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seite / 로맨스 / 조폭이 사랑할 때 / Kapitel 21 – Kapitel 30

Alle Kapitel von 조폭이 사랑할 때: Kapitel 21 – Kapitel 30

32 Kapitel

21

“문신한 사람 처음 봅니까?”“아, 네? 아, 네. 놀라서 죄송해요.”“죄송할 것까지야. 생긴 게 이래서 얕보고 덤비는 놈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센 놈으로 크게 그려달라 했더니 등이 그렇게 됐습니다.”생긴 게 어때서? 잘생긴 얼굴인데, 뭘. 무심코 생각하다 민서는 핀셋으로 잡고 있던 솜으로 실밥 위를 쿡 찔렀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물론 잘생기긴 했지만, 내가 지금 그걸 평가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잖아. 자꾸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끊어내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성진의 끙, 앓는 소리가 들려 제가 한 짓을 깨닫고는 놀라 솜을 떨어트렸다.“헙, 죄, 죄송해요. 어떡해. 많이 아프시죠? 정말 죄송해요.”떨어진 솜을 손으로 집어 치운 그녀가 상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상처에 손이 닿기 전에 멈췄다. 기껏 소독해 놓은 상처를 만지는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잖은가.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뜩이나 아픈 상처를 꾹 눌러 더 아프게 해 놓고 모른척 할만큼 뻔뻔한 사람이 아니었다. 쓰다듬어줄 수 없으니, 입김이라도 불어주어야 했다. 그녀는 시커먼 실로 꿰매놓은 상처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입김을 불었다.“호오.”성진은 미칠 지경이었다. 풀 수 없는 욕망에 달아오른 몸 위로 그녀의 입김이 닿고 있었다. 상처도 통증도 양심도 다 던져버리고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안고 싶었다. 입술을 빨고 싶었다. 그리고 더 많은 곳을 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아, 정말 죄송해요.”민서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약냄새와 함께 남자의 땀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그리고 희미한 담배냄새. 그녀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나니 민망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성진을 향해 기울인 상체를 서둘러 수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망치려 했지만 성진에게 팔을 잡혔다.“진짜 미안해요. 전 이만…….”잡힌 손을 비틀어 빼내려 하는데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3-24
Mehr lesen

22

민서는 성진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홀린 듯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입술을 벌렸다. 그의 혀가 입술 안쪽을 쓸었다. 방금의 조심스러운 키스와는 달랐다. 그의 입술과 혀는 대담하게 움직였다. 찌르고 들어와 긁고 문질렀다. 휘어감고 빨아당겼다. 그녀는 신음소리가 나려는 걸 참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흐으.”그가 거칠게 숨을 뱉더니 민서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겠다는 듯이 깊게 키스해왔다. 그의 힘에 밀려 민서의 몸이 자꾸 뒤쪽으로 밀렸다.“크흣, 하아.”통증을 억지로 참으려는 듯한 신음소리. 이제 민서는 소파 위에 팔꿈치로 겨우 지탱한 상태로 거의 눕기 직전이었고, 성진은 그녀의 위에 올라와있다시피 한 상태였다. 통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했다가는 꿰매놓은 상처가 다시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민서는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녀의 힘으로 밀려날 리 없는 체구의 성진이었지만, 살짝 밀렸다. 하지만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민서는 힘겹게 그 입술에서 벗어나 고개를 저었다. 힘겹게 눈을 뜨고 그녀의 거부 의사를 읽은 성진이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그녀는 다시 그의 어깨를 밀었다.“제발.”“안돼요. ……아프잖아요.”그가 고개를 떨궜다. 그의 이마가 민서의 쇄골 어림에 닿았다.“식은땀 흘리잖아요. 상처 먼저…….”체념한 듯, 성진이 몸을 일으키다말고 움찔하며 신음했다. 속엣말로 것 보라며, 그렇게 아픈데 지금 이러고 싶은 생각이 드냐며 타박한 민서가 그를 부축해 일으켜 앉혔다. 바닥에 빨간 약을 다 묻히고 굴러다닌 솜뭉치를 잠시 쳐다본 그녀는 다시 구급상자를 뒤져 멸균솜을 뜯었다.“붕대 감는 법 압니까?”“아니요.”“그럼 대충 소독약만 문지르고 이리 와요.”“시, 싫어요!”그의 등 뒤로 자리를 옮긴 민서가 시선에 들어온 용대가리에 움찔하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성진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싫어?“소독 다 하고 붕대도 감을 거예요. 키…… 뭘 하든 그 후에…… 해요.”싫다는 말이 자신에 대한 거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3-27
Mehr lesen

