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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조폭이 사랑할 때: Chapter 1 - Chapter 8

8 Chapters

1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고개짓. 아마 감사의 뜻이겠지. 민서는 눈을 반쯤 감으며 웃어보였다.민서가 일하는 곳은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작은 칵테일 바였다. ‘팔자 좋은 건물주 아들’인 사장은 가게 운영보다 유흥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두세 테이블 정도 받고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기 일쑤여서 민서는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이 곳이 좋았다.찾아오는 손님의 절반 정도는 한량 같은 사장의 친구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동네 주민들, 블로그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의 낯을 익혀둔 후라 새로 찾아온 손님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블랙러시안 한 잔을 앞에 두고 말없이 앉아있는 이 손님은 요 근래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한 달에 서너 번, 손님이 뜸한 월요일이나 화요일 밤 늦게 찾아와 한두 시간 정도 혼자 앉아있다 가고는 했다. 일행이 있을 때도 몇 번인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걸 보면 원래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보통 혼자 오는 손님은 바텐더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기 마련이다. 날씨 이야기 같은 소소한 일상 얘기에서부터 신문에 오르내리는 이슈들까지, 낮은 볼륨으로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채우지 못하는 적막을 목소리로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여자인 민서에게는 끈적하게 던지는 농담이나 추파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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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이 년이 진짜!”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속 얼굴을 마주해야 할 손님 앞에서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민서는 다시 그녀를 내려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는 근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눈깔 안 깔아?”한 대 때리면 움츠러들던 평소 모습과 달리, 반항하는 듯한 민서의 눈빛에 근태는 더 열이 올랐다. 그래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뺨을 맞을 때 조금 흐트러졌던 민서의 묶은 머리는 완전히 엉망이 되고 말았다.“이게 누굴 꼬라보고 지랄이야? 눈깔 깔으랬지!”휘청거리는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고 연거푸 때리기 위해 손을 다시 치켜드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의 손을 잡고 비틀었다. 낮게 비명을 지르며 돌아보니 아까의 그 덩치 좋은 남자였다.“이 새끼가 자꾸 끼어들고…….”“치정 문제인 것 같아서 두고 볼랬더니, 하는 꼴이 지랄맞아서.”그가 근태의 턱을 후려쳤다.“개새끼가 술버릇을 좆같이 배워서.”쓰러진 근태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참을 수가 있어야지.”바짝 끌어당긴 근태의 얼굴을 보며 남자가 낮게 으르렁거렸다.“계집은 돈으로도 때리는 거 아니야. 좆도 아닌 새끼가 어디서 손을 함부로 휘둘러?”반듯하던 남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덩치에서 풍기던 위압감에 표정까지 그러하니, 근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쳐다만 보았다.“이런 개새끼는 키우는 거 아닙니다. 남자 보는 눈 좀 길러요.”민서 쪽은 쳐다보지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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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란하게 몸을 떨어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민서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받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사과부터 할 테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느니, 너 없인 못 산다느니, 앞으로 정말 잘 하겠다느니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매달릴 것이었다. 알았다고, 용서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었다.어떻게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남자 보는 눈을 기르라던 손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난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거지같았던 거야.전화는 잠깐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떨어댔다.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끝까지 받지 않았다가는 그가 다시 가게로 찾아올지도 몰랐다.“여……보세요.”-민서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걱정했다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 소름이 돋아 그녀는 팔뚝을 문질렀다.“이제 그만하자 그랬잖아. 나 이제 근태 씨 전화 받을 이유 없어.”-민서야.“못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다시 얘기할게. 우린 끝났어. 다시는 전화하지도 찾아오지도 말아줬으면 해.”-사랑해, 민서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간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헛웃음을 지었다.“안다고? 내가? 아니. 난 그딴 이유 같은 거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 이제 전화하지 마. 근태 씨 번호 차단할 거야. 찾아오지도 마. 안 만나줄 거니까.”