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562 챕터

제401화

안연청은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가 피어올라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그녀의 곁에 서 있던 경호원이 조정혁을 바라보았다.경호원은 방금 밖으로 나가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매장 안 상황을 살피며 먼저 자리를 뜰지 물었지만 안연청은 구경이나 하겠다며 남겠다고 고집했다.그때 조정혁이 묻는 소리가 들렸다.“에블린이 남자의 침대로 기어 올라가 자리를 차지한 여자라고?”남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안연청은 조정혁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그의 기가 워낙 압도적이라 공포가 모든 생각을 잡아 삼켰다. 그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묻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보기에 이 남자는 그저 노는 걸 좋아하는 바람둥이일 뿐이었다. 아마 연지아에게 꽂혀 가볍게 즐겨보려 했으나 연지아가 밀당을 하며 거절하는 바람에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한 것에 불과하리라 생각했다.정말이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조정혁 씨는 아마 모르시겠지만, 저 여자는 예전에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 마음씨까지 고약해요. 사랑을 얻지 못하자 비열하게 약까지 써서 남의 침대에 기어들어 갔던 여자라고요.”조정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아, 그래요? 그럼 그 여자가 그쪽 남자의 침대에라도 기어 올라갔다는 건가요?”안연청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긍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왜 내 귀엔 에블린이 안연청 씨가 남의 가정을 파탄 낸 불륜녀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 걸까요?”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연청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바로 그때 경호원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대표님.”“매장 안에 또 누가 있지?”경호원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슬쩍 쳐다보았다. 아까 그를 조정혁이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자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조 씨 성을 가진 신사분 한 분 계십니다.”성유원이 전화를 끊었다.곧바로 조정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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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조정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성큼성큼 다가와 멈춰 섰다.“내 실수군. 네 사촌 동생에게 사과하지. 미안하게 됐다.”성민우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저번엔 저 친구가 내 동생을 때렸으니, 이걸로 비긴 셈 치자고.”“비긴 셈으로 치겠다?”성유원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내 사전에 그딴 계산은 없는데?”그 말을 들은 조정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럼 유원, 네가 원하는 게 뭐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구도 반응할 틈이 없었다. 성유원의 주먹이 그대로 조정혁의 얼굴에 꽂혔고 조정혁은 맥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현장의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성민우는 사촌 형의 이런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연지아 역시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신중하던 성유원이 사람들 앞에서 직접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성민우를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방금 서럽게 울던 안연청을 위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안연청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성유원의 이렇게 강인한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순간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평소 그가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주긴 했지만 지금처럼 앞장서서 자신을 위해 싸워준 적은 없었다. 거칠고 야성적인 남성미가 넘치는 이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지독한 편애의 느낌이었다.비록 지금 이 주먹이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었다.다행히 그는 성민우를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성민우는 결국 그의 가족이었고 그가 당했다는 것은 곧 성유원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과 다름없었으니까.조정혁의 경호원들이 달려들려 하자 그는 손을 들어 제지한 뒤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조정혁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성유원을 향해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그래서, 이제 비긴 건가?”성유원의 검은 눈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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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조정혁은 구경이라도 하듯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안연청은 그 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며 조정혁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연청아, 에블린 씨에게 사과해.”이때 송나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연청은 경악한 눈으로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가 자신에게 사과를 시키다니 믿을 수 없었다.“오빠, 나한테 어떻게...”그녀는 성유원을 바라보며 억울한 듯 외쳤다.“유원 오빠!”성유원은 조정혁을 응시하자 조정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야.”“민우야, 우린 가자.”연지아는 단 일 초도 이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성민우는 연지아를 데리고 매장을 나섰다.