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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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강이주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구기빈이 강이주를 바라봤다.“정말 고맙다고 생각하면, 며칠 뒤에 열리는 경매에 같이 가 줘. 나 그날 파트너가 필요하거든.”마침 그 기회에 강이주를 자신의 사람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다만 강이주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었다.말을 마친 구기빈은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강이주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강이주는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그래.”구기빈이 웃었다.“그럼 그날 내가 데리러 갈게. 경매는 크루즈에서 열려.”강이주는 잠시 망설이는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설마 그 경매... 요즘 그렇게 화제라던 그 ‘해상 경매’인가?’그 경매에는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인다고 했다.구기빈의 배경을 생각하면 초대받는 것도 당연했다.강이주가 예상하지 못한 건, 구기빈이 자신을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이었다.여자의 놀란 시선을 받은 구기빈이 가볍게 웃었다.“긴장하지 마. 그냥 평범한 경매야.”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구기빈에게는 평범할지 몰라도, 강이주에게는 아직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였기에.긴장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그래도 구기빈이 자신을 데려가려는 데에는 나름의 생각이 있을 터였다. 강이주는 결국 구기빈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임해승과 류남정이 도착하자, 강이주는 구기빈 곁에서 두 사람을 맞았다.자리에 앉자마자 구기빈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남정 씨, 예전에 J시 쪽으로도 사업 넓혀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마침 강중그룹에서 패션쇼를 준비 중인데, 믿을 만한 디자이너 팀을 찾고 있어요.”임해승과 류남정의 시선이 동시에 구기빈 옆에 앉은 강이주에게 향했다.강이주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지금 강중그룹의 상황을 생각하면, 상대가 굳이 강중그룹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강이주가 직접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자, 임해승이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소개하는 일이면 나야 문제없지. 우리 남정이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임해승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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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식사 내내 강이주는 생각이 많았다.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구기빈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도와주는지였다.곁눈질로 강이주를 살피던 류남정은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는 구기빈을 보게 됐다. 그러자 대충 감이 왔다.‘어떤 남자는...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고 온갖 수를 다 쓰면서도...’‘고백 한마디를 못 하는구나.’그 생각에 류남정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곁에 앉아 있던 임해승이 류남정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뭐가 생각나서 그렇게 기분이 좋아?”J시에 오기 전, 임해승은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류남정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그 뒤로 류남정은 굳은 표정으로 임해승을 상대하지 않았다.말도 길게 섞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다정한 표정은커녕 눈길조차 차가웠다.그런데 지금 류남정이 웃고 있으니, 임해승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류남정이 임해승을 슬쩍 바라봤다.“궁금해?”임해승은 대놓고 궁금하다는 얼굴로 류남정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보던 류남정이 코웃음을 쳤다.“왜 알려 줘야 하는데?”말을 마친 류남정은 시선을 돌렸다. 임해승을 상대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가 분명했다.또다시 문전 박대를 당하자, 임해승의 마음에는 허탈함이 밀려왔다.임해승은 구기빈을 보며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이따 한잔할래?”임해승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류남정의 기분을 풀어주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오늘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았을 것이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눈치챈 구기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구기빈은 고개를 돌려 강이주에게 식사 뒤 일정을 조용히 설명했다.강이주는 처음에는 구기빈만 두 사람과 함께 가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오늘 구기빈이 자신을 위해 해 준 일을 떠올리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잠시 생각한 뒤, 강이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식사 후, 구기빈과 임해승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강이주가 류남정에게 말했다.“이 근처에 종탑이 있어요. 잠깐 나가서 걸으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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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류남정이 배우는 것도 차분하고 안전한 것들뿐이었다.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건 류남정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임씨 집안과 류씨 집안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해승은 어릴 때부터 류남정 곁을 지켰다.모두 임해승이 결국 류남정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고, 류남정 자신도 그렇게 믿었다.하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임해승 곁에 다른 여자가 등장했다.그때부터 류남정은 조금씩 임해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류남정은 임해승을 향한 마음도 늘 조심스럽게 억눌러야 했다.