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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조폭이 사랑할 때: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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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민서는 새 침대에서 눈을 떴다. 며칠 동안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게 힘든 줄 몰랐는데.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그동안 불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성진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거실로 나왔다. 많이 달라진 그녀의 방과는 달리 거실은 여전히 휑했다. 화분이나 진열장 같은 것들이 있으면 훨씬 보기가 좋을 거라 생각하며 주방으로 갔다. 민서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너무 넓고 예쁜 주방이지만 쓸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는데, 이제 그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지 않았나. 마침 배도 고팠다. 먼저 원룸에서 챙겨온 쌀을 씻었다. 사용하던 4인용 밥솥에 밥을 안치고 손바닥 만한 뚝배기를 꺼냈다. 혼자 밥해먹던 처지라 식재료들을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민식의 눈치를 보느라 버리고 왔다. 민서는 그게 아쉬워 입술을 삐죽이며 양파와 대파를 꺼내 손질을 시작했다. 재료들을 뚝배기에 담고 된장을 풀어 넣고 챙겨온 조미료를 살짝 첨가했다. 그리고 인덕션 위에 올리고 불을 켰다. 사용하던 가스렌지와는 모양도 사용방법도 달라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녀에게는 핸드폰과 검색을 할 수 있는 손가락이 있었다. 남은 재료들을 나눠담으려고 보니, 비닐팩이 없었다. 밀폐용기도 없었다. 미간을 좁히며 여기저기를 뒤적이던 민서는 작은 냄비를 꺼내 한꺼번에 담았다. 뚜껑을 닫고 통째로 냉장고에 넣었다. 자리도 많으니 상관없겠지 생각하며 사용한 조리도구를 정리하는데,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민서의 몸이 굳었다. 핸드폰 액정의 시간을 확인했다. 8시도 안 된 시각. 지난번 보다 매우 이른 시각이었다. 주방을 함부로 썼다고 기분 나빠하면 어떻게 하지? 아니야,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았어. 빌붙어 사는 주제에 집안에 된장냄새 풍긴다고 기분 나빠하면 어떡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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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지영은 열심히 말했고, 민서는 열심히 들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았다. 이를테면 성진이 하는 일에 대한 것들이랄까. 지영이 한 말에 의하면 성진이 하는 일은 성매매 알선이었다. 아가씨는 10명에서 15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다른 업소와 달리 강요가 없는 편이라 도망가는 애들이 없다고 했다. 그 부분에서 근식의 어깨가 으쓱거려 민서는 웃었다. 일반인 손님도 가끔 받지만, 대부분은 정치인이나 무슨 회장님과 사장님들이라고 했다. 연예인도 몇 명 만나봤다고 지영은 자랑했다. 그거 불법 아닌가? 걸리면 잡혀가지 않나? 민서는 잠깐 고민했지만, 성진의 직업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가 직접 깡패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동네에서 행패 부리곤 하는 깡패라기보다는 불법적인 일에 깊이 관여하는 조직폭력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이긴 했지만. “애들이 성진 오빠를 한 번 꼬셔보려고 얼마나 지랄들을 떨었는지 몰라요, 언니. 성진 오빠가 몸이 좋잖아요. 거기다 거기가 아주…… 제가 뭔 말 하는지 아시죠? 암튼 그게 소문이 쫙 나서 홀랑 벗고 덤벼든 애들이 수두룩했어요. 근데요, 언니. 성진 오빠 멋진 게 뭐게요? 꿈쩍도 안 했어요. 우리는 애들을 얼굴이랑 몸매 보고 뽑거든요? 애들이 다 예쁘고 쭉쭉빵빵하다고요. 그런 애들이 옷 벗고 덤비는데, ‘놓아라! 나는 애심이 밖에 없다!’ 하면서 다 뿌리쳤어요. 그거 보면서 와, 나도 저런 남자한테 사랑받고 싶다 그랬어요. 그런데…… 에휴, 말을 말아야지.” 신나게 떠들던 지영이 근식을 흘겨보았다. 근식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웃으며 지영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나도 지영이 밖에 없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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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드세요.”“예.”성진이 숟가락을 들었다. 큰 기대 없이 앉은 식탁이었는데, 아주 풍성했다. 바쁘게 움직이더라니 준비를 많이 했나 보았다. 밥, 국, 김치에 달걀 프라이 정도만 차려줘도 되는데, 멀쩡하지도 않은 몸으로 종종거리며 얼마나 힘들었을까.성진이 김치찌개 맛을 보았다. 된장찌개와 마찬가지로 그럴듯했다. 웃음이 나려는 걸 참고 밥을 먹었다. 이것저것 집어먹었다. 밥그릇이 작아 몇 숟갈 뜨지 않아서 깨끗하게 비워졌다. 성진은 빈 그릇을 민서에게 내밀었다. 여자가 흠칫거리더니 밥그릇을 받아들고 밥솥에서 밥을 퍼주었다. 말없이 받아든 성진은 다시 밥을 먹었고, 이번에는 국그릇을 내밀었다. 민서는 당황했다. 