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31 - Chapitr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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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가

민영의 휴대폰은 아직도 그녀의 손에서 희미한 진동을 남기고 있었다.통화가 끝났음에도 그 떨림은 그녀의 손바닥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 가슴 안쪽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었다.“…검사 결과가… 더 나빠졌대…”민영의 목소리는 몇 번이고 부서질 듯 갈라졌다.말끝이 떨릴 때마다 그 떨림이 서늘하게 가슴까지 번졌다.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했다.그러나 그 조용함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금세 깨져버릴 것 같은 얇고 불안한 고요였다.최강은 민영의 어깨에 얹은 손을 쉽게 떼지 못했다.그의 손끝에는 그녀가 무너지지 않도록가장 조심스런 압력이 실려 있었다.“…정 사원님, 일어나시죠.”그의 목소리는 마치 땅속 깊이 파묻혀 나온 숨처럼낮고 부드러웠다.“바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민영의 눈가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나… 나 갈 수 있을까… 지금… 이런 상태로…”“괜찮습니다.”그는 말 끝을 조용히 눌렀다.“제가 함께 갑니다.”민영은 그 한마디에 숨을 내쉬는 법조차 잊은 사람처럼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 둘 사이를 보고 있던또 다른 사람의 감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다.강산은 민영과 최강,두 사람의 가까워진 거리만 바라보며숨을 아주 깊게 들이쉬었다.입술을 조용히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표정을 누르려 애쓰는 기색이 스며 있었다.“…정 사원님.”그는 몇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괜찮으시다면, 차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그 말은 배려처럼 들렸지만그 아래에는 ‘지금 당신에게 손을 뻗는 사람은나여야 한다’는 감정이 은밀하게 흐르고 있었다.민영은 고개를 들었고 그 시선이 아프게 흔들리는 것을강산은 분명히 보았다.“…아니에요, 과장님… 그냥… 제가…”그러나 강산은 민영이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다시 말했다.“정 사원님의 아버님이면…제가 예전부터 알고 지켜봐 온 분입니다.”그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평온 뒤에는말하지 않은 긴 세월의 무게가 있었다.“그분의 일을 남처럼 두고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민영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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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병원 복도는 언제나 진실을 먼저 말해주는 곳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병원 지하 주차장의 조용한 공기 속으로 열렸다.그 문이 열리는 순간, 민영은 자신이 걷는 땅이평소보다 훨씬 더 가볍고 불안정하게 느껴졌다.마치 발밑 어딘가가 천천히 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병원의 냄새는 특유의 소독약 향과희미하게 스며든 물기 섞인 차가움이 뒤섞여사람의 마음을 더 예민하게 만들곤 했다.민영은 그 냄새를 맡자마자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아버지… 정말… 많이 나빠지신 걸까.그 생각이 눈동자 안을 천천히 채우기 시작했다.그녀의 걸음이 흔들리려는 순간그 옆에서 누군가의 손이 매우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목 아래쪽을 받쳐주었다.최강이었다.그는 과하게 가까워지지도,과하게 힘을 주지도 않았지만그 손끝에는 ‘당신이 쓰러지지 않게 내가 붙들고 있다’는 묵직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민영은 그 온기를 느끼고 작게 숨을 삼켰다.“…아… 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민영의 걸음 속도를 따라한 걸음씩, 항상 반 박자 뒤에서그녀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미세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위치를 지켰다.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자연스러우면서도자기 자리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그러나 그 뒤에서 조용히 걸어오던 강산은다른 감정을 안고 있었다.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눈빛은 부드러워 보였지만그 아래에서 땅속 깊은 곳의 열처럼천천히 뜨거워지는 감정이 있었다.정민영…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야 하는데…이렇게… 한 사람에게만 기대고 있는 걸 보면…내가 더 어둠을 뚫고 나가야겠군.그 결심은 웃음도 없고 달콤함도 없는,오직 목적만 남은 감정이었다.병원 복도에 들어서자마자공기가 달라졌다.여러 겹의 신음과, 의사들의 빠른 걸음,환자 보호자들의 조용한 대화가긴 복도 안에서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민영은 그 소리 하나하나가자신의 심장 어디든 박히는 것처럼가슴이 조여들었다.“아버지… 어떤 상태일까…”말끝은 떨렸고 그 떨림은그녀의 온몸에 서서히 번졌다.최강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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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마음은 숨기고 있어도