임해승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류남정은 존중하고 축복해 주려고 했다.모든 것이 바뀐 건 류남정의 심장병이 악화되면서부터였다.임해승의 여자친구는 임해승을 따라 류씨 집안으로 류남정을 문병하러 왔다가, 류남정의 허락도 없이 일기장을 들춰 보았다.그 일로 류남정과 임해승의 여자친구는 크게 다퉜다. 임해승은 격하게 화를 내는 류남정을 뒤로 한 채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갔다.두 사람이 떠난 뒤, 발작을 일으킨 류남정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임해승도 곧바로 소식을 듣고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들리는 말로는 임해승의 여자친구가 병원에 가지 말라며 화를 냈고, 감정이 격해진 끝에 임해승과 핸들을 두고 몸싸움을 벌였다고 했다.임해승은 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고, 임해승의 여자친구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그 여자는 생전에 장기 기증 서약을 해 둔 상태였다. 류씨 집안에서는 여자 쪽 가족의 동의를 얻은 뒤, 심장을 기증받기로 했다.임해승이 깨어났을 때, 류남정의 심장 이식 수술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류남정이 담담하게 자신과 임해승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강이주의 마음 한쪽은 설명하기 어렵게 먹먹해졌다.강이주는 한 걸음 다가가 류남정을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어떤 관계가 남정 씨를 지치게 만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내려놓으셔도 돼요. 끊어 내는 과정이 아무리 아프다 해도, 관계가 끝났다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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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일행은 ‘Fittro’로 향했다.익숙한 룸에 앉자, 강이주는 그날 밤 구희라가 남자 모델들을 불렀던 장면을 떠올렸다.강이주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해졌다.류남정은 처음에는 임해승 곁에 앉아 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강이주 쪽으로 다가왔다.다 큰 남자 둘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굳이 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강이주는 고개를 숙인 채 임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심씨 집안 쪽은 지금 완전히 난장판이었다.지정애는 조사를 받게 됐고, 심원희 쪽에서는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그 여파로 심명그룹 주가까지 영향을 받고 있었다.심순남과 심원후는 지금 이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런데도 심순남은 강이주를 찾아와 시비를 걸 시간은 있는 모양이었다.심씨 집안이 흔들리는 걸 보니, 강이주의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류남정은 자리에 앉자마자 강이주의 분위기를 알아차렸다.“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강이주가 살짝 웃었다.“나쁘진 않아요.”강이주는 류남정에게 말했다.“남정 씨는 술 마시지 마세요. 제가 주스 한 잔 가져다 달라고 할게요.”강이주는 류남정 손에 들린 와인잔을 보자, 류남정의 심장병이 떠올랐다. 차라리 주스를 마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류남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괜찮아요.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돼요.”그 말에 강이주는 더는 고집하지 못했다.다만 류남정의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강이주는 오는 길 내내 임해승이 류남정을 세심하게 챙기던 모습을 떠올렸다.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류남정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다.류남정은 강이주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물었다.“가끔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주 깊이 사랑하는 척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연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손해 볼 것도 없잖아요.”그 말은 강이주에게도 그럴 듯하게 들렸다.심원후도 꽤 그럴듯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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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구기빈에 대한 류남정의 평가는 꽤 높았다.뭔가 떠올랐는지, 류남정이 말을 이었다.“전에 해승이가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어요. 구 대표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런데 정작 구 대표 주변에서 여자라고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런 사람이 있긴 한 건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까...”류남정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의미심장한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강이주는 구기빈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두 번째로 들었다.류남정의 시선은 눈치채지 못한 채, 강이주는 구기빈 쪽을 바라봤다.‘저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강이주를 따라 류남정도 구기빈을 힐끗 보고는 다시 말했다.“이주 씨, 구 대표가 직접 이주 씨를 해승이 앞에 소개했잖아요. 혹시 구 대표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이주 씨 아니에요?”말을 마친 류남정은 강이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류남정의 말을 듣자마자, 강이주는 눈을 크게 뜨면서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절대 저 아니에요. 남정 씨가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강이주가 예전부터 구기빈과 특별한 접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류남정은 강이주를 위아래로 가볍게 살폈다.“왜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저는 두 분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제가 구 대표를 알게 된 뒤로, 구 대표 곁에 여자가 있었던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주 씨가 처음이에요.”적어도 류남정이 보기에는, 강이주는 구기빈에게 분명히 특별한 존재였다.구기빈 자신이 직접 다리를 놓아주었고, 식사 자리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강이주를 챙겼다.심지어 지금 같은 공간에 있는 동안에도, 구기빈의 시선은 가끔씩 강이주 쪽으로 향했다.