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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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임설이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네? 집이랑 차를 다 파신다고요? 회사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표님 자산까지 다 정리해서 회사돈을 메워야 할 정도는 아니에요.” “대표님,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정말 없어요.”임설은 강이주가 지금 회사 운영 상황을 걱정해서, 개인 자산을 정리해 채우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임설의 말이 끝나자 강이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을 더했다.“아니야. 사람 살릴 돈을 마련하려는 거야.”강이주가 이렇게 짚어 주자 임설도 그제야 구기빈이 납치된 일을 떠올렸다.임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이거 진짜예요?”‘어떻게 이런 일이?’‘설마 정말로 인터넷에서 떠도는 추측처럼 아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건가?’‘그래도 해외에서 납치라니, 판이 너무 컸잖아!’‘...’이제는 J시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질 정도였다.가장 큰 이유는 구기빈의 신분이 워낙 눈에 띄는 탓도 있었다.강이주가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 자체가 사실에 대한 가장 분명한 증명이었다.임설도 곧장 알아들었다.숨을 들이켠 임설은 몸이 굳어 버렸다.‘구씨 집안에서까지 우리 대표가 가진 걸 전부 처분해 몸값을 마련해야 할 정도라니...’‘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강이주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당부했다.“최대한 빠른 방식으로 처분해 줘. 돈이 빨리 들어오기만 하면 돼.”“네, 알겠습니다.”다급하게 대답한 임설은 곧바로 돌아서서 나갔다.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강이주는 줄곧 회사에 머무른 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하루 종일 여기저기 집과 차를 처분하든가, 핸드폰을 들고 업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리든가, 둘 중 하나였다.이내 강이주가 본인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머리 숙여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는 소문이 일대에 퍼졌다.이 일은 자연스럽게 구씨 집안 사람들 귀에도 들어갔다.구희도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눈꺼풀을 내리깐 채 차가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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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남은 말을 구희도는 속으로 다시 삼켰다. 그저 평온한 얼굴로 구희라를 바라볼 뿐이었다.눈앞의 동생은 구희도의 기억 속 구희라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구희라가 입을 살짝 삐죽 내밀며 항의했다.“예전엔 예전이지. 그땐 큰오빠가 나를 너무 잘 지켜 줬으니까, 그쪽으로 마음을 안 둔 거야.”구희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옅게 웃었다.“근데 지금은 달라졌어. 큰오빠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내가 무능하고 실력이 없는 거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결국 무너지게 돼.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지.”“작은오빠, 예전엔 내가 너무 순진했어. 큰오빠가 앞에서 막아 주니까 뭐든 걱정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구희도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구희라가 말을 이어 갔다.“이제 알았어. 남에게 의지하느니 자기 자신한테 의지하는 게 나아. 아빠가 전에 나 혼낸 말 중에 정말로 맞는 말이 한 마디 있었어.”“뭐가?”구희도가 영문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구희라가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내가 지금 가진 명예와 모든 것은 내가 구씨 집안의 딸이라서 가진 거라는 말. 구씨 집안을 떠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람은 결국 현실을 봐야 하잖아.”“예전의 미련한 짓은 이제 말하지 말자. 지금부터는 내 앞길을 내가 준비하려고. 큰일이 닥쳤을 때 아무것도 못 하고 끌려가다가 밀려나는 건 싫어.”구희라의 표정은 진지했고, 눈에는 진심이 가득 어렸다.이 모든 걸 겪으면서, 구희라는 정말로 현실을 똑똑히 본 거였다.구희도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면, 아직 늦은 건 아니지.”“원래 나는 걱정 근심 없이 한평생 보내고 싶었어. 그런데 우리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평범할 운명이겠어? 어떻게 평범하게 한평생을 보낼 수 있겠어?”구희라는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비웃듯 웃었다.“특히 아빠가 나한테 정말 생생한 한 가지를 가르쳐 주셨어.