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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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채이는 준모와 이야기를 마친 뒤로는 더 말을 길게 잇지 않았다. 아직은 세미를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상태였으니,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채이도 생각했다.준모는 시간을 확인한 뒤 채이를 향해 말했다.“이제 그만 쉬어요. 내일도 회사 가야 하잖아요.”시간이 꽤 늦어 있었다. 준모는 채이가 더 생각에 잠기지 않도록, 일단 쉬게 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다음 날, 채이는 회사에 나와서도 도성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세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오늘 시간 괜찮으면 같이 점심을 먹고, 겸사겸사 쇼핑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다.세미는 예상보다 훨씬 시원하게 대답했다. 채이를 대하는 태도도 무척 다정했고, 반기는 기색도 분명했다. 어쩌면 도성의 동생이라는 이유도 있을지 몰랐다. ‘세미 언니가 나한테 유난히 잘해 주는 게 오빠 때문일 수도 있겠네.’채이는 통화 너머로 말했다.“그럼 우리 30분 뒤에 언니 무용 학원 근처 쇼핑몰에서 만날까요?”채이는 일부러 세미 쪽에서 가까운 장소를 골랐다. 그래야 세미가 덜 번거로울 것 같았다.세미는 곧바로 대답했다.[좋아요.]채이는 전화를 끊은 뒤 곧장 약속한 쇼핑몰로 향했다.두 사람은 쇼핑몰 안에서 만났다.세미는 채이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채이의 팔짱을 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자매처럼 굴었다.세미가 웃으며 물었다.“채이 씨, 오늘은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했어요?”세미 목소리는 가볍고 편안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아주 옅은 탐색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채이는 준모에게 그 말을 들은 뒤로 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또 막상 세미를 다시 마주해 보니, 준모 말이 아주 틀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만난 뒤부터 세미는 계속 채이의 기색을 살피고 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어디가 딱 잘못됐다고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묘하게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채이는 그런 생각을 감춘 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태도로 환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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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세미는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무용 강사는 제가 어릴 때부터 품어 온 꿈이었어요. 저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여기서 일한 지도 벌써 6, 7년 가까이 됐고요.”“그동안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지내 왔어요. 그래서 더 정이 많이 들었고, 지금도 이곳이 참 좋아요.”세미는 말을 잠깐 고른 뒤,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저는 원래 아이들을 참 좋아해요.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거든요.”“아이들이 웃고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어린 시절에 남아 있던 상처도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요.”세미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아주 곱게 골라서 말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헤아리는 듯한 말투였고, 그 안에는 진심처럼 보이는 결도 담겨 있었다.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좋아하는 일을 하면 확실히 버틸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마음도 더 굳건해지고요.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가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주변에서는 저한테 일을 그만하라고 말한 적도 많았어요.”채이는 씁쓸하게 웃었다.“실제로 힘든 일도 많았고요. 그래도 저는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 안에서 어떤 걸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이 대목에서 채이는 세미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붙들고 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채이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미가 끝까지 자기 길을 지켜 온 게 더 대단하게 보였다. 채이의 말을 들은 세미는 이내 웃으면서 도성 이야기를 꺼냈다.“전에 제가 공연 나갔을 때, 채이 씨 오빠가 한 번 와 준 적이 있어요.” “그때 도성 씨가 무대 위에 있는 저를 보면서, 제가 꼭 백조 같다고 했어요.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고요.”세미는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쁜 듯 보였다.“또 도성 씨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늘 응원해 줬어요. 한 번도 이 일을 그만두라고 한 적이 없었고, 억지로 다른 길을 택하게 하려고 한 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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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두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시간이 꽤 늦어져 있었다. 채이와 세미는 밖에서 꼬박 반나절을 보낸 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있었는데도, 채이는 결국 뚜렷하게 건진 이야기가 없었다.잠시 뒤, 준모도 밖에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였다.채이가 준모를 보자마자 물었다.“오빠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또 세미 언니 만나러 간 거예요?”준모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채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도성과 세미는 어제도 따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더구나 이제 막 서로에게 푹 빠져 있는 때니까 서로 보고 싶지 않을 리 없었다.채이는 곧장 오늘 있었던 일을 꺼냈다.“오늘 세미 언니랑 같이 나가서 밥도 먹고 하루 종일 같이 있었어요. 근데 딱히 알아낸 건 없어요. 오히려 세미 언니가 저를 조금 경계하는 것 같았어요.”“그래도 준모 씨가 했던 말을 계속 생각하면서 보니까, 세미 언니가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것 같긴 했어요.”