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이 몽롱한 와중에 누군가 자신을 안아 들더니 포근한 침대에 눕히는 것이 느껴졌다.이윽고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손길이 닿자 통증에 숨을 들이켰다.그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설움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구태윤, 나 너무 아파...”그녀는 여전히 환상 속에 머물러 있었다.살갗만 긁혀도 부랴부랴 달려와 위로해주던 남자, 그리고 넓은 품에 안겨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던 여자.이미 그런 관계에 길든 상황이었다.꿈속에서 구태윤은 그녀를 감싸 안고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입술로 하나하나 닦아내 주었지만, 서러움은 그칠 줄 몰랐다.정루아는 남자의 옷깃을 꽉 움켜쥔 채 흐느끼며 푸념했다.“왜 정시연한테 잘해줘? 난 그 여자 싫단 말이야, 정말 끔찍해서 진절머리가 나! 당신도 나랑 같이 미워해야지, 마음이 변하면 어떡해? 정시연 사랑하게 된 거야? 정작 아내는 나 몰라라 하고 남이 애 낳는 거나 지켜봐 주다니. 흑흑... 구태윤, 나 이제 당신 따위 필요 없어!”머리가 뒤죽박죽 했고, 그녀는 진이 빠질 때까지 울다 깊은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내 침대에 걸터앉아 깔끔하게 처치된 무릎의 상처를 내려다보았다.정루아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니?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무릎 꿇고 있을 때는 본 척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걱정인가?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비위를 맞추느라 얼마나 바쁜지, 1분 1초를 쪼개 쓰는 정성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정루아는 이미 마음을 가다듬은 뒤였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밖으로 나오자 아래층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작은아빠가 우리 아빠 하면 안 돼요?”아이 특유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정란이 웃음을 터뜨렸다.“작은아빠가 그렇게 좋아?”“네, 너무 좋아요.”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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