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01 - Chapitre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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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그림자가 닿기 전의 마지막 숨결

병원 복도는 아침 햇빛이 얇게 스며드는 것만으로도조용히 따뜻해지는 공간이었지만,그 따뜻함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은근하게, 그리고 깊숙하게 흐르고 있었다.민영은 정 회장의 침상 옆에 여전히 앉아 있었다.전보다 더 나아진 얼굴빛과 조금 더 분명해진 눈꺼풀의 움직임이 그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지탱하고 있었다.정 회장은 아직 완전히 눈을 뜨지 않았지만,그의 표정은 지난 며칠 사이 가장 편안해 보였다.민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아버지. 오늘은… 점점 더 좋아지시는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조용했지만,그 속에는 기대와 두려움과 사랑이 서로 얽혀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정 회장의 손끝이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분명히, 의도적으로. 민영은 숨을 멈추고 정 회장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아버지…?”정 회장의 눈꺼풀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며 빛을 받아냈다.흐릿한 눈동자가 오래 잠들었던 숲이 깨어나는 것처럼 조금씩 윤곽을 드러냈다.그리고, 그 시선이 민영을 향했다.민영의 입술이 떨린 채 작게 열렸다.“…아버지… 제… 목소리 들려요?”정 회장의 입술이 서툴게 움직였다.아직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지만 분명히 그녀를 향한 반응이었다.“영…아…”민영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아버지… 저예요. 민영이요. 저, 여기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정 회장의 손등 위에 이마를 가만히 기댔다.의료진이 들어오고 상태를 확인하며 조심스레 말했다.“분명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지금 단계라면 간단한 단어나 반응이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민영에게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커다란 희망이었다.똑, 똑그때, 병실 문이 조심스레 두드려졌다.최강이 고개를 돌렸다.문틈 사이로 법무팀장 박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평소보다 수척해 보였고 표정에는 숨기지 못한 피로가 어려 있었다.“민영 씨.”박 팀장은 조용히 말했다.“어제 상황 때문에… 밤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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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복도 끝의 그림자

병원은 이른 오후의 고요에 잠겨 있었다.햇빛은 미묘하게 흐려졌고,복도의 공기는 어딘가 모르게 숨을 죽이는 듯한 정적을 품고 있었다.민영은 정 회장의 손등을 조용히 쥐며 마치 그 온기를 통해 그의 의식이 더 선명해지길 바라는 사람처럼 작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정 회장은 아직 눈을 완전히 뜨지 못했지만그의 호흡은 일정했고, 표정은 불안정함 대신 은근한 안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민영은 눈을 감고 조용한 숨을 내쉬었다.“…아버지, 오늘도 이렇게…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계세요.”그녀의 속삭임은 병실의 공기 속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었다.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병실 문이 아주 조용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흔들렸다.최강이 반응한 것은 문이 흔들리기 전이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문 너머에 스치는 기척을 일순간에 감지했다.“정 사원님.”그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잠시 여기 계세요.”민영이 놀란 듯 고개를 들자 최강은 이미 문 쪽으로 다가가 있었다.문틈이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다.누군가가 일부러 조용히 열려는 것처럼.최강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하지만 문 밖에는 바람도, 사람도 없었다.복도 끝까지 비어 있었다.민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대리님… 누구였나요?”최강은 복도 양쪽을 살핀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확인되지 않습니다. 하지만”그는 문을 닫으며 아주 낮게 말을 이었다.“방금… 누군가 문손잡이를 쥐고 있었습니다.”민영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저기… 왜… 왜 그런 걸까요.”최강은 그녀에게 진실을 덜어낸 말투로 답했다.“정 사원님. 여기는 병원입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말은, 지금 이 층까지 올라온 사람은 의도적으로 행동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민영은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그 순간 복도 맞은편, 코너를 돌아 나온 사람이 있었다.박진수 팀장이었다.하지만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단정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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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당신을 직접 지키겠습니다.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반응 이후,중환자실은 한동안 분주한 움직임으로 채워졌다.의료진은 모니터를 조정하며 그의 호흡과 맥박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장비를 다시 점검했고,그 사이 민영은 정 회장을 향한 걱정과 혼란 속에서 한 걸음도 떨어지지 못한 채 서 있었다.“정 사원님, 잠시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민영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녀의 시선은 정 회장의 얼굴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았다.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낯선 경고.-민영… 조심해…그 단어들이 민영의 가슴 깊은 곳을 날카롭게 긁어대고 있었다.최강은 민영의 어깨 너머로 다시 한번 정 회장의 상태를 살폈다.의료진이 말하길,짧은 의식의 틈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그 틈에서 쏟아진 경고는 너무 분명했고, 너무 날카로웠다.“정 사원님.”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으십니까.”민영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눈가에는 불안을 참아내기 위한 힘이 가득했다.“…저…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그건”최강은 말끝을 잠시 고르고 아주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회장님이 정 사원님에게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계신 걸 수도 있습니다.”“위험이라니요 대체 누가요…”그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젖어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조차 억지로 붙잡고 있는 듯했다.최강은 그 두려움을 감싸듯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부분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정 사원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가 위험하게 두지는 않을겁니다 반드시....”민영의 눈빛이 조용히 떨렸다.그녀는 그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약속인지 또 얼마나 위험한 감정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 말이 지금 필요한 말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최 대리님.”보안팀장이 급히 다가왔다.최강은 문 밖으로 나가며 민영에게 짧게 미소를 보여주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은 조용히 닫혔다.병실 밖 복도, 보안팀장은 숨이 조금 가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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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어둠이 가까워질 때 마주한 결심