모질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민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지쳐있었다.-진짜 너 왜 그래? 미안하다고 그랬잖아. 내가 이만큼 숙이고 들어갔으면 너도 엥간히 해얄 거 아니야.화난 기색이 묻어나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웃었다.“미안하다고 하면 끝난 건가? 욕하고 때린 게 없던 게 되는 거야?”-그건 네가…….“술김이면, 홧김이면 때려도 되는 거야? 약 사다주고 꽃 사다주면 때려도 되는 거야?”민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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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일행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메뉴를 뒤적였다.30대 중반 정도? 흐트러지긴 했지만 둘 다 수트 차림이었고, 전작이 있었던 듯 얼굴이 약간 붉었다.“난 러스티 네일. 너는?”“아무거나.”일행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덮으며 대답하자 남자는 눈을 살짱 찡그렸다.“아무거나는 무슨. 그런 메뉴는 없거든? 이 친구는 마티니로 주세요.”“네, 손님.”웃는 얼굴로 메뉴판을 받아든 민서는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꺼냈다. 얼음 서너 조각을 넣고 스카치 위스키 병을 집어들었다.검지와 중지 사이에 지거를 끼고, 간결하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용량을 재 얼음 위로 술을 붓는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남자의 일행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아가씨, 쇼는 안 합니까?”“네?”“거 있잖아. 막 흔들고 돌리고 던졌다가 받으면서 춤도 추고.”드란부이를 위스키와 동량으로 넣고 바스푼의 긴 손잡이를 집던 민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요새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구요. 화려하죠, 칵테일 쇼. 그런데 그런 쇼를 보여주는 바텐더들을 플레어 바텐더라고 따로 불러요.”“아가씨는 그런 거 못하나? 하다못해 요래요래 막 흔드는 거라도 해봐요. 그렇게 얌전히 따르지만 말고.”자꾸만 귀에 들리는 ‘아가씨’ 호칭이 거슬렸지만 민서는 웃었다.“여기 주문하신 러스티 네일입니다. 주문하신 마티니는 보통 저어서 만드는데, 흔들어서 만들어 드릴까요,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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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친 무릎의 통증을 자각할 틈도 없이 머리채를 잡혔다. 그리고 문 닫히는 소리와 잠금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민서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그 깡패새끼랑 여태 같이 있다 온 거야?”근태의 목소리도 떨리는 듯했다. 민서는 머리카락을 휘어잡은 근태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이거 놔.”“전화도 안 받고, 집에도 없고, 한 시간이나 늦게 들어와?”“이거 놓으라고!”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를 써보았지만 그의 손은 너무 단단했다.“어쩐지 그 새끼, 가게 근처에 못 오게 하더니……. 가게서 딩굴었냐? 나 피해서 그 새끼한테 가랑이 벌려줬어?”하,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온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근태가 말하는 그 새끼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함부로 얘기하지 마!”바로 손바닥이 날아왔다. 신발도 채 벗지 못하고 쓰러진 상태에서 맞은 따귀였다. 맞은 쪽 귀가 먹먹하고 볼 안쪽 살이 터졌는지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뭘 잘했다고 쳐 웃고 지랄이야, 더러운 년이.”그는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올라서더니 민서의 머리채를 잡은 채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온 머리가 다 뽑히는 듯한 고통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카락에 칭칭 감긴 그의 주먹에 매달려야 했다.“좋디? 좋았어? 나 아닌 다른 새끼랑 떡쳐보니 좋았어, 이 걸레 같은 년아?”그는 그녀를 침대 옆에 내동댕이쳤다. 술에 취한 근태도 무서웠지만, 술냄새를 풍기지 않는 근태는 더 잔인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버둥대던 민서는 무릎으로 기었다. 어서 나가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다. 큰 도움은 못될망정,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터였다. 공포에 질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뚱이가 너무나 원망스러워 눈물이 났다.“어딜 도망가! 그 새끼한테 대주고 나니까 나는 싫어졌나보지?”다시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린 성태가 손바닥을 날렸다. 차진 마찰음과 함께 침대 위에 내동댕이쳐진 그녀를 향해 버럭버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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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츱, 대충들 하지.”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야 덩치 큰 남자가 차장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엇, 형님. 벌써 나오셨습니까?”“그러게 키 주고 가라고 그랬지? 새끼가 말도 안 쳐듣더니.”“제이 그년이 어지간히 앵겨들어야 말이지요, 형님. 그래도 그것이 아니다, 어떻게 형님을 혼자 집에 보내 드리냐, 놓아라, 바짓가랭이 찢어진다 탁 뿌리치고 왔지요. 헤헤.”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운전석으로 향하는 근식의 뒷덜미를 잡은 성진이 손바닥을 내밀었다.“시끄럽고. 차 키 내놓고 넌 다시 들어가.”머뭇거리며 주머니에서 꺼내는 열쇠를 낚아챈 성진은 근식의 등을 슬쩍 떠밀었다.“그래도요, 형님 어떻게…….”“시끄럽다 그랬지? 그만하고 꺼져.”머뭇거리는 근식을 뒤로하고 성진은 운전석에 올랐다.“그럼 들어가십시오, 형님!”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근식을 본 성진이 피식 웃었다. 