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91 - Chapter 300

452 Chapters

제291화

채이도 마음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성이나 세미보다 덜 힘든 것도 아니었다. 채이 역시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처음부터 내가 이 일을 알아보지 말았어야 했나?’ 채이는 자꾸만 그 생각에 붙들렸다. 설령 언젠가 도성과 세미가 스스로 알게 됐다 해도, 그건 두 사람 사이에서 감당할 일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채이 마음에 이런 죄책감이 남지는 않았을 터였다.[그게 왜 네 잘못이야? 이 일은 언젠가는 내가 알게 될 일이었어.] [네가 아니었어도, 나는 다른 식으로라도 결국 알게 됐을 거야. 그러니까 너는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며칠 동안 내 일 때문에 너까지 계속 마음 졸였잖아. 오히려 오빠가 미안하지. 괜히 너까지 끌어들였네.]도성은 동생이 안쓰러웠다. 자기 일 때문에 채이까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오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남매잖아. 그런 사이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오빠 일이면 당연히 내 일이기도 하지.” “나는 오빠가 매일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해.”“내가 세미 언니 일을 알아본 것도, 결국 내가 예전에 감정 때문에 크게 다쳐 봤기 때문이야.” “오빠만큼은 나랑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고. 그래서 그걸 알아보게 된 거야.”“그런데 나는 세미 언니한테 정말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어. 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더 몰랐고...”채이는 답답했다.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됐다, 채이야. 네가 한 일은 다 오빠를 위해서였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도성은 처음부터 채이를 탓한 적이 없었다. 채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전부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는 걸 도성은 알고 있었다.“알았어, 오빠.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준모 씨한테 전화 왔어.”채이는 도성과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은 뒤, 바로 준모의 전화를 받았다.[시간이 괜찮으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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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준모야, 마침 잘 왔다. 내가 이번에 외국에서 돌아온 건 회사 일 때문에 너한테 분명히 말을 하기 위해서야.”“너는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니까, 회사는 더 이상 네게 맡길 수 없어. 그동안은 할머니가 네 큰아버지 나이도 있고...”“당장 회사를 맡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너한테 맡긴 거였지. 하지만 이 집에 사람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내가 이렇게 돌아왔으니, 이제는 내가 회사 일을 맡을 수 있다아.”“...”“무슨 뜻인데? 누가 당신네 회사를 그렇게까지 맡고 싶대? 어머님이 준모를 믿으니까 회사를 맡긴 거지. 무슨 대단한 걸 내주는 것처럼 말하지 마.”“그동안 준모가 회사를 제대로 끌고 가지 않았으면, 또 회사 규모를 점점 키워 놓지 않았으면 그 회사는 진작에 문 닫았어!”“당신은 그동안 그렇게 오래 집을 떠나 있었잖아. 그때는 무슨 말을 해도 회사에 남을 생각도 안 했고, 집안도 다 우리한테 떠넘기고 나갔지.”“그런데 이제 와서 슬그머니 돌아와서 회사를 가져가겠다고?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딨어!”배호창을 보는 강혜원의 눈에는 원망과 분노만 가득했다. 물론 강혜원 자신도 잘못이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배호창과 강혜원 사이의 감정도 이미 오래전에 식어 버렸다. 그래도 막상 배호창을 다시 눈앞에서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당신이 여기서 무슨 자격으로 나를 몰아세워? 애초에 우리 결혼에 먼저 등을 돌린 건 당신이었잖아.”“그런데도 이제 와서 뻔뻔하게 내 앞에 나서서 큰소리칠 수 있어? 내가 아직 당신한테 따질 게 얼마나 많은데...”“우리가 당신 대신 남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를 이렇게 오래 키워 줬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무슨 대단한 공이라도 세운 것처럼 구는 거야?”배호창은 강혜원을 매섭게 노려봤다. 눈에는 쌓여 있던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배호창은 자신이 그런 모욕을 뒤집어쓴 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하고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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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배호창은 사실 사흘 전 이미 돌아와 있었다. 