채이는 준모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준모 씨 쪽은 뭐 좀 나온 거 있어요? 있으면 꼭 말해 주세요.”채이는 어제 준모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이 문제를 봐야 할지 같이 이야기했었다. 그때 준모가 뒤에서 세미를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었다.사실 이런 식으로 사람 뒷조사를 하는 건 결코 떳떳한 일은 아니라는 걸 채이도 잘 알고 있었다. 세미와 도성은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사이였고, 그 상태에서 사적인 과거를 들춰보는 건 분명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채이와 준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두 사람 다 세미에게서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그렇다면 도성이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이 빠져들게 두는 것도 맞지 않았다. 준모는 조용히 채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조사하면서 알게 된 게 조금 있어요. 다만 얘기하기 전에 채이 씨가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요.”채이는 그 말을 듣는 즉시, 일이 가볍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준모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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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처음에는 저도 우세미 씨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어요. 어쩌면 오빠랑 만나는 이유가 돈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요.”“그런데 이런 일을 겪었다는 걸 알고 나니까, 오히려 더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이런 일은 우세미 씨가 원해서 일어난 것도 아니잖아요.”채이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더 난처해졌다. 차라리 단순히 속셈이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면 오히려 쉬웠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세미가 겪은 과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채이는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무엇보다 이 일을 도성에게 말해야 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도성과 세미는 지금 막 서로에게 깊이 빠져 있는 때였다. 채이는 도성이 세미를 제대로 알아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 도성이 세미와 만나기로 한 이상, 도성은 이미 세미를 온전히 믿고 있을 터였다. 준모도 낮게 입을 열었다.“저도 그게 가장 고민돼요. 아직은 우세미 씨를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그래서 이걸 말해야 할지, 말하지 않는 게 맞는지 저도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어요.”준모 역시 이 문제 앞에서는 선뜻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준모도 확신할 수 없었다.만약 준모 자신이 당사자였다면 아마 상대에게 이 일을 말했을지도 몰랐다.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첫 시점부터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세미가 과거를 숨긴 채 도성과 만나기 시작한 건, 엄밀히 말하면 처음부터 완전히 정직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다.그렇지만 이런 일은 세미 혼자 마음먹는다고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세미가 그런 일을 겪고 싶어서 겪은 것도 아니었다. 누가 자기 삶에서 가장 아프고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을 먼저 꺼내 보이고 싶어 하겠는가?준모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 ‘나라도 쉽게 말하지 못했을 거야.’‘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 준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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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형님은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게 될 거예요.”“그러니까 채이 씨도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아요. 괜히 이 일 때문에 형님과 채이 씨 사이까지 틀어지면 안 되잖아요.”준모는 채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채이는 한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기면 끝까지 붙들고 가는 사람이었다. 이번 일도 분명 그냥 넘기지 못할 터였다. 그러다 보면 채이가 스스로를 더 심하게 몰아세울 게 뻔했다.채이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근데 오빠가 이미 너무 깊이 빠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맨날 저보고 연애에 정신이 팔렸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우리 남매 둘 다 별반 다를 게 없네요.”채이는 자조하듯 웃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근데 제가 제일 걸리는 건, 세미 언니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그리고 저런 일 말고도 세미 언니가 또 뭘 겪고 살아왔는지도 너무 궁금해요.”채이는 어느새 이 일에 마음을 몽땅 빼앗긴 상태였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이걸 그냥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먼저 나서기도 어렵고...’‘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준모는 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차분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저도 계속 알아볼게요.”준모는 정말로 이 일을 끝까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우세미라는 사람을 더 분명하게 알아야만, 친구인 도성에게도 정확한 말을 해 줄 수 있다고 준모는 여겼다....다음 날 아침.채이는 외출 준비를 하다가 도성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도성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어제 너희 둘이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었다면서? 꽤 잘 맞았나 봐?]채이는 잠깐 멈칫했다. 그래도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응. 우리도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니까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세미 언니한테 밥 먹자고 했지.”