이 정도인데 아무 감정도 없다면, 류남정은 구기빈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강이주는 류남정이 구기빈에 대해 하나씩 짚어 주는 말을 들으며, 멀지 않은 곳에 앉은 구기빈을 곁눈질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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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강이주는 밤새 마음이 어지러웠다.구기빈과 임해승은 결국 완전히 취해 버렸다.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조용히 기대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강이주는 류남정에게 말했다.“제가 일단 호텔까지 모셔다 드릴게요.”강이주는 바 직원들을 불러 구기빈과 임해승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구기빈은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고, 임해승과 류남정은 뒷좌석에 앉았다.다행히 호텔은 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뒷좌석의 임해승은 차를 타자마자 어린 강아지처럼 류남정을 끌어안았다. 류남정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기까지 했다.류남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임해승을 밀어내려고 했다.“임해승, 술 냄새 나. 떨어져. 나한테서 좀 멀리 가.”임해승은 류남정의 말을 듣고도 웅얼거렸다. 술 냄새 안 난다고 중얼대더니, 오히려 류남정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놓지 않으려고 버텼다.마치 버림받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억울하고 서운한 얼굴이었다.류남정은 온몸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임해승을 밀어내지 않았다. 결국 임해승이 자신을 안게 놔둔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강이주는 룸 미러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뒀다.곁눈질로 구기빈을 힐끗 보자, 강이주는... 운전대를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그저 한 번 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차가 호텔 앞에 멈추자, 차에서 내린 강이주는 류남정과 함께 임해승을 부축했다.류남정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임해승을 보고, 강이주는 방까지 같이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류남정이 먼저 거절했다.류남정은 조수석을 힐끗 바라본 뒤 강이주에게 말했다.“저 혼자 괜찮아요. 구 대표를 여기 혼자 뒀다가, 누가 얼굴 보고 납치라도 하면 어떡해요?”강이주는 웃었다.지금 구기빈은 이미 깊이 잠든 것 같았다. 게다가 잠깐 올라갔다 오는 건데, 시간이 오래 걸릴 일도 없었다.하지만 류남정이 끝까지 사양하자, 강이주는 결국 호텔 직원을 불러서 임해승을 객실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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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술을 제법 마시긴 했지만, 구기빈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강이주와 조금이라도 더 접근할 구실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을 부축한 채 현관문 앞에 섰다.도어락을 본 강이주는 먼저 구기빈의 손을 잡고 지문 인식기에 갖다 댔다.“등록되지 않은 지문입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안내음이 울리자, 강이주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가득했다.‘이렇게 멀쩡한 지문 도어락을 달아 놓고도 지문 등록을 안 해 놨다고?’‘그럼 대체 이걸 왜 산 건데?’믿을 수 없었던 강이주는 포기하지 않고 구기빈의 손을 다시 지문 인식기에 댔다.돌아온 건 똑같은 전자음뿐이었다.강이주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구기빈의 뺨을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일어나 봐. 자지 말고. 비밀번호 뭐야?”강이주는 구기빈이 술이 깨면 비번을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지문 도어락에 지문도 등록 안 해 놓을 거면, 장식으로 달아 둔 거야?’지금 중요한 건 구기빈을 깨워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일이었다.하지만 강이주가 아무리 불러도, 구기빈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결국 강이주는 포기했다.‘내가 바보지. 취한 사람을 깨워 보겠다고.’강이주는 눈앞의 남자를 훑어보다가, 몸에 열쇠처럼 문을 열 수 있는 게 있는지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구기빈이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겉옷 주머니에는 없었다.안주머니에도 없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바지 쪽을 슬쩍 보았다. 이를 악물고 왼쪽 바지 주머니로 손을 뻗었다.아무것도 없었다.손을 바꾼 강이주는 가느다란 손으로 구기빈의 허리를 감싼 뒤, 오른쪽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구기빈이 어깨에 기대고 있어서, 반쯤 안은 자세로 버티며 주머니를 뒤지는 건 꽤 힘들었다.어렵게 손을 넣어서 주머니 안을 더듬었지만, 핸드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한바탕 뒤지다 보니, 강이주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최대한 조심해서 구기빈의 맨살에 닿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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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이튿날 아침, 구기빈은 낯선 방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머릿속에는 전날 밤 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술을 꽤 마시긴 했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한 건 아니었다.그저 취한 척 하면서 강이주와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술기운을 핑계 삼아 좋아한다고 중얼거렸을 때, 강이주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방에서 나갈 때 팔과 다리가 엇박자로 움직였다. 하마터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자리에서 일어난 구기빈은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세면대 위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세면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씻고 나온 구기빈은 방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채 하품을 하면서 계단을 내려오던 강이주와 마주쳤다.강이주는 졸린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구기빈을 바라봤다.“아침부터 깼네. 머리는 괜찮아?”