왜 그러냐고 쳐다봤는데,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본 민서는 왜 이것밖에 안 주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죄송해요.”황급히 국그릇을 받아들고 가스렌지 앞에 가서 남은 김치찌개를 모두 덜어 담았다. 왜 갑자기 사과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성진은 찌개를 받아들고 또 밥을 먹었다. 밥을 깨작거리며 성진이 먹는 것을 살피던 민서는 성진이 빈 밥그릇을 들어 올리자마자 냉큼 받아들었다. 그리고 주걱을 들고 작은 그릇에 밥의 탑을 쌓았다.“큿.”성진의 짧은 웃음소리에 탑 모양의 밥을 주걱으로 가다듬던 민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그 정도면 됐습니다. 주세요.”“아, 네.”민서는 성진의 손에 밥그릇을 넘겨주고, 밥풀 몇 개만 덕지덕지 붙어있는 밥솥을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밥은 또 하면 되는데 괜히 서러웠다.어제는 밥을 한 공기만 먹었잖아요. 이렇게 많이 드실 줄 알았으면 밥도 찌개도 더 많이 해놓는 건데. 이렇게 먹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그럼 어제는 배가 고파서 어떻게 했대요? 오늘도 민서는 던지지 못할 질문을 적립했다.밥의 탑을 다 먹은 성진은 더 달란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민서는 섭섭했다. 점심때도 먹고 저녁때도 먹으려 했던 밥과 찌개를 몽땅 비웠으면서도 잘 먹었다는 소리도 안 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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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성진은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주요 고객 리스트에 올릴 새 고객의 신상을 조사해 온 서류가 한 가득이었다. “이 새끼는 마누라에 오피스 와이프까지 두고도 이 지랄이네.” 단골 고객의 새 접대 리스트에 오른 중후한 남자의 사진을 보며 성진은 픽 웃었다. 가진 재산이 얼마고 학벌은 어디며 직업이 무엇이고 인품이 어떻더라 정도로는 남자라는 존재를 다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아랫도리에 좆 달고 태어난 것들은 어떻게 이렇게들 한결같으신지. 필요한 것들을 장부에 입력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했더니 문이 열리고 창용이 들어왔다. 눈치가 빠르고 발이 넓어 뒷조사 쪽으로 성진에게 유용한 놈이었다. 그가 들어오기 전에 허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뭐 빼놓은 거라도 있어?” 서류 뭉치를 눈으로 가리켰더니 창용이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전에 잡아오라 하셨던 새끼 있잖습니까, 형님.”“잡아오라 했던 새끼?” 서류를 뒤적이며 심상하다는 말투로 성진이 되묻자, 답답하다는 듯 창용이 의자를 성진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당겨 앉았다. “주소 하나 주시고 그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새끼 잡아오라고 사진 뿌리셨잖습니까, 형님.” 그제서야 창용이 말하는 놈이 근태인 것을 깨달은 성진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잡았냐?”“잡긴 잡았는데요, 형님. 그 새끼 배경이 심상치 않아서 일단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형님.” 성진이 서류를 내려놓고 창용을 쳐다보았다. “배경이라고?”“M건설 강 전무가 몇 달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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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곤란한 상황이 닥치면 뭐다? 딴 얘기였다. 지영은 재빨리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개새끼라는 남자랑은 어쩌다 사귀게 됐대요?”“가게 손님 중에 절 좋게 보신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소개해 줬어요.” 붉은 색으로 검은 멍 색을 완화시킨 지영이 베이스를 바르면서 분노했다. “아니 좋게 봤다면서 왜 개새끼를 소개해 준대요, 그 손님은?”“그분도 모르셨겠죠.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키 크고 잘 생기고 나한테 다정하고…… 처음엔 그랬어요.”“처음엔 몰랐어도 알고 난 다음엔 도망쳐야죠. 처음부터 이 지경까지 패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베이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자국 위에 컨실러를 올리면서 다시 분노하는 지영의 목소리에 민서가 힘없이 웃었다. “그러게요. 처음 맞았을 때 도망쳐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나한테는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잘난 그 사람이 술김에 한 대 때린 걸로 나한테 저자세로 싹싹 빌면서 사과하는 모습이…… 뭐라고 해야 할까, 우쭐함? 그런 기분이 들어서 용서하게 되더라고요.” 덕지덕지 발라놓은 컨실러를 밀지 않고 경계만 두드리면서 지영은 입술을 삐죽였다. 여자 패는 새끼들 패턴은 왜 이렇게 다들 똑같은지. “헤어지자고 했다가 심하게 맞았을 때,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냥은 안 헤어져주겠다 싶어서…… 그런데 경찰이 내 말보다 그 사람 말을 더 믿어주는 거예요.