병실 안은 한동안 서늘한 침묵 속에서 조용히 젖어 있었다.민영은 아버지의 손을 쥔 채 머리를 살짝 떨군 채로 서 있었고,정 회장은 그런 딸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호흡만 가늘게 내쉬고 있었다.바깥 복도에서는 두 남자의 기척이 말없이 얽히고 있었다.열려 있는 병실 문 틈 사이로 서늘한 바람 같은 감정이서로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마음이 아닌 본능의 영역에서조용히 충돌하고 있었다.민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아버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창백해 보였다.쭈그러진 손등의 핏줄은 숨이라도 고르게 쉬기 힘들어가늘게 떨리는 듯 보였고, 그 모든 것들이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처럼민영의 심장을 서서히 쥐어짜고 있었다.“…아버지, 그런 말… 하지 마요.”민영의 목소리는 눈물이 가득 고인 시선에 묻혀아주 작게 갈라졌다.“제가… 아버지 혼자 두지 않을 거예요.”정 회장은 그 말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나도… 너랑 오래 함께 있고 싶지…그런데… 민영아…”그의 손이 민영의 손등을 가늘게 쓸었다.“사람에게는… 각자 맡은 시간이… 있는 거란다.”민영의 눈꺼풀이 크게 떨렸다.“아버지는…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정 회장은 그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대신 민영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민영아…”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넌… 지금 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걸…놓치지 말아야 한다.”“…무슨 말이요…?”정 회장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문 쪽을 가리켰다.문 틈 사이로 보이는 두 남자의 그림자.“저 둘 중… 한 사람은…”그의 시선이 흔들렸다.“…너에게… 너보다 더 깊이 마음을 두고 있더라.”민영의 심장이 뚝~하고 멈추었다.“아버지… 제발… 지금은…”“지금이니까…”정 회장의 말끝이 부드러워졌다.“더 중요한 거야.”민영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그 순간 바깥 복도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최강이었다.그는 주변 공기를 먼저 살피고민영이 무너지지 않도록그녀의 상태를 다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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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슬픔의 끝에서 시작된 사랑

정 회장은 숨을 얕게 고르며 침대 위에서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다.민영은 놀라 급히 손을 뻗어 그의 어깨와 팔을 조심스럽게 받쳐주었다.“아버지… 움직이시면… 안 돼요…”민영의 목소리는 눈물을 억누르다가 목 끝에서 미끄러져 나온 가늘고 떨리는 숨결 같았다.정 회장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떴다.“괜찮다… 내 딸 얼굴 좀…제대로 보고 싶어서…”민영의 입술이 금세 흔들렸다.“…보고 있잖아요…”정 회장은그 말을 듣고 아주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병실 전체가 그 미소 하나로 잠시 따뜻해지는 듯했다.“아니다… 지금… 이렇게 가까이서…이렇게 떠는 네 얼굴은…”그는 숨을 들이쉬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네가 일곱 살 때…천둥 무서워서… 내 품에 매달리던 그 얼굴하고…똑같구나…”민영은 그 말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눈물을 한 줄 흘렸다.“…아버지…”정 회장은 그 눈물을 보고 아주 조심스럽게민영의 뺨을 쓸었다.그 손끝은 차가웠지만 그 손이 지나간 자리는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민영아.”정 회장은 한 단어 한 단어마치 마음 바닥에서 끌어올리듯 말했다.“너는… 사랑을… 해라.”민영은 그 한마디가 너무 무거워 숨이 잠시 멈추었다.“…아버지… 지금은 그런 이야기…”“지금이니까… 더 해야 한다.”그 말은 이미 마음을 다 비운 사람이남아 있는 시간을 손끝으로 세어가며딸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부탁 같았다.정 회장은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천천히, 그러나 깊이 말했다.“사람은… 혼자 버티면… 금방 쓰러진다.”그의 눈동자는 민영이 아닌문 쪽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지금… 너 옆에 서 있는 사람은…네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더… 네 마음을 붙잡고 싶어하는 사람이다.”민영은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문 쪽에는 조심스럽게 병실에 들어오지 않고그러나 단 한순간도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민영만 바라보고 있는 최강이 있었다.그의 눈빛은 오늘 내내 한 사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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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