쇼핑몰을 나온 뒤 연지아는 차를 몰아 성민우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오른쪽 팔의 상처가 꽤 깊어 보였지만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단순한 외상이었다.병원을 나왔을 때는 이미 선물을 살 기분이 아니었던지라 내일 공항 면세점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민우야, 미안해.”연지아가 갑자기 입을 뗐다. 성민우는 멈칫하며 연지아를 돌아보았다.“왜 미안하다고 해?”연지아가 그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당연히 미안하지...”성민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이런 가벼운 상처가 뭐 대수라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나을 거야. 그리고 너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누군가 너를 괴롭히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잖아.”연지아는 미소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죄책감으로 무거웠다.성민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정 미안하면 이제 돌아가서 내 몸 간호나 잘 해줘. 그걸로 퉁치기로 하자.”연지아가 대답했다.“그건 당연하지.”“그럼 오늘 저녁엔 친구랑 약속 있다고 했지? 이따가 설민성 씨한테 전화해서 같이 가라고 할게.”연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지금 회사로 가서 만나야겠어.”그들은 차를 몰아 회사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 연지아는 오늘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을 이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나린은 바로 내려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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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팔은 많이 다친 건가요?”강현수가 성민우를 보며 묻자 성민우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살짝 긁힌 정도예요.”“그렇다면 다행이네요.”연지아가 물었다. “교수님, 그쪽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강현수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내일은 민우 씨랑 마음 편히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해.”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다음 날 아침 8시, 연지아와 성민우는 짐 정리를 마쳤다.설민성이 짐 가방을 트렁크에 실었고 이후 강현수도 함께 차를 타고 그들을 공항까지 배웅했다.“조심해서 가고, 도착하면 메시지 보내.”강현수가 당부했다.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교수님도 꼭 안전 조심하셔야 해요. 아무 일 없어야 하고요.”강현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안심시켰다.“응, 별일 없을 거야. 마음 편히 돌아가.”성민우 역시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연지아가 캐리어를 밀며 떠나려던 찰나 정면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성민우는 그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강현수도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조정혁은 곧장 일행 앞으로 다가오더니 시선을 연지아에게 고정했다.“이제 귀국하는 모양이군. 에블린, 배웅하러 왔어. 다음에 우리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지.”연지아가 대꾸했다.“다음에 당신 이름을 듣게 된다면, 그땐 당신이 이미 비참하게 죽었다는 소식이었으면 좋겠네요.”그녀의 말에 조정혁이 피식 웃었다.“에블린, 너무 무정하잖아. 아직 너를 갖지도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죽겠어.”그 말에 성민우는 참지 못하고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나섰다. 그때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 “조정혁 씨는 여기 서 있을 여유가 있나 보군요.”조정혁은 표정을 약간 굳히며 강현수를 바라보았다.“강현수 씨, 그게 무슨 뜻이죠?”강현수는 대답 대신 연지아와 성민우를 향해 말했다.“두 사람은 이만 가 봐.”연지아와 성민우는 짐을 밀며 뒤돌아 떠났다. 두 사람이 멀어지고 나서야 강현수와 설민성도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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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모두가 모인 식탁 앞에서 연지아는 주로 회사 주식 양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일에 대해서만 설명했을 뿐 다른 일들은 입에 담지 않았다.“그래, 잘했다. 혼자 몸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이제부터는 국내에서 활동하렴.”배난화는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배우진도 동의했다. 그는 연지아가 너무 고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이후 사흘간 연지아는 집에서 푹 쉬며 시차를 적응했다. 그녀는 해외 금융권 소식에 계속 귀를 기울였고 가끔 강현수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성민우는 편히 쉴 틈이 없었다.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던 탓에 회사에는 그를 기다리는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지라 연지아는 매일 성민우의 회사로 점심 도시락을 배달했다. 배난화가 특별히 그를 위해 정성껏 달인 보양식들이었다.며칠간 몸조리를 한 덕분에 성민우는 눈에 띄게 회복되었고 이제 서류 작업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직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손재인과 강진연이 집으로 찾아왔다. 연지아에게 별일이 없음을 확인한 강진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던 어느 날 연지아는 성민우를 데리고 재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의 외래 진료 대기실로 들어서던 중 정면에서 걸어오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연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박은희와 안연청의 어머니인 송정미였다. 두 사람이 왜 함께 있는지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니 송정미가 이서연과 친분이 두터우니 박은희와 어울리는 것도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송정미는 연지아를 보자 시선이 잠시 머물렀으나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눈길을 거두었다.