&r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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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얘기가 더 길어지면 민서가 다시 거부할 것 같아서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발 시간을 알려주시면 근식이가 올 겁니다.”“하지만…….”“근식이 번호 있으시죠?” 성진이 질문을 던지고 굳었다. 민서도 대답을 못하고 굳었다. 성진은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번호가 뭡니까?” 그랬다. 두 사람은 같이 산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처 교환도 하지 않고 지냈다. 민서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번호를 불렀고, 성진은 그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저장했다. 그리고 통화목록을 열었다. 제일 위에 뜬 이름 ‘민서’와 번호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내 번호도 저장해 놔요. 근식이 번호는 문자로 보내드릴테니, 출발시간 알려주고요.”“네.”“아침 잘 먹었어요.” 성진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방으로 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민서에게 근식의 번호를 알려준 뒤, 주소록을 뒤져 통화버튼을 눌렀다. “창용아, 그 원룸, 계약해. 아가씨에게 연락 안하는 조건으로. 그래, 나중에 문제 생기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 연락 오면 세입자 못 찾았다고 얘기하는 조건으로. 말 안 통하면 내가 직접 간다고 해.” 통화를 마친 성진이 통화목록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민서’ 위에 있는 ‘창용’의 이름이 보기가 싫었다. ‘창용’을 꾹 눌러 통화내역을 삭제한 후 다시 제일 위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화면을 껐다.침대 위에 핸드폰을 던져두고 옷을 벗으면서 힐끔힐끔 핸드폰으로 자꾸 시선을 주던 성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핸드폰 액정이 바닥으로 가게끔 뒤집었다. 그리고 남은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욕실로 향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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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문하신 블랙 러시안입니다. 그리고 이건 화이트 러시안이에요. 생각해보니까 근식 씨한테 계속 무알콜 칵테일만 드렸더라고요. 드셔보세요.” 성진의 앞에 블랙 러시안을, 근식 앞에 화이트 러시안을 내려놓은 그녀가 다시 생긋 웃어 보이고 멀어지자 성진이 혀를 찼다. “왜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하는 것 같냐?”“그럴 리가 없습니다. 지영이도 저보다 형님을 더 좋아하는데요?” ‘네 마누라가 나를 더 좋아하는 게 왜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근식을 한 번 흘겨본 성진이 칵테일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너한테 더 잘해준다는 거지.”“억울하시면 저한테 맡기지 마시고 직접 따라다니십쇼. 만리장성도 자주 봐야 쌓는 겁니다.”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근식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주먹으로 툭 때린 성진이 화이트 러시안에 꽂혀있는 커피스틱으로 내용물을 마구 저었다. 블랙 러시안 위에 예쁘게 빌드업 된 크림이 섞이는 걸 본 근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 건데요, 형님.”“원래 섞어 마시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윽.” 성진이 인상을 썼고, 근식도 인상을 썼다. “제 겁니다, 형님.”“맛만 봤다. 너 먹어라.” 성진이 밀어주는 칵테일 잔을 집어 드는 근식의 인상이 펴질 줄 몰랐다. 민서가 저 먹으라고 만들어 준 건데 성진이 먼저 입을 댄 것이 서운했다. 성진이 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먼저 맛보고 ‘맛있네. 먹어라’가 아니라 ‘윽, 너 먹어라’라서 더 서운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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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히엑!” 깜짝 놀라 손을 빼려 했으나 빠지지 않았다.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인데 무슨 힘이 이렇게 센지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든 손을 빼내기 위해 손목을 이리저리 비트는데 성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저기…… 그게…….” 손이 휙 당겨졌다. 민서는 속절없이 딸려가 붕대를 감은 성진의 가슴 위에 엎어졌다. 끄응, 하고 그가 신음소리를 내서 민서는 놀랐다. 그의 상처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비켜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전 그냥…… 땀을 너무 많이 흘리셔서…….” 어떻게든 성진의 상처에 부담이 되지 않게 하려고 그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들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 손 좀 놔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민서는 최대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성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려나?