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아의 마음 한구석에는 내내 불길한 예감이 가시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뜨렸다. 의아해하는 연지아를 뒤로하고 하인이 문을 열었다.데이비드가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연지아를 보자마자 물었다.“에블린, 너 괜찮아? 성유원 그 자식이 너 괴롭힌 거 아냐?”이틀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연지아의 안색은 몹시 수척해 보였다.“난 괜찮아. 데이비드, 여긴 어떻게 왔어?”“걱정돼서 와봤지.”그날 밤 연회장에서 연지아와 성유원이 동시에 사라진 걸 보고 데이비드는 성유원이 그녀를 데려갔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렸다. “성유원 이 자식, 진짜 못됐어.”“왜, 무슨 일 있었어?”데이비드가 그간의 사정을 짧게 털어놓았다. 알고 보니 연회장에 약혼녀인 엘리나가 나타난 건 성유원이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지난 이틀 사이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정략결혼 날짜를 확정 지으려 서두르고 있었다. 이 모든 배후에 성유원의 농간이 있다는 게 데이비드의 확신이었다.데이비드는 지금의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고 결혼 따위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물론 연지아를 차지할 수 없다는 건 알았지만 단 얼마간이라도 사귀어보고 싶다는 미련이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유혹해서 넘어오지 않은 여자는 없었으니까.연지아가 엷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엘리나 씨, 인상도 좋고 너랑 참 잘 어울리던데.”데이비드는 상처받았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에블린, 네가 날 안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렇게까지 말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해야겠어?”연지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진심으로 하는 말이야.”“됐다, 됐어. 알았다고. 그나저나 성유원이 너 여기 가둬놓고 못 나가게 하는 거야?”딱히 나가지 못하게 막은 적은 없었지만 휴대폰은 망가졌고 수중에 돈 한 푼 없으니, 연지아로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데이비드, 휴대폰 좀 빌려줘.”“갑자기 왜?”“일단 좀 줘봐.”데이비드는 더 묻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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