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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Penulis: 낙화
하이힐이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또각또각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방안을 가득 채우던 열기가 미묘하게 서서히 식어갔다.

그들은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을 가린 사람은 장유성이었는데, 누구든 붙잡히면 그의 소원 하나를 들어줘야 했다.

오늘의 주인공이 그인 만큼 규칙 역시 그가 만든 것이었다.

“얘들아,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너희들 나 방해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 다 알아. 잡히기만 해봐, 오늘 제대로 뜯어낼 테니까.”

장유성은 눈가리개를 쓴 채 히죽 웃으며 손에 든 풍선 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막대기가 누군가를 툭 하고 건드렸다.

“잡았다!”

그는 재빨리 그 사람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눈가리개를 벗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디 보자. 뭘 사 달라고 할까,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차마 말을 끝까지 맺지 못했다. 표정 또한 그대로 굳어버렸다.

“형... 형수님?”

그는 놀랍게도 정루아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감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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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52화

    순간, 임혜숙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머니가 정곡을 찌를 줄은 몰랐다는 듯,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에요. 전...”“혜숙아, 넌 내가 낳은 딸인데 속으로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것 같아?”송문애의 목소리가 한층 차갑게 얼어붙었다.“넌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동정하면서 엄마인 나를 원망했고, 기어이 그 여자와 가까워졌지. 하지만 넌 잊었구나. 내가 아니었으면 너란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다는 걸.”“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안 태어나는 게 나았다고요!”임혜숙이 얼떨결에 내뱉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정루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어떻게 친어머니의 가슴에 저런 대못을 박을 수 있단 말인가.“외할머니는 엄마를 낳아준 분이에요. 엄마 눈엔 정략결혼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외할아버지 아픔만 보여요? 정작 외할머니 마음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차디찬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 졌을지,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외할머니의 심정이 어떨지 헤아려보긴 했냐고요!”정루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어떻게 이토록 이기적일 수 있죠?”신랄한 비난을 쏟아내는 딸을 보자 임혜숙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이내 욱하는 마음에 비아냥거렸다.“너는 뭐 다른 줄 알아? 명색이 내가 네 엄마인데, 자식이 돼서 엄마한테 이따위로 굴어?”정루아는 씁쓸하게 웃었다.“날 진짜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엄마가 있었으면, 나도 이런 상처 따위 안 줬을 거예요.”“너...!”임혜숙은 말문이 막혔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날 친딸로 생각했다면 애초에 소시연을 집에 들여놓지 말았어야죠.”정루아가 딱 잘라 말했다.“그러니까 가식 그만 떨어요.”임혜숙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정루아에게 뭐라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정루아는 송문애를 바라보며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지난 일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51화

    임혜숙은 정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외할머니도 진작 알고 계셨어야 할 일이야.”정루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제와서 굳이 들춰내서 엄마한테 좋을 게 뭔데요? 엄마는 외할머니 자식도 아니에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어떻게 외할머니한테 이럴 수가 있지?연세도 많으신데, 지나간 일은 그냥 묻어두면 어디가 덧나나?하지만 임혜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동안 가슴속에만 품고 살았어. 이제야 겨우 말할 기회가 생겼는데, 왜 못 하게 해?”“하...”정루아가 쏘아붙이려는 찰나, 송문애가 그녀의 팔을 슬쩍 끌어당겼다.“루아야, 걱정 마.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온갖 풍파를 다 겪었는데 뭐 그리 유난이니. 나 괜찮다.”“하지만...”정루아는 다시 설득해보려 했다.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을까?그녀는 임혜숙이 하는 말을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외할머니가 상간녀라니, 개소리였다.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괜히 마음을 쓰시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송문애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쟤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러는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정루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는 끼어들 수 없었다.2층, 방 안.임혜숙은 문을 닫은 뒤, 곧장 송문애의 앞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주은영은 저희 아빠랑 만나는 분이셨어요.”시작부터 폭탄선언이었지만, 송문애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임혜숙은 말을 이어갔다.“당시 정략결혼에 묶이기 싫었던 아빠는 은영 이모랑 야반도주하기로 했어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그 사파이어 귀걸이를 징표로 주려고 했죠. 그런데 집안사람들이 알아채고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아빠를 협박해서 못하게 막았어요. 심지어 은영 이모까지 억지로 시집을 보내버렸죠.”그러다 문득 감정이 북받치는지 서글픈 기색이 역력했다.“넌 주은영이란 사람은 어떻게 알았니?”송문애가 물었다.임혜숙은 흠칫하더니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원래 어머니 귀걸이가 아니라는 게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50화