다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동안 배호창은 줄곧 형인 배호철과 마주 앉아서, 앞으로 일을 어떻게 풀어갈지 의논해 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리해야 해.’ 배호창은 그런 마음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회사는 내 거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너희가 멋대로 누구한테 줄지 말지 정하겠다는 거냐?” “내가 이미 여러 번 분명히 말했잖아. 회사는 준모한테 맡긴다. 이 결정은 절대 안 바뀐다!”“네가 돌아온 이유가 회사 때문이지, 늙은 어미 얼굴 한 번 보려고 온 게 아니라면, 애초에 돌아올 필요도 없었어. 이 집도 널 반기지 않는다. 당장 나가!”정부자는 속이 무너져 내렸다. 아들이 돌아와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어머니 몸은 좀 어떤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묻는 걱정이 아니었다. 회사부터 자기가 손에 넣겠다는 소리를 했으니 정부자의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정부자도 어머니이기에 자식한테 끝내 매정해지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배호창과 배호철이 이 지경까지 와 버린 이상, 정부자가 더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내 말이 안 들리니, 아니면 못 들은 척하는 거니? 내가 다시 한번 더 말해 줘야겠어? 당장 다들 나가! 이 못된 것들, 양심도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준모는 언제까지나 내 손자다. 내가 제일 아끼는 손자이기도 하고. 너희 형제는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인지 알기나 해?”“지금 와서 나를 모시겠다는 거냐? 회사가 너희 손에 들어가는 날에는 그 회사는 그대로 끝장이야!”정부자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눈앞에 선 두 아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저며 들었다. 한때는 두 아들을 키우려고 안 해 본 고생이 없었다. 어떻게든 더 좋은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어서, 손이 닳도록 일하면서 버텨 왔다.그런데 지금 배호철과 배호창이 보이는 모습은 정부자가 알던 자식들이 아니었다. 정부자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 키운 걸까?’ 그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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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정부자가 이렇게까지 몰려 있지 않았다면, 저토록 모진 말을 내뱉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을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밀어붙일 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만큼 정부자는 벼랑 끝까지 몰려 있었다.“너희 둘이 또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온 거라면, 이제 목적은 다 이룬 거 아니냐? 그럼 그만 가라.”“그리고 내가 다시 분명하게 말하는데, 너희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절대로 회사를 너희한테 안 넘긴다.”“그 생각은 아예 접어. 너희가 나를 진짜 화병으로 쓰러뜨린다 해도, 나는 끝까지 안 줄 거야.”“마침 오늘은 사람도 다 모였으니까, 내가 여기서 확실하게 말해 두마. 유언장은 진작에 다 써 놨다. 법적 공증도 이미 끝냈어. 내가 죽는 날부터 바로 효력이 생기게 해 놨다!”정부자는 원래 모든 일을 미리 정리해 두는 사람이었다. 손에 쥔 일은 끝을 보고, 자기 뒤에 남을 문제까지 앞당겨 계획해 두는 쪽이었다. 그래서 자기 재산 문제도 벌써 공증까지 마쳐 둔 상태였다. 다만 그 사실을 이제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애초에 배호철과 배호창 같은 사람들이 자기 유산을 탐내는 꼴도 보기 싫었다. ‘내가 죽기도 전에 돈 냄새 맡고 달려드는 꼴은 절대 못 봐.’ 정부자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어머니, 저는 이번에 정말 어머니 뵈러 온 겁니다. 회사 일도 잠깐 거들어 드리려고 한 거고요.”“집안에 이렇게 큰일이 터졌다고 해서 제 일도 다 내려놓고 급히 들어온 건데,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전화로 형이 그러더군요. 어머니가 저희는 전혀 안중에도 없고, 마음이 완전히 외부인한테 가 있다고요.”“저는 그 말을 듣고도 안 믿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런 분일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까 형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네요. 지금처럼 큰일이 터졌을 때는 식구끼리 힘을 모아서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배호창은 말을 아주 무겁고 진지하게 꺼냈다. 듣기 좋게 꾸민 말도 많았다. 