강이주는 지난밤 잠을 설쳤다.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눈을 감기만 하면 구기빈이 술에 취해 좋아한다고 중얼거리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그 말이 밤새도록 강이주의 귓가에 남아 있었다.강이주는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렴풋이 창밖을 봤을 때는 이미 동이 트고 있던 것 같았다.“조금 아파.”구기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 모습을 본 강이주가 말했다.“꿀물 타 줄게.”구기빈은 강이주의 뒤를 따라갔다.“냉장고에 뭐 있어? 내가 아침 할게.”강이주는 텅 빈 냉장고를 보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평소에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았으니까.예전 생활 패턴이 워낙 엉망이었던 탓이 컸다. 보통 새벽 네다섯 시까지 깨어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면 정오나 오후 2시쯤에 일어나곤 했다.구기빈도 냉장고 안이 비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바로 강이주를 바라보면서, 못마땅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생활 패턴이 뒤집혀 있어서 하루 세 끼도 제대로 안 챙기는 건 그렇다고 쳐.”“위염까지 있으면서 밥도 제때 안 먹고 위 관리도 안 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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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지문까지 전부 지운 마당에, 핸드폰과 카드키는 당연히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전날 밤 상황을 떠올리면, 강이주로서는 구기빈을 자기 집으로 데려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강이주가 생각에 잠긴 듯하자, 구기빈이 다시 물었다.“나 어젯밤에 뭐 이상한 말을 한 건 아니지?”구기빈은 강이주를 뚫어져라 바라봤다.그 말에 강이주는 다시 전날 밤 구기빈이 술기운에 중얼거리던 말을 떠올렸다.강이주를 밤새 잠 못 들게 만든 그 말.사실 강이주는 조금 궁금했다.구기빈 같은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왜 그래?구기빈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강이주를 바라봤다.“혹시 내가 어젯밤에 말하면 안 되는 얘기라도 했어?”강이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구기빈을 바라보는 강이주의 표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고개를 들고 구기빈과 시선을 맞춘 강이주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런 건 아니고. 그냥 계속 좋아한다고 중얼거리더라고. 누구 좋아해?”강이주는 무의식적으로 밤새 마음에 걸렸던 질문을 그대로 꺼내 버렸다.묻고 난 뒤에야 강이주는 곧바로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왜 속으로만 생각하던 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본 거야?’‘애초에 우리가 이런 사적인 질문까지 편하게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가?’구기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강이주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 시선이 이상하게 불편해서, 강이주는 눈길을 돌리면서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뭘 캐묻고 싶은 건 아니야.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 그냥 당신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결혼은...”강이주는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당신이 언제 끝내고 싶은지 미리 말만 해 줘. 내가 맞춰 줄 테니까.”강이주는 자신이 ‘결혼을 끝낸다’고 말한 직후, 구기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구기빈에게서 풍기는 기운도 한층 싸늘해졌다.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은 구기빈이, 한 걸음씩 강이주에게 다가왔다.강이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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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강이주는 구기빈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크게 놀라면서 당황했다.그 깊은 키스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 채 어쩔 줄 모르고 있던 강이주는... 곧바로 겁먹은 사슴처럼 눈앞의 남자를 밀어냈다.심지어 이곳이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강이주는 구기빈을 밀쳐 낸 뒤 그대로 집에서 나가 버렸다....회사에 도착한 뒤에도 강이주는 오전 내내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머릿속에는 구기빈의 고백과 거침없던 키스가 계속 맴돌았다.그 기억들이 덩굴처럼 강이주를 단단히 휘감아서,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 상태는 류남정이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도 이어졌다.류남정은 강중그룹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말했다.“임 비서님께 계약서부터 준비해 달라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희 팀은 오후에 J시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내일 회사로 와서 패션쇼 세부 사항을 논의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류남정은 강이주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주 씨, 오후에 저랑 같이 좀 나가 봐야겠어요. 제가 직접 팀을 이끌고 온 만큼, 이쪽에서 지낼 집도 알아봐야 해서요.”함께 오는 직원들이 지낼 숙소도 류남정이 준비해야 했다.강이주가 J시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류남정은 강이주에게 몇 군데 함께 돌아봐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강이주가 류남정에게 말했다.“직원 숙소는 제가 이미 준비해 뒀어요. 강중그룹이 회사 근처에 보유한 아파트가 있어서, 직원 숙소로 쓸 수 있어요.”“물론 직원분들이 따로 집을 구하고 싶다면 회사에서 주거 보조금도 지원할 예정이고요.”강이주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임설에게 직원 숙소를 정리해 두라고 지시해 둔 상태였다. 이제 류남정의 팀이 오기만 하면 됐다.다만 류남정이 직접 살 집을 산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강이주가 류남정을 바라봤다.“제 명의로 된 집도 몇 군데 있어요. 제가 먼저 보여 드릴까요? 어차피 비어 있는 곳들이거든요. 아파트가 편하세요, 아니면 단독주택 쪽이 좋으세요?”류남정은 진지하게 잠시 생각하더니 강이주에게 답했다.“정말 이쪽에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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