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지하실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삼촌 민호가 세상을 떠나고, 네오 아크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음에도 진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키라가 남긴 피 묻은 붕대는 더 거대하고 추악한 심연의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서윤은 작업대 위에 펼쳐진 붕대를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굳어버린 핏자국 위로 새겨진 이름들. 그 맨 윗자리에서 오만하게 빛나는 이니셜 'K'. 레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야마구치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가디언즈의 실질적인 설계자이자, 솔브레인의 배후에 숨은 거물이었다.“K... 이 이니셜 하나로 어떻게 그를 찾죠? 레이 씨, 당신은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휠체어에 앉아 창밖의 눈을 응시하던 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붕대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은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증오를 머금고 있었다.“그는 유령이야. 가문 내에서도 그와 직접 대면한 사람은 내 할아버지와 야마구치뿐이었지. 하지만 단 하나, 그가 남긴 흔적이 있어. 그는 완벽주의자거든. 자신이 ‘조각’한 모든 피실험자의 몸 어딘가에,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은밀한 표식을 새겨두지. 아키라 오빠의 몸에도, 그리고 내 몸에도.”레이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진우가 조심스럽게 특수 확대경을 가져다 대자, 창백한 피부 아래로 아주 미세한, 마치 핏줄처럼 위장된 기하학적인 문양이 나타났다. 그것은 솔브레인의 로고와 닮았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복잡한 미로 같은 형상이었다.“이 문양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야. 특정 주파수에 반응하는 나노 칩이자, 우리를 평생 그의 감옥에 가둬두는 쇠사슬이지. K는 이 기술을 ‘인간 복원’이라 불렀어. 낡은 인간을 폐기하고, 완벽하게 통제된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진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자로서 수많은 권력형 비리를 파헤쳐 왔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는 방식은 본 적이 없었다.“그렇다면
Last Updated : 2026-02-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