성민우가 성큼성큼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엄마, 병원엔 어쩐 일이세요?”박은희는 아들을 본 뒤 연지아를 훑어보며 말했다.“응, 나는 괜찮아. 지인 배웅하러 온 거야. 네 팔은 아직 안 나았니?”성민우는 귀국 후 집에 한 차례 들렀기에 박은희도 그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의 다 나았어요. 오늘 확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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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송정미는 흐트러진 기색을 추스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전 괜찮아요, 가시죠.”박은희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송정미가 슬쩍 물었다.“방금 그 아가씨는 민우 여자친구인가요?”송정미가 연지아의 정체를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다들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으니까.박은희 역시 길게 설명하지 않고 짧게 답했다.“아뇨, 민우 친구예요.”“아, 둘이 같이 걷는 걸 보니 꼭 연인 같아서요. 민우랑 참 잘 어울리던데.”박은희는 그저 웃어 보일 뿐 말을 아꼈다.하지만 송정미의 말을 듣고 나니 자꾸만 생각이 깊어졌다. 박은희는 늘 성민우의 혼사가 걱정이었다. 그의 나이도 이제 적지 않았고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결혼 이야기만 꺼내면 성민우는 질색을 했다.마음에 둔 여자라도 있느냐고 물어도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였다.문득 지난번 박씨 가문에서 연지아와 꽤 친밀하게 지내던 모습과 방금 들어올 때 아들이 연지아를 바라보며 말하던 그 눈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더 이상의 생각을 멈췄다.검사를 마친 성민우와 연지아는 함께 점심을 먹었다. 성민우가 회사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민우야, 오늘 저녁엔 집에 와서 밥 먹어.”성민우가 대답했다.“오늘 야근해야 할 것 같은데, 엄마 무슨 일 있어요?”어머니가 전화를 건 의도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박은희가 한숨을 내쉬었다.“온종일 일밖에 모르고 사니 원... 너도 이제 네 앞날을 생각해야지...”“됐어요, 엄마.”성민우가 말을 잘랐다.“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재촉하지 마세요. 진짜 바쁘거든요, 별일 없으면 끊을게요.”성민우가 전화를 끊었다. 결국 박은희는 묻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지금의 연지아는 외모도 아름답고 재능까지 겸비했다. 성민우 외할아버지께서 그녀를 무척 아끼시는 것만 봐도 성품은 보증된 셈이었다.만약 그녀가 미혼이었다면 성민우와 연지아가 잘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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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눈 깜짝할 새에 다시 2주가 흘렀다.늦가을의 경원시는 쓸쓸하고 적막했으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연지아는 이미 업무 컨디션을 회복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돌리기 시작했고 성시하는 계속 연 씨 가문 저택에서 지내고 있었다.저녁이 되자 성시하가 성유원과 영상 통화를 했다. 이번은 성유원이 성시하 곁을 떠나있던 시간 중 가장 긴 기간이었다.성시하는 아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에블린 이모가 곁에 있어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았다.“아빠, 빨리 오면 안 돼?”“응, 아빠가 17일에 돌아갈 거야. 시하야, 무슨 선물 갖고 싶어?”“아빠가 주는 건 다 좋아. 아빠, 에블린 이모 선물 챙기는 거 잊지 마.”“...”화장대 앞에 앉아 피부 관리를 하던 연지아는 성유원의 말을 듣고 멈칫했다. 강현수 역시 17일에 돌아오기로 했으니 아무래도 두 사람이 같은 날 항공편을 예약한 모양이었다.요 얼마간 조씨 가문 쪽은 연달아 추문이 터져 나왔고 조씨 가문의 회사 펀드 주가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조씨 가문의 스캔들은 국내 경제 보도에서도 빈번하게 다뤄졌다.조정혁이 강현수의 펀드 프로젝트에 투입했던 자금은 주식 시장에 묶여 버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조정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때 손절해 피해를 줄이는 것뿐이었고 강현수를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것보다 국면을 안정시키는 게 더 급선무였다.성유원 쪽 상황은 이랬다.강현수의 말에 따르면 성유원이 조정혁을 돕긴 했으나 그런 남자가 아무 대가 없이 도와줄 리 만무했다. 그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조정혁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두 개를 집어삼켰다.결국 어부지리를 취한 사람은 성유원이었으니 정말이지 교활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다만 강현수 역시 조정혁의 자금을 묶어두면서 얻은 수익이 꽤 쏠쏠했다.연지아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영상 속 남자가 다시 물었다.“시하야, 방에 혼자 있어?”성시하가 연지아를 돌아보며 말했다.“아니, 에블린 이모가 향기 나는 거 바르고 있어.”말을 하며 성시하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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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연지아는 오늘 하얀 코트를 입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바람에 가볍게 휘날리고 있었다.머리에 쓴 진주 머리띠 덕분인지 뽀얗고 섬세한 얼굴은 품에 안긴 생화보다 더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화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풍겨 한동안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성유원은 깊고 검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곁에 있던 송나겸이 무어라 말을 붙이려 했지만 남자는 이미 긴 다리로 성큼성큼 연지아를 향해 걸어간 뒤였다. 성유원은 연지아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연지아는 깜짝 놀라 멈칫했다.“당신...”남자는 품에서 보랏빛 팔찌 하나를 꺼내더니 그대로 그녀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응결된 지방처럼 매끄러운 질감에 투명도가 높은 유리종 비취였다.흐린 날씨임에도 영롱한 광택을 내뿜는 것이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가격대임을 짐작게 했다. 