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게 없겠어? 나는 반항도 해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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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로펌 지분은 이미 전부 정리했어. 작은오빠, 우리도 이제는 성장해야 해. 큰오빠 어깨에 올라간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 져야 할 때야.”말을 끝낸 구희라가 까치발을 하면서 손을 뻗어 구희도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말투엔 무게가 실려 있었다.구희도는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구희라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그래,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때 되면 다시 보자.”이 말엔 어쩔 수 없음이 묻어 있었지만, 동생의 응석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느낌도 충분히 있었다. 구희라가 자기 앞에서 호언장담을 늘어놓도록 그저 두는 거였다.구희라가 건성으로 하는 작은오빠의 대답을 못 알아챘을 리 없었다.살짝 만족스럽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구희도가 자기를 건성으로 대한다고 화를 내려는 차에,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한 번 본 구희라가 곧장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곧바로 구희도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주야.”그러더니 전화를 받았다.전화 너머에서 강이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5000억 원 마련했어. 주소 보내 줘. 내가 직접 가서 기빈 씨를 데려올게.]“어디서 그렇게 큰 돈을 마련한 거야?”구희라조차 강이주의 빠른 자금 마련 속도에 놀랐다.강이주가 사방으로 사람을 찾아다니며 돈 빌리고 다닌 건 알고 있었다.본인 명의의 집과 차도 적지 않게 처분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그런 거금을 마련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강이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내가 어떻게 돈 마련한 건지는 신경 쓸 거 없어. 희라야, 내가 돈 가지고 직접 가서 기빈 씨를 데려올 거야.][너희 쪽에서 주소만 주면 돼. 기빈 씨는 도대체 어디서 납치된 거야?]영상에도, 밖으로 퍼진 소식에도 구기빈이 정확히 어디에서 납치됐는지에 대한 위치 정보는 없었다.방법이 없었다. 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받으려는 거였다.구희라가 잠시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좀 알아보고 좀 있다 알려줄게.”‘나도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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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공항 안에서 강이주는 핸드폰을 들고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었다.J시 쪽 동향을 좀 더 살펴봐 달라고 임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였다.이 모든 걸 마친 강이주는 선글라스를 끼고 탑승권을 들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이내 강이주가 J시를 떠났다는 소식이 구호민 쪽으로 전해졌다.구호민은 부하가 보낸 강이주의 탑승 사진을 보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한쪽에 내려놓았다.강이주가 정말로 자극을 받아서, 구기빈이 납치된 나라로 가서 구해 낼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이게 또한 구호민이 바라는 결과였다.이왕이면 강이주가 해외에서 똑같이 봉변을 당하기를 바랐다.구호민은 구기빈이 진짜로 납치된 거라고 믿지 않았다. 납치된 정황이 계속 들어오긴 했지만.그러나... 구기빈은 구호민이 키운 아들이었다.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구호민이 짐작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처음에는 구호민이 자기 쪽 사람을 시켜 구기빈을 ‘납치'한 척하게 했다. 그 일로 아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이다.그것이 진짜 납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강이주까지 같이 밖으로 나간 지금,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당분간 구기빈의 발도 묶어 둘 수 있었다.구호민은 강이주를 이용해서 구기빈이 정말 납치됐는지 확인하려고 했다.다만 그가 모르고 있는 게 있었다. 강이주는 분명히 탑승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기 1분 전에 몸이 안 좋은 척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지금 비행기에 앉아 있는 그 ‘강이주’는 그녀가 미리 마련해 둔 대역이었다.그 대역의 안전은 당연히 다른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공항에서 다른 길로 빠져나온 강이주는, 곧장 개인 전용기를 타고 구기빈을 찾는 길에 올랐다.구기빈은 정말로 해외에 있긴 했다. 다만 납치된 위치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구기빈은 미리 배진호에게 개인 전용기를 마련해 두고 항공편을 신청해 두라고 일러두었다. 