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네다 공항의 보조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순간, 기체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덜컹거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쿄의 새벽하늘은 서울보다 훨씬 무겁고 붉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내장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습하고 미지근한 공기가 서윤의 뺨을 스쳤다.“작가님, 장비를 챙기세요. 여기서부터는 전쟁입니다.”사토미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그는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밴의 문을 열었다. 서윤은 어깨에 멘 오동나무 궤짝의 끈을 다시 한번 조여 맸다. 궤짝 안의 [Project: CUBE] 장부와 아키라의 붕대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만 명의 목숨과 바꾼 진실의 무게였고, 이제 그 진실은 K의 심장부인 부도칸으로 향하고 있었다.차량은 잠든 도쿄의 도심을 가로질러 치요다구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부도칸의 팔각형 지붕은 새벽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려는 K의 거대한 ‘설계도’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레이 씨, 암호 해독은요?”서윤이 묻자,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던 레이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삼촌 민호 씨는 정말 천재였어요. 붕대에 새겨진 나노 입자들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아키라 오빠의 심박수와 뇌파의 리듬을 데이터화한 것이었어요. 즉, 아키라 오빠가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순간과 가장 평온했던 순간의 파동이 겹쳐져야만 마지막 암호가 풀리는 구조예요.”서윤은 가슴이 저릿해졌다. 삼촌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암호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기술자가 아니라, 아키라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의 영혼을 복원하려 했던 서윤 자신뿐이라는 것을.부도칸 지하 7층, 메인 서버실.K는 거대한 수조 앞에 서 있었다. 수조 안에는 츠바시 유키, 아니 아키라가 마지막 순간까지 입고 있었던 피 묻은 백색 정장이 보존액 속에 떠 있었다. 그것은 K에게 있어 승리의 전리품이자, 미완성으로 남은 ‘여신’의 잔
Last Updated : 2026-03-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