병실 바깥 복도는 한동안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감정들로 가득 찼다.어디에서도 울음소리나 고백 같은 큰 소리가 터지지 않았지만,두 남자의 숨결과 눈빛은 이미 전쟁의 서막을 말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문 안에서 떨리는 민영의 심장을지금 당장 더 흔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 다른 감정으로 벽에 기대 선 채자신의 손끝을 천천히 말아쥐며 감정의 방향을 숨기고 있었다.병실 안, 민영은 한참 동안이나 침대 옆에서 움직이지 못했다.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 온기가 조금이라도 빠져나갈까 두려워숨을 얕게 쉬어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정 회장의 호흡은 규칙적이면서도 불안정했고,그 규칙 속에서 불규칙한 미래가 엿보이는 것 같아민영은 심장이 아플 만큼 조여왔다.그녀는 문득 자신의 손등 위에 얹힌아버지의 손가락 끝을 느꼈다.그 움직임은 세상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힘 같았다.“…민영아…”아버지의 목소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이조심스레 내뱉는 숨 같았다.민영은 미동도 없이 귀를 가져다 대며 말했다.“네, 아버지… 여기 있어요.”정 회장은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그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민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 눈빛 안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너… 힘들지…?”민영의 입술이 떨렸다.“…아버지… 저보다… 아버지가…”정 회장은 그 말을 가볍게 끊었다.“난… 괜찮다.”그는 숨을 들이쉬었다.“난… 내가 살아온 만큼 살았다.”민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런 말… 하지 마요…”정 회장은 그 말이 너무 아픈 칼날이라는 걸 알면서도 더 깊게 말했다.“네가… 두려워하는 건…내가 떠나는 게 아니라…”민영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민영아… 너는 지금…사랑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민영은 숨을 들이마시던 중간에심장이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버지…”“네 마음이… 누구에게 기울었는지…네가 가장 잘 알잖아.”그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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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누군가의 마음이 기울어지는 순간

정 회장의 숨결이 조금씩 고르게 돌아오자병실 안의 공기도 서서히 안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민영의 심장은 여전히 거칠게 뛰고 있었다.아버지의 손등을 쥔 채 그녀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의 흔들림이 너무 크게 남아그 흔적이 손끝에서 떨어지지 않는 듯했다.정 회장은 딸이 흐느끼지 않도록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 손을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러나 그 손길은 말로는 숨길 수 없는 고통의 그림자를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민영은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다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그 숨은 부서진 마음을 억지로 똑바로 세우려는 사람의작은 의지 같았다.“…아버지.”민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잠깐 나갔다가… 다시 올게요.의사 선생님께… 상태도 여쭤보고…”정 회장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민영의 손을 살짝 놓았다.“…그래… 다녀와라…”그 말은 딸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딸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공존하고 있었다.민영은 침대 위의 이불을 가만히 정리한 뒤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올려조금 식어 있는 온기를 느끼고 살짝 눈을 감았다.“…금방 올게요.”그녀는 조용히 일어섰다.병실 문을 밀어 나오는 순간기다리던 두 사람의 시선이흐르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다.그 시선이 닿는 순간 민영의 얼굴에 남아 있는 눈물의 흔적이 빛에 닿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최강은 숨을 삼키듯 조용히 말했다.“…정 사원님… 괜찮으십니까.”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고 부드러웠다.누군가의 감정이 아프게 흔들리고 있을 때그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민영은 그 목소리에 심장이 다시 떨리는 걸 느끼며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아요…조금만… 숨 좀 고르려고요.”최강은 그 대답만으로도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읽어냈다.그는 말없이 그녀 옆으로 조용히 다가와민영이 흔들리지 않도록 걸음 속도를 맞춰 주었다.민영은 그 다정함에 또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반면 강산은 민영의 어깨 근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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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아버지를 뒤로하고, 세상 밖으로