자기 입장을 마치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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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이제 준모는 이 집 안에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이런 자리라면 전에는 망설임 없이 나서서 말을 했을 텐데, 지금은 정말 어디에도 끼어들 힘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준모는 입술을 조용히 깨물었다.“회사를 누구한테 맡길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너희가 와서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야.”“네가 나한테 무슨 훈계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그런 소리도 듣기 싫다. 너는 외국에서 잘만 살았잖아. 듣자 하니 거기서 이미 자식까지 두고 살고 있다며.”“그렇게 사는 동안 이 어미는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 거 아니냐? 정말로 나를 생각했다면 네가 오늘 같은 꼴로 돌아오지는 않았겠지.”“그러니까 이제 와서 입에 발린 소리 하지 마라.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내가 이렇게까지 된 게 다 누구 때문인 줄 알아? 너희 형제만 아니었어도 내가 며칠은 더 마음 편하게 살았을 거다!”정부자는 이런 말에 이미 질릴 만큼 질려 있었다. 배호철과 배호창이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도 뻔히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로지 자기들 몫, 자기들 이익만 보고 있었다. 회사를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할 뿐, 정작 자기들이 회사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었다.“준모는 지금 나랑 피가 섞인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어릴 때부터 내 옆에서 큰 아이야. 내가 직접 키웠고,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 온 아이고.”“내가 아프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진심으로 나를 챙긴 사람도 준모 하나였다. 너희는 뭔데? 너희는 결국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욕심 때문에 여기 온 거잖아.”“그래서 나한테는 핏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누가 진짜로 나 정부자를 생각하는지는 내가 다 안다.”“내가 늙기는 했어도 머리까지 흐려진 건 아니야. 그러니까 여기서 더는 착한 척하지 마라. 너희 연극도 이제 지겹다. 나는 정말 지쳤어.”정부자는 더는 말을 잇고 싶지 않았다. 배호창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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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준모야, 할미가 회사를 너한테 맡기면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도 내가 너한테 거는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라.” “사람들하고 같이 힘을 모아서 회사를 더 단단하게 키워야 해.”“할미가 나이를 먹긴 했어도, 사람 보는 눈은 아직 정확해. 내가 한 번 믿은 사람은 틀린 적이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회사를 더 잘 키워라. 누구한테도 트집 잡힐 빌미를 주지 마.”정부자는 일부러 배호철과 배호창을 들으라는 듯 그 말을 꺼냈다. 태도도 단호했다. 정부자가 내린 결정은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 누가 와서 반대하고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흔들릴 생각도 없었다.정부자가 이미 회사를 준모에게 맡겼다는 건, 그 결정을 훨씬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을 일이었다. 아들 배호창이 돌아왔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도 아니었다.사실 배호창은 젊은 시절 한동안 정부자 곁에서 회사 일을 맡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만 놓고 보면 큰아들 배호철보다 훨씬 믿을 만했고, 머리도 잘 돌아갔다. 사업 감각도 분명히 있었다.하지만 결혼한 뒤부터 상황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정략으로 맺어진 혼인이었으니, 두 사람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배호창과 강혜원은 문제만 생기면 자주 부딪쳤고, 말다툼도 끊이지 않았다.그 시절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겨 있었다. 결국 배호창은 화를 이기지 못한 채 회사를 내던지듯 떠났고, 어머니인 정부자까지 뒤로한 채 홀로 외국으로 나가 버렸다.그때 정부자는 정말 많이 아팠다. 아들을 잃고 싶지 않았고, 아들이 자기 곁을 떠나는 것도 원치 않았다. 모자 사이에 아무리 큰 갈등이 있어도, 서로 앉아 차분히 풀어 보려 했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배호창은 그러지 않았다. 결국 등을 돌리고 떠나는 쪽을 택했다.정부자는 그때 너무 괴로웠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이었다. 그래서 아들이 외국으로 가는 걸 붙잡고 싶었다. 더구나 한 번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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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사실 준모는 가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이 집을 떠나 버리고 싶었다. 