23

“젠장!”그는 민서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는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하악, 하악.”“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 천천히…… 천천히…….”그녀의 머리와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뜨거운 손에 민서는 울었다. 사과하고 달래는 목소리에 위로받았다. 이 사람 잘못이 아닌데, 사과하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머리가 어지럽고 손이 저렸다.“흐읍, 하악, 하악.”성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욕심이 과했다. 민서의 맛과 체향에 취해 이성을 잃고 본능대로 움직인 탓에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말았다. 호흡 곤란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의 숨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성진은 계속해서 그녀의 등과 뒤통수를 쓰다듬었다.***동혁이 바 가장자리에서 민서가 내어준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민서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민서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근식이나 성진과 달리 동혁은 민서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어서오세요.”젊은 커플이 들어와 민서와 인사를 나누고는 구석자리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들고 나오는 민서를 지켜보던 동혁이 진동을 느끼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네, 형님. 아닙니다, 형님. 별 일 없습니다, 형님.”민서의 시선이 동혁을 스쳤다. 핸드폰을 두 손으로 공손히 잡고 전화를 받는 모습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았다.“큰형님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예, 괜찮습니다.”주문을 받고 돌아선 민서의 시선이 다시 동혁을 향했다. 큰형님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와 박혀서였다. 그들이 말하는 큰형님은 성진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아닙니다, 형님. 저는 모르죠.”동혁이 통화를 하며 민서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려 바 안으로 들어와 쉐이커를 꺼냈다.“저, 형수님.”“네?”“오늘 가게 문 일찍 닫고 들어가시면 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01
Mehr lesen

24

성진은 근식이 가져온 서류를 읽고 있었다. A물산 대표이사가 부탁해 온 건을 처리하기 위한 기초 조사였는데, 그 양이 좀 많았다.“이 양반은 가진 게 쥐뿔도 없으면서 무슨 인맥이……. 하긴. 그러니 국회의원씩이나 해먹는 거겠지.”한참 읽었는데, 아직도 주변인물에 대한 서류의 절반도 다 읽지 못했다는 사실에 살짝 짜증이 난 성진이 미간에 힘을 주는데, 식탁 근처에서 통화를 하던 근식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뭐? 형수님이 울어?”성진이 고개를 휙 돌려 근식을 쳐다보았다.“어떤 새끼야? 설마 너 이 새끼, 그 개새끼가 접근 못하게……. 아, 아니야?”성진이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근식을 향해 걸어갔다.“아무 일도 없는데 형수님이 왜 울어! 너, 똑바로 얘기 안 해?”근식의 옆에 선 성진이 손을 내밀었다. 통화 상대에게 화를 내려던 근식이 그 손을 보고는 흠칫했다.“내놔.”근식이 얌전하게 핸드폰을 건넸고, 성진이 그 전화를 받았다.-……래 좀 조용하신 분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형님. 요 며칠 우울해보이셨거든요. 진짜로 아무 일 없었습니다.“나다.”-아, 큰형님.“주변에 사람은.”-두 테이블에 각 두 명씩이고, 바 테이블에 한 명 있습니다.“간다.”핸드폰을 근식에게 돌려준 성진이 방으로 걸어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근식이 그 뒤를 따라왔다.“가보시려고요?”“어.”“많이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텐데요.”“여기 있으나, 거기 있으나.”불편한 움직임으로 끙끙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성진을 보며 근식은 복잡한 심정으로 혀를 찼다. 확실히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 싸운 걸까? 민서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성진에게 대들거나 함부로 대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성진이 민서에게 화를 냈을 것 같지도 않았다.남자와 남자 사이의 문제라면 주먹질 좀 하고 마주 앉아서 소주 몇 병 까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해결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여자이다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거였다.“그래도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게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02
Mehr lesen

