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경은 콧방귀를 뀌며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한민혁은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어머니에게 맞설 때 느꼈던 압박감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그는 곁에 서 있는 정루아를 바라보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사모님, 죄송합니다...”“실장님 말이 맞아요.”정루아는 어느새 마음을 가다듬었다.“얼굴이라도 한번 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한데, 아까 실장님 입으로 그러셨잖아요. 그 사람이 깨어나기 전엔 누구든 접근 금지라고.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한민혁은 할 말을 잃었다.이거야 원,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꼴이었다.쌩하니 떠나는 정루아의 뒷모습을 보며, 한민혁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다음 날, 주기언은 정원 그룹을 겨냥한 계획서를 보내왔다.정루아는 내용을 훑어본 뒤 그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며 안심하고 전권을 맡겼다.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정원 그룹 내부가 다시 한번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해 질 녘, 정루아는 퇴근길에 병원으로 향해 외할머니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들려왔다.“당장 비켜, 내가 정루아 아버지야!”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하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정원 그룹에 탈이 났고, 딱히 흔적을 숨긴 것도 아니니 정석주가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였다.정루아는 송문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그래.”송문애가 대답하며 한마디 덧붙였다.“몸조심하고.”“네, 걱정 마세요.”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병원 복도에는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 정석주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회사가 공들여 성사시키려던 몇몇 계약이 또다시 수포가 되었기 때문이다.조사를 해본 결과, 프로젝트를 가로챈 주범은 다름 아닌 정루아였다.송문애의 재산을 상속받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몇 개 더 물려받은 상황이었다.정원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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