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뭐라고?”박정란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둘러 구하준의 몸을 살폈다.꼬집힌 자국은 찾지 못했지만 팔꿈치와 무릎에서 찰과상을 발견했다.심지어 무릎은 까져서 피가 맺혀 있었다.“이 독한 년!”박정란은 정루아를 노려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어떻게 이 어린것에 손을 댈 수 있어? 당장 나가서 무릎 꿇어!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일어날 생각하지 마. 우리 집안에 어쩌다 너같이 악독한 며느리가 들어왔지?”정루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구하준을 돌아보았다.“내가 널 꼬집었다고? 언제?”정작 구하준은 박정란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네?’역시 함부로 호의를 베푸는 게 아니었다.정루아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버렸다.이내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전 꼬집은 적 없어요. 쟤가 엄마 찾는다고 클럽에 혼자 들어온 거예요. 정시연이 무책임하게 애를 방치한 건데, 왜 그 여자는 야단치지 않고 저한테만 이러시는 거죠?”박정란이 콧방귀를 뀌었다.“어디서 핑계야! 너 오늘 아주 제대로 한번 혼나 봐라. 어떻게 이 조그만 애한테 손을 대? 이 못된 년 같으니라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장한 체격의 도우미 두 명이 다가와 정루아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그리고 그녀를 자갈길 위에 강제로 무릎 꿇게 했다.“이거 놔!”정루아가 미친 듯이 몸부림쳤지만 압도적인 체격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상대방이 억센 힘으로 짓누르는 통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의 눈동자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충동적으로 베푼 호의 때문에 배은망덕한 놈을 거둔 대가가 이렇게나 빨리 돌아온단 말인가?지금껏 정시연이 애를 앞세워 불쌍한 척 연기하며 구씨 가문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겨우 세 살짜리 아이가 벌써 거짓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가슴이 에일 듯 아프고 괴로웠다.한때 그녀도 조카를 진심으로 아꼈다.정시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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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결국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이 몽롱한 와중에 누군가 자신을 안아 들더니 포근한 침대에 눕히는 것이 느껴졌다.이윽고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손길이 닿자 통증에 숨을 들이켰다.그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설움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구태윤, 나 너무 아파...”그녀는 여전히 환상 속에 머물러 있었다.살갗만 긁혀도 부랴부랴 달려와 위로해주던 남자, 그리고 넓은 품에 안겨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던 여자.이미 그런 관계에 길든 상황이었다.꿈속에서 구태윤은 그녀를 감싸 안고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입술로 하나하나 닦아내 주었지만, 서러움은 그칠 줄 몰랐다.정루아는 남자의 옷깃을 꽉 움켜쥔 채 흐느끼며 푸념했다.“왜 정시연한테 잘해줘? 난 그 여자 싫단 말이야, 정말 끔찍해서 진절머리가 나! 당신도 나랑 같이 미워해야지, 마음이 변하면 어떡해? 정시연 사랑하게 된 거야? 정작 아내는 나 몰라라 하고 남이 애 낳는 거나 지켜봐 주다니. 흑흑... 구태윤, 나 이제 당신 따위 필요 없어!”머리가 뒤죽박죽 했고, 그녀는 진이 빠질 때까지 울다 깊은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내 침대에 걸터앉아 깔끔하게 처치된 무릎의 상처를 내려다보았다.정루아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니?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무릎 꿇고 있을 때는 본 척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걱정인가?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비위를 맞추느라 얼마나 바쁜지, 1분 1초를 쪼개 쓰는 정성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정루아는 이미 마음을 가다듬은 뒤였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밖으로 나오자 아래층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작은아빠가 우리 아빠 하면 안 돼요?”아이 특유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정란이 웃음을 터뜨렸다.“작은아빠가 그렇게 좋아?”“네, 너무 좋아요.”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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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왜? 저 천박한 인간들 때문에 이제 아내까지 때리려고?”서늘한 눈빛을 마주한 정루아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어젯밤의 다정함은 마치 한낱 꿈만 같았다.“이런 못돼먹은 것! 어떻게 승태 아이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무려 승태의 유일한 핏줄인데. 우리 집안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토록 심보가 고약한 며느리를 들였을까.”멀지 않은 곳에서 박정란의 악에 받친 비난이 쏟아졌다.한 마디 한 마디는 그녀를 향한 혐오가 고스란히 묻어났다.“그동안 너무 받아주기만 해서 네가 이렇게 변해버린 모양이군.”구태윤의 길게 뻗은 눈매가 그녀를 향했다.심연처럼 어두운 눈동자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오늘부터 네 카드 정지시킬 거야.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이내 쌀쌀맞게 한 마디 내뱉고는 뒤돌아서 구하준을 안아 들고 거실로 걸어갔다.정시연이 다급히 끼어들었다.“태윤 씨, 안 돼요. 전부 저랑 하준이 잘못인데, 루아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잖아요. 태윤 씨가 이럴수록 루아 마음만 더 상할 거예요.”구태윤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고생을 좀 해봐야 정신을 차리죠.”정시연이 다시 한번 만류하려는 시늉을 하자, 박정란이 단호하게 가로막았다.“됐다. 태윤이가 결정한 일이니 더 토 달 것도 없어. 넌 하준이나 잘 챙기거라.”거실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가볍게 오고 간 몇 마디에 그녀는 어느새 명백한 가해자가 되었다.정루아는 구태윤을 똑바로 응시했다.하지만 그는 품 안의 아이만 바라볼 뿐,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조각처럼 수려한 옆얼굴에 오직 뼛속까지 시린 냉기만이 감돌고 있었다.