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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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차라리 구기빈이 곧장 강이주에게 고백을 던지는 편이 나았다.강이주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쫓아가면 되니까.그건 뭐 대단한 문제도 아니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구기빈은 강이주도 결국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될 거라 믿었다.다만 아침에 강이주가 그대로 돌아서 나가 버린 행동은... 구기빈으로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이주가 거절한다면 구기빈은 끈질기게 매달릴 수라도 있었다.자신에게 향한 남자의 시선을 느낀 강이주의 얼굴에도 난처한 기색이 스치면서, 괜히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아침에 구기빈이 고백한 후, 지금 강이주는 눈앞의 구기빈을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좋을지 몰랐다.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류남정은 아직도 임해승과 맞선 채 말투도 차가웠다.“나는 네가 관리해 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나한테 숨 쉴 틈 좀 줄 수 없어? 나 이따 이주 씨랑 쇼핑하러 갈 거야. 따라오지 마.”류남정은 그렇게 말하며 강이주의 팔을 붙잡았다.“우리 가요.”그 모습은 임해승과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강이주는 먼저 류남정을 바라본 뒤, 여전히 웃고 있는 임해승을 보았다.임해승은 애정 어린 눈으로 류남정을 바라봤다.“다녀와.”말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류남정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강이주의 팔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류남정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임해승의 모습을 보면서, 구기빈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이제 보이지도 않는데 아직도 보냐? 또 싸웠어?”임해승은 그제야 시선을 거뒀지만 눈빛은 어둡고 복잡했다.그 모습을 본 구기빈이 의미심장하게 임해승을 바라봤다.“진짜 그때 일, 남정 씨한테 말 안 할 생각이야? 그렇게 계속 질질 끌다가 언제 마음을 얻을 건데?”구기빈은 지난 몇 년 동안 임해승과 류남정의 관계를 지켜보며 답답함을 느꼈다.할 말은 속에 묻어 둔 채, 상대가 오해하게 내버려 두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임해승이 입꼬리를 올리며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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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류남정을 따라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구기빈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강이주의 신경이 조금이나마 풀렸다.옆에 있던 류남정은 강이주가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이주 씨, 왜 구 대표를 피하는 게 꼭 고양이를 피하는 쥐 같아요?”류남정은 이미 눈치챘다. 강이주와 구기빈 사이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흐르는 분위기가, 어젯밤과는 확연히 달랐다.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류남정을 바라봤다.“제가요?”강이주는 자신이 그렇게 티가 났는지 묻고 싶었다.류남정까지 알아차렸다면, 구기빈은 훨씬 더 선명하게 느꼈을지도 몰랐다.‘내가 너무 피하는 것처럼 굴었나? 너무 상처를 주는 태도였나?’강이주가 혼자 의심에 빠져 있을 때, 류남정이 웃으며 짚어 주었다.“네, 꽤 보여요. 제가 한번 맞혀 볼까요?”류남정은 일부러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말을 이었다.“혹시 구 대표가 어젯밤 술김에 이주 씨한테 고백한 건 아니죠?”강이주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곧 전날 밤 류남정이 장난스럽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때도 류남정은 구기빈이 좋아하는 사람이 강이주 아니냐고 물었고, 강이주는 아니라고 부정했었다.지금 와서 생각하니 민망함이 밀려왔다.류남정은 강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어렵게 맞힌 건 아니에요. 저랑 해승이도 구 대표 마음속에 누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다만 왜 이렇게까지 오래 고백하지 않는지, 저희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그러다 구 대표가 해승이한테 연락해서, 제가 팀을 데리고 J시에 와서 이주 씨를 도와 달라고 했죠.”“그때부터 저희도 대충 짐작했어요. 해승이는 또 얄밉게 구 대표가 언제 이주 씨한테 고백할지 저랑 내기까지 했고요.”류남정은 처음부터 임해승에게 적당히 하라고 말하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구기빈은 생각보다 행동이 빨랐다.류남정의 분석을 들으면서도 강이주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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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반대로 강이주는 구기빈과 함께 있을 때 편안했다.