사내새끼들은 죄다 말끝마다 형님, 형님 거리고, 계집년들은 오빠, 오빠 거리는 게 희극적으로 느껴져서였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새벽의 도로에 차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 말없이 차를 몰던 그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방금 지나친 사람의 실루엣이 지나치게 눈에 익었다. 후진을 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도로 한 복판에 서 있는 그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다른 차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무슨 상관인가 싶어 그냥 출발하려다 츱, 가볍게 혀를 찬 성진이 차를 갓길에다 주차했다. 차에서 내려서 오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 도로 위로 내려선 여자가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돌아온 이유가 이것이었다. 죽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금방이라도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천천히 차도 위로 걸음을 옮기는 여자의 팔을 잡아채 뒤로 당겼다. 여자는 너무도 쉽게 뒤로 끌려와 성진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미쳤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씨발!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놀란 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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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근식이 서 있었다. 가라고 했건만 말도 안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꾸만 몸을 빼려는 여자의 허리를 뒤쪽에서 밀고 있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성진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린 채 어버버 말도 못하는 근식을 지나쳐 그의 차에 여자를 태웠다.“집이 어딥니까?”“저기…….”“주소.”딱 떨어진 그의 목소리에 여자가 머뭇거리며 주소를 말했다. 시동을 걸고 불러주는 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룸미러로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근식이 보였다. 그 모습이 못마땅해 츱, 혀를 찼더니 여자가 움츠러들었다. 또 못마땅해졌지만 그는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그녀의 집은 그 칵테일 바에서도, 그의 사무실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도 머뭇거리는 여자를 재촉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저기…… 이제 정말…….”“들어가는 것까지입니다.”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폼이 꽤나 불안한 모양이었다. 5층을 알리는 소리가 나자 여자는 한숨을 한 번 더 쉬고는 걸어 나갔다. 성진은 조용히 뒤를 따랐다. 두어 개의 문을 지나친 여자가 문 앞에 바짝 붙더니 도어락 버튼을 눌렀다. 띠리릭,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나자 이를 확인시키듯 성진을 돌아보았다.“들어가세요.”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더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손짓했다.“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고개를 숙여 인사한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섰다. 지켜보던 성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뭡니까?”“아, 아니에요.”아니라고 대답해놓고 한 걸음 물러서는 건 또 뭔지. 성진은 성큼성큼 걸어가 여자를 옆으로 슬쩍 밀고는 문을 활짝 열었다.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원룸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난장판이었다. 모든 집기류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고, 옷가지들은 찢어진 채 흩뿌려져 있었다.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스르르 자리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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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기를 여자에게서 빼내고는 몸을 일으켰다.뒤처리를 하려는 그의 손을 여자가 슬며시 잡았다.“빨아줄까?”“됐어.”아쉬운 듯 은근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였지만, 그는 티슈를 뽑아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의 물건을 쓱쓱 문질러 닦았다.“오빠, 무슨 일 있어? 요새 이상해.”“뭐가?”“스타일이 변했어.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남자들 체위는 바꿔도 스타일은 잘 안 바뀌는데 말이야.”성기를 문지르던 손이 멈칫거렸지만, 그는 구겨진 휴지를 바닥에 던지고 벗어놓은 속옷을 집어 들며 물었다.“그래서, 싫어?”“어유, 왜 그래, 오빠. 난 오빠 밖에 없는 거 알면서. 그러니까 나 얼른 데려가 달라고.”달라붙어오는 여자를 슬쩍 밀어내며 벗어놓은 옷을 집어든 그가 피식 웃었다.“웃지만 말고. 이럴 때마다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거, 모를 줄 알아?”다시 달라붙어 콧소리를 내는 여자를 떼어내고 지갑을 꺼내 수표 몇 장을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 시무룩해지는 여자의 머리를 쓱쓱 문질러 쓰다듬고는 그 곳을 빠져나왔다.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성진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스타일이 변했다는 여자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변하긴 했지. 예전에는 섹스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습관적으로 여자를 찾고 섹스를 하지만, 그 뒷 느낌이 깔끔하지가 않았다.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아무 것도 없던 집에 이제 여자가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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