그와 만난 이후, 항상 다정한 보살핌을 받아왔다.예상치 못한 순간에 건네던 서프라이즈 선물, 그리고 평생 사랑하겠노라 속삭였던 약속까지.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행복에 흠뻑 취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그가 주었던 모든 사랑과 관심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이 상실감이 얼마나 사무치는 고통인지 비로소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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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장유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루아 씨가 올린 게시물 캡처해서 보낼게. 이 바닥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설명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통화를 마치자 메신저 창에 사진 한 장이 떴다.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정루아가 올린 게시물이 나타났다.그녀가 첨부한 글귀와 사진을 확인한 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잘생긴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고, 전신에서는 서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태윤 씨, 루아가 우리를 오해했나 봐요.”정시연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왔다.“이런 글을 올리면 남들이 비웃을 텐데, 내가 가서 루아한테 잘 설명해 볼까요?”구태윤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정시연조차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오직 자신한테만 비공개하다니.‘날 차단했다고?’구태윤은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정루아가 그럴 리 없었다.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그는 휴대폰 화면을 꺼버리고는 정시연을 향해 말했다.“하준이 잘 돌봐요. 어젯밤 같은 일, 두 번 다시 없도록 하고. 안 그러면 양육권 내놓게 될 줄 알아요.”정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알겠어요. 저도 마음이 너무 급해서 그만... 얼핏 친아버지를 본 것 같았거든요.”구태윤은 그녀의 사정 따위 관심이 없었다.이내 고개를 돌려 박정란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저 먼저 가볼게요.”“하준이가 너랑 더 놀고 싶어 하는데, 조금만 더 있다 가렴.”박정란이 그를 붙잡으려 설득했다.하지만 구태윤은 딱 잘라 거절했다.“오늘 하준이 TV 시청이랑 장난감 다 금지입니다. 방에 들어가서 글쓰기 연습이나 시키세요.”박정란은 어안이 벙벙했다.“태윤아, 갑자기 왜 그래?”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구하준의 작은 얼굴에 머물렀다.“거짓말을 배웠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죠.”박정란이 되레 나무라듯 말했다.“애가 뭘 안다고 그러니? 태윤아, 너까지 정루아처럼 애를 상대로 사사건건 따지고 들면 어떡해?”“할머니.”구태윤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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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전화가 끊기자 정루아의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어쩌면 하나같이 카드를 정지시키겠다는 소리뿐일까.돈줄을 쥐고 자유를 박탈해서 기어이 고개를 숙이게 하겠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하지만 그녀가 뭘 그리 잘못했지?남들이 제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기만하고 있는데, 실실 웃으며 잘한다고 박수라도 쳐줘야 한단 말인가?정루아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무릎이 끊어질 듯 아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길가 벤치에 주저앉았다.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은 지금의 심정만큼이나 우중충했다.눈시울이 시리고 아려왔지만, 고집스럽게 눈물을 참아냈다.우는 것조차 아까웠다.부모는 이미 빼앗겼고, 구태윤도 더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그러니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체가 시간 낭비였다.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는데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내렸다.다가오는 남자를 확인한 정루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물었다.“이혼 서류 접수하러 가는 길이야?”창백한 얼굴과 핏기 없는 입술을 응시하던 구태윤은 미세하게 떨리는 정루아의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이내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이거 놔!”놀란 것도 잠시, 정루아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저항했다.하지만 결국 차 안에 갇혔고, 뒤따라 올라탄 구태윤이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정수원으로 가주세요.”정루아가 불쑥 끼어들었다.“아니, 가정법원이요!”기사는 시동을 걸고, 마치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목적지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렸다.정루아는 즉시 차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문틈이 벌어지는 순간, 구태윤의 손이 그녀를 낚아채듯 뒤로 확 잡아끌었다.단단한 품 안으로 처박힘과 동시에 차 문이 쾅 닫혔다.“문 잠그세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기사가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문을 잠갔다.이윽고 앞좌석과의 칸막이 솟아올라 시야를 차단하자, 뒷좌석은 얼음장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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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구태윤의 준수한 눈썹이 깊게 찌푸려졌다. 한껏 격앙된 그녀의 모습에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난 그냥 하준이한테 일이 터졌을 때만 갔었어. 그런데 나랑 정시연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래?”