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 겨울, 샹들리에 아래에서겨울 밤 공기는 유난히도 얇았다.호텔 현관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코끝을 한 번씩 훔치며 목도리를 풀었다.라오네트 창립 30주년이자 2025년의 마지막을 보내는 송년회.호텔 최상층 그랜드 볼룸은 이미 온기가 꽉 차 있었다.하얀 테이블보 위에 정갈하게 놓인 와인 잔들,한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샴페인 타워,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샹들리에의 금빛 조명들.직원들은 이름표가 달린 가슴을 조금 어색하게 만지작거리며 자리를 나눠 앉았다.어느 쪽 테이블은 벌써 와인병이 반 이상 비어 있었고,어느 쪽은 아직 물만 마시며 상석을 힐끔거렸다.“와, 진짜 장난 아니다. 역시 1위 기업 클라스.”“야, 조용히 해. 임원 테이블 다 들리겠다.”웃음 섞인 속삭임들이 이리저리 스쳤다.잔이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 싱그러운 과일 향이 섞인 샴페인의 향기가 공기 위로 번졌다.무대 앞, 가장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는라오네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이름,정찬영이 앉아 있었다.그는 검은 턱시도 위에 조금 큰 듯한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한때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처럼 강렬하던 눈빛은,이젠 조금 부드러워져 있었다.그러나 그의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은 여전히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게 되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회장님, 오늘 컨디션은 어떠십니까?”옆자리에 앉은 부회장이 조심스레 물었다.정찬영은 잠시 잔을 굽어보다가,입꼬리를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올렸다.“이 정도면… 뭐, 아직 건배 제안쯤은 할 수 있지.”농담처럼 흘린 말이었지만,부회장은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는 피로를 놓치지 못했다.그의 손등 위로 혈관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턱 라인이 전보다 더 가늘어 보이는 것도.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수백 명의 직원들 가운데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였다.올 한 해 실적은 얼마나 잘 나왔는가.내년 승진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을까.회장 연설은 얼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