25

꽃향이 확 끼쳤다. 가족 아닌 사람에게 꽃다발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민서는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여 꽃향기를 맡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꽃다발을 받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꽃향기를 맡아보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잠깐 생각하면서.“그럼 전 돌아가보겠습니다. 혁아, 키 내놔. 갈 때 큰형님 차 몰고 오면 되잖아, 새꺄.”근식이 억울해하는 동혁의 차 키를 빼앗아갔다. 그리고 나가면서 민서에게 눈을 찡끗해보였다. 민서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눈인사에 답하고는 추가로 주문받은 칵테일을 만들어 손님 앞에 놓았다.“이게 시그니처군. 어떻게 마시지?”“가볍게 한 번 저어서 드시면 돼요.”“음,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군.”손님의 말에 민서는 웃었다.“여자분께 드릴 때는 알콜 도수가 높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꼭 덧붙여요.”손님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성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 손님을 쳐다보았다.“다음에 올 때 우리 마누라를 한 번 데리고 와야겠네. 아가씨를 참 마음에 들어할 것 같단 말야.”“사모님이 오시면 가장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드릴게요.”“서비스로 주나?”“오시기만 한다면 당연히 서비스로 드려야죠. 그런데 왠지 안 모시고 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어이쿠, 들켰네. 나이 먹고 마누라 손 붙잡고 다니는 게 왠지 창피해서 말야.”서로를 잘 아는 것 같은 분위기에 성진이 혀를 찼다. 뭔가 못마땅한데 그렇다는 내색을 할 수가 없어 불만이었다.반백의 노신사는 민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더 늦으면 마누라가 화낼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에는 꼭 사모님과 오시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 민서가 빈 잔과 코스터를 거둬들이는 그 자리로 성진이 옮겨 앉았다. 그녀가 멈칫하는 것을 본 성진은 입술을 늘려 웃었다.“도망도 피하는 것도 이제 그만하죠.”“제가 언제…….”“아닙니까?”똑바로 마주해오는 시선에 민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피한 것이 맞으니까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창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05
Mehr lesen

26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겁내지 맙시다.”“……네.”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게 애를 쓰며 간신히 대답한 민서였다. 긴장한 채 민서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성진이 몸에 힘을 풀고 바 테이블에 상체를 기댔다. 허리 쪽에서 은은하게 통증이 올라오는 걸 보면 무리를 하긴 한 모양이었다.“그러면 다시 아침밥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요 며칠 얼굴을…… 아니, 아침을 안 먹었더니 힘드네요.”아침밥 소리에 민서는 살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틀 동안 얼굴 마주하는 걸 피해보겠다고 일찍 집에서 나와 동혁이 올 때까지 아파트 단지를 배회했었다. 새벽시간에 퇴근 후에도 동혁을 보내놓고 나서 단지 내 공원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 들어갔었고. 성진의 아침밥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잘 먹어야 빨리 낫는데.“죄송해요.”“그쪽이 미안할 일이 아닙니다.”성진이 뭐라 말을 더 하려 하는데,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성진은 조용히 새 칵테일을 마셨다.“어서오세요.”두 남자는 성진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민서와의 조용한 분위기는 방해받았지만, 덕분에 구석자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질척한 소리들이 묻혀 들리지 않는 것은 좋았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그래서 내가 이리로 오자 했지. 어때, 우리 바텐더 아가씨 미모가?”“아름다우십니다.”성진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우리 바텐더 아가씨?“내가 공들여 작업 중인데, 끄떡도 않는단 말이지. 어때요, 아가씨? 오늘도 거절입니까?”“네, 손님. 영업시간 외에 밖에서 따로 만나는 건 금지돼 있어서요.”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성진은 테이블에 기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규칙은 깨라고 있는 거야. 하지 말라는 걸 할 때 쾌감이 죽여주는 거거든. 그렇지, 한 대리?”“그럼요. 그러니 제가 근무시간에 화장실…… 큼. 아닙니다.”신이 나서 맞장구치던 남자가 멈칫하더니 민서에게 같이 온 사람의 칭찬을 늘어놓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08
Mehr lesen