보안 요원의 말이 끝나자 복도 전체의 공기가갑작스레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았다.민영은 손끝과 등줄기에서 동시에 퍼져나오는 서늘함을 느끼며 한동안 말문이 막혀 있었고,그 침묵을 가장 먼저 깨트린 건 최강이었다.“공격 정도가 어느 수준입니까.”그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달라졌다.부드럽던 결이 사라지고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시절의 냉정한 판단력과,라오네트 보안팀으로서의 단단한 직업 의식이서늘하게 눈동자 위로 떠올랐다.보안 요원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자료 서버 중 법무팀, 기획조정팀,그리고 임원 회의록 서버까지 침입 시도가 있었습니다.일부 자료는 이미 열람 기록이 잡혔습니다.”강산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임원 회의록까지?”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그 조용함 속에 압도적인 긴장감이 있었다.“예. 현재 IT 보안팀이 즉각 차단했지만…누가 어떤 자료에 접근했는지는아직 명확하게 파악 못하고 있습니다.”최강이 나직하게 물었다.“본사는 지금 어떤 상황이죠.”보안 요원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전 직원 비상대기입니다.법무팀도 전원 호출됐고, 정 사장님… 아니, 회장님의 가족 중 법무팀 소속인 분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정 사원님을 모셔오라는 연락도 방금…”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민영의 얼굴에서 피가 서서히 빠져나갔다.“…저를… 부르셨다고요?”보안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 사원님이… 법무팀 소속이고,또… 회장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본사 상황을 공유받아야 한다고”강산은 그 말을 듣는 순간민영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그 떨림이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던 여린 마음 때문인지,갑작스러운 회사 비상사태 때문인지,혹은 둘 다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그 떨림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두 남자의 심장을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프게 했다.민영은 잠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손등에는 방금 전 아버지의 온기가 남아 있었고,그 온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느낌이그녀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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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불안의 문을 열다

라오네트 본사 건물은 밤인데도 환하리만큼 불이 켜져 있었다.마치 거대한 심장이 평소보다 템포를 두 배로 뛰고 있는 것처럼창문마다 밝은 불빛이 떨리고 있었고,그 불빛들은 위기라는 단어를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이미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민영은 차 문이 열리는 순간밤공기 속에 섞인 서울의 메마른 차가움과본사 건물을 둘러싼 긴장된 분위기를 동시에 느꼈다.그 공기는 병원 복도에서 흩어진 눈물조차제대로 말리지 못한 그녀의 마음을 날카롭게 스쳤다.“정 사원님, 천천히… 내리세요.”최강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그 속에는 이미 전투에 임하는 사람의 집중이 깃들어 있었다.민영은 떨리는 손으로 차량 손잡이를 잡았다.손끝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한 번 미끄러졌지만 그 순간 최강이 조심스럽게 손을 받쳐주었다.그녀는 그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며아주 천천히 차에서 내려섰다.강산은 민영의 반대편에서숨을 고르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그 눈빛은 민영의 발끝이 흔들리는 순간마다그 흔들림의 의미를 정확히 읽으려는 사람의 눈이었다.정문으로 들어가는 몇 걸음 동안 민영의 걸음은 흔들렸다.아버지를 두고 나왔다는 죄책감, 정보 유출이라는 비상사태,그리고 두 남자의 감정이 겹겹이 쌓인 공기그 모든 것이 그녀의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그 와중에도 두 남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민영의 곁에서 움직였다.최강은 조용히 속도를 맞추며민영이 걸어가는 길이 흔들리지 않도록지켜보는 사람처럼 걸었고,강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주변의 시선과 움직임을 모두 관찰하며이 상황에서 그녀가 해야 할 선택을이미 생각하고 있었다.정문을 지나 로비 안으로 들어서자수많은 직원들이 정장 상의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서류를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고,비상벨처럼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이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민영은 그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일이 된 거지…’로비 중앙에는 긴급 대응팀 직원들이 열을 맞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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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새벽 02:17, 누군가 남긴 흔적