구기빈은 강이주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이유 없이 차가운 표정을 짓거나 빈정거리는 말도 하지 않았다.구기빈은 강이주를 최대한 존중했고, 많은 것도 가르쳐 주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싫지 않았다.하지만 싫지 않다는 것과,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감정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마음이 고마웠다.구기빈의 고백은 강이주에게 분명히 알려 주었다. 자신이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자신도 건강하고 따뜻한 감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구기빈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강이주는 몇 번이나 답을 입력했다가 지우곤 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결국 강이주는 류남정의 재촉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저녁에 돌아가서 답하자. 그때까지 마음도 좀 정리하고.’...한편 구기빈은 메시지를 보낸 뒤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채팅창에서 조용히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구기빈은 계속해서 깜빡이는 ‘입력 중’ 표시를 바라봤다.그러다 그 표시가 사라지면서 채팅창이 잠잠해졌다.구기빈의 마음도 덩달아 조여 들었다.끝내 강이주에게서 아무 답장도 오지 않자, 구기빈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예준은 구기빈 주변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해승이한테 들었는데, 너 고백했다며? 이 표정이면 차인 거야? 설마? 아이고, 우리 구 대표의 매력이 생각보다 별로였네.”유예준의 말에는 다분히 고소해하는 기색이 드러나 있었다.구기빈이 이렇게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걸 보기란 쉽지 않았다. 유예준은 속으로 꽤 즐거워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너무 티를 내지는 않았다.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니까.구기빈의 차가운 눈빛이 유예준에게 꽂혔다.“꺼... 져!”‘저 인간은 왜 말을 할 때마다 때리고 싶게 만드는 거지?’유예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러지 마. 나도 어렵게 시간 내서 네 상황 좀 들어 보러 온 건데, 너무 차갑게 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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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유예준은 못마땅하다는 듯 구기빈을 흘겨봤다.“제수씨가 받아 주면 그때 와서 잘난 척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유예준이 괜히 친구에게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라 상황이 딱 그렇게 보였다.구기빈이 차갑게 말했다.“말 예쁘게 못 할 거면 입 다물어. 나쁜 놈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지.”구기빈은 유예준에게 그만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줬다.그 말에 유예준은 입을 다무는 시늉을 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참지 못하고 구기빈 곁으로 다가왔다. 툭-유예준이 팔꿈치로 구기빈을 건드렸다.구기빈이 자신을 바라보자, 유예준이 입을 열었다.“됐고, 제수씨 얘기는 그만하자. 유천훈 그 녀석이 명각사에 소원을 빌러 간대. 너도 예전에 같이 갔잖아. 같이 갈 거냐고 물어봐 달라더라.”명각사는 금등산에 자리한 절로 사시사철 향내음이 끊이지 않았다.유천훈은 유예준 작은아버지네 아들로, 유씨 집안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유천훈은 태어났을 때부터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여서, 어릴 때 몇 년 동안 명각사에서 지냈다.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야 절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다.평일에는 학교를 다녔고, 금요일이 되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일요일 밤이 되어야 산에서 내려오곤 했다.어릴 때 유천훈은 유예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구기빈 일행과 함께 놀았다. 그래서 서로 사이도 꽤 좋았다.구기빈은 얼마 전 유천훈을 따라 산에 올라가 향을 피웠던 일을 떠올렸다.그때 구기빈은 강이주와 함께하게 해 달라고 꽤 진심으로 빌었다.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다시 올라가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도 맞았다.구기빈이 유예준에게 물었다.“근데 왜 네가 심부름을 해?”유천훈에게도 구기빈의 연락처는 있었다.유예준이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화장실 갔다가 핸드폰을 변기에 빠뜨렸대. 아직 새 핸드폰도 안 샀고. 너도 알잖아, 그 자식 물욕이 없는 거. 지금 효도폰 가지고도 신나게 잘 쓰고 있다더라.”