강이주가 그 전용기를 타고 자기를 찾아오게 만든 거였다.비행기가 한 저택의 활주로에 안정적으로 착륙했다.구기빈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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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구기빈이 강이주에게 입을 열었다.“식사 준비해 두라고 했어. 배고프지?”강이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답했다.“사실 그렇게 많이 배고픈 건 아니야. 당신이 비행기에 음식 잔뜩 준비해 뒀잖아? 그래도 당신은 아직 못 먹었을 테니까 나도 같이 좀 먹을게.”말이 끝나자마자 구기빈이 강이주의 손을 잡았다.구기빈이 손가락을 깍지 끼우고 강이주를 데리고 저택 안쪽으로 향했다.저택이 무척 넓었다. 강이주는 구기빈 옆을 따르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봤다.이곳이 구기빈이 통째로 부지를 사서 지은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구기빈을 찾으러 나서기 전에 강이주는 그와 미리 연락해 두었다.그때 구기빈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이 저택에 대해 알려 준 거였다.강이주를 데리고 다이닝 룸으로 온 구기빈이 국 한 그릇을 떠 주었다.“내가 직접 끓였어. 한번 먹어 봐.”강이주가 숟가락을 들고 한 모금씩 차분히 먹었다.구기빈은 옆에 앉아서 조용히 식사를 했다.강이주는 정말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국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 국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옆의 남자가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봤다.가끔 구기빈 옆으로 다가가서 뺨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구기빈은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식사를 빠르게 마친 구기빈이 강이주를 데리고 위층 안방으로 향했다.구기빈이 소파에 앉는 걸 본 강이주는, 그대로 남자의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두 손으로 남자의 뺨을 감싸고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손으로 강이주의 허리를 안정적으로 잡고서, 구기빈은 고개를 들어 강이주의 키스를 받아 줬다.강이주가 한껏 키스를 하고 나서야, 구기빈은 손을 들어 강이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신 대신해서 비행기에 탔던 그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잡혀갔는데, 이미 우리 쪽 사람으로 바꿔치기했어.” “당신이 해외에서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이미 국내에 쫙 퍼졌어.”“장인어른과 장모님은...”구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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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구기빈 쪽에서도 확인이 됐다. 구희라가 요 며칠 구호민 앞에서 그룹을 향한 자신의 야망을 천천히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물론 구호민의 성격상, 회사를 구희라 손에 넘길 사람은 아니었다.즉, 구기빈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구희라가 아니었다.구희도야말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구희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날 구희라가 한 말은 사실상 구희도가 자리에 오르도록 밀어주는 거였다.구희라는 영리했다.행동으로 구희도에게 자신의 지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구희도와 구호민도 그 신호를 예민하게 알아차렸을 거였다.강이주가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어 갔다.“할아버님이랑 할머님은 반대 입장이셔. 두 분은 모두 지금 단단히 마음을 굳히셨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셨어.”“할아버님이 아예 그러시던데. 당신 시신을 봤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한, 구씨 집안 총수는 당신뿐이고, 당신이어야만 한다고.” “누가 감히 RG그룹 총수 자리를 노리려 들면, 자기 시체를 먼저 밟고 가라고.”당시 구계배의 그렇게 결연한 말에 강이주조차 충격을 받았다.누구라도 그 말을 들으면 알 수 있었다. 구계배가 인정하는 후계자는 구기빈뿐이라는 걸.강이주가 영문 모르겠다는 듯 구기빈을 봤다.“할아버님께서 당신 동생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같던데, 무슨 사연이 있어?”어쨌든 구희도도 구씨 집안의 둘째아들이고, 구기빈의 동생이었다. 똑같은 구씨 집안 자식인데도 차별 대우가 너무 분명했다.평소에 구씨 집안 사람들과 그리 가까이 지내지 않았던 강이주조차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구기빈이 무거운 표정으로 강이주의 이 질문에 답을 했다.“그 문제는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아는 거라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우리 부모님 교육 방식을 동의하지 않으셨다는 거야.” “그 일로 할아버지 할머니랑 부모님 사이에 심한 다툼이 있었대.”“아버지가 나한테 엄격하지만, 희도랑 희라한테는 좀 차가운 편이야. 