정루아는 그의 옷깃을 꼭 잡고 파르르 떨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결국 눈물은 그대로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녀가 씁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만약 언젠가 나랑 하준이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 거야?”“그럴 일은 없어.”구태윤의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불편함이 떠올랐다.“아직 어린아이잖아. 우리는 어른으로서 그 아이를 보살피는 게 당연한 거야.”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덧붙였다.“우리 형도 너한테 잘해줬잖아. 형 체면 봐서라도 하준이 좀 챙겨주면 안 되겠어?”“안 돼.”정루아는 단호하게 거절해버렸다.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고는 더 이상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맞아. 난 지독한 여자야. 난 그 아이의 존재가 당신의 시선을 빼앗아 가는 걸 참을 수가 없어. 그래도 돌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 그냥 이혼하자.”그야말로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아득한 길이었다.구태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힘없이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이혼은 절대 안 돼. 좀 진정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입장을 이해하게 될 거야.”정루아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잖아!”“효력 없어.”구태윤은 그 말을 내뱉고 난 뒤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정루아는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아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끝까지 동의하지 않겠다는 거지? 나 앞으로 그 모자 보일 때마다 호되게 괴롭혀줄 거야!”잔뜩 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에도 구태윤은 그저 깊은 눈동자로 지긋이 응시할 뿐이었다.그때의 그 눈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원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늘어선 경호원들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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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정루아는 거의 발광하듯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한참 소동을 부린 끝에 그녀는 부서진 물건들 사이에 주저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다.그러다가 돌연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술 창고로 가서는 안에 있는 술을 전부 꺼내 한 병 한 병 들이키기 시작했다.알코올이 신경을 빠르게 마비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완전히 취해버렸다.그녀는 이 모든 게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다.눈을 뜨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길 빌고 또 빌었다.서로 사랑하던 시절로. 그의 눈에 오직 그녀만 있던 그때로.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그녀를 깨웠다.“여보세요?”“사모님과 구태윤 씨의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언제 방문 가능하신가요? 바쁘시면 보내주신 주소로 택배로 보내드릴게요.”건강검진센터였다.정루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택배로 보내주세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둘러보았다.그녀는 청소 업체를 부르고 샤워를 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야속하게도 이건 꿈이 아니었다.모든 게 현실이었다.택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그녀는 현관에서 봉투를 뜯어 자신의 검사 결과를 먼저 확인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구태윤과 결혼한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2년 동안은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피임을 했었다.하지만 구하준이 태어난 뒤로, 구태윤이 정시연에게 불려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그 이후로 정루아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의 주의력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하지만 몰래 한약까지 먹으며 노력해 왔지만 임신은 되지 않았다.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정밀 검사를 받았던 것이다. 철저한 검사를 통해 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고 했다.문제가 있다면 시험관이라도 시도할 생각이었다.기념일 한 달 전에 했던 검진 결과가 이제야 도착했다.구태윤의 검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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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하이힐이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또각또각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방안을 가득 채우던 열기가 미묘하게 서서히 식어갔다.그들은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을 가린 사람은 장유성이었는데, 누구든 붙잡히면 그의 소원 하나를 들어줘야 했다.오늘의 주인공이 그인 만큼 규칙 역시 그가 만든 것이었다.“얘들아,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너희들 나 방해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 다 알아. 잡히기만 해봐, 오늘 제대로 뜯어낼 테니까.”장유성은 눈가리개를 쓴 채 히죽 웃으며 손에 든 풍선 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그 순간, 막대기가 누군가를 툭 하고 건드렸다.“잡았다!”그는 재빨리 그 사람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는 눈가리개를 벗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디 보자. 뭘 사 달라고 할까, 나는...”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차마 말을 끝까지 맺지 못했다. 표정 또한 그대로 굳어버렸다.“형... 형수님?”그는 놀랍게도 정루아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그는 감전이라도 된 듯 황급히 손을 놓았다.“언제 오셨어요? 아 진짜, 너희들 왜 아무도 말 안 해준 거야? 제가 직접 마중 나갔어야 했는데...”