도성은 채이 대답을 듣고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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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세미 언니가 그런 집안에서 자랐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 언니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도 짐작이 돼.”“그래서 오빠가 더 잘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다만 난 자꾸 세미 언니 집안 사정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미 언니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결국 참지 못한 채이가 조심스럽게 떠보듯 몇 마디를 꺼냈다.도성의 표정이 금세 굳어지면서 의아한 목소리로 채이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야?]채이는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여자들 특유의 감 같은 거지. 별 뜻 없어. 오빠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도성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채이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세미는 나중에 네 새언니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야.][난 너희 둘 사이가 점점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 앞으로 다 같이 가족이 될 수도 있잖아.] [세미는 원래 자란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어. 그래서 난 우리 집이 세미한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줬으면 좋겠어.]도성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세미의 예전 삶은 정말 힘들었어. 절망스러운 시간도 많았고. 그런 데서 자라 놓고도 지금처럼 밝고 씩씩하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그래서 난 앞으로 세미를 제대로 지켜 주고 싶어. 다시는 세미가 그런 서러운 일을 겪지 않게 하고 싶고.]도성은 세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세미가 겪었던 과거와 세미를 향한 나쁜 말은 아예 듣고 싶지 않다는 듯한 태도였다. 누가 세미 흉이라도 볼까 봐 먼저 막아서는 사람 같았다.채이는 그 모습을 보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도성은 정말 깊이 빠져 있었다. 도성의 마음은 이미 온통 세미에게 가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채이가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도성의 앞으로 긴 삶을 생각하면, 채이는 지금 이 이야기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여겼다.채이는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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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채이는 이제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말을 꺼낸 뒤였다. 어차피 도성도 언젠가는 알아야 할 일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 이야기까지 가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아는 편이, 나중에 함께 살아가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채이는 생각했다.채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같은 여자라서 세미 언니가 안쓰러운 건 맞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아파.”“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세미 언니가 자기 과거를 오빠한테 숨긴 거잖아. 어떤 일들은 오빠도 알고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채이는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사람이 원래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나도 알아. 세미 언니가 그런 일을 먼저 말하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가. 근데 나는 오빠 동생이잖아.”“그래서 더 오빠가 이걸 제대로 따져 봤으면 좋겠어. 오빠랑 세미 언니가 정말 잘 맞는지, 진짜 평생을 같이 가도 되는 관계인지 그건 꼭 생각해 봐야 해.”채이 목소리에는 걱정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나는 오빠가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거 보고만 있고 싶지 않아. 그러다가 정말 돌이키기 어려운 데까지 가 버릴까 봐 무서워.”“세미 언니 집안 문제도 결국은 두 사람 관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거고, 예전에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던 일도 있었잖아.”“그런 것들까지 오빠가 괜찮은지, 진짜 감당할 수 있는지, 나는 그게 궁금해.”채이는 왜 이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최대한 분명하게 전했다.도성은 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알았어.]도성의 마음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는 한 번도 자기가 깊이 사랑하게 된 여자가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왔을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세미는 집안 이야기를 도성에게 조금씩만 했다. 다만 대부분은 집안의 남아선호사상 이야기였고, 오빠들이 세미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그런데 세미는 한 번도 새아버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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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채이는 애초에 그 일에 끝까지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결국 함께할지, 헤어질지는 도성과 세미가 직접 정해야 할 문제라는 걸 채이도 잘 알고 있었다.연애라는 건 당사자들 몫이지, 주변 사람이 대신 결정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감정 문제까지 억지로 끼어들 수는 없었다.채이 자신이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채이가 살아온 시간이 바로 그 좋은 예이기도 했다. 만약 예전에 집안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따랐다면, 어쩌면 채이의 삶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채이가 행복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결국 사랑은 남이 대신 살아 주는 게 아니니까.