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란 영향인지, 유천훈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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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임해승이 이번에 J시에 온 건 류남정과 함께 이쪽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회사에는 아직 임해승을 기다리고 있는 일이 적지 않았다.떠나기 전에, 임해승은 류남정에게 함께 돌아가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류남정은 거절했다.류남정은 아예 팀을 J시로 부른 상태였다. 당분간 K시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유예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이마를 툭 쳤다.“그렇게 급하게 갔다고? 해승이가 남정 씨를 혼자 여기 두고도 마음이 놓이나. 또 싸운 거 아니야?”“내 생각엔 남정 씨가 파혼하고 싶다는데 그냥 해 주면 되잖아. 해승이는 뭘 그렇게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바깥사람들 눈에 류남정은 임해승에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였다.류남정은 오래전부터 임해승과의 약혼을 정리하고 싶어 했다.임해승은 류남정의 몸 상태를 걱정하면서, 줄곧 피하듯 확답을 하지 않았다.유예준은 그걸 지켜보며 임해승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유예준의 말을 끊었다.“사람마다 감정을 대하는 방식은 달라. 해승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네가 남정 씨한테 불만 있어도 여기서 끝내.”구기빈이 이어 말했다.“남정 씨가 J시에 남겠다고 했을 때, 해승이가 왜 강중그룹에 맡겼겠어? 아는 사람들이 곁에서 챙겨 주길 바란 거잖아.”“그러니까 네 입 좀 조심해. 쓸데없는 소리로 괜히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구기빈도 임해승과 류남정 사이의 문제를 깊이 알지는 못했다. 다만 두 사람의 감정은 결국 두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이지, 외부인이 함부로 끼어들 문제가 아니었다.유예준은 손끝으로 코끝을 문지르며 말했다.“알아. 나도 너 앞에서나 이렇게 말하는 거지. 설마 해승이나 남정 씨 앞에서까지 눈치 없이 굴겠냐? 아무튼 감정 문제는 진짜 피곤해.”유예준은 새삼 자신이 누구와도 깊은 감정을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지내는 삶도 나쁘지 않았다.인생은 기니까 유예준은 앞으로도 몇 년은 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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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강이주는 류남정과 가구 매장을 둘러본 뒤, 함께 쇼핑몰까지 들렀다.가구는 당장 배송이 어려웠다. 강이주는 그동안 류남정이 자기 집에 머물면 된다고 했다.사실 호텔에 묵어도 괜찮았기에 류남정은 미안하게 생각했다.어차피 며칠뿐이었다.하지만 강이주는 집에 방도 많으니 류남정만 괜찮다면 당분간 지내도 된다고 했다.결국 강이주의 설득 끝에 류남정이 승낙했다.두 사람이 생활용품을 고르고 있을 때, 강이주에게 구희라의 전화가 걸려 왔다.[자기야, 나 퇴근하고 너희 집에 가도 돼?]구희라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강이주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파?”[응.]구희라는 힘없이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어젯밤에 바람 좀 맞아서 그런가 봐. 요즘 날씨 오락가락하잖아. 나 혼자 집에 들어가기 싫어. 너희 집에 가도 돼?]구희라는 좀 잠잠해지기만 하면 머릿속에 허도민이 떠올랐다.특히 오늘 허도민이 SNS에 웨딩 사진을 올렸다.구희라는 스스로를 괴롭히듯, 틈만 나면 그 사진을 열어 봤다. 때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구희라는 강이주를 만나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못난 마음에 허도민을 찾아가 버릴까 봐 두려웠다.강이주는 시간을 확인했다.“그럼 내가 네 퇴근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 북쪽 교외에 새로 생긴 식당이 있거든. SNS 맛집 리뷰도 괜찮더라. 내가 밥 살게.”[역시 우리 자기밖에 없다니까.]구희라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강이주는 류남정을 한 번 바라본 뒤 말했다.“친구 한 명 같이 데려가도 돼? 괜찮아?”강이주는 그래도 구희라의 의견을 먼저 물었다.구희라는 곧장 흥미를 보였다.[어떤 친구인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강이주가 한 사람을 더 데려온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구희라는 궁금했다. 강이주가 먼저 소개하려는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강이주가 웃으며 말했다.“아마 모를 거야. 그럼 나 여기서 물건 좀 사고 바로 너한테 갈게.”구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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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강이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구희라를 바라봤다.“자, 이거라도 먼저 먹어.”오는 길에 강이주는 작은 조각 케이크 하나와 따뜻한 핫초코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구희라가 바빠서 또 제대로 밥을 못 먹었을 게 뻔했다.이제는 거의 일상이었다. 강이주는 구희라를 데리러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조각 케이크와 따뜻한 음료를 챙기게 됐다.