27

민서가 성진과 심상치 않은 사이임을 넌지시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민서를 포기하지 못한 듯, 시덥잖은 농담을 계속해서 던졌다. 민서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걸 본 남자의 일행이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눈치를 주었으나,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내가 뭐 큰 걸 바라는 건 아니란 말이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이거든. 가끔 특식도 먹고 말이야. 맛없는 것도 가끔 먹어 줘야, 아! 원래 먹던 게 맛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기도 한단 말이지.”“그런가요? 전 맛없는 건 굳이 찾아먹지 않는 편이라서요.”“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어요?”능글맞게 웃는 남자에게 차마 화를 낼 수 없어 한숨을 내쉬는데, 옆에서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던 성진이 참지 못하고 남자의 어깨를 툭툭 쳤다.“이봐.”“어린놈이 말이 짧네.”앉아있는 성진을 아래위로 훑은 남자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툭 내뱉은 말에 성진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발끈했다. 성진이 손을 들어 동혁을 말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파리한 안색으로 앉아있는 성진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 성진의 생김새도 남자의 생각에 힘을 보냈다.하지만 정면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성진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오른쪽 눈썹 위에서 눈꼬리까지 이어지는 칼자국이었다. 조금이라도 옆으로 비껴 지났다면 실명했을지도 모를 위험한 흉터였다. 그리고 구부정하게 앉아있을 때는 몰랐던 성진의 넓은 어깨와 큰 키에 위압감을 느꼈다.“그쪽도 예절이 썩 훌륭하지 않더라고.”남자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낭패였다. 작고 여리여리한 민서가 사귀는 남자래야 대단할 게 없다 생각했다. 자신이 민서에게 추근덕거릴 때 옆에서 조용히 지켜만 보기에 배알도 없는 놈인 줄 알았다. 덩치 큰 놈이 형님이라 깍듯하게 칭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옆얼굴이 곱상해 만만한 상대라는 오판을 하고 말았다.“아니…… 그게 아니라…….”성진이 남자에게 한 걸음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09
Mehr lesen

28

구석자리에 숨어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커플이 나가고 민서가 테이블을 치우고 돌아오는데 문이 열리고 젊은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손님이 없으니 일찍 문 닫고 집에 가자고 하려던 성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만을 표했다.“어서오세요.”여자는 민서의 인사에 환하게 웃으며 아는 척을 한 후 성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원래 이 시간에 오면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두 분이나 계시네요?”“다른 손님이 없을 때 주로 오셔서 그래요. 오늘도 같은 걸로 드릴까요?”“네. 섹스 온 더 비치로 주세요.”자주 오는 손님인지, 여자와 민서는 살갑게 안부를 주고받았다.“가게 문 닫고 나서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싫은 날이 있어요. 술 한 잔이 먹고 싶은데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사람들 바글바글한데서 혼자 청승 떨기 싫은 그런 날이요. 그런 날엔 여기서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게 최고더라고요. 그리고 이왕 마시는 거 맛있는 걸로 마셔야죠.”“원래 혼술하러 오시는 분이 많아요. 조용히 한두 잔씩 드시고 가시고요.”허리케인 글라스에 얼음을 담으며 여자의 넋두리 같은 말에 민서가 웃었다. 쉐이커에도 얼음을 담는 민서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성진 쪽으로 여자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동네에선 못 보던 분이시네요. 안녕하세요,”“아, 네.”“근처에 사시나요? 이렇게 근사하게 생기신 분인데 제 기억엔 없어서요.”“아니요.”“댁이 어디신데요?”“……닥산동입니다.”“어머, 멀리도 오셨네요? 근처에 볼일이라도 있으셨나봐요.”“……직장이 근처라.”“어머어머, 무슨 일 하시는데요?”보드카에 이어 오렌지 주스를 쉐이커에 붓던 민서가 눈을 들어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혼자서 칵테일 마시러 오는 손님들 중에 가장 빨리 친해진, 붙임성 좋은 카페 사장이었다. 말 수 적은 성진이 귀찮아하는 것이 민서에게는 너무나 잘 보이는데, 손님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깡패입니다.”카페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민서는 ‘쿡’ 짧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12
Mehr lesen