    정루아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임혜숙은 친정엄마를 대할 때는 한없이 차갑고 거리를 두면서도, 정시연을 위해서라면 싫은 소리도 참아 가며 연기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대체 왜 저토록 정시연을 챙긴단 말인가.정루아는 숨을 깊게 내쉬고 입을 열었다.“전 동의할 수 없어요. 제가 힘들게 구해서 외할머니 드린 귀걸이인데,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가져가요? 절대 안 돼요.”임혜숙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지금 참견이 심하다?”정루아는 송문애를 돌아보며 말했다.“할머니, 그 귀걸이 엄마한테 주지 마세요. 엄마가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정시연 주려고 이러는 거라고요.”“정루아!”임혜숙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졌다.정루아를 막아서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그녀는 곧바로 송문애의 눈치를 살폈고,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모녀가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던 송문애의 눈가에 슬픔이 묻어났다.이내 정루아에게 나직이 말했다.“루아야, 그만 가자.”“네.”정루아는 내심 안도했다.외할머니가 마음이 약해져 임혜숙에게 귀걸이를 넘겨주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그녀는 송문애의 팔짱을 끼고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임혜숙은 이를 악물더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를 쫓으며 소리쳤다.“그 귀걸이 원래 어머니 것도 아닌...”“그만 좀 하세요!”정루아가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외할머니 연세가 몇인데, 아직도 해서는 안 될 말조차 구분을 못 하는 건가?정시연과 그 집안을 위해서라면 임혜숙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송문애는 눈을 지그시 감았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임혜숙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쏘아붙였다.“정루아, 나 지금 우리 엄마랑 얘기하는 중이잖아. 네가 뭔데 자꾸 끼어들어서 말을 끊어?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하...”정루아는 코웃음을 쳤다.“날 키워준 사람이 엄마인데, 제가 버릇이 없으면 그게 누구 탓이겠어요?”“너 정말...!”임혜숙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이때, 송문애가 정루아의 손을 찰싹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49화

    딸이 열 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둘의 사이는 무척 각별했다.하지만 언젠가부터 임혜숙은 점점 담을 쌓기 시작했다.시간이 흐르며 송문애는 그저 딸이 사춘기를 맞아 반항하는 것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로 자신과 거리를 더욱 멀리하고, 심지어 연고도 없는 타지로 시집을 가 버린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딸은 애초에 자신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결혼 생활 수십 년 동안 안부 전화 한 통 걸어오는 법이 없었고, 친정 문턱을 넘는 일은 손에 꼽힐 만큼 드물었다.그랬던 딸이 이번에 먼저 연락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문득 임혜숙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하지만 저택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감도는 낯선 거리감에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는 차갑게 식어버렸다.갑작스러운 연락 뒤에는 분명 다른 속셈이 있을 터였다.그렇기에 더는 이곳에 머물 이유도, 효녀 시늉하는 딸의 연극에 맞춰 줄 마음도 사라졌다.“어머니, 서운하게 진짜 왜 그러세요?”임혜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억울한 듯 말했다.“전 정말 진심으로 드린 말씀이에요.”송문애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점점 옅어졌다.“알았어. 그럼 점심은 먹고 갈게.”임혜숙은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어찌 됐든 머물다 가겠다고 하니 다행이었다.이내 물었다.“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주방에 바로 준비하라고 할게요.”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루아가 기가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임혜숙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명색이 딸이라는 사람이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몰라 대놓고 물어보았으니 이상하게 여길 만했다.송문애가 대답했다.“아무거나 다 괜찮다. 난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임혜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마음을 짓누르던 찜찜함도 조금은 누그러졌다.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정루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송문애와 임혜숙의 관계는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러웠다.자신이 외할머니를 대할 때의 살가움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대체 왜일까?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48화

