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구기빈의 옷을 입은 강이주는 품이 조금 커 보이긴 했지만, 차림새만 놓고 보면 구희라보다 오히려 나아 보였다.구기빈이 남긴 말 때문인지, 구희라의 신경도 더는 강이주에게 쏠려 있지 않았다.아직 술 냄새가 배어 있는 자신의 옷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던 구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구기빈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는 쇼핑백 두 개가 놓여 있었다.하나에는 오피스 룩 정장 한 벌이 들어 있었다.다른 하나에는 트위드 소재의 검은 원피스가 들어 있었다.구희라는 트위드 원피스가 든 쇼핑백을 강이주에게 건넸다.“우리 오빠 센스 있네. 이거 딱 봐도 네 평소 스타일이잖아.”말할 것도 없이, 오피스룩은 구희라 몫이었다.다시 회사에 가서 굴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희라는 속이 쓰렸다.강이주는 쇼핑백 속 옷을 보며 굳이 자기 옷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집도 바로 옆이라 몇 걸음만 걸으면 됐다.하지만 옷까지 이미 준비된 마당에, 거절하면 괜히 유난을 떠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여기서 거절하면 너무 별나 보이겠지.’강이주는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갈아입은 잠옷은 가지런히 갠 뒤 쇼핑백에 넣었다. 집에 가져가 깨끗이 세탁한 뒤 구기빈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강이주가 나왔을 때 구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쇼핑백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강이주가 계단 모퉁이에 이르자, 식탁 앞에 앉아서 재촉하는 구희라가 보였다.구희라가 거리낌 없이 말했다.“오빠, 내 달걀프라이는 완숙으로 해 줘. 나 반숙 안 먹어. 고마워, 오빠. 사랑해. 쪽.”“이주야, 빨리 와. 우리 오빠가 아침 차렸어.”구희라는 강이주를 보자 얼른 와서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강이주는 얌전하게 구희라 옆으로 가서 앉았다.흰 셔츠 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구기빈은 소매를 걷어붙인 채,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잠시 뒤, 구기빈은 완성된 샌드위치와 두유를 강이주 앞에 내려놓았다.“두유는 무설탕이야.”강이주는 뜻밖이라는 듯 구기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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