라오네트 본사의 아침 공기는 늘 빠르게 움직였지만오늘은 그 속도가 조금 더 예민하게 느껴졌다.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와프린터에서 뽑혀 나오는 종이의 바스락임,어디선가 울리는 전화의 벨소리가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조금씩 건드리는 듯했다.민영은 출근 카드를 리더기에 찍고법무팀 사무실로 천천히 발을 들였다.아버지 병실에서 밤을 지새운 여파가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 있었지만그녀는 티를 내지 않으려 조용히 숨을 정돈했다.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려던 순간,문득 등 뒤에서 조용한 시선 하나가 스쳤다.나연이었다.그녀는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오늘의 표정은 어딘가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예쁘게 그려진 립스틱의 선도,잘 다듬어진 눈썹도 감추지 못하는 미세한 긴장과 피로.“…왔네, 정민영 씨.”평소처럼 도도한 말투였지만어딘가 날카로운 감정 하나가표면 아래에서 슬며시 흔들리고 있었다.민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네. 어제 병원에서 늦어서…오늘은 조금 일찍 오려고 했어요.”“병원… 아직… 많이 안 좋으신가 보네.”말투는 무심한 듯했지만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그리고 그 속도는 불안이 감출 수 없는 모서리를 드러내고 있었다.“그걸… 어떻게?”민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냥… 들렸어.”나연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법무팀에… 말들이 워낙 빨리 돌잖아.”그 말은 사실이었지만무언가 숨기고 있는 사람의 대답처럼 느껴졌다.‘왜 이렇게… 날카롭게 굴까.’민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자리에 앉았다.컴퓨터 화면이 켜지자 메일함에 도착한 새 메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보안 알림]새벽 02:17, 시스템 내부 접근 시도 감지민영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새벽…?”그 시간은 아버지 병실에서장비 경보가 울렸던 바로 그때였다.민영이 메시지의 상세내역을 열려는 순간“정 사원.”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민영은 돌아보며 가볍게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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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흔들리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때

사무실의 천장 조명은 아침부터 묘하게 차가운 결을 띠고 있었다.빛은 평소처럼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그 아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딘가 팽팽하게 조여진 실타래처럼조금만 힘을 주어도 끊어질 듯한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민영은 모니터 앞에서 잠시 손을 멈춘 채흐릿하게 겹쳐 들어오는 장면을 떠올렸다.새벽 2시 17분. 그 시간,아버지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의사들의 발걸음이 급해졌던 순간.그와 같은 시간에 자신의 이름으로 시스템 접근이 있었다는 사실.그 일치가 그녀의 가슴을조용히, 그러나 깊게 조여왔다.‘…우연일까. 아니면…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나를 선택한 걸까.’그 순간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작은 메시지 창이 깜빡였다.[내부 공지]보안팀에서 법무팀 로그 검토 예정오늘 중 개별 확인 필요민영은 작게 숨을 들이켰다.‘오늘… 다시 보는 거구나.어제보다… 더 많은 게 드러날지도 모르는데…’그녀가 모니터를 응시한 채생각을 정리하려던 바로 그 순간뒤에서 부드럽고 조용한 그림자 하나가 스쳤다.“정 사원님.”낮고 깊은 음색이마치 부드럽게 깔린 겨울 바람처럼등 뒤로 흘러들었다.민영은 놀라 조금 급하게 돌아봤다.최강이었다.그는 아침인데도 이미 정신이 맑은 사람처럼차분한 눈빛으로 민영을 바라보며손에 든 작은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정 사원님 책상에 잘못 전달된 문서가 있더군요.회계팀에서 온 겁니다. 전달해 드리려고요.”민영은 두 손으로 건네받으며고개를 살짝 숙였다.“…아, 감사합니다.제가 정신이 없어서 놓친 것 같아요.”최강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형식적인 관심도,가벼운 호기심도 아니었다.그보다 조금 더 신중하고,조금 더 따뜻하고,조금 더 깊고,조금 더 위험한 곳에서 흘러나오는어떤 감정의 결이었다.“어제… 밤새 병원에 있었다고 들었습니다.”그는 굳이 누가 알려줬는지 말하지 않았다.민영은 작게, 그러나 확실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아… 네.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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