미가 겪어 온 일들을 떠올리면 쉽게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서로 가족이 될 사람들이니까. 도성과 세미가 서로의 곁을 잘 지켜 간다면, 채이는 세미를 정말 친언니처럼 대할 생각이었다.채이는 사실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집안에서 자란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런 환경을 직접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세미가 지나온 시간을 듣고 있으면, 세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세 사람은 함께 세미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요즘 도성과 준모는 둘 다 회사 일로 손을 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도성도 당분간은 준모와 같이 움직이며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야 도성이 제대로 여자친구 곁에 가 있을 수 있을 터였다.세미는 꽤 속이 깊은 사람이었다. 도성에게 지금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억지로 붙잡지도 않았다.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괜히 화를 내는 일도 없었다.세미를 바래다준 뒤 돌아오는 길에 채이가 도성을 보며 물었다.“오빠, 나 진짜 궁금한데. 오빠랑 세미 언니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채이 눈에 두 사람은 참 잘 어울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도성은 가볍게 웃더니 대답했다.“세미는 무용 학원 강사야. 전에 내가 친구하고 밖에 밥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 그때 내가 실수로 세미를 부딪쳤거든.”“근데 처음 봤을 때부터 분위기가 참 좋았어. 조용하고 부드러운 데다,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가더라. 보자마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야 하나.”도성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내가 그때 세미 옷을
اقرأ المزيد

제259화

채이와 도성 남매는 어릴 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좋았고,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자라 왔다. 그래서 세미가 겪어 온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하지만 세미는 달랐다. 그렇게 많은 굴곡을 지나왔는데도 결국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세미를 보고 배울 만했다.채이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우리가 세미 언니 마음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어도, 앞으로의 삶은 달라지게 해 줄 수 있잖아.”도성은 괜히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지 않게 말을 이었다.“됐어. 이제 이런 무거운 얘기는 그만하자. 너희도 오늘 인사했으니까, 앞으로 시간 나면 둘이 같이 쇼핑도 하고 자매처럼 편하게 지내.” “세미가 사람이 참 괜찮아. 마음도 여리고 착해.”채이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지. 앞으로 내가 많이 챙길게. 세미 언니도 내가 잘 지킬 거야.”채이는 이제부터 세미가 가족이라는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가족이 되면 당연히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채이는 믿고 있었다.준모는 옆에서 운전을 하며 두 사람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준모의 표정은 어쩐지 무거워 보였다.집에 도착할 때까지 준모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채이는 그런 준모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집에 들어온 뒤 채이가 먼저 물었다.“준모 씨, 우리 오빠 여자친구 어때요?”준모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담담하게 답했다.“좋은 사람 같아요. 형님이랑도 잘 맞는 것 같고요.”채이는 곧바로 준모를 바라보았다.“근데 아까부터 준모 씨가 계속 말이 없었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뭔가 느낀 게 있는 것 같은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것 같았어요.” “뭔가 생각한 게 있으면 저한테 바로 말해도 돼요.”채이는 언제부턴가 준모를 제법 잘 읽게 되었다. 준모가 마음속에 뭘 묻어 두고 있는지, 표정만 봐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때가 많았다. 준모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느낀 게 있긴 있어요. 다
اقرأ المزيد

제260화

준모는 사람을 분석할 때 늘 이유가 분명했다. 그래서 사람을 보는 눈도 꽤 정확한 편이었다.애초에 세미를 먼저 본 사람도 준모와 채이였다. 세미가 자리에 들어온 뒤부터 준모의 시선은 줄곧 세미에게 머물러 있었다. 준모는 세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어떤 기색을 보이는지까지 다 보고 있었다. 그런 자잘한 움직임만 봐도 세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다고 준모는 생각했다.준모는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좋은 사람도 있었고 속내를 감춘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어떤 결을 지녔는지, 준모는 가끔 첫인상만으로도 알아차리곤 했다.채이는 아직도 선뜻 믿기 어려웠다. 그래도 준모가 한 말은 그대로 마음속에 남았다. 채이도 알고 있었다. 준모는 확신이 없는 일을 쉽게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어쩌면 앞으로 채이의 새언니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준모가 이렇게까지 말을 꺼낸 이유 역시 채이는 알고 있었다. ‘준모 씨가 괜히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은 아니야.’‘오빠를 생각해서 말해 주는 거겠지.’ 결국 도성을 위한 마음 때문이었다. 도성이 진짜 자기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준모도 조심스럽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준모는 한참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이 일은 일단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판단이 빗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조금 더 만나 보고, 그 다음에 결론을 내리는 게 맞아요.”지금 준모 손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말을 함부로 더 얹을 수도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도성과 세미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준모는 생각했다.원래만 해도 채이는 오늘 내내 기분이 좋았다.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고, 세미와도 생각보다 금방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2425262728
...
46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