구희라는 기쁜 얼굴로 강이주를 끌어안고는, 강이주의 뺨에 입을 맞췄다.“나 진짜 우리 자기를 너무 사랑해.”그러고는 케이크를 품에 안고 눈을 가늘게 접은 채 먹기 시작했다.구희라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드디어 풀 충전이 됐다고 떠들어 댔다.강이주는 곁눈질로 아이처럼 좋아하는 구희라를 보며 마음이 조금 풀렸다.뒷좌석에 앉은 류남정도 구희라에게 전염된 듯,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운전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얼굴의 구희라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강이주의 눈빛에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구희라가 이렇게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일수록, 강이주는 구희라의 상태가 더 걱정됐다.자신을 안심하게 하려고 저렇게 열심히 괜찮은 척하는 것이 분명했다.‘정말이지...’바보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신호에 걸려 차가 멈춘 사이, 강이주가 구희라에게 손을 내밀었다.“핸드폰 좀 줘 봐.”“왜?”구희라는 의아한 얼굴로 강이주를 보면서도 핸드폰을 건넸다.핸드폰에는 강이주의 얼굴과 지문이 등록되어 있었다.강이주는 한 번에 잠금을 풀었다.이어 구희라의 메신저를 열었다. 맨 위에 고정된 세 사람을 보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정된 연락처는 딱 세 명이었다.구기빈, 강이주, 허도민.강이주의 손가락이 허도민의 이름 위에서 멈췄다.강이주는 고개를 돌려 구희라를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지울래, 내가 지울까?”구희라가 이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괴로운 건 결국 구희라 자신이었다.허도민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었다 해도, 두 사람은 이미 헤어졌다. 곪아 가는 상처를 그대로 두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강이주는 구희라를 잘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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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세 사람이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저녁 피크타임이었다.다행히 강이주가 미리 세 명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원래 강이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구희라의 다친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그런데 식사를 반쯤 했을 때,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다.심원후는 멀리서도 강이주의 모습을 알아봤다.오늘 업무상 약속 때문에 나왔던 심원후는 곁에 있던 거래처 사람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강이주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강이주는 눈앞에 선 남자를 보자마자 음식 맛이 싹 사라졌다.오늘 밥 먹으러 나왔다가 심원후를 만날 줄 알았다면, 강이주는 집을 나서기 전에 오늘 운세라도 확인했을 것이다.심원후를 마주하자마자 강이주의 표정이 굳어졌다.심원후도 강이주가 자신을 보자 웃음기를 거두고 차갑게 변하는 걸 알아차렸다. 가슴이 희미하게 아파오면서 심원후가 입술을 열었다.“이주야, 밥 먹으러 왔어?”요 며칠 지정애에게 일이 생기고 심원희 사건까지 회사에 영향을 주면서, 심원후와 심순남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심원후는 다리가 끊어질 만큼 돌아다녔지만, 제대로 해결된 일은 하나도 없었다.마치 누군가 일부러 앞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심원후는 가장 먼저 강이주를 떠올렸다.하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지워 버렸다.강이주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적어도 심원후는 자신이 강이주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심원후는 며칠 동안 강이주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뜻밖에 마주하고 나서야, 자신이 강이주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예전의 자신은 정말 눈이 멀었던 게 분명했다.‘어떻게 이주의 좋은 점을 보지 못했을까?’심원후는 후회와 자책으로 가슴이 무거웠다.강이주는 심원후에게 눈길을 주는 것조차 싫었다. 그저 차가운 얼굴로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하지만 두어 번 더 먹고 나자,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심원후의 시선이 계속 강이주에게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다.강이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구희라가 앞에 놓인 접시를 집어들고 심원후에게 던졌다.“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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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게다가 심현목은 분명히 말했다. 심원후가 강이주의 용서를 받아 내지 못하면, 심원후를 지방의 계열사로 보내 버리겠다고.그건 사실상 좌천이나 다름없었다.