희도한테도 지배욕이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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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우리 어머니도 나도 그분의 인형 노릇만 할 수 있을 뿐이야. 자기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되고, 반박해서도 안 돼. 그러면 그분 병이 도지거든.”“편집증이 무서울 정도야.”구기빈이 자조 어린 웃음을 띠며 말을 이어 갔다.“부드러움이라는 가면을 써서 어머니를 속였어. 어머니가 시집온 다음부터, 그분은 어머니를 길들이는 데 푹 빠져 살았어.”‘길들인다고?’강이주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구 회장이... 아내를 정신적으로 통제하려 한 건가?’‘어쩐지 내가 기빈 씨 어머님을 몇 번 마주쳤을 때, 구 회장을 무척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어.’구기빈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잘못 들은 거 아니야. 길들이는 거지. 그분 말로는, 애완동물 키우는 거랑 똑같대. 작은 호의로 보상을 주고, 말 안 들으면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길들이는 거지.”“우리 어머니도 저항해 본 적이 없는 게 아니야. 그런데 그분이 지배욕이 너무 변태적이야.” “집 안의 컵 놓는 위치부터 복도 손잡이에 먼지 한 점도 묻으면 안 되는 것까지...”“본인이 요구한 대로 안 하면, 돌아오는 건 한바탕 정신적인 고문이었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구기빈이 강이주를 봤다.“그분은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숨이 막혀 의식을 잃을 때가 되어서야 손을 풀었어. 그런 다음 분노해서 사람을 다시 깨우고, 또 같은 짓을 반복했지.” “방법도 끝이 없었어. 죽음 가까이 몰리는 질식감과 절망을 여러 방식으로 겪게 했어.”“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분은 다시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갔어.” “그런 식으로 계속 변하니까 어머니는 그 변덕스러운 기분을 예측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었지. 어떨 땐 지하실에 가둬 놓고 한동안 굶기기도 했고.”“나와 희라가 태어난 뒤에 그분도 더 심해졌어. 우리를 이용해서 어머니를 길들였어.”“어머니 앞에서 몇 번이고 우리 목을 조르고, 우리가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할 때까지 몰아붙였지. 어머니를 무릎 꿇게 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건 흔한 일이었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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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강이주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구기빈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어느덧 살짝 촉촉해졌다.강이주의 반응을 본 구기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다 지나갔어. 지금 이렇게 당신 앞에 멀쩡히 있잖아.”그에게 지난 일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지나간 일들을 강이주 앞에 펼쳐 놓은 이유도, 강이주가 물었기 때문이었다.구기빈은 마치 자기와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가볍게 풀어내듯 설명했다.바로 그래서 강이주는 더더욱 안쓰러웠다.구호민이 저질러 온 그 모든 일은, 어린아이에게 무거운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기고도 남을 만한 것들이었다.문득 강이주는 전에 구기빈의 집에 약병이 적잖이 쌓여 있는 걸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집에 있던 그 약들...”강이주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말을 꺼냈지만, 끝까지 묻지는 못했다.답을 들으면 더더욱 가슴이 아플 테니까.구기빈은 이 부분에서도 숨김없이 사실대로 알려줬다.“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내 정신이 아무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고 있어서 지금은 거의 괜찮아졌어.”어쩌면 어릴 적부터 구호민의 변태적 양육 방식 때문인지, 구기빈은 가끔 폭력적인 충동을 느낄 때가 있었다.그리고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았기에,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으며 상태를 조절해 왔다.몇 년에 걸친 치료 덕분에 구기빈은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특히 자신의 뜻대로 강이주와 함께하게 된 뒤로는, 그런 피비린내 나는 충동도 오래전부터 찾아오지 않았다.담당 전문의 역시 여러 차례 꼼꼼하게 확인한 끝에 그 결과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구기빈의 말을 다 들은 강이주는 턱밑까지 차올랐던 긴장을 천천히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더 말을 보태지 않고 그저 구기빈을 바라보다가, 강이주는 결국 손을 뻗어서 말없이 구기빈을 끌어안았다.구기빈은 강이주가 그렇게 안도록 가만히 두며 부드럽게 물었다.“피곤하지? 조금 쉴래? 자고 일어나면 주변 구경시켜 줄게.”