중환자실의 조명은 오후의 빛을 받아 금빛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민영은 아버지의 얼굴을 지켜보며 손끝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정 회장의 호흡은 전보다 안정적이었고,의식은 잠시 열렸다 사라지는 파동처럼 규칙 없이 들락거렸다.하지만, 그가 남긴 단어는 너무 선명했다.'조심해.'민영은 그 단어를 단순한 본능의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아버지는 평생 사람을 보며 살아온 인물이었다.위험의 냄새를 감지하는 데 어느 누구보다 정확한 사람.그런 사람이 잠든 의식 속에서도 그 말을 남겼다는 건 이미 병원 밖에서 일어난 움직임이 아버지에게도 전해졌다는 뜻이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약하게 떨리는 숨을 고르고 최강을 바라보았다.“대리님.”민영의 목소리는 이제 흔들림 대신 의지가 담겨 있었다.“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최강은 짧은 순간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더는 숨길 수 없는, 그리고 숨겨서도 안 되는 순간이었다.“…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정 사원님을 목표로 한 움직임이 명확하게 확인됐습니다.”민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유는 이미 제가 알고 있는 그거겠죠.아버지의 상태, 회사의 상황…그리고 제가 누구인지.”그녀는 더 이상 ‘왜 나를?’이라고 묻지 않았다.묻는 대신 이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대리님.”민영의 손이 앞으로 모아졌다.“지금 필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정체예요.누가, 어떻게, 어느 지점을 통해 들어왔는지. 그걸 알아야 대응할 수 있어요.”최강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민영의 말이 그가 생각해온 방향과 완전히 일치했다.“정 사원님은… 생각보다 훨씬 침착하시네요.”민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저를 노리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건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무너지면 아버지도 위험해져요. 그러면 안 돼요.”그 단단한 결심이 말 한 줄에 담겨 있었다.최강은 그 결심을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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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뒤로 숨지 않겠다는 결심