심현목이 점찍은 곳은 아직 제대로 개발이 안 된 지역이라, 뭘 해도 불편한 곳이었다.강이주는 심원후가 요즘 지정애와 심원희 일뿐만 아니라, 신규 프로젝트를 따내느라 정신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심원후에게는 자신을 지켜 줄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그룹의 임원들에게 심원후 자신이 아직 회사에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 줘야 했다.그래야 심현목도 함부로 심원후를 지방으로 밀어내기 어려워질 테니까.심원후가 처한 상황을 강이주도 전부 알고 있었다.물론 심원후가 노리는 프로젝트 몇 개는 강이주가 뒤에서 적지 않게 손을 써 둔 상태였다.그 때문에 심원후는 지금까지 단 하나의 프로젝트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그 좌절감은 심원후가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할 정도였다.헤어졌다고 해서 강이주가 심원후를 편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강이주는 임설에게 은근히 지시해서, 심원후의 회사가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된 불법 거래에 관여했다는 내용도 신고하게 했다.심원후는 그 일을 꽤 은밀하게 처리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심원후가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사실을 강이주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강이주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심원후가 헛짓을 하지 못하게 계속 막고 있었다. 틈을 주지 않으려고 강이주는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하지만 장한민이 강이주에게서 지분을 사들인 뒤, 상황은 달라졌다.장한민은 심원후의 말에 넘어갔다.두 사람은 생각이 맞아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강이주는 그때부터 임설에게 계속 지켜보라고 지시했다.아마 심원후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마자, 이미 강이주에게 꼬리를 밟혔다는 사실을.속내를 찔린 심원후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심원후가 백초아 때문에 강이주를 잃은 걸 후회하는 건 맞았다. 강이주를 다시 붙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하지만 그게 강이주를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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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식사를 마친 뒤, 강이주는 류남정과 구희라와 함께 ‘별나라’단지로 돌아왔다.세 사람은 한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분위기는 꽤 편안했다.류남정은 몸 상태 때문에 시간이 되자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쉬었다.강이주의 어깨에 기댄 구희라는, 강이주의 손을 잡고 손톱 끝을 만지작거렸다.“내가 요 며칠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네. 회사는 어때?”구희라에게는 좋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손톱을 자꾸 건드렸다.오랜 친구인 강이주는 이미 익숙했다.강이주가 대답했다.“괜찮아.”구희라는 그제야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그럼 됐다. 나 내일 점심때부터 며칠 출장을 갈 것 같거든. 원래 좀 걱정됐는데, 남정 씨가 같이 있어 주니까 그나마 낫네.” “그래도 정 안 되면 우리 오빠한테도 너 좀 돌봐달라고 할게.”구희라는 요즘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이주가 내 새언니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렇게 마음을 먹자, 구희라는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지금부터라도 친구와 오빠가 함께 있을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자주 보면 정든다고 하지 않던가?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두 사람이 정말 서로에게 마음이 생길지도 몰랐다.강이주는 구희라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구희라의 마지막 말에 괜히 마음이 뜨끔했다.구기빈이 고백하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강이주는 차마 친구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잠시 생각하던 강이주가 구희라에게 말했다.“출장 다녀오면, 내가 할 말이 있어.”강이주는 차라리 구기빈과 혼인신고한 걸 구희라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구희라가 고개를 돌려 강이주를 바라봤다.“지금은 못 해?”강이주는 가볍게 웃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직 정리가 안 됐어.”그건 사실이었다.구희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렇게 말하기 힘든 일이야? 설마 네가 갑자기 내 새언니가 됐다고 말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건 말이 안 되잖아.”강이주는 어색하게 웃었다.정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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