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사랑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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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그제야 자신이 구기빈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여보?”강이주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넓은 안방에 구기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곧바로 이불을 걷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실내 슬리퍼를 챙길 새도 없이, 맨발로 방 안을 두루 살피기 시작했다.방 한 바퀴를 다 돌아도 구기빈을 못 찾자 강이주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복도 끝쪽에서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강이주가 한 발 한 발 그쪽으로 향했다.서재였다.방 안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구기빈이 사무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었다.배진호가 건 전화였다.[‘강이주 대표 실종’는 소문이 J시까지 들어갔어. 임설 비서가 그쪽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인데, 자기 대표와 연락이 안 되니까 꽤 당황한 것 같아.]배진호는 J시 쪽 상황을 구기빈에게 사실대로 보고하고 있었다.애초에 배진호는 ‘강이주 대표 실종’ 소문이 더 번지는 걸 막으려고 했다.구기빈이 미리 일러 둔 탓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강이주 대표 실종’과 관련된 소문을 절대 키우지 말라고.그런데 누군가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강이주’와 연락이 끊기자마자, 거의 동시에 소문이 퍼졌다.배진호의 말을 들은 구기빈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납치범 쪽에서 흘린 거야?”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리는 없었다.그 납치범 일당은 본래 용병 출신이었다. 경호원이든 납치범이든, 필요에 따라 역할을 자유롭게 바꾸는 사람들이었다.요즘 세상에서 모두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했다. 그 사람들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 맡았다.돈만 충분히 주면 되는 사람들이었다.구기빈에게서 그만한 돈을 받은 이상,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최소한의 ‘직업 윤리’는 지킬 터였다.더구나 그 용병팀은 구기빈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인이 소개해 준 것이었다.배진호가 말을 이어 갔다.[누가 소문을 풀었는지는 아직 확인 중이야. 임설 비서 쪽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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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자리에서 일어 창가로 다가간 구기빈은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밖에 강이주가 서 있다는 걸, 구기빈은 미처 알지 못했다. 강이주가 배진호와 나누는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것도.구기빈의 지시를 통해, 강이주는 희미하게나마 상황을 맞춰 볼 수 있었다.강이주가 떠나자, 구호민 쪽에서는 그녀가 정말 구기빈을 데려올까 봐 두려워한 듯했다.일단 구기빈이 J시로 돌아오면, 구호민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될 테니까.강이주는 그제야 깨달았다. 구호민은 구기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이 말 안 듣는 자식을 희생시키기로 대책을 세워 둔 거였다.구기빈이 제 친아들이라 해도, 그는 결코 예외를 두지 않을 사람이었다.구호민 같은 인간이 피붙이라고 해서 진심으로 신경 쓸 리 없었다.그가 원한 건 그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줄 아들이었다.정말 우스운 일이었다.강이주는 이 사실을 언제부터 알아챘던가?말하자면, 아마 구희라가 평소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자기를 책망하던 그때부터였다.구희라와 오랜 친구로 지내며 쌓은 호흡이 있었다. 강이주는 구희라가 갑자기 자신에게 돈을 마련하라고 몰아붙인 뜻을 모를 수가 없었다.게다가 구희라와 구기빈이 남매의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는 걸 강이주가 알고 있는 마당에, 그런 구희라가 수장 없는 상태를 말하며 중심을 잡을 사람을 세워야 한다고 했을 때...강이주는 단번에 알아챘다.구기빈이 구씨 집안에 없는 동안, 여동생인 구희라는 자기 나름의 대응 방법을 갖춰 둔 거였다.그녀는 직접 앞으로 나서 구호민에게 보여 주었다. 자신도 다투고 빼앗으려고 하며, 구기빈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어 한다고.구호민은 당연히 구희라를 대리인으로 세우지 않을 것이다.다만 구희라가 이렇게 대놓고 판을 깔아 놓는 바람에, 더 큰 변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구호민은 미리 구희도를 내세우게 될 거였다.구희라가 그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리도 없었다.그래서 강이주가 그날 자리를 떠난 후, 유예준에게 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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