병원 내부는 오후 시간이 되면서 조금은 복잡해지고 있었지만,민영이 있는 층은 점점 더 바람조차 흔들리지 않는 정적을 띠기 시작했다.그것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공간의 조임 같은 감각이었다.최강은 민영을 보호 구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방호 인원 두 명을 추가 배치했다.그들은 복도 양 끝에 서서 누구도 지나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정 사원님, 따라오시죠.”최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민영은 아버지를 향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손끝은 작게 떨렸지만 그 떨림 안에는 결심이 스며 있었다.“…잠시만요, 아버지. 곧 다시 올게요.”그녀의 눈빛에는 이곳을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라기보다정 회장이 잠시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미묘한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최강은 그 감정까지 읽고 있었다.“정 사원님.”그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지금은… 떠나는 것이 회장님을 보호하는 것입니다.”민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알아요. 대리님… 믿고 갈게요.”그 말에 최강의 눈이 아주 잠시 흔들렸다.그 흔들림은 책임과 감정의 경계에서 피어오르는 말 못 할 떨림에 가까웠다.그 순간, 병실 문을 나서는 찰나민영은 문턱을 지나기 전,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시선을 느꼈다.찌르듯 차갑지는 않았지만 늘어지는 실선처럼 천천히 그녀를 따라오는 느낌.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그 감각은 병원이라는 안전지대와 상반되는 위태로운 공기의 흐름을 불러왔다.민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 시선을 아주 선명하게 느꼈다.“…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요.”민영이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최강은 그녀의 감각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것임을 즉시 알아차렸다.“알고 있습니다.”그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그래서 지금 이동하는 겁니다.”두 사람은 중환자실 구역을 벗어나 특정 직원들만 사용하는 통로로 들어섰다.불빛은 희미했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의 발자국조차 들리지 않는 철저한 내부 동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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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숨은 길 위로 번지는 발자국

철문이 완전히 닫히자 외부와의 소리는 두꺼운 벽장 속에 갇힌 바람처럼 모두 희미하게 사라져버렸다.민영과 최강은 보호 구역 복도 깊숙이 자리한 작은 대기실로 이동했다.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부드러움이 오히려 어디선가 숨어 있는 ‘낯선 의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듯했다.민영은 그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여기가… 안전한 곳인가요?”“이 병원에서 가장 안전한 구역입니다.”최강이 대답했다.“일반 직원은 들어올 수 없고 특수 인가가 있어야만 접근 가능합니다.”민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벽면에는 고정된 CCTV가 각각 다른 방향을 비추고 있었고 내부에서 문을 잠그면외부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밀폐되는 구조였다.“여기가… 아버지를 위한 보호구역이 아니라 저를 위한 구역이라니…”민영의 목소리는 서늘한 체념과 조용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정 사원님은 라오네트의 중심입니다.”최강이 말했다.“그리고… 정 회장님이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민영은 눈을 크게 떴다.“…그래서 더 서두르고 있는 거군요. 그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최강은 놀라지 않았다.그녀의 사고는 점점 더 냉정하고 선명해지고 있었다.“맞습니다.”그는 조용히 말했다.“정 회장님이 의식을 완전히 되찾기 전에 무언가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민영은 손끝에 힘을 주며 고개를 숙였다.“…아버지가 남긴 말이 단순한 경고는 아니었네요.”“네.”최강이 낮게 대답했다.“정 회장님은 이미 뭔가를 알고 계셨던 겁니다.”민영은 아버지의 마지막 시선이 떠오르며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그 시선은 분명,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알고 있는 사람의 눈이었다.그때였다.철문 바깥, 복도 저편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금속이 아주 가볍게 스치는 소리.발자국도 아니고, 대화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었다.그러나 분명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최강 쪽으로 가까이 다가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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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유일한 진실이라는 이름