더는 누구와도 얽히지 않고, 아무 관계도 맺지 않은 채 멀리 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준모 역시 이 집에서 자라 온 사람이었다. 서로 마음이 갈라지고 등을 돌렸다고 해서, 아주 깨끗하게 끊어 낼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정말 다 버리고 떠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준모는 그럴 때마다 가슴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래서 준모는 더 혼란스러웠다. 이 관계를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는지, 또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눈앞에서 배호철과 배호창이 서로 이해관계만 따지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준모는 정부자가 더더욱 안쓰러웠다. 왜 정부자의 몸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지, 이제는 너무도 분명하게 알 것 같았다. ‘할머니가 버틸 수 있는 날이 줄어드는 건 결국 저 사람들 때문이구나.’ 준모는 속으로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됐다. 나도 이제 쉬어야겠다. 오늘 할 말은 다 했으니 너희 둘도 알아서 처신해라.”“정말 나를 보러 오겠다면 굳이 막지는 않겠다. 다만 회사를 되찾겠다는 생각으로 오는 거면, 그건 꿈도 꾸지 마라!”정부자는 마지막 말까지 단호하게 내뱉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가사도우미에게 손짓을 한 뒤, 더는 누구 얼굴도 보지 않겠다는 듯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부자는 두 아들과 한마디도 더 섞고 싶지 않았다.채이와 준모는 정부자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둘 다 더 이상 이 자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강혜원까지 이곳에 계속 남아 있으면 분위기만 더 거칠어질 게 분명했다. 준모는 채이와 강혜원을 데리고 그대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배호철이 준모를 불러 세웠다.“준모야, 전에 네가 먼저 회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며. 그나마 양심은 좀 남아 있었나 보네. 어쨌든 우린 회사를 절대 너한테 안 맡긴다.”“할머니가 입으로는 저렇게 말해도, 결국 너는 외부인이야. 우리 집안 건 결국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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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우리 어머니가 정말 널 믿어서, 네 능력을 인정해서 회사를 맡겼다고 생각하니?”“너무 순진하구나. 너는 그냥 돈 벌어 오는 도구일 뿐이야. 결국 마지막에 가면 회사는 우리 형제한테 돌아오게 돼 있어.”“너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그러니까 내가 충고 하나 해 주마. 꼴이 더 우스워지기 전에 네 발로 나가. 끝까지 버티다 결국 너만 망신당하게 되니까.”배호창은 비웃음을 섞어 그렇게 말했다. 말투에는 멸시가 가득했고, 준모를 제대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에 네 자리는 없다는 걸 좀 알아야지.’ 배호창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저는 할머니께 회사를 잘 지키겠다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언젠가 할머니께서 저더러 회사를 떠나라고 하시면, 그때는 저도 미련 없이 물러나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할머니께서 저를 붙드시네요. 그래서 저도 남아 있을 겁니다.”준모는 담담하게 말했다. 배호창이 무슨 말을 하든, 준모는 그 일로 흔들리지 않았다.준모도 배호철과 배호창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고 있었다. 결국은 하루라도 빨리 준모를 회사에서 밀어내겠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저렇게 몰아붙이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애초에 두 사람은 한 번도 정부자를 제대로 걱정한 적도 없었다. 관심이 있는 건 오직 회사뿐이었다. ‘할머니가 어떻게 되든, 저분들 눈에는 회사밖에 없구나.’ 준모는 속으로 씁쓸하게 생각했다.“준모야, 너도 내 앞에서 그렇게 잘난 척 하지 마. 네가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서 먹고 자라며 큰 건 사실이잖아.”“그동안 내가 그걸로 너한테 따진 적도 없고, 대놓고 몰아세운 적도 없었어.” “네 엄마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도, 그 치욕을 내가 얼마나 오래 뒤집어쓰고 살았는지도 알 텐데, 나는 그것까지도 너한테 따진 적이 없었어.”“내가 너라면 진작 스스로 회사를 내려놨을 거야.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이 집에서 이렇게 버티고 있지는 못 했겠지. 