전화를 마쳤을 때, 채이는 오빠 심정이 무척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성도 그 일 때문에 많이 괴로울 것이지만, 더 이상 채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도성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혼자 생각할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채이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저녁이 되어 퇴근한 준모가 집으로 돌아왔다.준모는 채이를 보자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채이 씨, 결국 그 일을 오빠한테 말했어요? 오늘 하루 종일 회사에도 안 왔어요. 연락도 잘 안 닿고, 어디 있는지도 못 찾았어요.”채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오늘 아침에 오빠하고 통화하면서 얘기했어요. 끝까지 참아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았어요.” “누가 뭐라 해도 제 오빠잖아요. 저는 이 일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채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근데 오빠도 지금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런 얘기를 들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았어요.”“그래도 제가 잘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오빠가 잘 판단할 거라고 믿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채이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채이는 여전히 도성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생각만 해도 마음이 자꾸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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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일단 가서 상태부터 보죠.”두 사람은 서둘러 본가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달려갔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정부자는 이미 침대에 누워서 힘겹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숨소리도 거칠었고, 호흡이 자꾸만 막혀서 가슴이 답답한 듯했다.준모는 그런 정부자를 보자마자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이렇게 되실 때까지 왜 저한테 바로 연락을 안 하셨어요? 왜 이모님한테서 이 얘기를 듣게 하셨어요? 지금 바로 병원에 가야 해요. 더 미루면 안 돼요.”준모의 말투에는 원망이 섞여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다급함이었다. 준모는 정부자가 저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차라리 회사고 뭐고 다 내려놓을까?’‘그 사람들이 원하는 게 결국 회사라면 그냥 다 줘 버리고 싶어.’‘할머니만 무사하시면 그걸로 돼...’ 정부자는 힘겹게 숨을 고르며 말했다.“너희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마. 나는 정말 별일 아니야. 약도 이미 먹었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거 나도 다 안다. 그러니까 너는 얼른 회사 가서 일이나 봐. 나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정부자는 몸이 이 지경이 되어서도 끝까지 회사 걱정부터 했다. 정부자는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준모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회사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런데 오늘은 꼭 병원에 가셔야 해요.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부터 해야 해요.”준모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부자를 병원에 데려가서 제대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준모는 마음먹고 있었다.옆에 있던 채이도 얼른 거들었다.“할머니, 맞아요. 병원에 안 가시면 저희가 너무 걱정돼요. 이대로는 아무도 마음 놓고 못 돌아가요.” “저희랑 같이 병원에 한번만 가 주세요. 정말 별일이 아니면, 그때는 저희도 안심할 수 있잖아요.”채이 역시 정부자가 걱정돼서 마음이 조급했다. 며칠 전보다도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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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정부자는 곧 일반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잠시 뒤, 정부자의 주치의가 준모와 채이를 따로 불렀다. 두 사람에게 지금 정부자의 몸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준모와 채이는 곧바로 의사 사무실로 들어갔다.주치의는 차트를 넘기면서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르신은 연세가 많으셔서 이제 몸이 큰 자극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입니다.”“무엇보다 현재 심장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언제든 심정지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듣자, 채이와 준모의 표정은 동시에 굳어졌다.주치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보호자분들이 어르신 옆을 더 세심하게 지켜 보셔야 합니다. 가능하면 늘 가까이에 계시면서 상태를 살피셔야 하고요.”“무엇보다 어르신이 더 이상 화를 내시거나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셔야 합니다.” “집안 사정이 복잡하다는 건 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어르신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합니다.”주치의는 먼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한 뒤, 정부자의 검사 결과가 담긴 영상과 수치를 하나씩 보여 주었다. 준모와 채이는 정부자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또 앞으로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주치의는 끝까지 조심스럽게 강조했다.“이 부분은 정말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늘 긴장을 놓지 않으셔야 해요.”주치의는 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어르신 정도의 연세에 다시 수술을 하는 건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큰 수술을 한 번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도 위험성이 상당히 컸을 겁니다.”사실 환자가 젊었다면, 지금 같은 심장 상태에서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쪽이 맞았다. 다만 정부자는 이미 나이가 많았다. 그런 몸 상태로는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었다. 잘못하면 수술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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