철문 아래에서 울리던 미세한 경보음은점점 더 명확한 진동으로 변해 보호 구역 전체 공기를 긴장 속으로 밀어 넣었다.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쥐어올렸다.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지금 무엇이 다가오는지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결심 때문이었다.최강은 즉시 민영의 앞을 막아섰다.“정 사원님, 뒤로 가세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지만 그 내부에는 미묘하게 떨리는 무언가도 깃들어 있었다.민영은 고개를 저었다.“…대리님. 저, 숨지 않을게요.”“여기서는 숨는 게 아닙니다. 전략입니다.”“전략이라면 저도 알아야 하잖아요.”그 말은 최강의 숨을 잠시 멈추게 했다.민영은 더 이상 보호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미 위기를 이해하고, 위기의 방향을 바라보고,위기의 중심에 서겠다고 선택한 사람이었다.최강은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알겠습니다.”그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절대 제 뒤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민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경보음이 멈춘 순간, 철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하지만 그 정적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마치 문 너머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며 이 공간의 긴장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그 다음 아주 가는 금속음이 철문 옆 자물쇠 부분을 스쳤다.찰칵, 찰… 칵.민영의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전문가가 맞네요.”그녀가 아주 낮게 말했다.최강은 그녀의 옆에서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보호 구역은 일반 장비로는 못 풉니다. 하지만…”그의 눈빛이 깊어졌다.“…내부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문을 여는 데 딱 2분이면 충분합니다.”민영이 숨을 들이켰다.“…병원 내부자라는 뜻인가요.”“혹은 외부와 연결된 내부 협력자.”민영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강산.그는 왜 이 층을 계속 서성였을까.왜 이들의 이동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었을까.왜 그의 표정 속에는 말하지 않은 긴장과 숨겨진 정보가 스며 있었을까.민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리님. 만약 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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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열린 문에 남겨진 시선

찰칵~!철문이 마지막 걸림을 잃은 듯 힘없이 밀려나며 열린 순간,공기는 한순간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러나 그 문틈 사이로 어떤 발자국도 들어오지 않았다.그저,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눈빛 하나가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강한 존재감만 스며 있었다.최강은 문 앞을 향해 몸 전체로 민영을 가려 세웠다.그의 어깨 너머로 스며드는 어둠은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까운 데에도 실체 없는 그림자처럼 기척만 남겼다.“…들어오지 않네요.”민영의 목소리는 두려움과 혼란이 뒤섞여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떨림 안에는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묘한 의지가 더 짙었다.최강은 문틈 너머 어둠을 깊게 응시했다.“잠깐…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그가 낮게 말했다.“우리를 향해서.”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숨을 들이켰다.그 순간 문 너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스며들었다.“…지금은 다가가지 않아도 됩니다.우린 당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 선택을 보고 있을 뿐이니까.”부드럽고 담담한데, 말 끝에 묻어 있는 여유는 위협보다 더 서늘했다.“대리님…”민영은 최강의 팔을 슬쩍 붙잡았다.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그의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정 사원님.”최강은 시선을 문에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이건 유인입니다. 우리가 내려간 방향까지 확인하려는 의도입니다.”“왜… 왜 이렇게까지 저를?” 민영의 속삭임은 문틈에서 흘러나온 말보다 더 아프게 흔들렸다.“정말… 제가 무엇이길래요…”문 너머의 남자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웃음 같은 숨을 흘렸다.“당신은은… 정 회장이 평생 감췄던 진실 그 자체니까요.”민영의 손끝이 얼어붙었다.몸 안의 혈류가 방향을 잃고 무너지는 것 같았다.“…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민영의 목소리는 거의 흩어질 듯 작았다.“그냥… 아버지 딸일 뿐이에요.”남자의 대답은 부정도, 확인도 아니었다.오히려 민영이 알고 있던 ‘자신’이라는 존재를 가볍게 넘어뜨리는 밀어내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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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도망 대신 마주하기로 한 진실