29

성진이 자세한 설명을 피하는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한 민서는 그가 자신을 보면서 웃자 흠칫 놀랐다.아니, 왜 웃고 그러세요. 그쪽이 깡패라는 것만으로도 불법적인 일 한다는 걸 다 설명하신 거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말 옮기는 일 같은 거 안 하니까 그만 쳐다보세요.어색해진 민서가 바쁜 척 손을 놀렸다.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아직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나 힐끔힐끔 성진을 확인했다.“큰일이다, 민서 씨. 저 사람, 민서 씨한테 관심있나봐.”카페 사장이 민서 쪽으로 상체를 바짝 기울인 채 속삭였다. 그런 거 아니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그냥 깡패 아니라 되게 위험한 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혼자 있을 때 저런 손님 들어오면 무섭잖아.”“위험한 손님 아니에요. 오히려 진상 손님을 두 번이나 쫓아내주셨어요.”민서도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카페 사장이 ‘그래?’ 하며 놀라더니 성진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성진은 두 사람을 지켜보다 미간을 좁혔다. 두 여자가 서로 속닥거리다가 자신을 보며 웃는 모양이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빨리 마시고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여자는 민서에게 또 뭐라 속삭이고는 까르르 웃었다.“그러지 마세요, 손님. 전 당분간 누굴 만나거나 할 생각이 없어요.”“어머, 왜?”“그냥…….”여자가 손을 뻗어 민서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또 속삭였다. 가만히 듣던 민서의 표정이 난처한 기색으로 바뀌었다.마음에 안 들어.그는 다시 블랙 러시안을 들이켰다. 독한 알콜이 목구멍을 태울 듯 덥히고 넘어갔다.“그럼 나 섹스 온 더 비치 말고 다른 거 추천해줘요.”여자가 빨대로 남은 칵테일을 쭉 들이켰다. 그리고 얼음만 남은 빈 잔을 내밀었다. 민서는 잔과 코스터를 수거하고는 메뉴판을 꺼냈다.“이거랑 이것처럼 이름이 섹스 온 더 비치같이 좀 선정적이다 하는 칵테일이 보통은 달콤해서 마시기 좋아요.”“그러다 훅 가고?”여자가 민서에게 윙크를 날렸고, 민서는 손가락 총을 쏘았다.“그렇죠.”“흐응, 궁금하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16
Mehr lesen

30

***성진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원체 그의 체력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민서가 매일 서투르게나마 상처를 소독해주었고, 단백질 위주의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발은 근식의 몫이었다. 사무실과 병원, 성진의 아파트를 오가며 각종 약들과 보양식을 갖다 바쳤다.“빨리 나으십쇼, 형님. 혼자 하려니 죽겠습니다.”“엄살은. 내가 발 빼고 너 혼자 해도 되겠는데?”“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아시죠? 황 회장이 형님을 얼마나 찾는지 말씀드렸잖습니까. 양 전무 같은 경우에는 형님 없이는 못 맡기겠다고, 형님 복귀하면 연락 달라고 합디다.”“츱, 까탈스런 영감탱이들.”근식이 입혀주는 수트 재킷 단추를 여미며 성진이 혀를 찼다.“황 회장님이 급하신 모양이더라고요, 형님.”“그 양반이 급하거나 말거나.”시계를 차고 지갑을 챙긴 성진이 방을 나와 현관으로 걸어가는 동안 근식이 소지품을 챙겨와 그 뒤를 따랐다.“그래도 그러시면 안 됩니다, 형님. 황 회장님이 그래도 제일 큰 고객인데 말입니다, 형님.”“시끄러워.”“그러지 마시고, 형수님한테 가기 전에 잠깐 아주 잠깐만 황 회장님 얼굴 보고 갑시다, 네?”계속해서 졸라대는 근식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그 태도에 성진은 걸음을 멈추고 근식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뭐냐?”“뭐가요?”“그 영감이 뭐라 그래? 또 지랄맞게 굴어?”근식의 눈동자가 슬며시 옆으로 기울었다가 돌아왔다. 성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그런 거 없었습니다. 워낙 그 양반 성격이 불같아서 그러지요. 일처리 느린 거 못 견뎌하시는 분이잖습니까.”“지금 간다고 연락해.”못마땅한 표정으로 한 마디 뱉은 채 걸음을 옮기는 성진의 뒤에서 근식이 쾌재를 불렀다. 성진이 직접 움직인다고 하니 일이 쉬워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성진은 이상할 정도로 나이 많은 고객들에게 잘 먹혔다. 지금은 저렇게 기분 나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틱틱거리지만, 막상 고객 앞에서는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할 것이었다. 깍듯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4-16
Mehr lesen
ZURÜCK
1234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