정루아는 감정 없는 텅 빈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예전엔 유성 씨 생일 때마다 내가 선물도 줬었잖아요. 유성 씨도 매번 날 파티에 초대했고요. 올해는 어떻게 된 거예요?”장유성의 눈빛이 흔들리고 말끝이 흐려졌다.“그, 그게... 전화드리려고 하긴 했는데, 태윤이 형이 형수님 다쳐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괜히 방해하지 말라고 해서요...”“그렇군요.”정루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파티장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물었다.“구태윤은요?”장유성도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였다.“방금 전까진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본 사람 없어?”그때 한 여자가 바깥을 가리켰다.“아까 밖에 있는 정원 쪽으로 가는 것 같던데요.”정루아는 말없이 그쪽으로 향했다.그 여자가 옆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정시연이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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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엄마!”“루아야!”“세상에!”몇 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구하준은 거의 동시에 달려와 작은 몸을 수영장으로 날렸다. 그러고는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정시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 뒤를 이어, 커다란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구태윤도 뛰어든 것이다.정시연도, 정루아도 수영을 하지 못했다.물에 뛰어든 순간, 정루아는 정시연의 손을 놓아버렸다.그러고는 허우적대는 정시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벌리고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다. 어릴 적 사고로 물에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나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때문에 수영도 할 수가 없었다.곧 죽을 것 같은 질식감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구태윤 또한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단 한 번도 그녀를 수영장 근처로 데려온 적이 없었다.지금, 정루아는 그를 바라보고 있다.구태윤은 누구를 선택할까.이제 그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가 한 행동만이 그녀에게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빛이 아득하게 흔들리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입안에서 시작된 기포가 연달아 위로 떠올랐다.그때 그녀의 눈에 한 장면이 들어왔다. 구태윤이 구하준을 번쩍 안아 올려 바깥으로 올려보내는 모습이었다.이후 그는 방향을 틀어 그녀 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그의 바로 옆에서 정시연이 온몸의 힘을 소진하고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는 곧바로 정시연을 구하러 향했다.정루아는 처연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이제 완전히 포기해버렸다.그의 세계에서 배열된 순위가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구하준이 첫 번째, 정시연이 두 번째, 그리고 정루아는 세 번째였다.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을 포함하지 않은 순위다.만약 그의 할머님이나 부모님까지 넣는다면?그녀는 아마 조금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저 사람이 바로 그녀가 8년을 사랑한 남자다.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물속에서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입과 코로 밀려 들어오는 물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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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던 남자의 손길이 멈췄다.순간 눈동자에 한 줄기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루아야,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내가 정관수술을 한 건 네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였어. 형수님이 아이 낳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내가 다 봤잖아. 넌 그렇게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정루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 달 전 그가 이 이유를 말했다면, 어쩌면 믿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렸다.구태윤은 정시연의 임신 기간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고, 그 뒤엔 지극정성으로 구하준을 돌봤다. 그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 있는지 너무나 선명했다.그리고 오늘에야 알게 된 그가 정관수술을 했다는 사실.그건 그녀를 위한 게 아닌 그 모자를 위한 선택이었다.드라이기 소음 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우리 이혼해.”하지만 구태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길고 매끈한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오가며 천천히 물기를 말려냈다.정루아가 힘껏 주먹을 말아쥐었다.그녀에게 이토록 많은 상처를 남기고도, 어떻게 여전히 다정하고 헌신적인 남자인 척할 수 있는 걸까?피곤하지도 않나?하지만 그녀는 이제 정말 지쳐버렸다.그녀는 돌연 손을 뻗어 드라이기를 움켜쥐었다. 맑았던 눈동자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이혼하자고!”드라이기가 바닥으로 내던져졌다.구태윤의 관자 쪽 핏줄이 불끈 튀어 올랐고, 잘생기고 날카로운 얼굴에 서늘한 한기가 내려앉았다.“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널 위한 거야. 그런데 왜 아직도 이러는 거야?”“꺼져!”정루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이젠 그와 따지고 싸울 기력조차 없었다. 그저 깊은 무력감과, 말로 할 수 없는 슬픔만이 가슴을 짓눌렀다.이미 선택을 끝냈으면서 왜 아직도 그녀를 위한다는 말을 하는 걸까?그때, 구태윤의 검은 눈동자에 서늘함이 떠올랐다. 그는 정루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꼭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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