병원 보호구역의 철문은 두 사람이 모습을 감춘 뒤에도아무도 닫지 않은 듯 어설픈 틈을 남긴 채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마치 그 틈 사이로 누군가의 숨결이 여전히 흘러나오고,그 숨결이 민영의 등을 따라 복도 깊숙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최강은 민영을 자신의 왼편 가까이에 두고 비상 통로 방향으로 걸었다.그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 신중함이 담겨 있었다.민영은 뒤로부터 느껴지는 묘한 시선을 떨쳐내지 못한 채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대리님.”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민영의 목소리는 아주 희미하게 흔들렸다.“왜… 들어오지 않았던 걸까요? 그 사람들… 저를 잡으러 온 게 아니라면… 왜 문만 열어두고 사라진 거죠…?”그녀의 질문은 겁과 궁금증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떨리고 있었지만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보다 더 큰 진실을 바라보고 있었다.‘내가 무엇이길래…?’‘왜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거지?’그런 속삭임들이 자꾸 마음 위로 올라왔다.최강은 그 복잡한 흔들림을 말보다 먼저 눈빛으로 읽어냈다.“…그 사람들은 정 사원님을 당장 데려가는 데 목적이 없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헌데 그 안에는 민영조차 따라갈 수 없는 분석된 결론이 섞여 있었다.“그렇다면… 목적이…?”“정 사원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누구와 움직이는지. 어디로 향하는지.”그는 복도를 스캔하듯 한 번 훑고 난 뒤 조금 더 음성을 낮췄다.“그리고… 누구를 믿는지.”민영은 잠시 걸음을 멈출 뻔했다.그 말은 자신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든 질문처럼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저를… 시험하는 건가요?”“그럴 가능성이 큽니다.”그의 답은 짧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담고 있었다.민영은 그 말에 작게,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아버지가… 평생 숨겨왔던 진실이라니… 그게 대체 뭘까요…”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자신의 기억 속 빈 방을 빛도 없이 더듬어 가는 사람처럼 조용히 흔들렸다.최강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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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어둠이 남긴 숨결의 온도

병원의 복도는 마치 다른 시간대에 속한 공간처럼 고요했다.어딘가에서 먼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민영이 걷는 발끝 아래에서는 그 소리조차 닿지 않는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그러나 정적 속에도 희미한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은 쉼 없이 등을 스쳤다.피부로 느껴지는 그 기척은 바람이 아닌, 바라봄의 흔들림이었다.민영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내려앉는 긴장감을 깊게 들이마셨다.“저… 알아내고 싶어요.”그 말은 겉으로는 조용했지만그녀의 내면에서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직접 손을 뻗는 것과도 같은 울림이었다.그 울림은 지금도 가슴 안에서 규칙적으로, 그리고 확고하게 진동하고 있었다.그때, 옆에서 최강의 손이 아주 낮은 온도로 그녀 손목을 잡아 부드럽게 방향을 이끌었다.“이쪽입니다, 정 사원님.”그의 목소리는 낮고 흔들림이 없었다.그러나 민영은 알았다.그 침착함이 얼마나 많은 계산과 긴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대리님.”“네.”“아까… 복도 끝에서 들렸던 발자국 소리…”민영은 잠시 말을 가다듬었다.“계속…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걸까요?”그녀의 속삭임은 두려움이 아니라 확인하고자 하는 결심에 더 가까웠다.최강은 잠시 주변을 스캔하고 난 뒤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답했다.“네. 그러나 바로 다가올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그럼… 왜 계속 따라오는 걸까요…?”“거리만 유지한 채 감시하는 건 우리의 다음 행동을 확인하려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그는 이어서 말했다.“정 사원님이 어디까지 알고 싶어 하는지, 누구를 믿고 움직이는지… 그걸 보고 있으려고요.”민영의 심장이 다시 크게 뛰었다.방금 전 문틈 사이로 들려온 남자의 말이 다시 귓가에 진동하는 듯했다.‘우린 당신의 선택을 보고 있습니다.’그 선택. 그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마치 민영의 미래 자체가 어딘가로부터 주시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압박감을 남겼다.“…대리님.”민영이 조심스레 불렀다.“네.”“그 사람들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하길 원할까요?”최강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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