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이 손 좀…….” 표정으로 사과하는 것을 관두고 말로써 사과하는데, 그의 나머지 한쪽 손이 스르르 올라와 그녀의 뒷목을 감쌌다. 오소소 돋아오는 소름에 하던 말을 멈추고 돌아보려는데 목이 확 당겨졌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민서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얼어버렸다. 손도 단단했고 가슴도 단단했는데, 성진은 입술도 단단했다. 하지만 부드러웠다. 민서가 입술을 다문 채로 눈만 꿈뻑이는데, 그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으며 입술이 벌어졌다. 다물린 민서의 입술을 머금고 부드럽게 빨더니 혀가 입술 사이를 비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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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밖으로 나오니 두 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근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서둘러 차에 오르려는 것을 손을 휘저어 말렸다. “멀리 안 간다. 걸어갈 거야. 늬들도 가서 좀 쉬지, 뭐하러 기다리냐?”“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형님.”“됐다. 당분간은 별 일 없을 것 같으니까 너희들도 들어가서 쉬어라.” 지갑을 꺼내 오만원 권 몇 장을 꺼내 건네주니, 그들은 받아들고 허리를 깍듯하게 숙였다. 그리고 저들끼리 말을 주고받으며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근식은 민서의 칵테일 바를 향해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민서가 지내던 원룸은 아이들 숙소로 내주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지만, 칵테일 바 주변에는 아직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지난 밤의 일로 아이들을 모조리 빼는 바람에 경계를 할 수가 없었다. 민서의 옆에 제법 강단 있는 녀석을 붙이기는 했지만, 역시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마주 걸어오던 남자가 근식을 보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눌러 얼굴을 가리면서 뒤돌아 걷는 것이 보였다. 근태였다. “쯧, 이래서 내가 마음 편하게 있을 수가 없어요. 어이! 거기!” 투덜거리며 소리 높여 근태를 불렀는데, 모른 척하고 걸음을 빨리 해 걷는 게 보였다. 달려가 잡는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버려 두었다. 대신 간판에 불도 켜지 않은 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죄송하지만 영업시간 전……, 근식 씨!” 그가 민서 옆에 붙여놓았던 동혁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왔고, 민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왔다. “출근하셨을 것 같아서요. 형님께 가기 전에 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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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도착했습니다, 형수님.” 알아요. 알고 있지만, 잠깐만요.민서는 차에서 내리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운전석의 동혁이 돌아보고서는 ‘아’ 소리를 내더니 차를 지하 주차장 쪽으로 몰았다. 능숙하게 차를 주차하고서 내렸다. 그리고 민서가 타고 있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리시지요.” 이거 아니라고요.민서는 울고 싶었다. 그녀가 바란 것은 성진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약간의 여유시간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심호흡을 몇 번 할 정도의 시간이면 될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낮에 보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잡힌 손을 저도 모르게 뿌리쳤을 때, 놀란 표정을 수습하던 그에게서 서운함이 읽혔었다.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고는 한숨 비슷한 걸 내쉬었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그녀가 출근하기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미안했다. 하지만 잘못은 그 사람이 먼저 하지 않았던가. 힘으로 그녀를 벗어날 수 없게 붙잡아놓고 강압적으로 키스를 했었다. 그건 범죄였다. 그녀가 그동안 무기력하게 당해왔던 폭력이었다. 그녀가 그의 손을 그렇게 뿌리친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하지만. “저, 형수님?” 차문까지 열어주었음에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 민서 때문에 당황한 동혁이 그녀를 불렀다. 차 보조석의 머리 받침대를 노려보던 민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내렸다. “미안해요. 그리고 늦게까지 고마워요.&rd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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