    상대방이 무슨 말을 건넸는지, 송문애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기다리마.”통화는 금세 끝이 났다.정루아가 물었다.“할머니, 엄마가 뭐래요?”송문애는 웃으며 대답했다.“네 엄마가 얼마 전부터 우리 집에 청소 도우미를 주기적으로 보내줬거든. 어제 갔더니 내가 없다고 오늘 전화 온 거야. 너희 집에 있다니까 그럼 보자고 하네.”얼굴에는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루아야, 네 엄마한테서 이렇게 먼저 연락이 온 게 진짜 얼마 만이냐.”정루아는 마음이 착잡해졌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래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됐어.”송문애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넌 출근해야지. 난 네 엄마 얼굴만 보고 바로 내려갈 거야.”“벌써 가시게요?”정루아는 섭섭함을 숨기지 못했다.“며칠만 더 계시다 가세요. 할머니 오랜만에 모셨는데...”그러자 송문애가 말했다.“그럼 일 다 보고 이 할미 보러 오려무나. 난 역시 이쪽 동네는 통 적응이 안 되는구나.”정루아는 송문애에게 매달려 며칠만 더 있다 가라고 애교를 부렸다.하지만 송문애가 뜻을 굽히지 않자 별수 없었다.결국 출근하는 대신 외할머니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행여나 임혜숙이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낼까 봐 옆에서 지켜볼 심산이었다.그녀는 송문애를 모시고 곧장 정씨 가문으로 향했다.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회복 중인 임혜숙은 안색이 한결 좋아져 있었다.“루아야, 왔어?”딸을 본 임혜숙은 반갑게 맞아주었다.“어머니, 어서 앉으세요.”임혜숙은 도우미에게 다과를 차려오게 했다.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송문애를 대하는 태도에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오실 거면 저한테 미리 말씀이라도 하시지. 기사 보내서 모셔 왔을 텐데요.”송문애가 말했다.“루아 얼굴도 좀 보고, 겸사겸사 사파이어 귀걸이도 다시 찾아가려고 들렀단다.”임혜숙이 흠칫 놀랐다.“루아가 그 귀걸이를 어머니께 드렸다고요?”“그래.”송문애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계속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47화

    “여기가 네가 지내는 곳이니? 참 좋구나.”송문애가 집 안으로 들어서며 두리번거리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오롯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오자 정루아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송문애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네, 얼마 전에 이사 왔어요. 거실 밖으로 보이는 호수 뷰가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호수 조망을 갖춘 아파트인지라, 발코니에 서면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송문애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루아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할미한테 얘기해 봐.”정루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생각할수록 초라했고, 자신의 처지가 수치스럽기까지 했다.그녀는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얼른 쉬어요. 늦게 주무시면 건강에도 안 좋아요.”그러고는 송문애의 팔을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송문애는 손녀의 투정을 이겨 내지 못하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두 사람은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정루아는 외할머니의 품에 안긴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송문애는 곁에 없었다.깜짝 놀라 서둘러 방을 나서자, 곧이어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송문애의 뒷모습을 발견했다.“할머니, 힘들게 밥은 왜 하고 계세요? 우리 그냥 나가서 사 먹어요.”정루아가 다가가며 말했다.하지만 송문애는 고개를 저었다.“사 먹긴 뭘 사 먹어. 이 할미가 차려주는 밥, 오랜만이지 않아? 먹고 싶지?”“당연하죠! 하지만 할머니가 고생할까 봐 그러죠.”정루아가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송문애가 말했다.“그럴 줄 알고 네가 좋아하는 걸로 간단히 두 가지만 준비했단다.”내심 근사한 요리를 차려주고 싶었지만, 정루아의 집에 있는 식자재가 워낙 소박해 아쉬울 따름이었다.정루아가 씻고 나오자, 식탁 위엔 어느새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소박한 계란전과 죽이었지만, 한 입 먹자마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역시 이 맛이에요!”송문애가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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