연지아는 찰나의 순간 그 보랏빛 광채에 마음을 빼앗겼다.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음에 들어?”연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두었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사실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는 없는데. 시하한테 선물 줬다고 말하면 나도 굳이 따지진 않았을 거야.”성유원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네가 시하 앞에서 내 험담을 할지 안 할지 내가 어떻게 알지?”‘이게 무슨 소리야?'연지아는 황당했다.‘내가 아빠와 딸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이라도 된다는 건가?’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를 무시했다.성유원은 꽃다발을 안은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공기 중에는 짧은 정적이 감돌았다. 연지아는 앞에 선 남자가 도무지 비킬 생각을 않자 의아한 듯 눈을 맞추며 물었다.“아직 안 가?”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아야.”연지아는 몸을 살짝 틀어 공항 게이트에서 걸어 나오는 강현수를 발견했다. 그녀는 더 이상 성유원에게 신경 쓰지 않았고 당연히 남자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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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연지아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팔찌를 빼내며 말했다.“그럼 이거 꽤 비싸게 팔리겠네요!”강현수가 답했다.“이 정도 품질이면 적어도 18억 원 이상은 받을 거야.”연지아는 깜짝 놀랐다. 성유원이 제법 통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안연청에게 망설임 없이 내주었던 그 블랙 카드에 비하면 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팔찌 자체는 무척 아름다웠으나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찝찝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그에게 다시 돌려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한 시간여 뒤 연지아는 회사에 도착했다. 설민성이 그녀의 차로 강현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돌아가는 길에 강현수는 강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아가 그러는 데 네가 배탈이 났다던데?”강진연은 소파에 기대앉아 여유롭게 과일을 먹으며 대꾸했다. “배탈은 무슨, 그냥 핑계지. 오빠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빠져준 거야.”강현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럼 오빠, 지금 지아랑 헤어진 거야?”“응, 지아는 회사로 들어갔고 나도 곧 집에 도착해.”강진연이 아쉬운 듯 대답했다.연지아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성시하의 전화를 받았다.“에블린 이모, 오늘 아빠 마중하러 공항 간 거 아니었어요?”연지아는 멈칫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알고 보니 아빠한테 고자질이나 하는 사람은 바로 그 남자였다. 순간 성시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시하야, 이모가 친구랑 먼저 약속한 게 있었어. 이모가 시하한테 제대로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성시하가 실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아빠가 이모한테 선물 줬다고 하던데, 이모도 아빠한테 꽃 한 다발 선물해주면 안 돼요?”연지아는 망설이다가 일단 알겠노라 답하며 전화를 끊었다.그날 밤 고성주가 강현수의 귀국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 조정혁의 펀드 프로젝트에서 거둔 수익은 뜻밖의 수확이었다.시장을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인맥도 굳건히 다졌고 이번 수익만으로도 지난번 동화에서 입은 손실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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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강진연과 손재인은 그제야 말을 멈췄다.다음 날 연지아는 팔찌를 성유원의 회사로 부쳤다. 택배는 안내 데스크에 도착했다. 마침 안연청이 성유원을 만나러 회사를 찾아온 참이었다.해외에서 연지아와 마주친 이후 그녀의 오빠는 이튿날 바로 그녀를 국내로 돌려보냈다. 성유원은 그녀에게 연락 한 통 없었고 그녀 역시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송나겸은 그가 업무로 바빠서 그런 것이라 위로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초조해졌다.성유원이 국내에 없으니 회사에 출근할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그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그녀는 오늘 특별히 직접 요리한 점심 도시락을 챙겨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안내 데스크에 도착했을 때 택배 기사와 직원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이거 성 대표님께 온 건가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안연청을 보더니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맞습니다.”“나 줘요, 내가 직접 가지고 올라갈게요.”“귀중품이라 대표님께서 직접 수령하셔야 합니다. 안연청 씨, 제가 함께 위로 올라가시죠.”직원은 택배 기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안연청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안연청은 손에 든 포장 박스를 유심히 살폈다. 꽤 정교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호기심에 슬쩍 열어보니 안에는 영롱한 빛을 내뿜는 보랏빛 팔찌가 들어있었다. 안연청은 단숨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상자 안의 물건을 본 직원 역시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고가품임을 알 수 있었기에 그녀는 얼른 아부 섞인 말을 건넸다.“이거 분명 대표님께서 안연청 씨에게 주시려고 준비한 선물인가 봐요.”그 말을 들은 안연청의 입가에 기쁨 섞인 미소가 번졌다. 성유원이 분명 자신을 달래주려고 준비한 선물일 거라 확신했다.‘오빠가 나를 신경 안 쓸 리가 없지.'그녀는 상자를 닫아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거 먼저 오빠한테 전해주고 사인받으세요. 난 좀 있다가 들어갈게요.”그녀는 성유원이 직접 서프라이즈로 선물을 주길 기다리고 싶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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