너랑 네 엄마는 갈수록 선을 넘고 있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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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준모는 사실 아직도 이 가족을 마음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버텨 온 건 그만큼 이 집안에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배호철과 배호창을 비롯한 집안 사람들은 그런 준모의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 준모가 지금까지 버틴 것도 결국 정부자 때문이었다.그런데 정부자의 몸 상태까지 저렇게 나빠진 걸 보고 있자니,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정말 떠나시는 날이 오면, 이 집안은 그날로 완전히 무너지겠지.’ 준모는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날이 오면 집안 사람들은 틀림없이 더 거칠게 부딪칠 것이고,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은 채 끝도 없이 다툴 게 분명했다.“가요.”채이는 더는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준모를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었고, 방금 전까지 본 저 사람들의 낯짝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저런 사람들 사이에 준모 씨를 더 세워 두고 싶지 않아.’ 채이는 조용히 이를 물었다....집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도 준모는 줄곧 창밖만 바라봤다.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시선은 거기에 닿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표정도 무거웠다. 집안일이 준모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는 게 채이 눈에도 훤히 보였다. 배호철 하나만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배호창까지 돌아왔다. 준모 입장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준모 씨, 집안일이 너무 많아서 힘드실 거라는 거 알아요. 다들 준모 씨를 상대로 저렇게 나오고 있으니까, 저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급해져요.”“그런데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저는 준모 씨 곁에 계속 있을 거예요. 준모 씨가 이렇게 계속 힘들어하는 거, 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아요. 회사 일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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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싫다. 내 나이가 이제 이렇게 많은데, 나는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수술하고 나면 몸도 많이 힘들 거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거야. 나는 매일 병상에 누워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버티고 싶지 않다.”“지금도 몸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유롭잖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볼 수도 있고, 내 발로 조금씩 걸어 다닐 수도 있어.”“맨날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할 수도 있잖니.”“회복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내 나이에 수술은 위험도 큰데, 나는 그런 위험을 떠안고 싶지 않다.”“그래도 할미는 너희가 이 모든 걸 다 할미 생각해서 하는 거라는 건 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정말 고맙다.” “하지만 수술은 안 한다. 이건 더 말해도 소용없어. 나는 끝까지 안 할 거야.”정부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거절했고, 태도도 아주 단호했다. ‘아무리 마음이 고마워도,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정부자는 속으로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할머니, 수술 얘기는 저희가 이미 다 알아봤어요. 그건 그냥 큰 수술이 아니라 미세하게 들어가는 시술에 가까운 거예요.” “입원도 오래 할 필요도 없고, 상처도 이틀 정도면 거의 회복된다고 들었어요.”“준모 씨가 국내외에서 제일 잘한다는 교수님들까지 다 모셨어요. 그분들은 이 수술을 정말 많이 해 보셨고, 성공 사례도 충분히 많아요.”“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가능성이 없었다면 저희도 할머니한테 절대 말씀을 안 드렸을 거예요.”“할머니 연세가 있으셔서 더 큰 고통을 겪으시면 안 된다는 것도 저희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위험한 일을 억지로 권하고 싶지도 않았고요.”“그런데 할머니가 하루하루 이렇게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있으면, 저희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어서, 이렇게 수술까지 알아보게 된 거예요.”“할머니, 한 번만 저희 말 들어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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